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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음악... 우리에게 난해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음악이다.
어려서부터 연주해 온 바로크 시대의 J.S.Bach, 고전시대의 J.Haydn, W.A.Mozart, L.Beethoven, 낭만 시대의 J.Brahms, F.Liszt.. 까지의 곡들은 듣기에도 익숙하고 연주함에도 익숙하다.
그러나 그 이후의 곡들은..? 솔직히 악보를 보면서도 이것이 대체 무슨 음악인지 빈번한 임시표에 조성이나 화성의 경계도 모호해지고, 이런 악보를 보는 난 손가락만 놀리고 있지 곡에 대해서 그리고 작곡 배경에 대해서 잘 아는 바가 없으니 그야말로 난감한 상황.
이 상황에서 이번 학기 전공 선택으로 듣게 된 <현대 음악 개론>이라는 수업은 내게 참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현대 음악이라는 것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여러 작곡가들을 알고 그들의 곡을 들으며 생각하고 분석하는 법 등등을 배우면 멀게만 느껴졌던 현대음악이 이전보다 가깝게 느껴져 현대음악을 더욱 더 어렵지 않게 접근하고 공부하고 연주할 수 있을 것 같다. (계속 연주하던 것들만 연주하니 레퍼토리의 한계를 느끼기도 하여 현대 음악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솔직히 이 수업에서는 내가 정말 알지도 못하는 작곡가들의 이름들만 줄줄 나올줄 알았는데, 첫 시간에 나온 작곡가는 의외로 C.Debussy였다.
Debussy... 말만 들어도 벌써부터 어려워지고 모호해지는 느낌... 내게 드뷔시는..?Glissando 많고.. 조성이 모호한..? 색채감 있는 음악 정도..?
그러나 오늘 수업을 통하여 Debussy에 대한 윤곽이 어느 정도 잡혔다. 수업에서는 Debussy가 살았던 시대의 배경과 그 시대의 사조가 음악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배웠는데 이것이 참 흥미로웠다. 음악사 수업도 그렇지만, 이런 문헌들을 연구하고 공부하는 수업이 내게 참 흥미롭다. 이 수업들에선 단순히 음악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과 관련된 사회.. 그리고 그 시대의 사람들 등등 인문학적인 이야기들도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드는 생각은 음악사와 문헌을 연구하면서 인문학이나 문화 인류학 등을 함께 연결해서 생각하는 학문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런 학문이 있긴 있는건가? 내가 그냥 이쪽으로 공부를 하면 되는건가?여러 가지 고민을 하며 이 생각은 dk에게 말했더니 어느 학문이나 다 인문학 연결이 가능하단다. 최근 대학원에 가서 뭔가를 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 공부만 하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 그런데 막상 공부할 학문을 고르자니 피아노만 공부하기에는 좀..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고 뭘 공부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웠는데 음악사, 피아노 문헌, 현대음악개론 등의 수업을 자꾸 듣다 보니 음악사와 음악 문헌들을 인문학과 연결하여 연구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학과가 과연 어디에 있을까?열심히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그래서 오늘 인상 깊게 들은 수업 내용을 복습도 할 겸 정리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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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반(1890~1910년)은 낭만주의에서 현대 음악으로 가는 과도기적 시기였다. 이 시기에 시작된 것이 Impressionism. 그렇다면 인상주의는 왜 시작되었을까?(인상주의는 음악보다는 회화, 문학으로 먼저 시작되었다. 음악은 항상 시대의 반영이 늦다. 회화, 조각 - 문학 - 음악 순으로 진행됨. 그리하여 음악은 사조의 완성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인상주의는 19세기의 Romanticism(낭만주의)에 반발하여 생겨났다. (낭만주의는 18세기의 Classicism(고전주의)에 반발하여 생김.) 낭만주의 시대의 음악은 틀과 형식을 중요시 여기던 바로크 양식에서 벗어난 때였으므로 그 어느 때보다 곡을 연주하는 연주자의 개성과 자유가 중시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연주자의 성향과 자유가 지나치게 커지다 보니, 정작 곡을 작곡한 작곡가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나 아이디어로 연주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낭만주의 시대 때의 음악은 독일 중심의 낭만주의 음악이었다. 그 당시 유럽에서는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음악이 유럽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음악의 본고장은 바로 독일이었다. 그리하여 유럽 전역으로 독일식의 낭만주의 음악이 널리 퍼졌는데, 독일 낭만주의 음악의 특징은 무겁고, 어둡고, 규모가 크고, 소나타 등의 틀을 강조하는 등 여전히 형식주의를 고수하였다.
이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것이 사실은 France의 Impressionism이다. 인상주의 음악의 특징은 가볍고 세련된 것이다. 인상주의 용어의 사용은 Claude Monet가 그린 <Impression, Soleil Levant(인상, 해돋이)>에서, 작품명에서 유래되었다.

인상주의의 회화는 야외의 빛, 그리고 그 빛에 따라 달라지는 사물의 모습에 주목하였다. 그리고 Monet, Manet, Renoir 등의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살펴보면 색채가 흐리고, 경계가 불분명하게, 모호하게 표현된 것을 볼 수 있다. (그 이전엔 정물화 등 사실주의에 입각한 그림들이 주류였음.)
음악에서의 인상주의를 이끌었던 C.Debussy와 M.Ravel 등의 작곡가들 역시 이런 시대의 사조를 따라 음악 진행을 불협화 화음으로 한다던가 장.단조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등의 방식으로 음악에서의 인상주의 색채를 반영하였다. 사실주의의 회화나 문학에서는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데에 반해 인상주의의 음악은 감정이 상당히 중립적인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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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인상주의 음악을 이끌었던 대표적인 작곡가, 드뷔시부터 살펴보자.
흔히 우리가 Debussy라고 하여 성만 부르게 되는 C.Debussy의 이름은 Claude. 즉, Claude Debussy.
드뷔시는 1862년 France에서 태어나 1918년 심장병으로 사망하였다. (현대에 올수록 작곡가들의 일생은 점점 더 길어지는 추세를 보인다. 그 이전에는 배, 마차 등을 이용한 잦은 연주 여행으로 인한 잦은 질병의 발생으로 작곡가들의 삶이 짧았다.) Paris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드뷔시는 정규 교육을 받지는 못하고 그냥 혼자만 음악을 좋아하였다. 그러다가 10살 때 Paris의 콘서바토리에 입학했고, 졸업할 때는 1등으로 졸업, Prix de Rome(Grand Prize of Rome, 로마 대상)을 받았다. (같은 학교를 졸업한 M.Ravel은 이 상을 받지 못했다. Ravel은 실력이 정말 좋았지만, spainish였던 어머니로 인해 정통 프랑스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상을 못 받음. 여러 논란 속에 여러 번 상을 받을 기회가 있었지만 결국엔 또 30살이 넘었다는 이유로 상을 못 받음.. 이런 라벨에 대한 여러 부정과 부폐 때문에 많은 이들이 직업을 박탈 당하고 크게 이슈가 되어.. '라벨 사태'라고까지 기록되는 사건이 있었다고 함.)
많은 작곡가들이 피아노로 작곡을 하지만, 드뷔시는 유난히 피아노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고 그리하여 피아노 곡이 많다. 곡이 바로크, 고전시대의 작곡가들에 비해 월등히 많은 것은 아니다. 곡들이 많지는 않으나 거의 모든 곡들이 다 유명하다.
1870~1880년대에는 인상주의의 사조가 물밀듯 생겼고, 프랑스의 진보 세력이 올라오는 시기였다. 이런 시대 상황과 함께 1889년의 프랑스 파리의 만국 박람회는 드뷔시와 라벨에게 큰 영감을 주었던 계기가 되었으니, 바로 남태평양 자바 섬의 무용수들이 대거 만국 박람회에 참여한 일 때문이다. 드뷔시와 라벨은 자바섬의 전통 타악기와 리듬, 춤 등에 매력을 느꼈고 동양적 색채에 완전히 매료, 많은 영감을 얻게 된다.
일단 드뷔시의 곡들은 현대곡이라기보다.. 인상주의 곡에 속한다. 20세기 초반의 인물이긴 하지만 분명히 인상주의 사조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Debussy의 style은 아래와 같다.
* 화성 분석이 잘 안 된다. 비화성음이 많고 딱딱 화성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것은 기존 작곡가들의 법칙에 대한 도전이었다.
* 7화음, 9화음, 11화음의 사용
* 준비와 해결이 없음
* 금지되던 병행 1, 5, 8도를 즐겨 사용
* 여러 개의 조성이 한꺼번에 들림 : Polytonality(다조성) - 조가 정말로 여러 개이거나, 조가 1개인데 여러 개로 들림
* 불협 화음이 많은 혁신적인 음악이었다. : 선율, 화성으로 색채를 담아냄. 그러나 불협 화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듣기가 좋아 드뷔시의 음악은 인기가 많았다.
* 선율 : Chromatic scale(반음 음계)-불협 화음 생산, Pentatonic scale(5음 음계), Whole tone scale(온음 음계). 주로 이 3가지 scale을 사용. Church mode(교회 선법) 역시 즐겨 사용.
* 전조를 즐겨 함 : 비화성음을 사용한 전조를 즐겨 씀. 많은 작곡가들이 비화성음 중 passing tone(경과음)을 주로 사용하였는데, 드뷔시는 이 passing tone을 아주 예술적으로, 기술적으로 잘 사용했다.
* rhythm : 정적인 리듬과 동적인 리듬의 사용. 정적인 리듬의 경우 진행을 느끼지 못함(그러려면 tempo가 느리고 소리가 작아야 함). 동적인 리듬은 아주 활발한 rhythmical한 리듬. 예를 들어 '기쁨의 섬'(Indian rhythm이 들어가 있음)
드뷔시의 작품은 4기로 나눠 볼 수 있다.
1. 1기
* 1890년에 출판된 작품들(드뷔시의 경우 작곡 년도보다는 출판 년도가 중요) - 아직 20세기 전. F.Chopin을 존경했던 Debussy는 쇼팽이 즐겨 쓴 Mazurka, Nocturn 등을 많이 썼다. 이 시기의 음악은 절대 드뷔시라고 안 느껴지는 음악들, 19세기의 누군가가 쓴 곡이라고 느껴지는 곡들이다.
* 1기의 곡들은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으나 유명하고 상업적으로도 많이 이용되는 곡이 1곡 있으니.. 그것은 <Suite Bergamasque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이다.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은 4곡이다.
1. Prelude
2. Menuet
3. Clair de lune
4. Passepied
3번째 곡은 그 유명한 '달빛'. 이 곡을 들으면 현대적인 느낌이나 비화성음은 잘 안 느껴진다.
2. 2기
* 2기 때의 곡들은, 먼저 1901년의 <Pour le Piano(for the piano, 피아노를 위하여)>.
1. Prelude
2. Sarabande
3. Toccata
이 곡은 드뷔시의 인상주의로의 과도기적 곡이다. 정확하게 20세기 안에 들어오는 곡. 이 곡 역시 3곡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바로크 시대의 모음곡에 나오는 곡 제목들을 가져다 사용한 것이 특징.
1904년의 <Masques (마스크)>
1904년의 <L'lsle Joyeuse (기쁨의 섬)>
1903년의 <Estampes (판화)>
1. Pagodes : Pagoda. 말 그대로 탑이라는 뜻. 자바섬 음악의 영향, 5음 음계의 사용. 징, 종소리 등의 악기를 모방한 듯한 느낌
2. La soiree dans Grenade : Evening in Granada. '그라나다의 황혼' Spain의 하바네라 리듬이 들어가 있다.
3. Jardins sous la pluie : '비 오는 정원'. 우린 잘 안 느껴지지만 프랑스의 민요인지.. 동요인지.. 프랑스 선율이 차용되었다고 한다.
-> 전체적으로 병행 사용, 모호한 화성 진행을 느낄 수 있다. 지금까지의 곡들을 봐서 알겠지만 드뷔시는 모음곡(Suite) 스타일로 작곡을 많이 했다.
3. 3기
* 3기 시기는 가장 왕성했을 때의 곡. 그 중 1905년의 <Images>는 Book Ⅰ, Ⅱ로 나뉘어져 있다.
먼저, <Images> Book Ⅰ.
1. Reflets dans l'eau - 물에 비치는 그림자 : 제목부터가 인상주의적이다.
2. Hommage a Rameau - 라모를 기리며 : '라모'는 옛날 17세기의 쿠프랭 등이 활동했던 시기의 옜날 작곡가이다.
3. Mouvement - 움직임 : 어떤 책에는 한자어로 '무궁동' 스타일이라고 표시되어 있기도 하다. 무궁동 스타일이라는 것은 끊임 없이 움직이는 스타일이라는 뜻. Pour le Piano나 판화의 제 3곡 '비 오는 정원' 이 바로 무궁동 스타일이다.
그 다음으로 <Images> Book Ⅱ.
1. Cloches a travers les feuilles - 나뭇잎을 스치는 종소리
2. Et la lune descend sur le temple qui fut - 황폐한 절에 걸린 달. 절과 달이라는 소재 자체가 동양적, 일본 스타일
2. Et la lune descend sur le temple qui fut - 황폐한 절에 걸린 달. 절과 달이라는 소재 자체가 동양적. 일본 스타일에 영감을 받고 쓴 곡. 종 소리와 바람이 곡에서 느껴진다.
3. Poisson d'Or - 금붕어 : 재빨리 움직이는 금붕어, 꾸리 표현. 일본인에게서 선물 받은 도자기나 판화에 그려진 금붕어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했다고 한다.
* 인상주의 화가들이 원했던 것은, 짧은 순간 빛에 확 비췬 사물의 모습이었으나, 드뷔시는 지속적인 빛을 표현하였다고 함.
<정리>
드뷔시의 곡에서 자바 섬의 원시적 리듬, 일본의 절 등 동양적이고 이국적인 색채들이 나타난다는 것이 재밌다. 특히 판화의 제 1곡 'Pagoda'의 병진행을 들으니 동양적인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흠.. 드뷔시.. 참 흥미로운 작곡가구나. Pour le piano나 Clair de lune 곡 정도만 알던 작곡가였는데.. 작곡가가 살았던 시대 배경과 사상, 그의 삶을 조금이나마 아니 드뷔시의 음악이 한결 더 가깝게 다가온다.
음악을 감상하며 공부하니 공부한 것들이 확실히 더 확확 와닿는다. 음악을 들으니 마음이 녹는다. 마음이 화사해진다. 밝아진다. 음악을 한다는 것, 그리고 음악을 아는 것이 참 기쁘고 감사하다. 그래서 난 '연습'하는 음악을 싫어하면서도 음악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오늘은 드뷔시의 말을 마지막으로 글을 정리한다.
"나는 음악을 열렬하게 사랑한다. 사랑하는 까닭에 나는 그것을 숨 막히게 하는 전통으로부터 해방시키려고 한다. 그것은 용솟음쳐 오르는 자유의 예술이며, 하늘과 바다, 바람과 같이 무한한 것들의 예술이다. 내가 원하는 음악은 영혼의 서정적 발로와 꿈의 환상에 충분히 순응할 수 있는 유연한 것이어야 한다."
11 Mar 2011
현대 음악 | 클로드 드뷔시(Claude Debussy) - 인상주의 작곡가 ②
지난 글에 이어서 C.Debussy(드뷔시) 이야기. 드뷔시의 제 3기에 해당되는 곡인 는 드뷔시가 자신의 딸을 위해 1906~1908년 작곡한 곡이다. https://youtu.be/1k_OLrK4ZuE 1. Doctor Gradus ad Parnassum 2.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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