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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생활/영화

탁재형 - 여행 다큐멘터리 PD

Olivia올리비아 2022. 1. 28. 21:53

탁재형 - 여행 다큐멘터리 PD

 

EBS <세계테마기행>이란 프로그램을 정말 좋아하는데, 탁재형 PD가 직접 출연한 편들은 정말 인상적이었고 나도 마치 그곳에 가서 여행을 하듯 쏙 빠져들어 본 기억이 난다. 무엇보다 다른 출연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욱더 현지인들과 자연스럽게 적극적인 교감을 하며 여행하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마음에 들었다.

 

내 개인적으로 이 PD와 더불어 인상에 남았던 것은 '탁재형 PD가 만난 브라질'에서 [무이뇨 예술 학교]가 나오는 편이었다. 빈민가의 아이들에게 예술 교육을 하는 학교가 나오는 편이었는데, 평소 예술 전공자로써 '엘 시스테마(El Sistema)' 등 예술 교육을 통하여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이 편이 더더욱 인상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탁재형 PD가 나오는 프로그램들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게 되었다.

 

29 Sep 2014

 


 

 

 
 

잘 찍은 여행 다큐멘터리 한 편이 직접 그곳을 다녀온 것 같은 큰 감동을 줄 때가 종종 있는데요. 탁재형 님은 낯선 곳의 풍경과 이야기를 시청자들에게 생생하게 전해주는 여행 다큐멘터리 PD로, EBS <세계테마기행> 등 다수의 여행 다큐멘터리를 연출하셨습니다. 따뜻한 마음과 진심을 담아야, 성공적인 여행 다큐멘터리가 탄생한다고 강조하시는 탁재형 님에게, 블로그는 어떤 의미일까요? 

 

 

 

최근 EBS <세계테마기행> 촬영 차, 볼리비아와 루마니아를 다녀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보통 촬영 준비기간 및, 촬영 스케줄, 동행하는 인원은 어떻게 되나요?

 

EBS <세계테마기행>은 월요일에서 목요일에 걸쳐 매일 방송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제작 일정이 꽤 빠듯합니다. 반년 치의 취재 국가를 사전에 선정하기 때문에 촬영지마다 준비기간에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보통 한 달 전부터 사전 섭외를 진행하고, 현지 촬영 2주, 후반 작업 2주, 그리고 방송에 1주, 다음 작품 준비에 2주… , 이런 식으로 일정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실제 여행에 가장 근접한 동선과 느낌을 살리기 위해 (물론 제작비도 절감하기 위해 ^^) 취재팀은 최소의 인원으로 구성됩니다. 출연자, 연출자, 카메라 감독 보통 이렇게 3명이 호흡을 맞추게 되지요. 현지에서는 아이템별로 통역이나 현지사정에 밝은 가이드가 결합하게 됩니다.

 
 

 

촬영하다 보면 여러 가지 돌발상황이 많이 발생할 텐데요. 가장 당황스러웠던 사건, 사고는 무엇이었나요? 그리고 가장 운이 좋았다고 생각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함께 알려주세요.

 

2003년에 아프리카 수단 남부의 내전 지역 취재를 간 적이 있었습니다. 반군에 의해 육로가 차단되어 비행기가 유일한 외부로의 교통수단인 곳이었는데요, 긴장 속에서 취재를 다 마치고 돌아갈 때가 되었는데, 비행기가 오다가 머리 위에서 기수를 돌려서 가버리는 겁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대통령 명령으로 급하게 수도를 방문하는 학생들을 수송하라고 해서 일정이 변경되었다고 하더라고요. 다음 비행기는 사흘 후에나 있을 예정이라고 하는데, 수도에서 못다 한 취재와 한국 돌아갈 일정을 생각하니 아득해져 왔습니다. 게다가 밤에도 45도를 넘나드는 더위 속에서, 마음 졸이며 사흘을 더 있어야 한다니…. 다행히 그 도시에서 알게 된 현지인들이 분통을 터뜨리며 백방으로 수소문해서, 그날 저녁 목재와 타이어를 싣고 수도로 향하는 수송기에 탈 수 있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때 쓰던 러시아제 폭격기를 개조한 것이라 전면이 유리로 되어 아래가 훤히 보이는 비행기였습니다만, 퍼스트 클래스가 따로 없었죠. 

 

가장 최근의 루마니아 취재에선 정말 우연히도, 취재 중 루마니아 대통령님과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북부의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인 마라무레슈에서, 1년 중 가장 성대하게 치르는 농업 시작 의식인 '튼자우아' 축제를 촬영하고 있었는데요, 지역사회의 높으신 분들이 긴장한 채로 줄 서 있고, 경찰 경계도 삼엄해서 누군가 중요한 인물이 오는 모양이다 생각하며 자리를 잡고 있었죠. 사복 차림에 귀에 리시버를 꽂은 남자가 자꾸 눈치를 주고 밀어내는데도 뻔뻔하게 버틴 결과, 현장에 있었던 루마니아 매체까지 통틀어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대통령님을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트라이안 버세스쿠 대통령님은 루마니아의 매력에 대해 우리 출연자와 예정에 없던 인터뷰까지 해 주셔서 고마울 따름이었습니다.

 
 
 

PD로서 시청률도 꼼꼼히 챙겨보실 텐데요. 제작하신 여행 다큐 중 기대 이상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던 작품은 무엇이었나요?

 

지난 4월 방송했던 <세계테마기행>의 볼리비아 4편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하나 등장하는데요. 수도 라파스의 변두리 지역인 알토, 그중에서도 시골에서 갓 올라온 빈민들이 정착하는 지역에 사는 한 모자(母子)의 이야기였습니다. 남편에게 버림받고 홀로 아이를 키우는 마누엘라 바르가스는 양과 돼지를 길러 내다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데요, 이웃 주민들과 목초지를 놓고 다툼이 있었습니다. 그 충돌이 애들 싸움으로 번져, 아들 산토스가 학교에서 다른 집 아이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1년이 지나도록 어지러움과 열을 호소한다는 이야기였어요. 

 

현지에서는 동행한 사진작가 김홍희 선생님이 모자의 사진을 찍어 사진틀에 넣어 약간의 생활비와 함께 전달하고 오는 데 그쳤지만, 방송을 보신 분들이 자발적으로 아이를 돕겠다고 나서셔서 현지의 한인회와 연결해 성금을 전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아이가 방학하는 대로 병원에 가서 원인치료를 받을 예정이고요, 다음 학년 때엔 성금을 모아 좀 더 친절한 동네로 이사를 할 수 있을 듯하답니다. 방송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계기였고, 모자가 다시 희망을 가지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 행복했습니다.

 
 
 

탁재형 님이 생각하시는 '성공적인 여행 다큐'가 갖춰야 할 핵심 요소는 무엇인지요?

 

소통할 수 있는 능력과 진정성인 것 같습니다. '여행 다큐멘터리'는 필연적으로 그 시기의 여행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존의 여행 다큐멘터리가 '이런 곳도 있다', '이런 곳이 좋다'라는 소개 위주였다면 지금은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행지를 좀 더 이해하고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가슴으로 소통하는 것이 큰 흐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여행 문화도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겠죠. 따뜻한 마음과 진정성을 담아, 현지와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시도들이 시청자들에게 더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처음 가보는 촬영지일 경우 사전 정보는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가장 애용하는 것은 '론리 플래닛'이라는 가이드북입니다. 영문판으로는 지구 상의 거의 모든 국가가 망라되어 있고, 지역별로 가장 재미있는 것들과 알고 보면 더 깊이 있게 접근할 수 있는 배경지식까지 잘 정리되어 있어서 애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촬영 계획이 무산되어서 아이템을 급하게 찾아야 했을 때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또한 현지인과의 대화 속에서 얻는 정보도 많은데요, 어쩌면 이것이 가장 직접적이고 확실한 정보이겠죠. 현지인 가이드와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그 안에서 재미있는 것이 나왔을 때엔 기존의 취재 일정을 변경하고 촬영하러 달려가기도 한답니다.

 
 
 

여행 다큐를 보면 현지인들과의 소통도 빼놓을 수 없는 이야깃거리인데요. 탁재형 님의 블로그에서도 그곳 사람들과의 따뜻한 추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현지인들 섭외는 주로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또한, 현지인들과 촬영을 진행할 때 주의하는 점은 무엇인지요?

 

취재의 특성상 그런 분들을 가기 전에 모두 섭외해놓고 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현장에 도착하면, 그곳의 생활 모습과 분위기를 가장 잘 전달해주실 수 있는 직업이나 조건을 가진 분을 현지인을 통해 찾아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2007년, 중국의 신장 위구르 지역을 취재했을 때에는 강바닥에서 옥을 찾는 사람들을 촬영하려고 적당한 가족을 찾아 사흘간 위룽카스 강변으로 출근한 적도 있습니다. 길거리에서의 우연한 만남이 취재로까지 연결되는 경우도 있지요. 여행 프로그램이라는 특성상, 그런 우연한 만남에 최대한 열려 있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지난번 <세계테마기행> 볼리비아 1편에서는 우연히 마주친 캐나다 여행객과의 만남이 프로그램의 주된 내용을 이루기도 했죠. 

 

현지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생활을 촬영할 때엔 그 사람들의 입장에서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그분들이 편하게 마음을 여실 수 있도록 친근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현지 사정이 아무리 열악하고, 아무리 몸이 피곤하다고 할지라도 웃으면서 촬영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죠. 그 웃음이 취재원들에게 전염되는 순간, 그 취재는 이미 성공한 거나 다름없습니다. 

 

 

 

 

  

다큐 작업에서 '연출'이란 어떤 것인가요? 여행 다큐 PD에게 '연출력' 외에 가장 필요한 역량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많은 분들이 다큐멘터리를 '가감이 없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의 기록'이라 생각하시지만 저는 조금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연출과 콘셉트가 없는, 말 그대로 현실의 한 허리를 잘라다가 놓은 듯한 다큐멘터리는 (물론 제작자의 공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충실한 기록이기는 해도 더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소통'과 '표현'의 관점에서는 외면받기 십상일 것입니다. 즉, 재미가 없을 것이란 이야기죠. '조각난 현실' 사이에 흐름과 인과를 부여해 그것을 '진실을 반영한 창작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연출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PD가 해야 할 몫은 거의 모든 것입니다. 

 

제작자와 연출자의 영역이 겹쳐 있는 '대한민국 PD'라는 직업의 특성상, 프로그램의 성패에 대한 PD의 책임은 무한에 가깝습니다. 그런 과정을 잘 헤치고 나아갈 수 있도록 필요한 역량은 끈기와 배려일 것입니다. 불확실성을 떠안고도 묵묵히 앞을 향해 나아가는 끈기, 그리고 많은 분들의 협업으로 이루어지는 방송의 과정 속에서 어느 한 사람 마음 상하지 않도록 신경 쓰는 배려심이야말로 PD의 필수요소인 듯합니다.

 
 
 

촬영할 땐 '정말 괜찮은 그림이다'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편집할 땐 과감히 버려야 하는 상황도 있을 것 같습니다. 편집하실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편집을 배울 때엔 버리는 것부터 배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좋은 편집을 위해서는 때로 아까운 그림이라도 빼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가장 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요소는, 그 그림이 '콘셉트, 즉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부합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영상 다큐멘터리도 결국에는 하나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그 이야기를 더 설득력 있게 해주고 돋보이게 해주는 그림인가, 아닌가'는 한 컷, 한 컷을 붙여나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입니다. 한 컷을 버릴 때마다 머릿속을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내가 이 그림을 얼마나 생고생해서 찍었고, 이 컷을 안 넣게 되면 이때 많은 도움을 주셨던 아무개 아저씨가 화를 낼 것 같고' 하는 망설임에서 자유로워질수록, 더 짧은 시간 안에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게 되는 것 같습니다.

 
 
 

탁재형 님만의 짐 싸는 노하우를 알려주세요. 꼭 챙겨가는 아이템은 무엇인가요?

 

'배낭은 비우고, 머릿속은 채우라'고 멋있게 말씀드릴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지만, 저도 그게 잘 안 됩니다. 현지 상황을 생각하면 이것도 있어야 할 것 같고, 저것도 있어야 할 것 같고, 그러다 보면 짐가방은 점점 더 커져만 가고…, 아직도 이런 딜레마에서 자유롭지는 못한데요, 그나마 도움이 되는 것은 항상 가져가는 것들일수록 리스트로 만들어 놓는 것입니다. 기준이 되는 것들의 리스트를 가지고 이번엔 이건 넣고, 이건 빼고 하는 식으로 짐을 챙기다 보면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 짐 자체의 양도 줄일 수 있습니다. 또 중요한 것을 빼먹고 안 가져가는 실수도 방지할 수 있죠. 

 

그리고 짐은 항상 한곳에 몰아서, 시야에 들어오는 곳에 놓는 것이 좋습니다. 이를테면 여행지 숙소에서 짐을 푼다고 이곳저곳에 흩어 놓았다가, 다시 짐을 싸서 그곳을 나올 때 다른 짐과 동떨어진 위치에 놓았던 것일수록 빠트리고 나오기가 쉽더라고요. 

 

꼭 챙겨가는 아이템이라면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고, '퀵서비스 가방'쯤으로 불러야 할 물건인데요, 오토바이 퀵서비스 하시는 분들이 애용하시는 조끼처럼 생긴 가방입니다. 군대에서 쓰는 탄약 주머니처럼 보이기도 하구요. 혼자 촬영까지 하는 경우도 많다 보니 격하게 움직여도 덜렁거리지 않고, 필요한 물건을 빨리 손에 쥘 수 있는 편의성을 갖춘 가방을 많이 찾게 되는데요, 사무실에 배달 온 퀵서비스 아저씨가 쓰시는 걸 보고 저거다 싶어 근 8년째 애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단점은 러시아나 중동처럼 테러 위협이 있는 곳을 가게 되면 가는 데마다 검문에 걸려서 시간을 지체하게 된다는 겁니다. 외관이 폭탄테러범 비슷해지거든요. 그리고 휴대용으로 어디든 걸 수 있는 빨랫줄도 늘 가지고 다니는 아이템 중 하납니다. ^^

 
 
 

이제까지 방문한 촬영지 중 개인적으로 또 한 번 가보고 싶은,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어딘지요? 이유도 궁금합니다.

 

아무리 이과수 폭포 같은 절경이라고 해도 촬영과 취재를 위해 가게 되면 그 아름다움을 보고 오는 것이 아니라 '아이템'을 보고 오는 꼴이 되어버려서, 기본적으로는 취재 때문에 방문했던 모든 곳을 카메라 없이 다시 가보고 싶은 게 꿈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다시 가고 싶은, 동시에 다시 가야 하는 곳을 고르라고 한다면 페루 쿠스코 근처의 '께로족'이 사는 오지마을 '끼꼬 그란데'일 텐데요, 

 

그곳엔 작년에 제가 취재 갔다가 결혼식 대부 역할을 맡는 바람에 저의 아들과 며느리가 된, 디오니시오와 리비아가 살고 있습니다. 둘은 7년간 함께 살고 두 아이를 낳았음에도, 마땅한 계기가 없어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저희 취재진이 들어간 것을 좋은 징조로 여기고 저에게 결혼식 대부가 되어 달라고 부탁해왔습니다. 결혼식 날, 촬영은 카메라 감독에게 맡겨 놓고 해가 질 때까지 그들 옆자리를 지켰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요, 어쩌면 내년쯤 페루를 다시 갈 기회가 있을 듯해서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국가별 여행을 벗어나 조금 다르게 구상하고 있는 '여행 테마' 같은 게 혹 있다면 어떤 건가요?

 

여행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문화 체험이 될 수도 있지만 큰 그림에서 보면 국가 간 부의 재분배가 되기도 하죠. 어떤 '나라'에서 그 나라에 사는 '사람들'로 관심이 넘어가면서, 내가 현지에서 쓰는 돈이 그 사람들의 형편을 나아지게 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느냐는 문제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습니다. 조금은 더 비싸고 불편할 수도 있을 테지만, 현지 사람들과 더 밀착된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여행 경비가 그대로 공동체의 수입으로 연결될 수 있는, '올바른 여행'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좀 더 아날로그적인 수단을 (이를테면 말이나 오토바이) 가지고 비교적 넓은 지역을 몸으로 맞부딪혀 가는, 그런 기획도 해보고 싶습니다.

 
 
 

블로거들은 자신의 관심사를 글로 남김으로써 감수성 및 정체성을 표출합니다. 탁재형 님이 최근 관심을 가지게 된 아이템 세 가지를 그 이유와 함께 소개해주세요.

 

관심이 있다기보다, 관심을 끊는 것이 어려운 것들인데 그 중 하나는 '증류주'입니다. 많은 곳을 돌아다니고, 많은 종류의 음식을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지역의 술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요, 어떤 재료를 발효시켜서 끓여 그 이슬을 모아 만든 증류주는 어느 곳을 가든 그 지역 음식 문화의 정점이라고 할 만합니다. 그리고 위스키와 코냑 이외에도 세상에는 향기롭고 독특한 증류주들이 넘쳐나는데, 우리는 너무 모르고 있기도 하고요. 저와 마음 맞는 몇 명이 함께 가끔 전 세계 주류를 뷔페로 마시고 행복의 나라로 떠나는 모임을 하고 있기도 한데, (일명 스피릿 브라더스라고 합니다. 여기서 스피릿은 증류주를 말하죠. ^^) 언젠가는 전 세계의 증류주를 가지고 복에 겨운 여행을 해볼 야심을 품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는 '모터사이클'입니다. 4년 전부터 출퇴근을 모터사이클로 하고 있는 라이더인데요, 엔진이 달린 교통수단 중에서 가장 아날로그적이면서, 이동하는 길과 가장 밀착되어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이 녀석들도 언젠가는 저의 영상에 써먹을 날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고양이'입니다. 귀엽잖아요!!! ^^

 
 

 

마지막으로 탁재형 님에게 블로그는 무엇인가요?

 

'앨범 속지'라고 말하고 싶네요. 가수는 음악으로 말하는 것처럼, 피디는 영상으로 말하는 거겠죠. 하지만, 때로는 그 이면에 더 많은 내용을 전달하고 싶은 것들도 있을 수 있고, 어쩔 땐 하소연을 하거나 푸념을 늘어놓고 싶어질 때도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럴 때 블로그는 LP 음반을 사면 들어 있던 속지처럼, 훌륭한 소통의 수단이 되는 것 같아요. (때로는 그 속지를 읽는 맛에 음반을 사기도 하니까요. ^^) 흥미진진한 속지처럼, 촬영 현장 이면의 못다 한 이야기들과 애환을 담은 블로그로 더 많은 분들을 만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