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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게 1달러는 무엇인가 - 6개국 시민들의 굴욕적이면서도 처절한 ‘1달러 획득 투쟁’을 찾아나서다

 

2006-11-11 오후 9:31:09

글주소 - http://blog.libro.co.kr/min72/529529

 

아시아에게 1달러는 무엇인가. 아시아 네트워크의 6개국 기자들이 각 나라에서 1달러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실험하며 각국의 경제 사정을 살펴보았다.


▣ 치앙마이= 정문태/ 국제분쟁 전문기자 · 아시아 네트워크 팀장

asianetwork@news.hani.co.kr

 

국민 평균 부채지수가 40% 이상 증가하는 동안 그 나라 최대 갑부인 탁신 총리란 자의 재산은 190억바트(약 5700억원)나 늘어났다. 연간 국민소득 2천달러 선인 나라가 세계 최대 벤츠 승용차 시장이라고 한다. 타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아시아 경제의 발목을 잡는 사람들

 

공식 환율로 미화 1달러당 6차트(Kyat)가 암시장에서는 거의 1천차트를 오르내리고, <한겨레21> 필자 가운데 한명인 옹 나잉(Aung Naing)이라는 기자에게 서울서 보낸 원고료는 1년이 가까워오지만 통장에 찍혀 나오지도 않는다. 이건 버마쪽 이야기다.

 

마하티르 전 말레이시아 총리 아들과 수카르노 푸트리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남편이 이권 개입으로 시민들 입에 오르내린다면, 직업도 없는 탁신 시나와트라 타이 총리 딸이 갑부 톱10에 올라 눈총을 사고도 있다.

 

또 부패지수 세계 최강을 다루는 보고서마다 어김없이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중국, 인도, 한국, 타이가 줄줄이 상위권을 독점해왔다. 부정부패 말만 나오면 어김없이 따라붙는 단골 메뉴가 있다. 아시아의 개발독재 시절 앞잡이였던 마르코스 필리핀 전 대통령이 스위스은행에 감춘 돈 이야기는 여전히 아시아의 미래, 그 발목을 질기게도 잡고 있다. 두 눈 뻔히 뜨고 입을 다문 수하르토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죽으라고 오리발을 내미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도 아시아 발목잡기에 한몫 단단히 해왔고.

 

또 있다. 북한, 이라크, 이란, 버마, 그 면면들은 미국에 얕잡아 보였거나 밉보여서 경제 봉쇄와 제재를 당한 나라들인데, 이런 것도 모조리 아시아 국가들 판이다.

 

거시든 미시든, 국내든 국제든 무슨 경제를 말하려고 보면 온갖 불명예란 불명예는 모조리 아시아 몫으로 돌아오고 만다. 그러다 보니 서양 사업가들과 맞서는 아시아 사업가들은 상당한 고충을 겪게 된다. 인도네시아-네덜란드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한 사업가는 아시아에 대한 빗나간 인상이 자기에게 되돌아와 곤욕을 치렀다며 분개했다.

 

도무지 “21세기 중심이 아시아로 옮겨오고 있다”는 말이 어느 구석을 둘러봐도 실감나지 않는다. 지어낸 말이거나 아니면 희망의 노래이거나, 이도저도 아니면 무슨 음모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절반이 넘는 시민이 극빈에 허덕이고, 절반이 넘는 시민이 1달러 미만으로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아시아를 둘러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서로 다른 가치를 지닌 그 1달러

 

이런 아시아에서 ‘1달러’는 과연 시민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녔을까? 이것이 이번주 ‘아시아 네트워크’의 고민이었다. 시민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천문학적 돈을 따지는 골치 아픈 경제 논리는 때려치우고, 실제로 시민들이 먹고사는 데 필요하고 또 가질 수 있는 만큼의 돈을 놓고 경제 사정을 둘러보자는 게 ‘아시아 네트워크’의 뜻이었다. 서울에서는 믿기 힘들지 몰라도 ‘아시아 네트워크’가 찾아낸 아시아의 그 현실감은 진정 1달러였다.

 

그리고 아시아의 비극은 그 1달러, 서로 다른 가치를 지닌 그 1달러 속에 숨어 있다는 쓰린 결론을 얻었다. 서울에선 아이들 비스킷 한개 값도 못 되는 그 1달러를 얻고자 아시아 시민들은 굴욕적인 수모를 당하며 처절한 ‘1달러 획득 전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가 아시아의 1달러를 이해하는 순간, 아시아도 우리의 1달러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소박한 마음을 담아 이번주 ‘아시아 네트워크’를 독자들께 올린다.

 


 

[1달러의경제학|싱가포르] 낄낄낄… 그것도 돈이냐?

경제 이야기

2006-11-11 오후 9:30:30

글주소 - http://blog.libro.co.kr/min72/529528

[1달러의경제학|싱가포르] 낄낄낄… 그것도 돈이냐?

 

파산자 속출하는 거대한 소비왕국 싱가포르에서 1달러는 어떠한 대접을 받았나

 

 

▣ 싱가포르= 글 · 사진 유니스 라오(Eunice Lau)

전 <스트레이츠타임스> 기자

 

취재를 위해 열 묶음으로 나눈 각 1.7싱가포르달러(US$1)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가 심각한 ‘쪽팔림’을 당했다. 낯선 이들에게 그 1.7싱가포르달러를 주고 원하는 물건을 사라고 한 뒤, 그들 속을 파보겠다는 내 뜻은 처음부터 낭만이었음이 드러났다. 나는 거의 울면서 1.7싱가포르달러를 쥐어주었지만 모두들 낄낄대며 도망쳤다. 나는 내 돈(사실은 <한겨레21>로부터 받은 취재비 10US$)을 받지 않는 시민들을 원망했다.

 

△ 싱가포르에서 1달러면 전철을 한번 탈 수 있고 국수를 먹을 수 있다. 한국 스낵과 일본에서 수입된 기자 수첩을 구입할 수 있다.

 

 

‘5C’라는 싱가포르 드림

 

20년 전 내 나이 8살 때, 싱가포르가 해마다 두 자릿수로 경제성장을 거듭하던 그 황금시절, 내가 실수로 20센트짜리 동전을 하수구에 떨어뜨리자 어머니는 그 무거운 덮개를 걷어내고 손을 더럽히며 동전을 건져올렸다. 어머니는 그냥 가자고 보채는 나를 잡아먹을 듯한 얼굴로 바라보며 “이것아, 동전도 돈이다!”는 충격적인 말을 했다. 집으로 돌아온 뒤, 어머니는 1시간이 넘도록 “오늘날 우리가 싱가포르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쩌고 저쩌고”를 늘어놓았다. 그 시절 싱가포르에는 비 내리는 날을 대비해서 열심히 저축하는 다람쥐란 놈을 마스코트로 내세운 저축장려운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싱가포르에는 그 다람쥐를 대신해서 은행원들이 ‘더 빠른 현금’ ‘값싼 대출’ ‘신용카드’를 외치며 싱가포르 드림을 선전하고 있다.

 

930억달러 경제, 1인당 국민총생산(GDP) 2만3700달러, 외환보유고 1천억달러…. 수치로만 보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별로 꿀릴 데가 없다. 비록 싱가포르가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야 콧구멍만 하더라도. 문제는 욕망이다. 고촉통 총리는 거세게 튀어오르는 중국에 빗대 “싱가포르 사람들은 겨우 배고프지 않을 정도일 뿐”이라고 끝없는 욕망을 드러냈다.

 

그런 가운데 ‘싱가포르 드림=5C’라는 거국적인 이념이 생겨났다. 자동차(Car), 현금(Cash), 크레디트카드(Credit card), 컨트리 클럽회원권(Country club membership), 콘도미니엄(Condominium).

 

 

 

자, 그러면 싱가포르에서 미국 돈 1달러로 뭘 살 수 있을까?

 

의사인 록(30)은 잠시 생각 끝에 그냥 그 돈을 갖고 있겠다고 결심했다. 1달러로 살 만한 게 마땅치 않은 탓이다. 내가 취재한 10명 가운데 남성 둘은 ‘마권’을, 여성 둘은 각각 빵 한 덩어리와 망고를, 또 둘은 배가 고픈지 ‘국수’와 ‘닭밥’을 사겠다고 했다. 나머지 한명은 포기했다. 너무 시시한 대답들만 쏟아져나와 내가 먼저 지쳐버린 탓이다.

 

통계에 따르면, 1995년 연간 개인 가처분소득에서 부채 비율이 118%이던 것이 2001년에는 174%로 폭증했다. 말할 나위 없이 파산이 속출하고 있다. 무리한 지출 때문이다.

 

쪼들린 닥터 록이 100만달러짜리 집을 은행에 잡히고도 프로젝터 텔레비전의 꿈을 꾸고 있다면, 나는 취재비로 쓰지 않은 그 1달러를 어떻게 하면 <한겨레21>에 돌려주지 않을까를 궁리하는 처량한 신세로 밤길을 걸었다.

 


 

[1달러의경제학|캄보디아] 공무원 일당 1달러의 사회

경제 이야기

2006-11-11 오후 9:30:06

글주소 - http://blog.libro.co.kr/min72/529527

[1달러의경제학|캄보디아] 공무원 일당 1달러의 사회

 

‘서류상 군인’ 10만명 존재하는 부정부패의 원조 대상국, 달러가 리엘 화폐보다 더 대접받으며 통용

 

 

▣ 프놈펜= 글 · 사진 푸 키아(Puy Kea)/ <교도통신 특파원>

 

지루한 내전과 정치적 혼란을 겪어온 캄보디아는 1990년대 초부터 국제 사회로부터 온갖 원조를 받아왔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유엔 보고서는 캄보디아 국민 1300만명 가운데 35~40%가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극빈자라 밝혀, 지난 10여년 동안 대캄보디아 원조가 ‘헛발질’이었음을 증명했다.

 

그런 캄보디아에서 1달러(4천리엘)는 중대한 지표가 된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인 캄보디아의 2004년 1인당 국민소득이 330달러에 그쳤다. 하루 1달러꼴이었던 셈이다. 또 선진국 시민들의 반나절 일당에도 못 미치는 캄보디아 공무원 월급 30달러는 하루 일당 1달러 사회를 상징하는 좋은 본보기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캄보디아 시민들은 미국 돈, 특히 자신들 삶과 가까이 있는 1달러 지폐를 캄보디아 돈 리엘(riel)보다 훨씬 더 가치로운 ‘물건’쯤으로 여겨왔다. 실제로 캄보디아에서는 미국 달러가 리엘보다 더 대접받으며 어디서든 통용되고 있다. 물론 리엘이 천덕꾸러기가 된 데는 몇 가지 사연이 있었다. 첫째는 인접국인 타이를 비롯해 이 세상 어느 나라에서도 리엘을 받아주지 않았던 탓이고, 둘째는 1970·1975·1993년처럼 정권이 바뀔 때마다 리엘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 프놈펜의 작은 시장에서도 달러가 통용된다.

 

 

“원조금을 차라리 나눠다오”

 

그렇게 해서 1달러는 농민이 85%에 이르는 캄보디아 사회에서 쌀이 되고 가솔린이 되고 물이 되고 또 옷이 된다. “1달러는 우리 식구 모두의 하루 생활비다.” 네 아이의 어머니이자 오토바이택시 운전사의 아내이기도 한 속 포브(43)는 “남편이 하루 1달러로 가솔린 2ℓ를 사서 하루 종일 프놈펜을 헤집고 다니면 고작 2.5달러(약 1만리엘)를 벌어온다”고 덧붙였다. 몇달 전부터 쌀과 가솔린 요금이 15~20%나 올라 죽을 맛이란다.

 

세계은행(WB)의 2003년 보고서는 부정부패와 관료정치 비용 그리고 법질서 허약성을 캄보디아 빈곤문제의 주적으로 규정했다. 이 보고서는 82%에 이르는 368개 회사들이 명백히 뇌물을 건넸고, 71%에 이르는 대규모 회사들이 빈번히 뇌물 건넨 사실을 암시했다고 밝혔다.

 

 

△ 오토바이 택시운전사 포브는 하루 1달러로 가솔린 2ℓ를 사서 하루 종일 2.5달러를 벌어온다고 한다.

 

총체적 부정부패는 또 있다. 현재 내전이 끝난 캄보디아에는 약 800명의 장군들이 있다. 그리고 그 장군들 아래 ‘서류상’ 군인이 10만명으로 기록돼 있다. 최소 3만~4만명은 얼굴 없는 ‘허깨비 군인’이다. 누군가가 1인당 월급을 빨아먹고자 수만 불려놓은 군인이란 뜻이다. 그렇게 돈이 어디론가 모조리 새버렸다. 그런 캄보디아에 남은 것은 ‘원조대상국’이라는 불명예와 세계 최빈국이라는 ‘부끄러움’뿐이다.

 

그래서 시민들은 차라리 그 원조금을 캄보디아의 600만명 성인 노동자들에게 해마다 100달러씩 직접 돌리자고 주장한다. 1달러에 목맨 시민들의 계산법을 누가 나무랄 수 있으리오!


 

[1달러의경제학|스리랑카] 평화협정은 기뻤다, 그러나…

경제 이야기

2006-11-11 오후 9:2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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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의경제학|스리랑카] 평화협정은 기뻤다, 그러나…

 

장밋빛 청사진에도 구호정책 실패로 팍팍한 서민생활 여전… 1달러 얻으면 먹을거리 향해 달려갈 것

 

 

▣ 콜롬보= 글 · 사진 수마두 위라와르네

(Sumadhu Weerawarne) <아일랜드> 기자

 

20년 내전은 스리랑카 경제를 엉망으로 만들어놓았다. 1983년 내전 돌입 이전 5년 동안 6~8%대에 이르던 경제성장률이 내전이 터지자 3~4%대로 떨어졌다. 2001년 들어서는 -1.5%대로 미끄러지고 말았다. 그 결과 시민들은 소득이 줄어들어 견디기 힘든 지경이 되었다. 이에 정부는 평화 회복에 온 신경을 쏟았다. 2002년 2월, 정부는 제3세력 중재자 노릇을 해온 노르웨이 정부 지원으로 스리랑카 북부와 서부 타밀족의 분리독립을 위해 싸워온 타밀타이거(LTTE)와 휴전협정을 맺었다. 그러자 스리랑카에는 곧장 장밋빛 경제전망이 쏟아졌다. 증권시장도 다시 활기를 띠었다. 외국인 관광 수익도 처음으로 50만달러를 넘어섰다.

 

 

 

왜 정부는 4월 총선에서 패했을까

 

 

△ 콜롬보에서 1달러면 이발을 할 수 있고 복권과 옷을 살 수 있으며, 릭샤를 탈 수 있다.

 

 

콜롬보에는 곧장 번영의 기운이 되살아났다. 스리랑카 정부는 그해 크리스마스 때 콜롬보 중심가에 형형색색의 전구를 내달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민들은 평화 복귀로 아무런 이익을 얻지 못했다. 정부는 시민들에게 좀더 인내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하며 경제성장이 10%대에 이를 밝은 미래를 제시하기에 바빴다.

 

문제는 가난한 시민들에게 더 이상 기다릴 만한 여유가 없다는 사실이다. 특히 연소득 940달러(한달 10만원꼴) 선에 허덕이는 시골 사람들에게 기다림이란 말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정부 공식통계에서 드러나듯이, 45%에 이르는 시민들이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실정임을 감안하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진다.

 

그러니 만약 누군가 시민들에게 현금 1달러를 거저 준다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먼저 먹을거리를 사는 데 그 돈을 쓸 것이다. 소득 불균형 심화로 1달러의 가치는 하늘과 땅 차이가 되고 말았다. 1달러가 상류층 식당에서는 한낱 차 한잔 거리지만, 바깥쪽 난전에서는 한 가족이 한끼를 충분히 때울 만한 채소를 살 수 있는 돈이니 말이다.

 

시민들은 파괴와 잔혹이 멈춘 사실을 분명히 기뻐하고 있다. 또 평화협정은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 더 이상 전투와 폭탄도 없다. 그러나 시민들은 더 나은 경제적 삶을 애원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국제 금융기관과 구호단체들의 실패한 지점을 엿볼 수 있다. 돈줄을 쥔 그이들은 가난한 시민들의 현재는 안중에도 없고, 다만 장기적인 경제구조 개선만이 국가와 시민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만 여기고 있다. 오늘날 먹을거리를 찾아 헤매는 대부분의 스리랑카 시민들에게 국가 경제 같은 말들은 압박일 뿐이다.

 

2002년 2월 성공적으로 휴전협정을 맺어 시민들의 염원이던 내전을 종식시킨 스리랑카 정부가 2004년 4월 총선에서 패한 채 물러났다. 시민들의 바람이 어디에 있는 걸까?

 


 

[1달러의경제학|인도네시아] 놈은 너무 힘이 세졌다

경제 이야기

2006-11-11 오후 9:2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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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의경제학|인도네시아] 놈은 너무 힘이 세졌다

 

2500루피아이던 1달러가 지금은 9천루피아로… 97년 맞았던 경제 위기에서 아직도 허우적

 

 

▣ 자카르타= 글 · 사진 아흐마드 타우픽(Ahmad Taufik)

시사주간지 <템포> 기자

 

자카르타 한복판에 사는 초등학교 4학년생 에어랑가(9)에게 1만루피아(1달러는 9천루피아)를 주었더니, 놈은 달려가서 공책을 샀다. 문방구 주인이 10개들이 한 묶음을 1만7500루피아라고 하자, 돈이 모자란 에어랑가는 1천루피아짜리 낱권을 하나 집어들었다. 에어랑가가 산 공책은 내가 초등학생 때 쓰던 것과 똑같은데, 그 시절에는 100루피아였다. 그 무렵 미국돈 1달러는 800루피아쯤 했다. 내 초등학교 시절 하루 용돈이 40~50루피아였다면, 요즘 에어랑가는 부모에게서 하루 2천루피아를 받는다.

 

2002년 아시아 최대부패국가의 영광!

 

 

△ 라면과 콜라, 공책, 비누를 살 수 있고 삼발이택시 '베모'를 탈 수 있는 1달러. 물가가 너무 올라 1달러의 가치가 상실됐다고 사람들은 입을 모았다.

 

 

두 아이를 키우는 산티(37)에게는 1달러꼴인 9천루피아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아휴, 1달러가 있으면 비누도 사고 양념도 사고, 살 게 너무 많지.”

 

청소부인 그는 허리가 끊어져라 하루 5km 거리를 쓰는 대가로 겨우 1만3천루피아를 얻는다며 한숨부터 지었다. 그의 말로는 10년 전엔 1만루피아만 있으면 가족들이 2주 동안 먹을 수 있는 쌀이 나왔단다. 지금 그 돈은 하루 거리밖에 안 된다.

 

오늘날 1달러에 해당하는 9천루피아는 그렇게 가치를 상실했다. 말할 것도 없이 물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사기 치지 않는 한, 인도네시아 시민증을 지닌 이라면 모두 고통을 겪고 있다고 보면 정확하다. 물론 하루 4만루피아(약 5달러)를 벌어 아내와 단둘이 먹고사는 데 까딱없다는 삼발이 택시 ‘베모’ 운전사 삼수딘(35) 같은 이는 “신이 가호를 내린” 경우고. 또 온 동네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는 옆집 쿠마이디(50)처럼 코리아-인도네시아 정부 합작 인성자원 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들이 한국에서 번 달러를 보내오는 경우야 대박이 터진, 그야말로 선택받은 이들일 뿐이고.

 

인도네시아 경제 문제는 1997년 위기가 왔을 때 잘 드러났다. 그 전에 1달러당 2500루피아이던 환율이 단 두어달 만에 1만6천루피아까지 떨어졌으니, 굳이 더 설명하고 말고 할 일도 없다. 그 무렵 함께 위기를 맞았던 아시아의 ‘파탄동지 국가들’이 비교적 재빨리 손을 썼던 것과 달리 인도네시아는 대책이 없었다. 정치위기가 함께 휘몰아쳤던 탓이다. 그 인도네시아판 경제위기와 정치위기는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부패다. 인도네시아와 방글라데시는 사이 좋게 2002년 아시아에서 최대 부패국가로 선정되었다. 인도네시아는 그 분야에서만은 국제적으로도 공인을 받았다. 악명 높은 부패국가 세네갈, 에티오피아, 말라위, 파키스탄, 잠비아를 모두 거뜬히 물리치면서. 지난 2년 동안 외국 투자자들이 인도네시아 정치 엘리트들에게 부패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라고 경고해온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어떤 놈이 부패로 시민을 괴롭히는지는 신만이 알지도 모른다. 시민들은 그 신의 품에 안겨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질 달러를 기다리는 것일까.

 


 

[1달러의경제학|버마] 그 돈은 하루생존의 지표!

경제 이야기

2006-11-11 오후 9:2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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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의경제학|버마] 그 돈은 하루생존의 지표!

 

다섯가족의 일주일치 쌀을 살 수 있는 1달러는 난민들에게 ‘충격적 기쁨’을 준다네

 

 

▣ 매솟(타이-버마 국경)= 글 · 사진 옹나잉(Aung Naing)

<네트워크 미디어그룹> 편집장

 

의사 월급이 10달러에 지나지 않는 사회에서 4천달러에 이르는 마사지용 의자가 팔릴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그건 바로 버마다. 지난 5월 말 판촉행사를 벌인 파나소닉 랑군 지점에서 이틀 만에 10개가 넘는 전기 마사지용 의자가 팔렸다.

버마에서는 1988년 민주화운동을 진압한 장군들이 엄청난 부를 축적한 대신 시민들은 누구 할 것 없이 날마다 더 가난해져왔다. 1천달러가 장군들에게 하잘것없는 숫자라면, 시민들에게는 1달러가 삶과 죽음을 가르는 ‘생존선’이 되었다. 그래서 수많은 시민들이 생존을 위해 다른 나라로 빠져나갔다.

 

 

1달러, 삶과 죽음 가르는 생존선

 

 

△ 타이-버마 국경의 난민들은 1달러로 1주일치 식량을 살 수 있다. 또 전통 약재, 버마산 엽궐련 50개들이 2통을 살 수 있고 불법 복제 CD로 버마영화를 보면서 향수를 달랠 수 있다.

 

 

국경을 접한 타이 정부나 관련단체들이 외국인 노동자 수를 100만~200만명으로 잡고 있는데, 그 대다수가 버마인이다. 특히 타이 북서부 매솟이라는 도시 한곳에만도 버마인 불법 이주자가 무려 4만명을 넘어섰다. 그러다 보니 “매솟은 버마인 불법 노동자들이 먹여 살리는 도시”란 말이 나돌 정도다. 매솟의 타이 업주들은 정부가 정한 일당 최저선 135바트(약 3.4달러)를 한참 밑도는 40바트(약 1달러)로 마음껏 버마인 불법 노동자들을 부릴 수 있다.

 

1달러는 타이-버마 국경에서 어떤 의미를 지닐까? “1달러는 버마인 불법 노동자들의 하루 생존을 가늠하는 지표다.” 매솟에 살고 있는 버마 반체제 운동가 먀윈은 1달러의 가치를 그렇게 표현했다. 1달러에 해당하는 타이돈 40바트는 버마-타이 국경지역에서 맥주 한병 값과 같은 액수다. 하루 종일 고된 일을 한 끝에 받아쥐는 1달러는 버마에 살면서 미얏소처럼 몇년 동안 맥주를 마셔보지 못한 이들에겐 ‘충격적’인 기쁨이 되는 돈이기도 하다.

 

국경 주부들에게 1달러는 가족의 건강과 같은 의미다. 모모와 같이 현대적인 서양 약품을 구입할 수 없는 이들에게 1달러는 삶에 중대한 의미를 지닌 전통 약재를 구할 수 있는 돈이다. 그에게 1달러, 40바트는 세 가지 전통 의약품 값으로 떠오른다. 20바트짜리 근육통 완화제, 8바트짜리 소화제 그리고 12바트짜리 생리통 치료제로. 만약 그에게 10바트가 더 있다면 기침약 하나가 더 붙는다. 일반적인 가정 상비약을 망라한 셈이다.

 

옷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에게 1달러는 주로 오후에 젊은이들이 즐겨 먹는 절인 찻잎 샐러드 한통과 똑같은 값이다. 또 남성 노동자들에게 1달러는 버마산 엽궐련 50개들이 2통을 살 수 있는 값이다. 계집아이 몬몬은 1달러로 ‘타나칼’이라는 전통 화장품을 살 수도 있지만, 가족을 생각해서 저녁 거리로 소시지볼 24개를 샀던 돈이다.

 

매솟에는 버마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전쟁과 정치적 박해를 피해 타이로 넘어온 수많은 난민들이 살고 있다. 난민들은 버마에서 건너온 불법 복제 CD로 버마 영화를 보면서 향수를 달래기도 하는데, 그게 1달러다. 이번 기사 취재를 위해 내가 카렌족 난민 젊은이에게 1달러를 쥐어주자, 그이는 지체 없이 달려가서 쌀 1kg을 샀다. “쌀 1kg은 우리 다섯 가족이 1주일을 먹을 수 있는 양이다.”

 

그렇게 1달러는 타이-버마 국경 불법 노동자들과 난민들에게 실로 엄청난 돈이었다.

 


 

[1달러의경제학|타이] 40바트, 하늘과 땅의 가치

기사입력 2004-07-21 05:19 | 최종수정 2004-07-21 05:19 

 

 

[한겨레] ‘국수 두 그릇에 밥 두 그릇’ 또는 쌀 1kg 살 수 있지만 유복한 자들에겐 아무 것도 아니더라 ▣ 방콕= 글 · 사진 프라윗 로자나프룩(Pravit Rojanaphruk)

 

<더 네이션> 기자 타이 사람들의 연간 평균소득이 2300달러쯤 된다고 하니 월평균으로 따져보면 200달러에 못 미친다. 원색적으로 표현하면 가진 자들은 점점 더 살이 찌고, 그렇지 못한 이들은 점점 더 말라비틀어지고, 그 사이에서 20%쯤 되는 중산층은 잘먹고 잘사는 그런 구조다. 지난해 타이 국내총생산(GDP)이 6.5% 늘어나는 동안 물가는 2.4% 올랐다.

 

그러면 타이에서 1달러로 뭘 할 수 있을까. 참고로 요즘 미국돈 1달러는 타이돈 약 40바트에 해당한다. 그 40바트로 먼저 머리를 식힐 750ml짜리 맥주 한병을 살 수 있을 테고, 제법 그럴듯한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마실 만하다. (요주의: 아메리칸 스타벅스는 절대 아니다. 그 곳은 기본이 50바트에서 출발한다.) 콘돔과 에이즈에 얽힌 1달러 좀 심각한 이들이라면 1달러로 품질 좋은 자스민향 쌀 1kg이나 달걀 12알을 살수 있다. 국수 두 그릇과 밥 두 그릇을 에어컨이 전혀 돌아가지 않는 길거리 좌판에서 먹을 수도 있다. 그러나 유복한 자들이라면 그 1달러는 정말로 아무것도 아닐 수가 있다.

 

 

 

 

근사한 일본 식당이나 이탈리아 식당에 드나들려면 두당 40달러쯤은 드는데, 대학 마친 타이 젊은이들의 월급이 150~350달러쯤 되니 그 1달러가 지닌 격차를 상상하고도 남을 일이다. 만약 졸업장이 없는 노동자라면 한달 동안 뼈빠지게 일해야 120달러를 손에 쥘 수 있는 형편이다.

 

타이의 은행가들이나 사업가들은 자신의 경쟁 상대인 일본이나 한국 사업가들에 비해 전혀 모자랄 것 없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 타이 사회가 일본이나 한국에 비해 생활비나 기타 서비스 비용이 매우 저렴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가히 기형적인 구조가 아닐 수 없다. 웬만큼 먹고사는 중산층도,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가정부에 운전사와 정원사까지 거느리는 게 타이의 현실이다.

 

사회 밑바닥은 이주노동자들로 채워지고 있다. 대부분 버마인인 외국 노동자들은 100달러에도 못 미치는 월급을 받으며 이른바 ‘더럽고’ ‘위험한’ 타이 경제 전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여성 불법 이주자들은 타이 섹스산업의 첨병으로 전락했다. 그런 가운데 타이 북부 지역에서 일하는 외국인 여성 불법 노동자들 사이에 에이즈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당 50~60바트를 받는 일부 외국인 여성들이 세개들이 한통에 40바트나 하는 콘돔을 구입해서 안전한 섹스를 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모순이었다.

 

방콕으로 되돌아와도 한숨은 쉽사리 걷히지 않는다. 방콕의 대중교통 수단이라고 자랑하는 ‘스카이트레인’의 표값은 1달러에도 못 미치지만, 그마저도 가난한 이들에겐 하늘의 뜬구름일 뿐이다. 이 ‘대중교통’이란 놈을 활용할 수 있는 시민이 20%에도 못 미친다. 대부분의 타이 시민들에게 1달러는 여전히 엄청난 의미를 지녔다는 뜻이다. 그 1달러에 목숨이 걸려 있고, 그 1달러가 한끼 양식이 되기도 하는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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