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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차(Tea) 입문기와 진지한 첫 홍차 시음기 : 아마드 스트로베리 블랙티 | Ahmad Tea - Strawberry Black Tea
Olivia올리비아 2021. 11. 21. 14:24
나의 차(Tea) 입문기
무엇인가를 꼭 마음에 굳게 결심하고 행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홍차를 진지하게 느껴보고 경험해보고 싶어졌다. 홍차에 관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홍차.. 어릴 적 멋모르고 홍차 티백을 물에 오래 담가 색이 잔뜩 진해진 홍차를 마셔보고선 그 씁쓸함에 놀라고.. 홍차의 타닌 성분 때문인지 머리도 아프고 속도 쓰림을 경험하고선 홍차보다는 커피에 더 손이 많이 갔었다. 때문에 홍차는 아주 가끔씩.. 커피가 지루할 때만 마시는 음료가 되었고, 꼭 홍차가 아니더라도 난 이상하게도 차를 즐겨 마시진 않았다. 그래도 가끔 가다 차가 생각나거나 마시게 될 때는.. 커피가 지루할 때.. 차 중에서 별다른 선택권이 없을 때.. 그냥 누군가가 끓여 줬을 때.. 그냥 누군가가 건넸을 때.. 아니면 타국에서의 낯선 물맛을 중화시킬 때 정도?
이렇게 차에 관심이 없는 나였지만, 2010년 인도에서의 1년을 보내며 난 차에 대한 많은 관심이 생겼다. 우유를 넣어 끓여낸 Chai(짜이)를 마시는 것이 일상 생활인 인도인들과, 추운 기후 때문인지 차를 가까이 하고 사는 티벳인들.. 그들 덕분에 난 다양한 종류의 티를 만나게 됐다.
달디 단, 향신료가 들어간 뜨거운 짜이는 뜨거운 한 낮의 태양 아래 더위로 인해 떨어진 나의 기력을 끌어올려 주는 에너지 보충제였고, 허브와 약초 등을 블렌딩하여 만든 Tibetan herbal tea는 다람살라(Dharamshala)의 추운 기후 속에서 나의 몸을 녹여주는 따뜻한 차였다. 그 외에도 Amdo tea, Ginger Lemon Honey tea 등 다양한 종류의 차를 접하며 차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글을 쓰다 보니 인도와 티벳의 차에 대한 글도 앞으로 써봐야겠다. 할 이야기도,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다.)
그러다가 차를 직접 사서 마셔야겠다고 생각이 든 것은 인도의 다람살라에서였다. 난 그곳에서 지냈던 3개월 동안 평소 잘 마시지 않았던 뜨거운 물을 자주 마셨다. 매서운 날씨에 난방 설비가 없는 게스트 하우스에 머무르다 보니 뜨거운 물이라도 마시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추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냥 뜨거운 맹물만 마시려니.. 냄새와 향에 민감한 나는 티베트인들이 냄비에 그냥 끓여낸 맹물을 마실 수가 없었다. 그들이 물을 끓일 때는 물을 끓이는 전용 냄비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각종 고기나 채소 등을 삶아 낸 냄비에 물을 끓였기 때문에 물에서 때때로 음식 냄새가 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난 인도에서 파는, 1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물이 끓는 전열 기구를 구입해서 물을 끓여 마시곤 했는데 그 기구가 전기도 잘 오를 뿐더러 고무 부분이 자꾸 타서 여러 번 사야 하거나 고쳐야 했기 때문에.. 결국은 게스트 하우스 부엌에 있는 보온병에 든 뜨거운 물을 자주 마시게 되었다.
그런데 물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도 냄새이거니와.. 그냥 맹물을 마신다는 것이 아무리 추워도 쉽진 않았다. 그래서 결국 생각해낸 것이 티백 차를 마시는 것이었다. 2007년 가족 해외여행을 갈때 어머니께서 챙기시던 것 중 하나가 녹차 티백이었다. 유럽의 물은 석회질이 많고 물 맛이 좋지 않기 때문에 녹차 티백을 넣어 우려 마시면 그래도 물을 잘 마실 수 있다는 어머니의 아이디어가 갑자기 생각나서 나도 티백을 사서 물을 마셔보기로 했다. 그래서 자원활동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오던 길에 여러 가게를 돌아보며 앞으로 마시게 될 티를 골라보기로 했다.
수많은 종류의 티 중에서 내 눈에 띈 티는 바로 이것이었다. Organic India의 Sweet Lemon Tea.
내가 처음으로 내 돈 주고 산 첫번째 Tea였다.그냥 lemon도 아니고 sweet lemon이라길래, 얼마나 sweet한지 먹어보자. 라는 심정으로 산 티였다. (다시 생각해보니 아주 첫번째는 아니구나.. 한국에서도 율무차, 허브차 등 그래도 티를 구입하긴 했었지.. 그래도 차에 대한 심각한 생각을 하고 산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Tea를 마시면 난 왠지.. 속이 쓰리다고 해야 하나.. 이상하게 머리도 아픈 것 같고.. 어릴 적 두유를 마실 때도 그런 느낌이 들었었는데.. 아무튼 그래서 티를 별로 안 좋아했었는데, 생존(?)을 위해 이렇게 티를 난생 처음 구입하게 되었고.. 포장을 뜯어 마셔보니..!!
와~ 이렇게 달콤하고 맛잇을수가! 일단 상큼하면서도 부드러움 레몬 향에 취했고 달콤한 맛에 반했다. 와~~ 티란 이런 것이구나! 정말 포장에 씌여 있는대로 차의 향과 맛이 심신을 안정시켜 주다니.. 차라는 것이 이런 존재구나...
프롤로그가 길었는데.. 아무튼 차에 대한 관심은 이렇게 시작되었고, 그 후로 난 Twinings의 Assam, English breakfast tea 등 여러 종류의 차들을 접하기 시작했고 한국에 귀국해서도 여전히 추운 기후에 차 생각이 간절했던 나는 인도에서 사 온 masala chai tea나 Organic india의 Tulsi tea부터 시작하여 집에 굴러다니던 저렴한 홍차 티백, 동생이 맛있어하며 잘 먹는 Rooibos tea 등 여러 종류의 티들을 많이 마셨다.
차를 많이 마시다 보니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차를 즐기고 있는지 궁금해져 문득 오래 전 가입해 두었던 인터넷 홍차 동호회를 들어가 이것저것 검색해 보게 되었다. 사실 그 홍차 동호회에 가입하게 된 것은 [스콘 연구회]라는 게시판 때문이었다. 2년 전이었나.. 당시 베이킹에 한창 열을 올리며 스콘의 매력에 푹 빠졌던 나는, 우연히 스콘 연구회라는 것을 발견하고선 카페에 가입하게 되었던 것이다. 홍차가 아니라 스콘 때문에. 그래서인지 이 카페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진 못했다. 나에겐 스콘이 먼저, 홍차는 나중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와.. 그런데 차에 대한 관심으로 접근하니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시음기를 매일 같이 열심히 남기고 홍차 분양을 하고 교환하는 모습을 보니 홍차가 매력적이긴 한가보다.. 싶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학교 도서관에 갔는데 어떤 책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날마다, 홍차>. 이 책을 읽으니 시종일관 홍차에 대한 애정 어린 저자의 시선이 느껴졌다. 홍차가 얼마나 매력적이면.. 자신의 가게까지 차리고 차 맛을 손님들에게까지 보이고 싶어할까?그렇게 저자의 홍차에 대한 사랑과 애정은 내 마음 깊숙이까지 들어왔고, 홍차에 대해서 더 알고 싶고 더 경험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빌린 두번째 책은 <홍차, 느리게 매혹되다>. 이 책은 처음부터 너무 깊이 있는 내용에 좀 낯설고 어려운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저자의 홍차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느껴졌고, 나도 홍차라는 것을 즐기고 사랑하며 삶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이 책을 열심히 정독하며 공부하고 싶었고 티 클래스에 들어가서 차를 정식으로 배워보고 싶아는 생각까지 들었다.
수많은 종류의 홍차, 수많은 종류의 맛과 빛깔.. 홍차들의 조합.. 그리고 홍차를 즐기는 시간.. 홍차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결국 나에 대한 관심을 갖고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이다. 이 생각을 갖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정확히 '맛'에 대해서) 얼마 전 관람했던 <어둠 속의 대화>였다. 어둠 속에서의 tasting이 내게 큰 자극이 되었기 때문이다. 어둠 속에서 시각과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배제하고 오로지 미각을 이용해서만 마셨던 음료수는 내게 맛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심어 주었다. 와.. 시각과 브랜드에 대한 정보(또는 편견)가 맛에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구나.. 이렇게 '맛'에 큰 매력을 느낀 난 세상의 여러 가지 맛을 경험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는데 항상 소화불량이다 보니 다른 음식으로는 그게 좀 어렵고.. 그렇다면 차부터 시작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홍차 동호회에 하루에도 여러 차례 들어가보며 홍차에 대한 공부를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공부만 하다 보니 홍차 시음에 대한 갈증이 느껴지는 것도 당연지사. 그런데 어떤 차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막막해 하고 있는데 마침 'EJ'님이란 분이 홍차 분양 글을 내셨다. 용기 있게 손 번쩍! 들었는데 정식으로 당첨된 것은 아니었지만 친절하시고 마음 씀씀이가 넓으신 EJ님께서 나에게도 소소한 분양을 해 주시겠단다^^ 그래서 감사한 마음으로 홍차를 기다렸고 몇일 뒤 홍차가 내게 도착했다.
EJ님으로부터 온 홍차와 간식:) 다시 한번 EJ님께 감사합니다!! :D
4 종류의 티와 초코 바 간식이 도착했다.
편지 봉투를 뜯으려는데 뜯기도 전에 기분 좋은 딸기 향이 풍겼다. 이렇게 풍긴 딸기 향은 TO HAUS의 Valentine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AHMAD의 Strawberry 때문이었을까?
TO HAUS의 Valentine. 왠지 딸기맛이 날 것만 같은 Tea.
Stash의 cream caramel decaf tea. 달콤한 카라멜 향이 가득할 것 같은 Tea.
AHMAD의 Strawberry balck tea. 포장지 색만큼 수색이 참 고울 것 같은 Tea.
설록의 향기로 핀 쟈스민. 은은한 쟈스민 향이 기분 좋을 것 같은 Tea.
나의 진지한 첫 홍차 시음기
위 4가지 차 중에서 가장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아마드(AHMAD)의 스트로베리 블랙티(Strawberry Black Tea)였다. 포장지의 붉은 색상이 참 예뻤고 곧 있으면 봄이 오는데.. 봄에 잘 어울릴 것 같은 티라고 해야 할까나~
일요일, 바로 오늘 아침. 입맛이 없어 커피 한잔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런데 커피잔은 비어가고.. 슬슬 허기는 밀려오나 여전히 먹고 싶은게 없었 차에 갑자기 번뜩 떠올랐던 것은 바로 이 TEA. 여유가 있을 때 찬찬히 음미하고 싶어 아껴 두었던 tea였는데 적당히 허기도 느껴지는 지금 이 시점이 바로 적기다 싶어 꺼내 마셔봤다.
200ml 정도 물을 끓여 잔에 넣고.. 홍차 티백을 넣었다.
홍차가 맛있게 우러나길 기다리는 시간:)
초록의 잎사귀들 배경에 Strawberry라 씌어진 상표가 참 예뻤다.
티백 봉투처럼 이런 수색이 날까? 궁금궁금~ 두근두근!
2분이 조금 지나 뚜껑을 열어보니~ 기분 좋은 딸기 향이 확~ 풍겨 올라왔다.
수색은 상상했던 것과는 다른 어두운 색이었다. 검붉은 색이랄까.. 짙은 갈색이 도는 붉은 색.
차의 첫번째 향은 딸기 향, 좀 더 잔에 코를 가까이 하자 홍차 특유의 쌉쌀한 향이 올라왔다.
맛은?홍차 특유의 삽쌀한 맛이 첫 인상으로 다가왔다. 그리 강하진 않지만 말이다. 그러나 홍차를 목에 넘길 때 혀 뿌리에서 느껴지는 맛은 딸기 향.. 맛이라기보다는 향이 났다.
계속 마시다 보니 나중에는 홍차 특유의 습쓸함과 딸기 향이 부드럽게 어우러졌다. 마시면 마실수록 기분 좋아지는 차:)
홍차를 진지하게 시음하다 보니 홍차 시음 노트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연필을 들었다.
날짜와 시간, 홍차 이름을 적고 홍차의 맛과 향, 색, 느껴지는 점들을 자유롭게 적었다. 짧게 적고 끝날 줄 알았는데.. 적다 보니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왜 홍차에 관심이 생겼고 앞으로 어떻게 즐기고 싶은지까지.
시음기를 적는 내내 딸기 향이 계속 은은하게 피어 올랐다. 그런데 약간은 인공향이 난다고 해야 할까.. 가향차인가?향만 첨가했다고 하기엔 좀 깊은 향이 나지만.. 아주 천연의 향은 아니었다.
진지하게 설레이는 마음으로 첫 시음을 한 홍차라서 기억해두고 싶은 홍차. 그래서 포장과 라벨을 붙여봤다.
열심히 홍차에 빠져보련다. 첫 홍차를 이렇게 생각하며, 음미하며 마시니 기분이 참 좋았고 이 시간이 행복했다.
홍차가 주는 행복.. 홍차를 마심으로써 오로지 나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 홍차를 마시는 시간은 맛, 색, 향 등을 느끼며 나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기에 나를 발견해 나가는, 나를 사랑하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난 이 즐거움과 행복을 죽을 때까지 느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학교 생활이 지치고, 삶이 힘들때면 잠시 멈춰 서서 마시는 홍차가 내게 큰 기쁨과 위안과 행복이 될 것만 같다.
나는 벌써 홍차와의 사랑에 빠진 것 같다. ♡
6 Mar 2011
아마드 티 스트로베리 센세이션 티백 홍차
(Ahmad Tea - Strawberry Sensation)
https://link.coupang.com/a/p64AJ
아마드 티의 스트로베리 블랙 티가 그간 '스트로베리 센세이션'으로 이름이 바뀌고 포장도 리뉴얼 되었습니다.
바디감이 있는 실론차(Ceylon Tea)를 베이스로 하여 딸기향을 블렌딩한 부드러운 홍차입니다.
딸기 향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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