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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영화 | 파나(Fanaa, 2006) - 카슈미르의 독립을 원하는 테러리스트와 앞을 볼 수 없는 여자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
Olivia올리비아 2021. 12. 7. 17:58인도 영화 - 파나(Fanaa, 2006) : 카슈미르(Kashmir) 분쟁이 배경인 영화
인도와 한국은 공통점이 있다. (이미지는 광복절날 Google 들어갔다가 반가워서 가져와봤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독립 기념일이 8월 15일로 같은 인도와 한국. 이 두 나라의 독립 기념일을 기념하기 위해 한.인 교류회(Indo - Korea Foundation)에서는 <두 나라, 한 기쁨 - Two Nations, One Shared Joy>라는 주제로, 한국, 인도 - 광복절 축하, 합동 기념 및 공연 행사를 열었다.
행사는 Part 1, 2 3으로 나눠서 각각 인도영화 상영, 인도 대사 환영사, 광복절 축하 공연으로 이루어졌다. Part 3 공연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Manojaay Dbral 선생님도 Kathak Dance가 예정되어 있어.. 평소 선생님의 까딱춤 실력이 궁금했던 난 이 행사 자리를 미리 예약했었다.
그런데.. 광복절 새벽에 잠을 제대로 한잠도 못 잤었고.. 아침에 잠깐 자야지.. 싶었는데.. 일어나 보니 어느새 시간은 Part 1 인도영화 상영 - <Fanaa 파나>가 시작 시간을 넘긴 시각.. 영화든, 드라마든, 만화책이든 처음부터 봐야만 볼 수 있는 나는 결국 영화 상영회에 가지 못했고 인터넷으로 파나 영상을 구할 수 있는지 열심히 알아봤다. 그리고는 성공적으로 영화를 다운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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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행사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 보기 시작한 인도영화 <Fanaa 파나>. 밤시간에 2시간 40분이라는 긴 영화를 봐야하는.. 다소 부담스러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왠지.. 이 영화를 꼭 봐야만 할 것 같았다.
평소 컴퓨터로 혼자서 뭔가의 영상을 보노라면.. 꼭 영상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영상을 틀어놓고 이런저런 컴퓨터 작업을 하는 습관이 있는데.. 이 영화는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도 딴 짓을 하지 않고 집중해서 본, 정말 '최고의 영화'였다! 그래서 바로 감상 후기를 쓰고 싶었는데.. 영화에 대해서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너무나 많은 내용들이 머리에 들어왔었고.. 이제서야 이렇게 글을 쓰게 된다.
Fanaa (Hindi: फ़ना, Urdu: فناء, English: Destroyed in love. 2006)
지난 여행을 회상하면서...
나는 지난 2010년 하반기에 여름에만 길이 열린다는 북인도 여행 계획을 짜려고 책도 보고 웹검색도 하면서, Srinagar(스리나가르), Leh(레) 등 잠무.까슈미르, 라다크 지방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했었다. 특히 Srinagar의 아름다운 Dal lake(달 호수) 위의 하우스보트에서 지내는 것은 누구나 꿈꿀법한 환상적인 로망이다. 그런데 가이드북들에는 이 지역은 힌두교, 이슬람교의 위험한 종교 갈등 분쟁 지역이고, 외국인을 겨냥한 테러도 자주 발생하니 웬만하면 가지 않는 것을 권한다고 씌어 있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는 방법이랑 숙소 등이 자세히 나와 있는 것은 또 뭐람... 아예 정보 제공 자체를 해주지를 말던가!!) Lonely planet 책에는 잠무.카슈미르 지역의 뉴스를 보도하는 몇 개의 웹사이트를 알려주면서, 이 지역을 굳이 여행하려면 지금 현재의 정세와 안전 여부를 확인하고 떠나라고 겁을 주었다.
혼자 여행할 계획이었던 나는.. 길도 험하고, 가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또 언제 테러리스트들의 표적이 될지 모르는 이 여행길을 쉽사리 결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정말로 이 지역을 가고 싶었기에.. 잠무 쪽으로 해서 스리나가르로 올라가는 루트를 생각하다가.. 나중에는 조금 더 안정적으로 보이는, 레에서 스리나가르로 이동하는 루트로 계획을 변경했었다.
그러나... 작년 8월, 내가 Shimla(쉼라)에 있을 때 인도 TV에서는 심심치 않게 홍수 뉴스를 많이 보도하고 있었다. 나는 '몬순 시기니까 이런 일도 있구나..' 싶었는데, Shimla(쉼라)에서 Manali(마날리)를 거쳐 Leh(레)로 올라갈 계획을 세우고 있던 나는.. 특히 Leh를 엄청 기대하고 있었던 나는... 한 인도인에게 Leh에 대해 물었었는데.. 그 사람이 깜짝 놀라면서, 거기 홍수가 나서 지금 난리라고.. 위험하니까 물이 빠지면 가라고 나를 극구 말렸다.
그랬다. 알고 보니 그 커다란 홍수가 난 지역은.. 평소에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건조 지역인 Leh 레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 지역에 70여년만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져서.. 대부분 흙으로 지어진 가옥들은 이 비에 속수무책 없이 휩쓸려 내려갔고.. 수많은 인명피해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마날리까지만 올라갔다가.. 라다크 지방은 가지 못하고 Dharamsala(다람살라)로 우회해야만 했었던터라.. 결국 잠무.까슈미르 지방 여행계획은 아쉽게도 접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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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나가르와 레 이야기가 길었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 영화의 배경이 바로 힌두, 이슬람교의 종교 갈등으로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Jammu.Kashmir(잠무.카슈미르) 지역이기 때문이다. 왜 이 지역에서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면 영화를 이해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된다.
카슈미르 분쟁 (Kashmir Conflict)
카슈미르는 인도 북부, 파키스탄 북동부 국경의 히말라야 산맥의 서쪽에 위치하며 대부분의 주민은 이슬람교도들이다. 원래 한 나라였던 인도와 파키스탄은 18세기 영국식민지로 전락했었고.. 1947년 8월 인도가 영국에서 독립할 때 파키스탄도 인도에서 분리 독립되었으나, 카슈미르 지역의 귀속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상태였다. 결국 당시 카슈미르의 통치자였던 하리 싱은 인도로부터 각종 원조를 제공받는 댓가로 인도편입 조약에 서명하게 되었고.. 파키스탄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1947년 10월 양국간 1차 전쟁이 발발, 인도-파키스탄 간의 갈등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카슈미르 지역 내에서도 카슈미르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이슬람교도들은 소수인 인도의 힌두교도의 통치권 행사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카슈미르의 독립, 또는 파키스탄으로의 병합을 요구하며 잠무.카슈미르 주(州) 안에서 끊임 없는 테러와 폭동, 게릴라전이 벌였고, 파키스탄 등 범회교권에서는 이들의 봉기를 측면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종교를 찾아 국경을 넘다 희생당하는 국민이 많아지고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게 되었다.
한마디로 1947년 영국으로부터 분리 독립한 인도와 파키스탄은 카슈미르 지역을 둘러싸고 영토분쟁을 벌여왔다. 유엔의 정전감시활동으로 인도-파키스탄 통제선은 비교적 평온하지만, 카슈미르 내에서는 이슬람교와 힌두교의 반목과 대립으로 테러와 폭동, 게릴라전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며.. 인도와 파키스탄은 이 지역이 서로 자기 땅이라면서 싸우고 있는 것이다. 파키스탄은 유엔 결의안에 따라 주민투표로 카슈미르 장래를 결정하자는 입장이고, 인도는 분리할 수 없는 고유 영토라며 맞서고 있다.
현재 인도와 파키스탄은 경쟁적으로 핵무기 실험을 지속하고 있어 국제사회는 핵전쟁 발생을 우려하고 있다. 그래서 국제사회는 양국 간 긴장완화를 위한 중재 노력을 지속 중이며, 2003년 11월에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분쟁지역인 카슈미르 국경선 일대에서 전면 휴전에 들어가기로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후에도 양측간 무력충돌이 벌어져 수십명이 사망하는 인명피해는 계속되어 왔다. 지속적인 평화 협상으로 2004년 6월, 양국은 대사급 외교관계를 복원했으며, 2005년 4월엔 카슈미르 지역의 인도-파키스탄 사이를 잇는 버스 노선이 개통되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은 아직까지도 긴장감 감도는 분쟁 지역이다. 내가 이곳을 여행하려고 마음 먹었던 지난 2010년 7월까지도, 뉴스나 신문에서 이 지역의 테러 소식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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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슈미르 분쟁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 Fanaa(파나)
이 영화는 이런 카슈미르 지역의 분쟁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남자 주인공인 Rehan(레한)은 카슈미르 지역의 독립을 원하는 테러리스트인데, 독립을 위한 위장근무 중 시력을 잃어 앞을 보지 못하는 Zoonie(주니)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레한은 자신을 사랑하는 주니와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게 되고...
레한과 함께 병원을 찾은 주니는 의사로부터 수술로 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기적 같은 말을 듣는다.
수술 당일, 레한은 주니가 수술받는 동안 기차역으로 주니의 부모님을 마중하러 나가고.. 주니가 수술에서 깨어나자.. 주니의 눈 앞에는 오직 주니의 부모님만이.....
레한은 당일 벌어진 테러의 희생자로 사망 처리되어 주니가 떠 준 스웨터 조각을 유품으로 남긴 시체로 나타나게 된다. 주니는 자신의 부모님을 마중 하려다가 사망한 레한에 대한 엄청난 죄책감을 안고 카슈미르로 돌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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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전반까지는 이렇게 주니와 레한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펼쳐지다가.. intermission을 기점으로 후반부에는 긴장감 넘치는 테러리스트와 Anti terrorist 당국과의 신경전이 벌어진다.
태국 방콕 공항에서 할아버지와 전화 통화를 하며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 레한. 그는 죽지 않았다.
레한은 주니를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고 달성하기 위해 자신을 주니 앞에 죽은 사람으로 위장했던 것이다. 레한은 주니의 사진을 찢어 날려버리며 주니와의 추억은 과감하게 묻어버린다.
그러나 이게 웬 운명의 장난인가.. 7년 후, 카슈미르의 독립을 위해, 테러(인도와 파키스탄을 위협하기 위한)의 핵심 장치인 뇌관(detonater or eletronic "trigger" device)을 훔쳐오는 임무를 수행하다가 레한은 부상을 당하게 되고.. 함께 작전을 수행하던 할아버지와 무전까지 끊기자 어느 한 외딴 집을 찾아 문을 두들기고는..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
정신을 차리고 나자, 그의 눈 앞엔 주니의 아버지, 주니, 그리고 그와 똑같은 이름을 지닌 그의 아들 '레한'이 있다. 주니는 시력을 되찾고 레한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으므로 부상당한 채 자신의 앞에 나타난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하지만 폭설로 인해 레한이 주니의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레한의 정체는 밝혀졌고... 레한은 주니 앞에서 자신이 7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 왜 주니 앞에 죽은 사람으로 나타나야 했는지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주니는 자신 때문에 레한이 죽었다는 죄책감으로 고생했던 지난 날을 바라보며, 레한에 대해 심한 배신감을 느끼지만.. 곧 자신이 얼마나 레한을 사랑하는지를 깨닫고 그녀의 아버지 앞에서 레한과 간단한 웨딩 세레모니를 올린다.
그러나.. 조국을 위험에 빠뜨릴 테러리스트와 테러의 핵심 장치인 뇌관을 찾는다는 언론 보도에.. 주니의 아버지와 주니는 각각 레한의 존재를 알아채게 된다. 하지만 레한에게 총을 쏘려던 주니 아버지를 막으려다가.. 레한은 실수로 주니 아버지를 낭떠러지에 밀쳐.. 주니의 아버지는 죽게 된다.
한편, 집 근처의 얼음이 언 강 위에서 어린 레한과의 시간을 보내고 있던 주니는.. 얼음 아래로 둥둥 떠내려가는 아버지의 시체를 발견하게 되고.. 레한이 아버지를 죽였다고 생각하게 된다. 레한의 가방에서 뇌관을 발견한 주니는 레한이 당국에서 찾는 테러리스트라는 사실을 알아채게 되고.. 주니는 이런 레한을 막기 위해서 뇌관을 가지고 자신의 아들과 피신하여 경찰(?)에 신고를 한다. 경찰이 도착하기 전 레한은 주니를 찾게 되고.. New Delhi를 통채로 날려버릴 위력의 테러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 단지 인도와 파키스탄을 협박하기 위할 수단일 뿐이라며 뇌관을 자신에게 달라고 한다.
그렇게 다시 레한의 손에 들어온 뇌관. 레한은 뇌관을 할아버지께 전달하기만 하면 모든 일은 끝일 것이라며 주니와의 행복한 인생을 약속하지만.. 뇌관을 가지고 할아버지를 향해 가던 레한을 멈추게 하기 위해.. 주니는 자신의 사랑하는 남자인 레한을 총으로 쏜다...
주니는 "I love you, Rehan...!!" 이라고 외치며 레한에게 달려가지만.. 레한은 그녀의 품에서 숨을 거둔다..
주니의 아버지와 레한의 무덤에 꽃을 올려놓는 주니와 어린 레한.. 어린 레한은 주니에게 묻는다. "아빠는 나쁜 사람이었어요?" 주니는 대답한다. "아빠는 자신이 옳다고 느끼는 일을 한 것이란다.."
그리고는 덧붙인다.
"It is easy to choose between right and wrong. But to choose the greater of two goods or the lesser of two evils... those are the choices of our life."
이것은 영화 초반, 앞 못 보는 주니의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게 한.. 주니의 아버지가 주니에게 해 준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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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전하고 싶은 메세지는 무엇일까...
영화의 초반은 바람둥이, 가짜 로미오 레한 역할을 맡은 Aamir khan(아미르 칸)의 맛깔스러운 연기로 코믹하다. 앞을 보지 못하는 주니와 레한의 러브 스토리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러나 영화 후반, 레한이 카슈미르의 독립을 위해 일하는 테러리스트로 알려지면서부터는 영화의 분위기가 자못 심각해진다.
하지만 이 영화는 생각해볼 거리를 많이 제공한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카슈미르를 둘러싼 영토분쟁도 분쟁이지만.. 영화의 오프닝부터 카슈미르의 멋진 배경 위에 선 어린 학생들이 인도 국기를 바라보며.. "Our India is the best of all the world by far. We are its buds. it is our garden, all ours, ours." 라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라던가.. 인도의 공화국 수립 기념일 공연을 위해 주니와 주니의 친구들이 카슈미르 대표로 델리에 간다는 설정, 그리고 레한의 직업이 관광 가이드라는 점을 빌어 레드 포트, 인디아 게이트, 후마윤의 묘 등 인도의 여러 뛰어난 역사적인 건축물들이 영화에 속속 등장하는 장면들은.. 분명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 것들이다.
감독은 표면상으로는 단지 영화를 만들었을 뿐이지만.. 영화를 통해 굉장히 강렬한 정치적 발언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감독은 왜 인도도, 파키스탄의 귀속도 아닌.. 카슈미르 그 자체로써의 독립을 원하는 레한이라는 인물을 그리고 있으면서도.. 영화 전반적으로는 인도에 대한 애국심을 왜 그렇게도 강렬하게 드러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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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의 지배의 논리로 분열된 인도와 파키스탄... 그리고 카슈미르 지역
카슈미르 지방을 생각해보면 씁쓸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영국 정부가 인도를 통치할 당시, 영국은 인도의 정치적 급진주의를 억제하고, 종파적 균형을 가시적으로 유지함으로 제국의 안정을 보장하기 위하여 '분리 통치' 정책을 도모했다. 인도에는 두 개의 상충하는 민족 공동체, 즉 힌두와 무슬림이 존재한다는 것을 안 영국이 힌두교가 다수인 인도에서 상대적 약자인 무슬림을 자극하여 무슬림 종교.. 무슬림 민족주의에 의한 분열을 조장한 것이다. 그리하여 수천 년 간 역사적 전통을 함께 이어 온 인도 아대륙은 영국의 오랜 지배에서 벗어나면서 힌두의 인도와 무슬림의 파키스탄으로 분립하고, 파키스탄은 다시 파키스탄(서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동파키스탄)로 분립, 그러고 나서도 지금도 인도와 파키스탄은 카슈미르 지역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결국 강자의 힘과 지배의 논리로.. 흑백논리와 사상적 이념대결의 조장으로.. 인도와 파키스탄은 이렇게 분열이라는 비극적인 역사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지금은 국제사회의 중재로 인해 인도와 파키스탄은 잠시 휴전 상태이고.. 파키스탄과 인도를 오가는 버스도 개통되긴 했지만... 아직까지 긴장과 갈등은 여전하여 최근까지도 이 지역의 테러와 폭동은 계속 일어나고 있다. 영화를 촬영할 당시에도(영화는 2006년작) 카슈미르 지역의 계속되는 폭동 상태로 인하여, 감독은 카슈미르 지방과 비슷한 설경이 있는 폴란드 남쪽의 Tatra mountain에서 촬영을 진행했다고 한다.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의 분립에 관한 더 자세한 이야기
인도가 아직 영국의 지배 하에 있을 때, 20세기의 무슬림 지도자였던 무하마드 알리 진나(Muhammad Ali Jinnah)는 무슬림의 권리를 어느 정도 보장해 주던 영국이 물러갈 경우 소수인 무슬림은 힌두의 지배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슬림 연맹은 분립이야말로 내란에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했고, 진나는 독립 국가의 건설을 추진해 나가는 데 있어서 근대 세계사의 주류를 이루었던 민족주의의 위력에 편승하여 인도의 무슬림들에게 민족주의를 호소, 무슬림들의 적극적인 호응 아래 파키스탄은 분립되었다. (원래 진나는 합리적인 의회주의자로서, 힌두·무슬림 화해의 주역으로서 정치생활을 시작하였지만 힌두 측의 배신행위에 실망하고, 일단 파키스탄 분립 운동에 접어들자 돌아보지 않고 오직 이 목표만을 위해 돌진하였다. 네루를 포함한 인도 정치가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국민회의를 위협할 수 있을 만큼 막강했던 마하트마 간디조차 정치 지도자들의 권력욕을 막지 못하였다. 결국 인도·파키스탄의 분립은 정치적 지도자들에 의해 종파적 민족주의 문제의 해결책으로서 제시되어 수용된 것이었다.) 힌두 측의 입장에서는 진나가 인도 국민의 소수 민족인 무슬림을 대표하면서도 힌두와 동등한 권리를 요구한 것은 민주주의에 어긋나며, 그의 지나친 고집이 분립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고 본다. 무슬림 측으로서는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는 힌두가 강자의 입장에서 소수 민족인 무슬림에게 양보하고 공존의 길을 모색했다면 분립의 파국은 모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카슈미르에서의 힌두·이슬람의 전쟁과 방글라데시의 분립
인도와 파키스탄은 분립 후 세 번의 전쟁을 치렀는데, 두 번이 카슈미르 문제가 발단이 되었고 나머지 한 번은 방글라데시 독립전쟁이었다. 카슈미르는 무슬림이 다수이므로 파키스탄에 속해야 했으나 네루를 지도자로 한 새로운 인도는 힌두만의 편협한 종교 국가 아닌 민주주의 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카슈미르를 인도에 편입해야 했다. 카슈미르의 점유권을 놓고 1차 인도·파키스탄 전쟁이 발발한 때부터 유엔은 카슈미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중재자로서 노력했으나 허사였다. 2차 인도·파키스탄 전쟁은 파키스탄이 카슈미르, 인도·파키스탄의 정치적 군사적 정세를 오판한 데서 비롯되었다. 지체하다가는 앞으로 인도를 제압하기 어렵다는 초조감에서 파키스탄은 전쟁을 도발하였으나 인도·파키스탄 전쟁은 승자도 패자도 없는 소득 없는 전쟁이었다. 3차 인도·파키스탄 전쟁은 종교적 결속력만으로는 국가가 성립할 수 없음을 여실히 드러낸 전쟁이었다. 동서 파키스탄이 커다란 인도를 사이에 두고 하나의 국가로 출현할 수 있었던 것은 이슬람이라는 종교적 결속력 때문이었다. 그러나 동파키스탄이 서파키스탄으로부터 경제적 수탈을 당하자 벵골 민족주의가 일어났다. 동파키스탄 문제가 터진 것은 좌우에 적대 세력을 두고 있던 인도에게는 위협적인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동파키스탄을 도와 독립시키면 방글라데시(동파키스탄)는 인도의 새로운 우방이 되기 때문이었다. 인도로 밀려오는 엄청난 피난민을 받아들이는 것도 문제였는데 이러한 부담을 도와줄 수 있었던 미국이 냉담한 태도로 파키스탄 편을 들자 인도는 전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강대국들이 망설이는 관망 속에서 인도는 속전속결로 파키스탄을 제압하고 방글라데시를 탄생시켰다.
종파적 민족주의로 인한 분쟁이 세계 평화를 위협하다.
세계 인구의 4분의 1을 점하고 있고, 지역적으로는 러시아를 제외한 유럽 전체의 크기만큼이나 광대한 인도 아대륙이
불행하게도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분립한 것은 민족주의의 위력 때문이었다. 영국의 제국주의 지배로부터 독립한 것이 인도 민족주의의 승리였다면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분립하고 다시 동파키스탄이 방글라데시로 독립함으로써 아대륙이 해체된 것도 종파적 민족주의의 결과였다.
오늘날 민족주의를 부르짖으면서 자행되는 국지적 분쟁은 인류가 해결해야 할 가장 절박한 과제 가운데 하나이다. 인종적 종파적 분쟁 지역 가운데서 인도 아대륙의 불안은 다른 지역보다 훨씬 큰 잠재적인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 핵보유국인 인도와 파키스탄의 카슈미르 지역에서의 반목과 충돌은 쌍방의 파멸뿐만 아니라 인류에게 가공할 재난을 가져올 수도 있다. 인도 아대륙에서의 반목은 단순한 인종적 종파적 분규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문명의 충돌’, 즉 힌두권과 이슬람권의 충돌이기 때문이다.
조길태, <인도와 파키스탄> 中...
글로벌 경제화가 갈등과 분열을 조장한다.
날로 증대되고 있는 종교적 근본주의와 인종분쟁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구상의 모든 문화들을 상대로 일대 성전(聖戰)을 펼치고 있는 글로벌 경제화의 영향력 또한 지나칠 수 없다.
Ladakh(라다크)에서 16년을 살며 깨달은 교훈이 담긴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Helena Norberg-Hodge)의 <오래된 미래> 책을 보면, 라다크 지역엔 힌두와 무슬림간의 갈등 뿐 아니라, 600년이 넘도록 마찰 없이 공존관계를 유지해 온 불교도들과 소수의 무슬림 사이의 갈등이 최근 10년 내외의 기간 동안 서구식 경제개발이 추진되면서 커져왔다고 했다.
글로벌 경제화라는 갑작스러운 변화는 세계 전역에 걸쳐 개인과 다채로운 문화권을 변형시키고 있다. 라다크에서 진행된 자급형 지역경제의 글로벌 경제체제로의 통합은 쇠퇴와 비도덕화의 과정이었고, 문화적 열등의식의 형성이란 결과를 낳았다. 그에 따라 종교적 근본주의와 폭력 사태가 이어졌던 것이다. 경제 개발과 현대화에 의해 농경생활의 붕괴와 문화의 획일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세계 도처에서 그와 비슷한 현상들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최근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의 한 연구에 따르면, 자유무역의 시행을 통해 고도로 전문화된 경제구조를 가진 나라들은 그렇지 않은 나라들에 비해 내전의 강도가 대략 스무배 정도나 높다고 한다.
상황을 돌아보면 하나의 모습으로 통합되어 있는 '지구촌의 꿈'이라는 것은 그 근원에서부터 한계와 문제점을 갖고 있었던 것이라는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주장에 나는 공감한다. 다양성이라는 것이 생태계에 있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주는 강점이 되는 것처럼, 인류의 문화에 있어서도 다채로움과 서로의 다른 점을 수용하려는 태도는 평화롭고 풍요롭고 조화로운 발전에 진정한 기초가 된다는 말에도 공감이 간다. 세계의 다양하고도 개성 있는 민족 문화는 글로벌 경제화, 자본주의의 논리에 의해 점점 사라져가고 파괴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과 발전은 어떻게 보면 세계 역사의 한 흐름이고.. 무시할 수 없는 한 현상이다. 하지만 개발이란 것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개발은 어쩌면 지배의 또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개발이라는 이름하에.. 세계의 약소국들은 강대국들에 의해 알게 모르게 지배를 받고 있음이 안타깝기 그지 없다. 이러한 지배는.. 소수 민족들의 삶의 모습을 위협하고.. 고도로 발전된 문명만이 옳고 좋은 것이라는 논리를 은연중에 강조하며.. 문화 획일화 현상을 낳고.. 자본주의의 논리에 의해 가치판단의 척도가 돈인 세상이 되며.. 비도덕화와 문화적 열등 의식.. 세계 곳곳에서는 상대방과의 이해관계와 손해득실로 종교 분쟁과 내전.. 소리 없는 전쟁 등등등... 아픔이 난무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하나의 잘못된 고리가 점점 넓게, 깊숙히, 세계 곳곳으로 큰 파급효과를 미치는 것이다.
휴... 나는 왜 이런 현상에 신경질이 나고 마음이 아플까. 세계는 세계평화와 봉사와 나눔..을 외치지만.. 나라의 이해 관계와 이익을 위해 이렇게 약소국들을 조정하고.. 힘의 세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신경질이 난다. 아무쪼록.. 얼마 전 어느 한 글에서도 썼듯이.. 제발 세계 민족의 삶의 모습과 개성 있는 문화가 보존되고, 존중되고, 인정되는, melting pot이 아닌 'salad bowl'을 지향하는.. 그리하여 갈등과 분열이 없는 지구촌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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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하다 보니 흥분하여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이야기도 하게 되었고.. 글로벌 경제화 이야기도 나오게 되었다. 인도 영화 <Fanaa>는 개인적으로 정말 여러모로 많은 공부가 된 영화이다. 감독이 왜 그렇게 인도에 대한 애국심을 영화에서 표명해야 했는지.. 표명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아마 감독이란 사람을 잘 알기 전까지는 풀리지 않는 의문일 것이다.
주인공들의 사랑 이야기도 사랑 이야기지만.. 인도의 과거와 현재를 알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영화 Fanaa(파나). 이 영화는 스토리나, 의상, 음악, 장소 등 정말 어느 것 하나 빼놓을 것 없이 훌륭한 영화이다. 감독은 적재적소에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상징적 요소들을 참 잘 배치해 두었다. 아직 이 영화를 안 본 사람들이 있다면 자신있게 적극 권하고 싶다.
26 Aug 2011
아미르 칸과 인도 구자라트 주의 대립 - 영화 <Fanaa> 상영 금지 운동
참! 이 영화에 대해서 알아보다 보니 영화가 개봉되고 나서 상여되던 때에 인도의 Gujarat(구자라트) 지역에서는 이 영화의 상영 금지 운동이 일어났었다고 한다. 나는 극단적 종교인들에 의한 종교 문제 때문에 발생된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영화에 출연한 Aamir khan이 당시 구자라트 주(州) 수상이 추진하고 있던 Narmada Dam 건설건과 관련하여 발언을 한 것이 문제가 되어 영화 상영이 금지되었던 것이었다. 아미르 칸은 댐 건설로 인해 살 터전을 잃은 사람들을 위한 조치에 대한 언급을 했을 뿐인데, 이것은 BJP(Bharatiya Janata Party)와 Indian National Congress와 같은 정당의 비난을 샀고 구자라트 정부는 아미르 칸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아미르 칸은, "I am saying exactly what the Supreme Court has said. I only asked for rehabilitation of poor farmers. I never spoke against the construction of the dam. I will not apologise for my comments on the issue." 라고 했단다.
완전 멋있어~! +_+ 그러나 프로테스트들은 아미르 칸의 초상을 불사르기까지 했고.. 극장에서 소동을 벌이는 등 난리도 아니었단다. 이런 폭동과 정부를 의식한 구자라트의 거대 극장주들은 어마어마한 손해를 무릅쓰면서까지 아미르 칸이 나온 영화 <Fanaa>의 상영을 거부했고..
이에 프로듀서 Aditya Copra는 인도 법원에, 구자라트에서 영화 <파나>를 상영하길 원하는 극장이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법원의 대답은 No. 만약 극장측에서 안전 문제가 염려된다면 경찰을 부르면 될 것이라며 이 요청을 거절했다고 한다.
영화 디렉터 Kunal Kohli는 구자라트 극장주들에게 영화 상영 재개를 요청하면서, "We have earned 47 Crores (both domestic and overseas) in the first week, and have lost approximately 6 to 7 crores of business in Gujarat. However it's not about money... it is about a principle. As a democratic country where Aamir has a right to say what he feels, even the people of Gujarat, who are protesting have the right to say what they feel ... but in a democratic fashion, and not by burning posters and threatening people."
이로 인해 몇몇 사설 극장에서 온갖 협박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상영했는데.. 영화의 intermission 틈을 타 한 남자가 자신의 몸을 스스로 불사르기까지 하는 사건이 일어났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