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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영화 - 라게 라호 문나 바이(Lage Raho Munna Bhai)

 

Lage Raho Munna Bhai (Hindi: लगे रहो मुन्नाभाई, English: Carry on Munna Brother. 2006)

 

 

어제 토요 인도영화 정기 감상회에서<Lage Raho Munna Bhai(라게 라호 문나 바이)>라는 인도 영화를 봤다. (한국어로 번역된 것을 보니 '계속 해요, 문나 형님' 이었다. 나는 왜 사람들이 문나 '형님' 이라고 하나 봤더니 borther를 형님이라고 번역을. ㅎㅎ) 사실 어제 영화를 보면서 집중을 잘 못했던터라 오늘 다시 보게 되었는데, 어제 그닥 감흥이 없었어서.. Gandhi라는 인물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아서.. 기대는 안 하고 봤다. 그저 어제 집중을 못 했으니까.. 이왕 어제 조금 발 들여 놓았으니 어떤 영화인지 마무리나 짓자며 일종의 의무감으로 보게 되었다.

 

그런데 상당히 재밌었다. 아.. 오늘도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인도 영화. Bollywood 인도 영화는 확실히 hollywood 영화랑은 다른 것 같다. 인도인들은 삶이 행복하든, 불행하든 항상 그 속에서 뭔가를 배우고 느끼고 깨달으려는 마음가짐이 기본적으로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인도인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내가 인도에서 만났던 인도인들은 대부분 삶의 철학을 가지고 있는 마음이 깊은 사람들이었다. 그래서인지 인도 영화에는 언제나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가려는.. 고통을 통해서도 교훈을 얻으려는 철학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 같다.

 

 

 

 

주인공 Murli(물리, Munna 문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여자 주인공 Jhanvi(잔비)의 아름다운 목소리에 반한다. 그녀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는 때마침 Mahatma Gandhi(마하트마 간디)에 대한 전화 퀴즈를 진행하고, 물리는 온갖 방법을 다 동원, 우승자가 되어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아름다운 잔비와 만나게 된다.

 

잔비가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했던 말은 참 인상적이었다. 그 대사들을 적어보자면...

 

 

Here are my parting thoughts 

 

For all those rushing around this crazy city..

 

is this the way we mean to live?

 

Is this the way we wish to die?

 

Has the monsoon delayed your train?

 

when was the last time you walked in the rain?

 

you know your favorite soap's Twists-n-turns,

 

but have no time for your mother's concerns.

 

why don't we stop to fell the sand between our toes?

 

why don't those 108 channels wipe away our woes?

 

you, who connects at the click of a mouse, 

 

do you know who lives in the neighboring house?

 

in this era of emials and mobiles,

 

when did you last see your best friend's smile?

 

when did you see your last sunset?

 

when did you see the stars come out at night?

 

for all those rushing around in this crazy city

 

is this the way we mean to live?

 

is this the way we wish to die?

 

 

 

난 특히 아래의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when did you last see your last sunset?

 

when did you see the stars come out at night?

 

when was the last time you walked in the rain?

 

 

 

그래.. 난 정말 석양을 보며 감동을 받았던 때가 얼마나 오래 되었나.. 어린 아이 같이 비 속에서 뛰어놀던 때가 언제였나.. 밤하늘의 별을 본 것은 또 언제고... 생각을 해 보니 참 아득하다. 지난 1월 귀국한 이후로도 몇 번의 석양을 보고서 감동을 받긴 했지만.. 정말로 그저.. 아무 근심 걱정 없이 붉은 노을을 바라보고.. 비 속에서 뛰어놀고.. 밤하늘의 별을 감상했던 것은.. 모두 작년에 인도에 있을 때 경험했던 것들이었다..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인도가 내게 그만큼 특별한 것일까? 인도라는 나라가 나를 그렇게 만드는 것일까? 아님 한국처럼 복잡스럽지 않은 인도라는 환경이 나를 그렇게 만드는 것일까..? 아님 내 마음가짐이 나를 이렇게 만드는 것일까..? 한국에 있으면 가끔씩 파란 하늘을 보면서 '참 멋있구나, 예쁘구나.'라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한국은 내가 현실에 발을 디디고 있는 곳이라서 그런지.. 여행을 가도, 자연환경을 봐도 별다른 감흥이 들지 않는다. 낯선 세계에서.. 이국적인 것들을 봤을 때만 그것이 멋지다고..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나도 어찌 보면 참 답답하다. 지금 있는 곳에서 있는 것들을 감사히 여길 줄도 알아야 할텐데 말이다..

 

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까? 왜 살아야 할까?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Anyway.. 잔비에게 얼떨결에 자신을 교수라고 속인 물리.. 그는 간디에 대한 강연을 부탁한 잔비의 요청에 3일 밤낮을 간디에 대해 공부하게 되고.. 그런 그의 앞에는 마하트마 간디의 환영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 후로 간디는 물리가 곤경에 처할 때마다 물리가 정직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비폭력적인 문제 해결을 통해 그의 삶이 변화될 수 있도록 도우며.. 물리는 라디오 쇼에 출연하여 간디의 지혜+물리의 지혜로 'Gandhi-ing' 하며 청취자들의 어려움을 도와 나간다. ('Gandhi-ing' 하니 우리 3년 전 'we飛'팀에서 하람 오빠가 '재윤스럽다', '재윤하다' 라는 말을 만들었던게 생각난다. ㅎㅎ)

 

나는 Gandhi가 나오는 영화라서... 솔직히 인도인들의 간디에 대한 특별한 마음은 알겠지만.. 간디를 너무 찬양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 아닌 걱정을 했었는데.. 이 영화는 간디의 사상을 모토로 하여 삶의 기준점을 제시하는 영화였다. 영화를 보면 나도 이렇게 정직하게 살아야겠다 싶고.. 부당한 일을 당했거나 어려운 일이 발생했을 때 상대방에게 얼굴을 찌푸리지 않고도 일을 잘 해결할 수 있는 '협상.. 타협의 기술'..(?)을 배웠다고나 해야 할까?.. ㅎㅎ

 

 

 

 

여러 장면들이 좋았지만 재밌었던 장면은.. 매일 Paan(빤)을 씹고 붉은 침을 자신의 집 앞에 뱉고 가는 이웃집 남자 때문에 고민인 저 뒤의 안경 낀 남자.. 이 남자 역시 라디오를 진행하는 Murli(물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물리는 그저 이웃집 남자에게 'be smile' 하라고 한다.

 

 

 

 

그래서 이 남자는 물리가 시키는대로 침을 뱉은 남자에게 웃음을 보이며 매일매일 벽 청소를 하는데... 이웃집 남자의 태도가 변하지 않아 빈정이 상해서 물리에게 상황에 진전이 없다고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이웃집 남자는 더 이상 침을 뱉지도 않으며 "sorry"라고 사과하기까지 한다. 웃음과 인내.. '비폭력'의 승리^^

 

 

 

 

그리고.. 또 하나. 마지막에 Lucky singh(럭키 싱)의 딸 Simran(심란)이 라디오를 진행하는 물리와 전화 통화를 하며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가는 장면은 너무나 마음에 와닿는, 공감이 가는 장면이었다. 나도 아빠에 대해 심란과 비슷한 답답함을 가지고 있어서일까? 대사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적어보자면...

 

Simran : I hate my father.

 

Murli : hey, don't say that. don't mess with your dad's rep in public!! he's sick, help him. Don't abandon him. he did all this just for you.

 

Simran : he was my hero. I never thought he'd lie to me. my father is a cheat. I'll never go back.

 

Murli : Zip it! when you lied as a kid, did your father abandon you? he didn't right? he'd reason with you, scold you, but he never left your side! go back. your dad will have to face it alone. it's terrible when your own people abandon you in crisis. I know that pain too well.

 

 

 

흠... 그런 것일거다.. 아빠가 너무나 밉지만 한편.. Murli의 대사가 그렇게 내 마음에 와 닿는 것을 보니.. 나는 아빠를 정말로 이해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 미운 캐릭터로 나오는 심란의 아빠 럭키 싱은 3 idiots에 나오는 'Virus 바이러스'(배우 : Boman Irani) 였다는 것을 영화 마지막에 가서야 깨달았다. 럭키 싱이 스터디에서 간디 공부를 하며 'get well soon' 하려고 할 때 그의 표정과 대사를 자세히 들어보니 3 idiots의 공대 총장인 virus가 겹쳐 보이는 것이었다!

 

 


 

신기신기~~ 인도 영화를 보다 보니 이 영화에서 봤던 캐릭터가 저 영화에서도 나오고~~ 하나하나 connection이 생겨 매우 신기하다~ ㅎㅎ

 

 

 

 

참, 영화에는 점성술에 의지하여 아들을 결혼시키려는 아버지가 나오는데.. 이런 소재가 영화에 나왔다면 실제 인도 사회에서도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한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인도인들의 삶과 종교는 워낙 관계가 깊기 때문에 종교적인 것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점성술이라는 것도 인도인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일까.. 아님 그냥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있는 것일지 궁금해졌다.

 

 

이 영화는 3 idiots의 감독의 2번째 작품이다. 그 이야기를 듣자 관심이 더 가긴 했었다. 그런데 역시 3 idiots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화는 매우 유쾌하고 재밌다. 영화의 인물들을 통한 그의 재치와 유머를 엿보고 있으려니, 실제로 그를 만나면 그가 얼마나 입담이 있는 사람일까 하는 기대도 된다.

 

인도 영화에서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요소는 아무래도 춤과 노래이다. 영화를 보면 볼수록 특히 노래는 인도 영화의 흐름을 장악하는 하나의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아무런 대중 가요나 끼워 넣은 것이 아니라 영화를 위해 따로 작곡된 노래들이기 때문이다. 주인공들의 심리를 대변하는 가사들도 영화의 흐름에 어찌나 잘 맞아 떨어지는지.. 인도의 영화 음악 감독들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이 영화의 감독은 3 idiots 작업을 했던 Shantanu Moitra 인데, 이 사람은 휘파람 소리를 좋아하나 보다. 3 idiots에서도 휘파람 소리를 그렇게 집어 넣더니 여기서도 그런 음향 효과를..ㅎㅎ

 

 

 

어쨌든 또 하나의 유쾌하고도 교훈적인 영화 경험을 하게 되어 참 마음이 뿌듯하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힌디어 공부가 상당히 많이 되고 있고(특히 과거, 현재, 미래형 시제) 들리는 단어들이 많아서 기쁘다~ㅎㅎ

 

 

 

 

 

마지막에 간디가 했던 말이 마음에 남는다.

 

"but 3 bullets cannot kill my beliefs."

 

사람이 자신의 마음 속에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말이다. 세상의 환경과 시선에 굴하지 않고 나만의 신념과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삶. 나는 그 삶을 동경한다. 지금 당장부터 이런 삶을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 마음 속으로 매일 긍정과 자신감을 갖는 연습을 해야겠다.

 

아.. '감상평을 정말 간단하게 작성해야지.. 오늘은 할 말이 별로 없네..' 라고 생각했는데 오늘도 글을 쓰다 보니 말이 참 길어졌다. 오늘은 여기까지..^^

 

 

 

11 Sep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