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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아나토미 시즌 10 마지막 회 | Grey's Anatomy S10 E24

크리스티나 양 - 산드라 오 하차

 

 

나는 어릴 적부터 의학에 관심이 많았기에 미국 드라마 Grey's Anatomy(그레이 아나토미)를 꾸준히 챙겨 봐왔다. (피아노 공부를 안 했다면 의사가 되었을지도.) 

 

그 그레이 아나토미가 벌써 시즌 10이 완결되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배우 산드라 오(Sandra Oh)가 시즌 10을 끝으로 하차했다. (몇몇 배우들이 재계약한 상태이므로 추가 시즌 제작 가능성 多)

 

그녀는 시즌 10의 두 시즌 이전에 이미 하차 결심을 했고 이에 대해 작가와 스토리 라인에 대해 꾸준히 대화 나누고 상의하며 동료 배우들과도 장시간 이별 준비를 해왔단다. 그녀는 캐릭터가 떠나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일찍이 제작진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극중 인물의 퇴장을 준비해 왔으며 개인적으로도 정신과 상담을 받아 가며 꾸준히 자신이 연기하는 극중 인물인 크리스티나 얭(Christina Yang) 과의 이별을 준비해왔다. 배우들이 많이들 돈이나 명예 등을 내걸어 하차를 결정하는 데 비해 산드라 오는 제작진과 그 어떤 다툼이나 욕심도 없었고, 이런 산드라 오에 대한 작가 숀다(Shonda Rhimes)의 애정은 더더욱 각별한 듯, 숀다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산드라 오에 대한 칭찬 일색이다.

 

나는 <그레이 아나토미>를 보면서 주인공인 그레이보다 얭에게 더 많이 관심이 갔다. 그녀가 한국계 배우인 이유도 있을 테고, 그녀의 연기가 그만큼 인상적이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주인공 그레이의 베스트 프렌드로 나오는 얭 역시 주인공만큼이나 드라마에서 주연급 역할을 해왔다. (사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들 모두가 조연이라기보다 다 동등한 주연 같은 느낌이긴 하다.)

 


 

시즌 10의 프롤로그는 산드라 오와 헌터 오웬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올라가는 오프닝 크레딧은 산드라 오를 떠나보내는 제작진의 마음이 가득 담겨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참고로, 이 글에는 마지막 결말이 포함되어 있으니 스포 주의!)

 

 

Good Bye! Christina Yang

 

 

 

 

 

 

 

한때 부부 사이였던 닥터 헌트와 닥터 얭. 

 

 

 

참으로 아름답다.

 

 

 

 

tvN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 출연 당시 산드라 오.

 

산드라 오를 처음 봤을 때에는 솔직히 '이렇게 미의 기준이 다른 배우들과는 다소 다른(..?) 배우가 할리우드에서 이런 자리에까지 오르다니.'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그녀는 보면 볼수록 아름답다. 미국에서는 얼마나 더더욱 한국인들이 미처 보지 못하는 그녀의 매력을 알아봐 주는 걸까 싶다. 그녀는 그녀 그 자체로 아름답다. 그 아름다운 오로라가 있다. 그리고 그녀의 연기력은 이미 충분히 검증된 바 있다.

 

 

 

 

벌써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주인공 그레이. 

 

 

그녀의 남편 닥터 셰퍼드가 지은 집에서 네 가족이 살고 있다.

 

 
 

얭이 그녀의 인턴 시절부터 레지던트를 거쳐 전문의(어텐딩)가 되기까지 지냈던 시애틀 그레이스 병원에서 싱숭생숭한 마지막 날을 보낸 뒤 스승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산드라 오에게는 원래 초기에 베일리 역할이 주어졌었는데 크리스티나 양 역에 매료되어 그 캐릭터를 연구하고 그 캐릭터로 오디션을 봤다고 한다.

 

누군가에게 스킨십을 포함한 정 표현을 잘 못하는 크리스티나가 닥터 베일리와 닥터 웨버를 포옹하는 장면은 그녀의 진실한 마음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이 장면을 보면서 나는 괜스레 '배우 산드라 오'가 실제로 그간 함께 촬영해 온 동료들과 헤어질 때의 느낌이 바로 이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비행시간에 늦겠다는 절친 그레이의 부추김에도 불구하고얭이 마지막으로(실제는 마지막이 아니었음) 찾은 닥터 헌트의 수술실.

 

한때 연인이자 부부이기도 했던 이들. 서로의 다른 가치관 때문에 결국은 헤어질 수밖에 없었지만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는 둘의 이별 장면이 인상 깊었다.

 

 

 

 

 

 

 

 

 

 

 

 

 

초 단위로 변하는 산드라 오의 표정 연기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아무리 연기라 해도 저런 표현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미간의 미세한 떨림.. 그 섬세한 표현이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다. 이럴 때 바로 엑설런트!라는 표현을 하는 것이다!

 

 

 

얭이 미련을 가지고 못 떠날까 봐 애써 무정하게 자신의 베스트 프렌드를 떠나보내는 그레이.

 

 

 

 

 

 

뭔가 이 이별이 이상하기만 한 크리스티나.



 

 

 

 

 

결국 다시 병원에 돌아와 그레이를 만난 크리스티나.

 

둘은 그레이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춤 한판 신나게 추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잠재적 이별식을 치른다.

 

 

 
 
그날 저녁 그레이의 집.
 

 

 

 

대통령 호출에 그레이의 남편 셰퍼드는 워싱턴에 새로운 집까지 구했지만, 그레이는 어머니의 유산인 병원과 자신 가족의 모든 곳이 있는 이 시애틀을 떠날 수 없다면서 셰퍼드와 말다툼을 한다.

 

남편의 그늘 아래서 살고 싶지 않은 그레이의 자존심도 있는 것일까? 아마도 남편의 위상과 명성으로 자신이 저절로 낙하산 인사가 되고 자신의 진짜 실력이 아닌 가짜 실력으로 가짜 의사가 되고 싶지 않은 것이 그녀의 진심일 터.

 

 

 

하퍼 에이버리 재단장의 아들이자 시애틀 그레이스 병원장인 잭슨과 그의 아내 에이프릴.

 

 

 

 

 

둘은 2세를 가졌다.

 

 

스위스 첨단 심장외과 연구병원의 병원장이 된 크리스티나 양. 

 

 

 

 

 

 

 

 

 

 

 

(자신의 전 애인이었던 닥터 버크가 크리스티나를 병원장으로 추천하고 본인은 사직, 부인과 함께 이탈리아로 떠남.)

 

그리고 시즌 10 끝.


 

마지막 회에 대하여 여러 가지 해석과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이번 편이 좋았다. 처음 부분에 쇼핑몰 폭발 사고로 크리스티나가 두세 편 전부터 예견되어 있었던 진로가 아닌 또 다른 일로 하차하는 것은 아닐까 잠시 극적인 상황도 있었지만, 결국에는 스위스로 떠나 병원장이 되는 결말이었다. 시애틀 그레이스 병원에서는 닥터 얭을 떠나보내는 그 어떤 화려한 송별회나 파티도 없었다. 얭이 그냥 싱숭생숭한 상태로, 복잡한 마음으로 떠나는데 그것은 어찌 보면 드라마가 아닌 가장 현실과 가까운 스토리 라인이 아니었나 싶다. 

 

결국 크리스티나 양, 배우 산드라 오는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아름다운 퇴장을 한 것 같다. 사고도, 사망도, 병도 아닌 방향으로, 크리스티나 양의 재능과 전문성에 가장 합당한 길로 떠나면서 말이다.

 


 

<그레이 아나토미> 초창기 때의 인물들. 다시 보니 새삼스럽고 반갑다.

 

 

다음 시즌은 언제 시작할까!

 

더욱 기대되는 그레이 아나토미. 내가 유일하게 전 편을 다 본 미국 드라마. (2014년 당시 시즌 10까지 방송 완료)


 

사실 시즌 10의 마지막 화를 덤덤하게 봤다고 생각했는데, 다음날 아침 일어나는데 크리스티나 양이 떠났다는 사실이 떠오르며 마음이 너무 허전하고 섭섭한 느낌이 들었다.

 

참 이상하지.. 

 

나는 이별이 익숙하지 못한 사람 같다. 작은 이별임에도, 영원한 이별이 아님에도 그 다음날 아침이면 마음이 헛헛하고 그 사람이 그리워지곤 해왔다. 어릴 적부터 아무리 덤덤해지려 애써도 안 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사람이 늘 그 자리에 있다가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는 그 사실이 슬픈 것은 그만큼 사람의 존재감이라는 것이 참 큰 것이기 때문인 것 같다.

 

있을 때 최선을 다해 사랑할 것이다. 설령 물리적으로 멀리 있다 할지라도. 

 

26 May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