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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영화 | 런치 박스 - THE LUNCHBOX | CGV 무비 꼴라쥬 | 다소 부적절한 한국 개봉 포스터
Olivia올리비아 2022. 1. 23. 17:48인도 영화 - THE LUNCHBOX(런치 박스, 2013) - CGV 무비 꼴라쥬
CJ CGV의 무비꼴라쥬에서 인도 영화 <THE LUNCHBOX>를 봤다.
외국에 장기간 있다 왔으므로 현 한국 상황을 아주 자세히 아는 바는 모르지만, 인도 영화가 한국에서 할리우드 영화처럼 각광받는 것은 확실히 아닌 이 현실에서 인도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반갑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개인 취향이 있는 것이라고는 해도, 인도 영화에 첫 발을 들이기도 전에 누군가로부터 인도 영화는 이렇다는 둥 저렇다는 둥 이야기를 들으며 이미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이 한국에는 많은 것 같아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었는데 요즘에는 인도 영화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바뀌어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이건 영화관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겠지만,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볼 때만 하더라면 상영관에 사람들이 몇 없었는데, 이날 영화관에는 생각 외로 관객들이 꽤 있어 놀라웠다.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온 가족 관객이 있어 그것도 의외로 신선했다. 그것은 CJ CGV의 무비꼴라쥬의 비주류 영화 프로모션 영향력인지, 아니면 인도 문화와 영화가 한국 사람들에게 이전보다 좀 더 편안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상인지, 아니면 그냥 이날 영화관의 특수한 상황이었는지, 아니면 그냥 아무 의미도 둘 필요 없는 일이었을지 궁금하다.)
영화의 주된 내용은 단순하다.
'일라'는 남편을 위해 도시락을 만든다.
일라가 남편을 위해 만든 도시락이 '사잔'이라는 사람에게 잘못 전달이 되고, 그것을 눈치챈 일라는 도시락 속에 편지를 넣는 것을 계기로 일라와 사잔의 편지 대화가 시작된다.
이 영화는 이러한 간결한 사건을 토대로 하여 살이 덧붙여지는데, 그 살들은 참으로 많은 것들을 시사하고 있다.
인도의 풍경
붐비는 대도시
인도의 직업_'다바왈라' : 도시락(다바)를 나르는 사람(왈라)
사람으로 가득 찬 통근 차량
음식
음악
고아
결혼
사랑
외도
죽음
자살
질병
돈
인생
취미
허무
웃음 등등등...
영화의 내용은 간결하지만 군데군데 인물들의 심리를 드러내는 장치를 잘 해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짜이(Chai)...
방금 끓인 짜이(Chai)를 식탁에 가져와 사잔의 편지를 읽는 일라.
인형...
일라가 사잔의 편지를 읽을 때 방에서 인형을 가지고 장님놀이하는 딸. 엄마와 외할머니의 대화를 들으며 곁에 앉아 더러운 인형을 만지작거리는 딸.
담배...
사잔이 베란다에서 피는 담배. 잠시간 금연했다가 새로운 곳으로 떠나기로 결심한 그때 다시 꺼내드는 담배.
사잔의 안경과 안경 케이스...
등등등.....
그런 의미에서, 런치 박스 포스터의 한국 버전은 좀 실망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잘못 배달된 도시락, 사랑은 그렇게 시작됐다.' 라니....??
영화 THE LUNCHBOX(런치박스) - 영어 포스터 버전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이 영화는 사랑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딱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무척이나 어려운 것 같지만, 일라와 사잔이 주고받는 편지는 각자의 삶과 그 주변을 둘러싼 인생을 더욱 진실되게 마주하는 조건이 되는 것이고, 잠시간 서로에게 느꼈던 호감은 이상향으로의 현실 도피 또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발판인 것은 아닐까.
오래간만에 만나는 인도 풍경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던 동시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플롯(plot)을 통해 많은 것들을 시사하고 있는 이 영화가 좋았다.
여러 번 보면서 다시 곱씹어 보고 싶은 영화.
13 Apr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