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호치민 여행 | 한인 송년의 밤 - Cong Vien 23/9 | 오픈 버스 투어 티켓 알아보기 - 베트남 종단 여행 계획

 

오전. 숙소에서 글 좀 쓰고 나만의 시간을 갖다가, 더 늦기 전에 바깥 산책이라도 하고 오자 싶어 밖에 나가기로 했다.

 

 

이 호텔에 장기 투숙하고 있는 손님. 그는 여기서 일을 하는 것인가? 오토바이까지 구비하고 있고 호텔 스텝과도 친숙해 보인다. 조식 먹는 주방에서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달걀을 요리해서 먹기도. 그런 그가 대낮부터 맥주를 마시고 있다. 사람은 나빠 보이지 않는데, 뭔가 고민이 있어 보이기도 하고... 

 

호치민에서는 맥주가 참 저렴하다. 10,000동이면 500ml 정도 한 병은 먹는 듯. 그래서 그런지 대낮부터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꽤 많다.

 

 

점심을 간식 겸 해서 먹었던 터라 나는 출출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면서 Pham Ngu Lao 거리를 걷는데, 모국어는 잘 안 들리더라도 그렇게 끌리는 것인가. K-POP 인가? 하고 유심히 듣고 있었는데 한국어로 무엇인가 진행하는 것이 들려온다. Cong Vien 23/9 (9월 23일 공원)에서 무엇인가 행사를 하고 있구나 싶었다.

 

나는 간단하게 초코 페이스트리와 연유커피를 사서 다시 공원으로 왔다. 공연 같은 것이 열리고 있는 것 같아서 관람하면서 허기를 달랠 생각이었다.

 

 

 

 

그랬더니 이렇게, 한인 송년의 밤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부스가 약소하게나마 차려졌다.

 

 

 

 

한국 음식 판매 부스도 있고.

 

 

 

 

공원 내 마련된 행사 무대와 좌석.

 

송년의 '밤'이라서 아직 사람들이 없는 걸까 싶었는데, 알고 보니 아직 행사 전이었다. 이 시간은 본 행사 무대에 설 댄스, 노래 팀을 뽑는 경연 심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윷놀이 행사 공간도 있다.

 

 

 

 

베트남 내 한국 정부기관 및 기업체들.

 

 

 

 

 

외국인들은 어리둥절해하며 뭔가 댄스도 하고 노래도 나오니까 이곳에 와서 어리둥절하게 사진 한 방씩들 찍고 갔다. 호치민에 왔는데 이런 것도 있네 하는 기념사진일 것이다.

 

손님이 아직 없어 너무나도 썰렁한 행사장. 뭔가 많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사 안내 간판에는 영어 한 자 안 붙어있고, 마련된 부스에서는 베트남-한국 간 교류의 증거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유명한 여행자 거리 바로 옆 공원에서 이렇게나 성대한 행사를 하면서 왜 한국인들은 이를 우리만의 행사로 끝내고 마는 걸까? 사실 이러한 위치에 이만한 행사를 한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프로모션의 기회인데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한국 K-POP(케이팝)의 영향력은 이곳에서 아무리 미미하게 보일지라도 엄청나긴 엄청나고 절대 무시 못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선 무대에 오를 팀을 뽑는 경연에서 베트남 청년들이 K-POP에 맞추어 한국식 복장을 하고 한국 춤을 추는 것을 보니, 과연 문화의 힘이라는 것은 엄청난 것이고, 문화가 국가 외교관계까지도 좌우할 가능성이 무지하게 크다는 것이 이 현장을 통해 느껴졌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더니 나는 이 현장 경험을 통해서 정말로 그것이 와닿았다. 아무리 문화가 중요하다고 말로만 설명해도 현장에서 부딪쳐오는 느 느낌은 실로 말로 다 설명할 수도, 표현할 수도 없는 느낌이다.

 

한편 기업체들의 이름이 적힌 곳을 보니 코트라(KOTRA)도 적혀 있네. 코트라라.. 갑자기 캄보디아 프놈펜 무역관이 생각나면서 베트남의 코트라도 궁금해졌다. 이곳 코트라는 일을 잘하고 있을까? 이곳에도 한국 청년들이 많이 와 있을까? 한번 찾아가 볼까? (검색해 보니 베트남에는 코트라 무역관이 하노이, 호치민 두 곳에 있네..!! 호치민 무역관은 다이아몬트 플라자 7층에 위치. 궁금하니 한번 찾아가 봐야지. 와.. 근데 뭐야. 직원이 프놈펜 무역관에 비해 2배는 되잖아..! 직원 수가 일의 탁월함과 비례했으면 좋겠다.)

 

아무튼 베트남 사람들은 춤을 꽤 한국적으로(!) 잘 추었다. 그리고 가장 인기가 있던 그룹은 2NE1의 음악을 선택한 그룹이었다. 2NE1 음악이 신나긴 하지.

 

 

 

 

그렇게 나는 이 한인의 밤 행사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며 잠시 동안 행사를 지켜봤다. 날이 어둑어둑해지자 행사 진행자는 사람들에게 저녁 식사 시간을 주었다. 사람들은(현지 사람들 포함) 떡볶이, 김밥 등의 한국 음식들을 사 먹고, 대한항공 비즈니스석, 냉장고 등의 경품 당첨의 기회가 있는 lucky draw 쿠폰도 구입했다. 베트남 스텝들이 한국의 김치를 일회용 컵에 담아 샘플로 나누어주기도 하였는데, 외국인들이 이에 관심을 보이는 모습을 보고는, 김치의 세계화에 대한 생각도 해보았다.

 

나는 현지인들이 김밥 사 먹는 모습을 보고 김밥이 너무나도 먹고 싶었다. 그러나 내 위장 상태를 생각하면 김밥은 내게 무리였다. 그리고 베트남에서 현지 음식보다 굳이 한국 음식을 사 먹고 싶지도 않았기에 나는 그냥 참기로 했다.

 

 

 

 

베트남에 사는 한국 청소년들인가 보다. 이들은 저녁식사 시간 동안 공원에서 자기들끼리 안무를 맞추어봤다. 그리고 저녁에 합창도 공연될 예정인지 합창을 연습하는 팀도 있었는데 이곳의 한인교회에서 나온 팀인지 찬양을 부르는 것 같았다.

 

 

 

 

 

나는 그렇게 빵과 커피로 허기를 달래면서 공원에 앉아 다음 여행 일정을 생각해 봤다. 조만간 이제 open tour bus ticket(오픈 투어 버스 티켓)이든, train ticket(기차 티켓)이 되었든 도시 간 이동할 차표를 예매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베트남의 오픈 투어 버스 티켓은 도시와 도시를 연결해 주는 합리적인 가격의 버스 티켓으로써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각광받고 있으나 요즘에는 점차 현지인들도 이용을 많이 한다고 한다. 여러 구간을 한꺼번에 선택해서 표를 끊으면 각각의 지역에서 따로따로 표를 끊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경로를 나는 결정해야만 했다. 어떤 지역을 어떤 동선으로 이동할 것인가. 오픈 투어 버스 티켓을 끊으면 이 남쪽 호치민에서 저 북쪽 하노이까지 베트남을 종단하여 저렴한 가격에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최대 고민은 베트남 기차도 한번 이용해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베트남 기차 이용 요금은 버스 요금의 2배인데,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오픈 버스 투어 티켓과 기차표의 조합을 어떻게 환상적으로 이룰 것인가가 문제였다. 시간과 비용 모든 것을 고려하여 기차로 이동하기에 용이한 곳, 버스로 이용하기에 더 좋은 곳을 알고 싶은데 그것을 알지 못하여 나는 가이드북을 공부하듯 여러 번 뒤적거렸다. 

 

결국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그래도 마음잡고 루트를 고민한 결과 대략적인 여행 루트는 결정되었다. 이젠 여행사에 가서 티켓 가격을 물어보는 일만 남았다.

 

 

 

 

어느새 날이 어둑어둑해져서 한인 송년의 밤이 시작되었다. 한국 남자와 베트남 여자가 사회를 맡았다. 

 

2014년 올해는 한국인이 베트남에 진출한 지 81주년, 한국-베트남 수교 22주년 되는 해라고 했다.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베트남 국가와 한국 국가를 각각 불렀다.

 

 

 

 

행사장에는 이 행사를 주최한 많은 중요 인사들이 참석해 있었다. 앞 소개가 길어져서 공연 시간은 한참 뒤에나 찾아올 것 같았다. 다행히도 객석은 거의 꽉 찼고 외국인들도 많이 앉아있었다. 이 공연이 세계에 한국을 알리고 잘 소개하는 공연이 되면 좋겠다 싶었다.

 

 

나는 자리를 떠나 잠시간 길을 걸었다. 한 골목길에서 무척 친절한 직원이 있는 여행사를 만나 오픈 투어 버스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물어봤다. 직원이 너무 친절해서 나는 거의 바로 티켓을 끊을 뻔했다. 그러나 나는 신중신중 또 신중한 성격이기에 내일 다시 오겠다고 한 호흡을 들이마시고 명함을 받아서 나왔다.

 

 

그러고는 베트남에서 유명한 여행사인 Sinh Cafe(신 카페)를 찾았다. 나는 굳이 잘 되고 있는 유명한 여행사에 더 보탬이 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이런 여행사를 통해 동향을 파악하는 것은 필요했으므로 이 카페에 가서 오픈 투어 버스의 루트와 가격, 또 가고 싶은 Cu Chi Tunnel(구찌 터널)의 투어 비용도 알아보았다.

 

그런데 여행사에 들어오자마자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밖에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는 신세가 된 나는 나만의 개인 시간을 가졌다. 지난 한 주를 돌아보면서 참으로 행복하고 힘이 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Sinh Cafe에서 계속 나오고 있는 베트남의 풍경 영상을 보며 저 북베트남은 어떤 곳일까 기대감에 부풀기도 하였다.

 

 

 

 

비가 그쳐 다시 호텔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여행자 거리 Bui Vien 1 street(부이 비엔 거리)가 물난리가 났다. 캄보디아 프놈펜만 이런 물난리가 아니었어..? 호치민에서 잠시간의 폭우로 이렇게 거리가 잠기자 나는 당황한 마음마저 들었다. 그래도 호치민 시는 발전된 곳이어서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사람들은 옷을 걷어올리고 맨 발의 플립플랍으로 이곳을 지나갔지만 나는 그냥 돌아가기로.

 

 

 

 

저녁을 안 먹은 나는 돌아가는 길에 간단한 간식 하나를 샀다. 예전부터 이걸 보고 뭘까 궁금했었던 차에 마침 로컬 슈퍼마켓에서 가격도 저렴하게 팔고 있어서 단번에 샀다. 가격은 9,000동.

 

이것은 코코넛 가루가 들어간 달달한 음식이었다. 허기가 질 때 하나씩 뜯어 먹기에 좋은 음식. 사실 나는 이것도 이것이지만 견과류가 들어간 이곳 동남아시아 특유의 그 과자 종류가 더 먹고 싶다. 여행하면서 만나면 꼭 맛 보리.

 

 

 

 

늦은 밤까지 불 밝히고 있는 해산물 파는 길거리 노점. 바닷가에 가면 해산물 한번 먹어볼까..?

 

13 Dec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