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호치민 여행 | 생선구이 아침밥 | 유니온 스퀘어 | 사이공 오페라 하우스 | 카라벨 호텔 | 사이공 센트럴 모스크 | 안남 고메 마켓 | 향신료 냄새 - 인도 그리움

 

여행을 시작한 지 딱 20일 째 되는 날이다.

 

피곤피곤.. 베트남에 와서 왜 계속 배가 고플까 싶었는데 그게 진짜 배가 고팠던 것이 아니라 위에서 산이 많이 나오고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조금만 먹어도 위산이 역류하고 몸이 아무래도 영 힘들다. 한동안 건강이 좋아진 줄 알았는데 너무너무 피곤하고 힘들다. 한 지역에 오래 머물러서 무기력해진걸까? 여행을 마치고 돌아갈까 생각이 들만큼 몸이 힘들다. 여행도 체력이 있어야 하는 것인데... 흠... 쉬엄쉬엄 몸을 보살펴가며 해야겠다. 좋은 음식 먹고, 잘 쉬고, 또 잘 보고. 

 

나는 일부러 밖에 또 나간다.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나아질까 싶어서. 그리고 속이 너무 비어서 배가 고픈 것은 아닐까 싶어 Com Tam(껌 땀) 집에 가서 밥을 먹기로 한다.

 

 

 

 

나는 얼마 전부터 먹고 싶었던 튀겨서 기름기 쫙 뺀 생선을 주문해서 먹었다. Bui Vien 1 street(부이 비엔 거리)와 맞닿은 작은 골목에 있는 가게인데 이 집 음식 참 괜찮네. 짜지도, 싱겁지도, 그렇다고 조미료의 맛이 느껴지지도 않았다. 물론 국에서는 약간 조미료의 맛이 느껴졌다. 

 

국에 들어있는 초록색 배추과 채소는 캄보디아에서도 볼 수 있었던 이곳 특유의 일종의 김치이다. 약간 신 맛과 숙성된 맛이 났다. 베트남의 유명한 멸치 액젓 '느억 맘(Nuoc Mom)'이 들어간 저 노란 단 소스에 고추를 넣어먹으니 참으로 맛있었다. 흰 살 생선을 발라 이 노란 소스에 찍어 흰 쌀밥에 얹어먹는 맛은 엄마가 내게 밥을 먹여주는 것과 같은 맛.

 

 

 

 

나는 주변에 현지인들만 있는 이 낯선 곳에서 씩씩하게, 열심히, 맛있게 밥을 먹었다.

 

 

나는 의지를 가지고 길을 걸으려 나섰다. 그래. Botanic garden(보타닉 가든)이라도 가서 산림 속 좋은 공기 마시며 기분 전환이라도 하고 오자!

 

하지만 속은 계속 긁히는 느낌이고 몸은 너무너무 피곤했다. 그래도 걷다보면 괜찮아질거야. 라고 생각했으나, 몸은 가벼워지는 듯 하지만 진이 빠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먹고 쉬기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은 생각할 수 있는 것이고, 이성에 의해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호치민 시청사는 지금 공사 중.

 

 

 

 

크리스마스 분위기 물씬, Unionsquare(유니온 스퀘어).

 

 

 

 

Saigon Opera House(사이공 오페라 하우스)와 Caravelle Hotel(카라벨 호텔).

 

 

 

 

 

A O Show(아오쇼)가 공연되고 있는 Saigon Opera House(사이공 오페라 하우스).

 

.

.

 

나는 Saigon Central Mosque(사이공 센트럴 모스크)에 가보기로 했다.

 

모스크에 가는 길에는 5성급 Sheraton Hotel이 있다. 그런데 많은 단체 관광객들로 늘 북적이는 곳이 이 Sheraton Hotel(쉐라톤 호텔)이기도 함에 나는 조금 의아함을 느꼈다. 엄청 고급호텔 같은데 시장통 분위기가 나는 이것은 또 무슨 조화인가.

 

베트남 전통 악기가 연주되고 있는 로비를 지나 나는 그렇게도 view가 좋다는 23층 sky bar에 올라가봤다. 그러나 아직 어둑해지기 전이라 그런지 그렇게도 좋다는 그 view는 나에게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Caravelle hotel의 sky bar가 더 좋았다고 해야 하나..? 

 

.

.

 

호텔을 나와 모스크를 찾아갔다. 그런데 모스크는 뜻밖에도 Sheraton Hotel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화려하지도, 큰 규모도 아닌 모스크. 이 모스크는 남인도 무슬림들에 의해 1935년에 지어졌다고 한다. 호치민 시 내에 인도 무슬림들은 지금은 많이 남아있지 않다. 이 모스크 외에 12개의 모스크가 호치민 시에 흩어져 있으며 신자는 약 5,000명 정도라고 한다.

 

모스크를 나와 걷다가 맞은편에서 Ciao Bella(차오 벨라)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만났다. 작년에 동료 간사들이랑 이 레스토랑을 찾아서 그 싱싱한 맛에 감탄사를 연발했었지. 집에서 만든 건강한 음식의 힘을 믿는 나는 그렇게도 요리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위장 건강이 늘 좋지 않아 요리를 하고 싶어도 지금은 주방에 손이 잘 안 가고 있다. 하지만 여행을 통해 회복되길 바란다.

 

이런 마음의 내게 더욱 요리에 대한 꿈을 부풀어오르게 하는 것은 그 근처 Annam gourmet market(안남 고메 마켓)이었다. 이곳은 각종 외국 식자재들을 전문적으로 파는 곳인데 내게는 정말 설레이는 곳이다. 나는 gourmet(고메)이라는 말만 들어도 흥분된다. 내가 좋아하는 각종 차(茶)와 커피, 각종 소스류, 각종 면, 치즈, 채소, 주방용품 등등등... 위장상태가 좋았더라면 당장이라도 요리할 기세로 막 흥분해서 샀을텐데... 나는 과연 요리를 언제쯤 다시 시작하게 될까?

 

 

Botanic garden(보타닉 가든)으로 가는 길. 그냥 다시 호텔로 돌아갈까 싶을 정도로 몸이 힘들긴 했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다시 걸어갈 힘도 없었다. 그냥 걷자 하면서 걷다 보니 Intercon hotel, Intercontinental hotel, Sofitel hotel 등 세계 유명 호텔들을 만나게 되었다. 각각의 호텔에서는 각각의 특징이 느껴졌다. 어떤 호텔은 방문객들에게 선호도가 높고, 어떤 곳은 조용히 비지니스맨들이 다녀가는 호텔이고... 오늘 호텔 구경 참 많이 하네. 나는 작은 게스트하우스부터 운영해봤으면 좋겠다.

 

그렇게 길을 걸으며 어제 미처 못 가본 호치민 인문사회대 부지를 지나 Botanic garden에 도착했다. 그런데 벌써 날은 어둑어둑해지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공원에서 나오고 있었다. 가이드북에는 공원 개방 시간이 오후 10시까지로 되어있는데 이거 들어가도 되는거야 마는거야. 

 

나는 그냥 공원 앞 5,000동짜리 사탕수수 쥬스 한 잔을 마시면서 돌아오기로 했다. 그런데 그 공원 근처는 호화 빌딩들이 가득한 곳으로 사람들이 별로 다니질 않았다. 막상 혼자 걸으려니 괜히 모토 기사 아저씨들도 의식이 되고 무서운 생각이 들어 발걸음이 저절로 빨라졌다.

 

재빠른 걸음으로 도심 속으로 들어온 나는 CJ 빌딩을 만났다. 그 빌딩 앞에는 당당하게 Tous Les Jours(뚜레쥬르) 베이커리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길을 쭉 따라 일본 Sushi shop이 그렇게도 많았다. 기모노를 차려입은 종업원이 자신의 가게에 들어오라고 유혹의 손짓을 하기도 했다. 일본 스시 가게는 사람들에게 상당히 좋은 인상을 얻고 있는 듯 했다. 한 스시 가게에는 손님들이 줄지어 들어가는데 주인인 듯한 포스지만 옷을 허름하게 차려입은 한 사람이 예의 있게 연신 손님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예의는 있지만 그 얼굴은 영혼이 없는 무표정이었다. 일본의 문화는 고급스럽고 멋지다는 인상이긴 한데 왠지 모르게 무엇인가 텅 빈 듯한 느낌도 든다. 아까도 <나 혼자 산다>라는 TV 프로그램을 보는데, 강남 이라는 가수의 자신의 일본집 방문기가 나왔다. 그런데 그 일본 풍경에서도 나는 뭔지 모를 텅 빈 공허함 같은 것을 느꼈다. 뭔가 예의 있고, 문화도 고급스럽긴 하지만, 워낙 탁월하기도 하지만, 반면 조용하고, 숨기고 감추고 있는 듯한 느낌. 나는 처음 베트남에 왔을 때 여행자거리 골목에 사는 베트남 서민들에게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었다. 하지만 단정짓진 않기로 한다. 그것이 베트남 사람의 전부는 아닐 터. 북베트남까지 여행을 하면 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겠지.

 

길을 걷다가 문득 느낀건데, 베트남 사람들은 안경을 참 많이 꼈다. 내가 생각하는 베트남 젊은이들의 이미지는 딱 검은색 뿔테안경을 낀 여성이다. 아직 렌즈나 시력교정술 도입이 일반적이지 않은 것인가...

 

 

 

 

그런 베트남 젊은 여성들은 Union square(유니온 스퀘어), Diamond plaza(다이아몬드 플라자), Parkson(팍슨), Rex Hotel shopping complex(렉스 호텔 쇼핑 콤플렉스) 등의 대형 쇼핑센터 건물에 설치된 크리스마스 장식 앞에서 너도나도 앞다투어 사진을 찍고 있었다. 호치민 시의 Dong Khoi area(동 코이 지역)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밤이 되면 특히나 더 빛을 발하여 그곳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 사람의 기분을 설레이게 한다. 이 시기는 그렇게 연말과 신년이 겹친 성수기로 호텔의 가격 역시 상승곡선을 그린다. 비수기에 여행을 왔어야 했는데 조금은 아쉽긴 하다. 하지만 budget traveller로써 꼼꼼하게 여행을 잘하고 있으니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의 여행에 만족한다.

 

 

 

 

일본 JICA(자이카)의 원조로 Ho Chi Minh City urban railway 공사가 Rex Hotel(렉스 호텔), Opera House(오페라 하우스), Hotel Majestic Saigon(마제스틱 호텔 사이공) 근처에서 한창 중이다. 밤이면 도로 역시 막히므로 나는 먼 길을 돌아서 강가 Majestic hotel까지 다녀와야 했다. 덕분에 많이 걷고 시티 투어까지... 그나저나 Majestic hotel(마제스틱 호텔) 앞 dinner cruise(디너 크루즈)는 언제쯤 타볼까? A O SHOW(아오쇼)도 그렇고, 디너 크루즈도 그렇고 이 도시를 떠나기 전에 꼭 경험해봐야 할까?

 

호텔 쪽으로 오다가 나는 Old market 근처에서 'Phuong Ha'라는 한 상점을 만났다. 늘 지나치던 곳이기도 했는데, Indian/Foreign product를 판다는 간판을 보고서 들어가보게 되었다. 

 

나는 2층에 들어서는 순간 잠시 멈춰설 수밖에 없었다. 인도에서 보던 수많은 마살라 가루들이 이곳에...!! 내 얼굴의 입꼬리는 어느새 올라가있고 내 눈은 촉촉해지기 시작했다. 마살라 향기와 그 풍경이 나를 벌써 인도에 데려다놓은 것 같았다. '마살라' 라는 인도 글자를 읽는 순간 나는 더더욱 인도가 그리워졌다. 그래! 바로 이건데 말이야..!! 인도에 가 있는 블로그 이웃이 생각나기도 했다.

 

사실 나는 베트남에 와서 그간 경험해보지 못한 문화들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보며, 혹시나 나는 단순히 새로운 문화에 호기심과 관심이 있는 것이지, 사실은 인도만이 전부는 아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인도 제품을 접하고 난 나의 반응은 내 상상 이상이었다. 나는 인도가 아직도 많이 생각나고 그리운 것이 틀림 없었다. 나는 왜 굳이 베트남 비자를 3개월이라 연장받았을까.. 왜 인도와 스리랑카 등의 서남아시아에 갈 생각은 못했을까! 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렇다면 북베트남까지 올라갔다가 다음 여정지는 바로 서남아시아로...?

 

 

 

Shop Phương Ha 

http://thietkewebsitegiare.vn/demo/phuongha/index.php

 

 

 

 

이곳에서는 베이킹 도구들도 판매하고 있다.

 

 

숙소로 돌아왔다.

 

다시 밀린 글 쓰기에 집중한다. 그런데 몸이 영 이상하네. 몸살이 난 듯 온 몸이 아프다 ㅠ.ㅠ 왜 이러지... 글 쓰기에 너무 집중을 했나.

 

쉬어야 할 것인가 아님 하루라도 빨리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할 것인가...

 

그나저나 Star TV를 통해 본 <Master chef junior(마스터셰프 주니어)>를 보면서 드는 생각. 유대인은 어릴 적부터 달란트를 발견한다더니... 성인 못지 않은 요리 전문성과 실력을 갖춘 미국, 호주 등 서양나라 12,13살 아이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어리다면 어린 나이인데 벌써부터 꿈을 정하고, 포부를 갖고 이런 1억원의 상금을 건 대형 챌린지 안에 들어와 있다는 그 자체가 너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이런 것이 세계를 리드하고 장악한다는 것인가.. 내 미래 세대는 어떻게 키워야 할까. 나의 전문성과 더불어 요즘 기대되고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되는 부분이다.

 

14 Dec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