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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Aladdin(알라딘, 2019) 관람

 

영화 알라딘


Zayn Malik(제인 말릭)과 Zhavia Ward(자비아 워드)가 부른 'A whole new world' 노래가 감명깊고 좋긴 했는데, 내가 디즈니의 알라딘을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어서 굳이 꼭 봐야하나 싶기도 했다. 혹시 오히려 실사 영화가 동심을 깨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했고. 그런데 잠도 일찍 깬 김에 산책 나왔다가 그대로 영화관에 갔다.

 


일단, 이 영화는 화면이 상당히 화려하다. 중동,아랍 지역이 배경인만큼 그 지역 풍의 화려한 옷감, 장식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음악이 괜찮았다.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태의 인트로 음악이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Genie(지니) 역의 Will Smith(윌 스미스)가 이 영화를 살렸다고 했지만, 내가 느끼기론 자스민 역의 Naomi Scott(나오미 스캇)과 알라딘 역의 Mena Massoud(미나 마수드)가 이 영화를 살린 것 같다. Genie가 등장한 후 이어지는 뮤지컬 장면은 디즈니가 이에 많은 공을 들인 것으로 보였지만, 개인적으로 노래는 지루했고 장면도 화려함에 비해 지루했다. 오히려 내면의 속마음을 진실되게 부르는 자스민 공주의 'Speechless'와 알라딘 솔로가 더 아름답고 인상적이었다. magic carpet을 타고 온 세상을 바라보며 부르는 영화 속 'A whole new world'는 생각 이상으로 좋았다. typical한 부분이지 않을까 싶어 그냥 기대를 안했는데, 이 노래의 음악 세션이 Zayn이 부른 것보다도 더 마음에 들었다.

 

 

 


Naomi Scott은 어머니가 half Gujarati여서 그런지 정말 인도 여인의 느낌이 많이 났다. 의상은 왕궁에서의 의상보다도 몰래 마을을 돌아다닐 때의 첫 의상이 가장 어울리고 예뻤다. Mena Massoud는 이집트 사람이라는데, 역시 인도풍 느낌이 많이 났다. 하지만 영어 발음 곳곳에서, 아.. 인도인은 아니구나 싶었다.

 


알라딘이 자스민 공주를 데리고 자신의 집에 가는데 여기에서 'Home'에 대한 느낌이 좋았다. 중동,아랍인들답게 집에 들어오자마자 손님에게 'tea'를 대접하겠다는 것 역시 전형적인 중동 문화라서 반가웠는데, 다만 배경을 좀 더 북아프리카 쪽으로 잡은 것인지..? 알라딘이 들고 있는 티 트레이에는 싱싱한 민트 잎들이 가득 담긴 것도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알라딘이 길에서 왕궁 사람에게 신분에 대한 멸시를 당하고 나서 원숭이 Abu에게 "Let's go home."이라고 하는데, 그 'home'의 의미가 정말 인상깊었다. 어느 허름한 건물 옥상에 찢어진 천 조각으로 지붕을 만든 그 공간은 알라딘에겐 home, 안식처인 것이다. 그 안식처에 돌아간 알라딘은 노래한다. "나를 그저 거지 취급하기만 하지, 나의 내면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는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려고는 하지 않아"

이 영화는 보면 볼수록 단순한 디즈니 동화가 아니었다. 내면의 가치를 바라봐주길 원하는 알라딘, 지니가 자신을 왕자로 만들어주자 자스민 공주의 마음을 서서히 얻게 된다. 지니는 알라딘에게 자신이 왕자가 아님을 털어놓으라며 내면의 솔직함에 대해 조언해주지만, 없을수록 다 가진 척 해야한다고 했었던 알라딘, 자신 같은 사람은 왕자의 모습을 해야 공주가 알아줄 것이라고 자신 없어하며 내면보다 겉모습을 내세우려 한다. 지니는 알라딘에게, "내가 겉은 바꾸어줄 수 있지만 내면의 문은 네 자신이 열어야 해."하며 뼈 있는 말을 던진다.

결론에 도달해서는, 알라딘이 자스민 공주와 그의 아버지에게 자신의 거짓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를 한다. 악인 Jafar도 없어졌고, 요술램프를 눈 앞에 둔 알라딘에게 지니는 마지막 소원을 빌라고 하는데, 이미 이 순간, 영화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에도 더 이상 램프를 통해 바랄 소원이 없어졌다.

 

 


5월. 당신의 소원이 이루어진다. 라고 영화 포스터에 씌여있어서, 나는 어떤 소원이 있지? 잠시 생각을 해보았는데, 딱히 생각나는 소원이 있지 않았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나니 거창한 소원이 더 없어졌다. 포장된 내가 아닌 내 모습 그대로의 진실한 가치를 지닌 것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도 귀하며, 가장 필요한 것이야말로 진실된 마음으로 소통할 수 있는 마음, 상대의 겉모습이 아닌 내면의 가치를 바라볼 줄 아는 마음의 눈이 아닐까. 좀 오그라드는 말이긴 하지만, 정말로 그러하다고 느꼈다.

뭔가 글로는 잘 정리도 설명도 안되지만, 이런 생각들과 더불어, 알라딘 2019는 내게 기대보다 훨씬 더 좋은 영화였다.

 

24 May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