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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 -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 연주
나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다시 되찾아주고 확인시켜 준, 마르타 아르헤리치(Martha Argerich)가 연주한,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 클라우디오 아바도(Claudio Abbado)가 지휘하는 베를린 필과 연주한 이 음반. 나의 두 손, 두 발을 다 들게 한 그녀의 음악성. 특히 난 2악장에 반했다.
지금 이 앨범이 일시품절 상태라, youtube.com에서 음악을 찾았다. 그런데 다시 들어보니.. CD랑 다르다. 이건 실수도 좀 들리고.. 라이브를 녹음한 것 같다. 빠른 시일 내에 CD를 구해서 들어야겠다....^^
라벨 피아노 협주곡 G장조 - 마르타 아르헤리치 연주 감상하기
Martha Argerich plays Ravel Concerto in G with Berlin Philharmonic Orchestra conducted by Claudio Abbado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
피아니스트 : 마르타 아르헤리치 연주
지휘 : 클라우디오 아바도
오케스트라 :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고 나온 피아노 전공생의 대학 입학 후 방황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 음악이 갑자기 싫어졌다. 사실.. 음악이라기보다 학문 하는것 자체가 싫어서.. 음악이 싫어졌다고 핑계를 댔는지도.. 아니.. 그 반대인가.. 나도 혼란스러운 이 내 마음을 모르겠다.
환상적인 꿈에 부풀어 들어간 대학교.. 그곳은 나의 상상과는 너무나 다른 곳이었다. 매주 이어지는 레슨.. 그리고 그 레슨을 하기 위한 매일매일의 연습.. 전공 공부.. 교양 공부.. 과제.. 시험.. 다른 아이들은 시간 활용도 잘 하면서 충분히 대학 생활을 즐기는듯 보였는데 왜 나에게는 그것이 어려웠을까.. 내가 융통성이 없었던걸까? 다시 지난 날들을 돌아보니 눈물이 나려 한다.. 마음이 슬프다.. 아프다.. 왜 그렇게밖에 살지 못했을까.. 좀 더 주변을 둘러보면서.. 때로는 나를 위한 투자도 하면서.. 왜 그렇게 지내지 못했을까?
그렇게 공부만 바라보고 지나온 3년.. 쉬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피아노를 한 6개월.. 아니 7개월쯤 쉬고 있는 것 같다. 음악은 아주 가끔씩.. 듣고 싶을 때만 들었다. 음악에 대한 죄책감이 몰려왔다. 내 손이 피아노를 연주하지 않고 놀고 있는 것에 대한 죄책감.. 그렇게 음악에 대해 열정적이었던 내가.. 음악에 대해 등 돌리고 있었던 시간.. 휴.. 하지만 그 시간이 결코 편하진 않았다. 공부해야지, 연습해야지.. 하면서도 자꾸만 의무감에 빠져서만 하게 되었던 연습.. 결국 꾸준히 나가야지.. 했던 연습실도 몇일밖에 못 나갔다.
난 내 마음이 복잡했기 때문이라고.. 내 주변 환경 탓을 하며 음악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핑계를 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왜..?? 그냥 언제든지 듣고.. 언제든지 연주하면 되는데.. 그렇게 못하는 환경도 아니고..
하지만.. 지금은 연주하고 싶지 않아.. 너무 많이 지쳤거든.. 연주를 하며 내 자신이 즐기지 못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어. 연습도 경쟁, 연주도 경쟁, 게다가 나의 연주는 점수화 되어서 나름 '객관적' 인 잣대로 평가되지.. 그것에 너무 질려버렸어. 더 이상은.. 못하겠다는.. 무서운 말은 못하겠지만 좀 쉬어가야겠어. 내 마음에도 안정이 필요해..
그렇게 놓고 있었던 음악.. 얼마 전에 무언가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들어가게 된 어떤 한 블로그.. 거기서 우연히 듣게 된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 원래는 라벨의 왼손을 위한 협주곡을 들을 요량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이 곡을 듣게 되었네.. 글을 쓰면서 그냥 무심하게 배경 음악으로만 들었는데.. 이 음악이 어느새 내 마음에 깊숙히 파고 들어왔다.
아.. 이 곡이 너무 많이 생각나서 그 블로그에 들어가서 전악장을 열번도 넘게 들은 것 같다. 다른 연주자를 검색해서 들을수도 있었지만 꼭 이 연주자여만 했다. 그냥 그 소리에 끌려서 듣게 되었다. 그리고 마음을 울리는 2악장.. 멜랑꼴리하면서도 아름답고..
깊고.. 감동을 주는 그런 음악.. 정박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사람의 마음을 더욱 울리는 박자.. 싱코페이션.. 아티큘레이션이 정말로 마음에 와닿는 그런 음악..
이제는 정말 피아노를 연습해야 될 때라고 생각이 되서 라벨 악보를 찾아 이 악보를 보면서 음악을 들었다. 사실.. 겁이 나기도 한다.. 예전처럼 깊고 또랑또랑한 소리가 안 날까봐.. 그렇지만 이런 불안한 생각은 아예 버리기로 하자. 예전처럼 노력하면 아름다운 소리를 다시 낼 수 있고 음악을 즐길 때 아름다운 소리는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니까.
사실 내 마음에 이렇게 깊이 와 닿은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한 연주자가 마르타 아르헤리치라는 사실은 오늘 알았다. 이 사실을 알고 나자 그녀가 연주한 라벨의 '물의 희롱'이 생각났다. 작년에 이 곡을 위클리로 준비하면서 그녀의 소리가 얼마나 부러웠었던지.. 또랑또랑하고 맑은 소리.. 하지만 그녀는 너무나 얄밉게도 아무렇지도 않게 최소한의 손동작만으로 연주하는 듯 하다. 그리고 불필요한 몸놀림을 삼가한다. 난 이런 연주자들을 보면 참 신기하더라. 작년에 첼리스트 노인경 선생님을 보고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나는 감정 표현과 그만한 소리를 내기 위해서 온 몸을 다 써야 하는데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진 않지만.. 대가들의 연주를 들으면.. 그 사람들은 정말 손으로만 연주하는 듯 하다. 음악을 들으면 정말 대단한 제스처를 하고 있을 것 같은데 막상 연주 장면을 보면 너무나 태연하게 연주하고 있다.
어쨌든.. 내 마음에 다시 음악의 불꽃과 열정을 가져다 준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 이 곡을 내일부터 연습해야겠다. 이 너무나 아름답고 테크닉적으로도, 아티큘레이션도.. 소리도.. 이것저것 공부할 것이 참 많은 곡 같다. 이 곡으로 협연할 기회가 올까? 협연 욕심도 나는 곡이다.
학문에 대한 욕심, 음악에 대한 욕심.. 최고가 되어야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오로지 음악 그 자체를 순수하게 즐겨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음악은 남에게 보이기 위한 수단이 아닌, 내 자신을 위해 가장 필요한 내 삶의 필수 요소이다.
14 Jul 2009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라벨 피아노 협주곡 실황 연주
다음은 아르헤리치의 실황 연주 동영상.
Martha Argerich plays Ravel's Piano Concerto in G major,
with Aldo Ceccato & Rundfunkorchester Hannover des NDR - Dec 14, 1985
사실 여러 년도의 버전이 있지만 왠지 이 지휘자가 마음에 들어서..^^ (2009년 당시에는 Youtube 링크를 올렸었는데, 2021년 현재 이 링크는 사용 불가라고 뜬다.)
대신 1986년의 다른 실황 영상을 올려본다.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1986년 라벨 피아노 협주곡 실황 영상
Ravel: Klavierkonzert G-Dur
Martha Argerich
NDR Radiophilharmonie
Aufnahme von 19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