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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종종 음대생들의 레슨 영상을 봤다. 다양한 음악가들의 다양한 해석을 보고 싶어서 국내 연주자들, 교수님들 그리고 해외 마스터 클래스들도 종종 보고 있다.

그런데 조금 안타까운 것이... 학생들 대부분의 공통점이 소리가 너무 약하다는 것이다. 10명을 보면 한 9명 정도는 그러해서.. 왜 이렇게 다들 소리가 약하지..? 레슨으로 준비해 온 연주들을 들으면서 의문이 많이 들면서 요즘 애들은 나 때랑 교육 방식, 교육 방향이 다른가...? 하는 갖가지 생각들도 하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선생님들은 꼭 공통적으로 학생들에게 소리를 살리라는 이야기를 먼저 하는 모습이다. 소리가 구현이 안되니까 다른 음악적인 아이디어들로 더 진도를 나가지 못하는 모습이랄까.... 아무튼 요즘 음대생들의 소리나 음악적인 표현력이 나 때보다는 조금 약한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들었다. 내가 그간 음악적으로, 인간적으로 성숙해져서 어린 학생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좀 더 넓게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긴 것인지.. 아니면 원래 저 나이 때에는 저 정도 하는 것이 맞는지.. 약간 혼란스러운 마음도 생겼다.

그런데 이 문제는 비단 요즘 한국의 음대생들 뿐만 아니라.. 얼마 전 2020 쇼팽 국제 콩쿨에서도 느꼈던 바이다. final 진출자들이 모두 각자 나름의 음악적인 아이디어로 열심히 공부한 결과를 드러냈지만, 한편으로는 final 무대는 보는 내내... 음악이 너무 얕고, 참가자들이 모두 30대 미만의 어린 참가자들이어서 그런지 아직 너무 학생같이 연주한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었다. 물론, 음악에는 완성이 없고 나이가 들수록 그 완성도가 점점 더 풍부하고 넓어지는 것이 음악의 세계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요즘 학생들의 음악을 듣고 있자면, '나 때도 저랬었나..?' 하는 의문이 멈추지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내가 학생이었던 지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는데도.... (아무튼, 연주를 듣다 보니 1위는 누가 하겠다는 감이 그냥 왔는데, 다음날 확인해보니 예상했던 인물이 예상대로 1위를 했다.)

 


시대가 좋아져서 이렇게 집에서도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으면 세계 유수의 훌륭한 교육들을 언제든지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반갑고 환영할만한 일임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런 속에서도 웃음이 사라질 정도의 경각심이 든다면 그건 바로 인간 개인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글로벌 전염병의 발생과 전파, 그와 관련한 여러 미래 산업들의 가파른 성장으로 인한 사회적 격차 및 괴리 발생인 것 같다. 단순히 과학 기술의 발전이 가져다주는 유익만을 누리기에는 왠지 모를 두려움과 일종의 공포심 같은 것도 생기는 것 같다. 아름다운 자연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즐기는 삶을 꿈꾸고 있는데 미래 사회에는 왠지 이런 지극히 기본적인 평화조차도 위협을 받을 것만 같은 두려움... 너무 앞서나간 생각에 두려움부터 갖는 것일수도 있지만 한편 대비하지 않으면 생존에 도태될 수 있다는 위험마저 도사리고 있는 것이 요즘 사회가 아닌가 싶다.

음... 이런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음악을 쉽게 쉽게 연주는 하지만 깊이 있게 연주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보며, 거의 대부분의 일들이 즉각적으로 터치 한번이면 해결되는 편안한 세상이 도래했기에 이 세대의 사람들이 이전 어른 세대들이 경험했던 아날로그적인 깊은 감수성이 조금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디지털 세대도 이 세대만의 장점이 있긴 하겠지만, 한편 자료를 찾기 위해서는 책과 백과사전을 뒤적여보거나 깊이 있는 사색을 해야만 했던 이전 세대의 깊은 감수성과 통찰력을 과연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요즘 학생들의 음악이 상대적으로 조금 얕게 들리는 것일수도 있겠다 싶다.

시대의 흐름을 유연하게 타고 그에 상응하는 미래를 지혜롭게 잘 준비하고 대처하는 것도 분명 중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요즘은 도서관의 종이 책들과 독서를 통한 토론, 사회 문제의 해결을 모색하기 위해 의지를 불태웠던 대학 친구들의 각종 모임들과 세미나, 여행을 통한 문명과 인간의 이해 등등... 그 시절, 그 정서가 벌써 너무나도 그립다. (이렇게 말하니까 벌써 나 나이든 것 같아😝😆)

그나마 위안이 드는 생각은, 아무리 시대가 발전한다 해도 클래식 음악의 연주만큼은 기계가 테크닉적으로는 흉내는 낼 수 있다 할지라도 클래식 음악을 표현해내는 고유의 감성과 타이밍, 호흡, 그리고 연주 철학과 아이디어만큼은 쉽게 못 따라오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어쨌든! 그래도 교수님들이 이렇게 음악의 맥을 잃지 않고 훌륭하게 잘 잡아주고 계셔서 너무나도 감사하고 소중한 마음이다. 배울 수 있는 채널들이 열려 있을 때 적극적으로 많이 배워놔야겠다!🎶📚


 

 

 

 

 

 

 

 

 

 

 

(최근 블로그 이사로 2009년의 내 글들만 접하다가 오래간만에 현재 시점의 글을 써본다. 블로그 이사가 하루 이틀 걸릴 일이 아닌데 현재 글들을 계속 미루다보면 2021년 가을을 살아간 나의 이야기를 기억하지 못할 것 같아서 나중에라도 그 아쉬운 마음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하여 지금 몇 자라도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