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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메이드를 고용한다는 것
집에서 카페 분위기 좀 내고 있는데 maid가 왔다. 한번 청소하면 온 집안을 몸살이 날 정도로 하기에 그런 나를 잘 아셨는지 메이드를 붙여주셨다.
사실 처음에는 메이드를 쓰는 것이, 누군가를 부려 청소를 시킨다는것이 익숙한 일이 아니었는데, 유럽도 동남아도 남미도 또 이곳 인도도 메이드 고용하는 것이 일반화, 문화화되어 있는 것 같다. 특히 인도는 카스트 제도가 있기에 더더욱 청소하는 사람, 밥하는 사람, 운전하는 사람의 구분이 철저한 듯 하다. 인도 상류층들은 밥도 직접 안하고 밥 하는 메이드(요리사)도 따로 고용한다.
메이드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된 것은 캄보디아에 있을 때였는데, 그때도 우리 사무실에 밥 해주고 청소해주는 메이드 아주머니가 계셨다. 인도에서는 계급의 상하구분이 명확하기에 메이드, 드라이버랑 함부로 말을 섞거나 친구처럼 지내는 것을 조심해야 하는데(사람 대 사람으로 친구처럼 대하려다가 낭패보기 쉽상임을 경험으로 체득), 캄보디아에도 역시 그런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메이드 아주머니에게 친근하게 대하며 아주머니의 삶과 스토리를 이해해보려 노력했었다. 그러다보니 내 개인적인 결론은, 메이드라는 직업은 내가 사람을 부리고 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장 그 일을 잘하기 때문에 그에게 이 일을 맡기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고, 직업적 자부심과 자존감이 낮은 아주머니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었었던 기억이 난다.
몇 년 전, KBS의 <안녕하세요> 라는 고민상담 예능 프로그램에 브라질에서 온 남자가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한국 여자랑 결혼을 했는데 항상 아내가 자신에게 청소도 잘 못하고 집안일을 잘 못한다고 소리를 지른다는 것에 대한 고민이었다. 물론 성격의 차이도 있을 수 있고, 부부간의 일이므로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브라질 남자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자신의 나라에서는 메이드가 청소를 하기에 자기는 청소를 잘 할줄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수긍이 갔다. 이곳 인도 상류층 아이들도 보면집 안에 메이드들이 여럿이 있어 아침부터 밤까지 밥도 해주고 학교 다녀오면 간식도 챙겨주고 모든 집안 청소를 다 해주고 어딘가 이동시에는 드라이버가 데려다주기에 사실상 어찌 보면 이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을 것 같은 모습이다. 그렇지만 그만큼 학업이나 취미 등 다른 일에 더욱 열중하는 시간은 분명 늘어나는 것 같다. 내 학생의 미국 출신 어머님도 집 안에 각각의 메이드들과 nanny를 두면서 3살, 6살 자녀를 아주 효율적으로 돌보면서도 자신의 커리어를 놓치지 않고 게을리하지 않는 모습이다. 난 이것이 꽤 멋지다고 생각한다. 밥 하고 청소하고 아이들 챙기면 하루가 다 지나가버리는 한국의 보통의 어머님들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그래서 이곳 주재원들은 회사에서 복지를 꽤 많이 제공해주기에 경제적 여유가 넘치는 모습인데, 주재원들의 부인들 역시 설거지, 빨래, 청소 때로는 요리까지 메이드들을 통해서 많이들 한다. 집안 일을 꼭 자기 손으로 해야하는 분들도 있긴 한데 시간이 지날수록 넓은 집 청소가 관리가 안되다 보니 결국 메이드를 고용하기도 하는데 내 마음 같지 않게 청소하는 메이드가 미덥긴 하지만서도 그 시간에 자기 계발을 할 여유가 늘어나서 이곳 주재원 생활을 상당히 즐기면서 할 수 있다. 그러다가 한국에 돌아가면 그 수많은 복지들이 일순간에 사라져서 힘들어하는 분들이 대다수이긴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가끔씩 메이드를 사람 취급하지 않고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도 사람들이라도 점잖지 않은 사람들은 더러 그러기도 하는 모양인지, 이곳의 메이드들은 인도 가정보다도 젠틀한 한국(외국) 사람들의 집에서 일하고 싶어들 한다.
우리집에 온 이 메이드는 상당히 성실하고 일을 책임감 있게 잘하는사람 같아서 참 마음에 든다. 하면서 힘 좀 나라고 최신 Hindi Song을 플레이시켜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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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집에서도 본 메이드인데 보통 1시간 30분 일을 하며 바닥 정도만 청소를 한다. 그런데 우리집은 방 구석구석 걸레질까지 하고 휴지통마다 봉투 끼워넣는 디테일 하며, 내가 재활용 신문지 모아놓은 것 보고 신문지 가져다가 거울을 닦아내는 센스까지~ 2시간을 훌쩍 넘어서 진짜 깨끗하게 해놓고 갔다. 메이드의 프로 정신에 완전! 감동했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이렇게 하면 되는 것이다.
29 Ma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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