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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 | 발레리 게르기에프(Valery Gergiev) - 안토니오 파파노(Antonio Pappano) 지휘 비교 감상

 

 

 

인스타 친구 분께서 말씀을 해주셔서 Antonio Pappano(안토니오 파파노)가 지휘하는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 - Tchaikovsky Symphony No.6 in b minor Op.74 'Pathetique'를 감상했다.

아무래도 낮에 들은 Valery Gergiev(발레리 게르기예프) 연주와 자연스레 비교가 되는데, Gergiev(게르기예프)의 연주는 처음엔 그냥 들어볼까? 하다가 3악장, 4악장 후반으로 달릴수록 깊고 풍성해지는 느낌에 감동이 컸다. 그런데 Pappano(파파노)의 비창 교향곡은 1악장부터 내 마음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벅찬 감동으로 다가왔다(특히 1악장 후반부의 풍성한 사운드가 정말 최고!). 역시 Pappano는 뭔가가 있는 지휘자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렇게 초반엔 한꺼번에 훅 감동을 주더니 2,3,4악장으로 갈수록 연주가 오히려 심플, 평범, 무난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3악장은 Gergiev의 연주가 Pappano의 것보다 속도도 빠르고 훨씬 더 조직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개인적으로는 Gergiev의 연주 스타일이 좋다고 느꼈다. 1악장과는 달리 평범해도 너무 평범한 Pappano의 2,3악장을 들으며 살짝 퀘스천 마크가 뜨려는 순간, 그의 음악의 진가가 마음에 다가왔는데, 그것은 흥분해서 막 달린다기보다도 굉장히 음악을 차곡차곡 쌓아간다는 느낌이었다. 무난한 듯 하면서 굉장히 논리적으로 음악을 전개해나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더 자세한 내용은 지휘자의 인터뷰를 들어보고 싶을 정도로 뭔가의 의도를 가지고 연주하는 것은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선, 그 폭이 극단적으로 크지 않더라도 Pappano의 음악에서는 음악적 간결함과 논리적으로 계산된 구조적 진행 속에서 돋보이는 음악의 아름다움과 감동이 있었다.

 

사실 Herbert von Karajan(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비창 교향곡도 들어보았는데, 다른 지휘자들의 연주를 되도록 많이 들어보려고 하다보니 Karajan의 지나친 풍성함이 어떤 때는 좀 부담으로 다가옴을 느꼈다. 어릴 때는 그냥 Karajan이 좋기만 했었는데 조금 머리가 컸다고 Karajan의 음악이 때론 진부하게 느껴질때도 있다니 좀 신기하다 ㅎㅎ 그렇다고 Karajan이 훌륭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지금 이 시기를 보내는 내 정서에는 어떤 큰 표현의 음악보다도 그와는 다른 각도의 음악들도 하나하나 느껴보는 것이 즐거움으로 다가오고 있는 듯 하다.

 

 

 


음악에 점수를 매길수는 없지만 그래도 Pappano와 Gergiev 두 사람 중 어느 지휘자의 비창이 더 다가오냐고 묻는다면 Valery Gergiev(발레리 게르기예프)라고 답하게 될 것 같다. 3악장이 결정타였다! 그리고 4악장의 D Major 서정 선율로 마음이 저릿했던 그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다. (생생한데, 다시 들어보진 않는다. 첫 느낌, 그 감동의 여운을 오래도록 느끼고자 함이다.)

5 Sep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