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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여행 14-4 | 호치민 시 북동쪽 산책 | 음악 학원 | Hachi Hachi 하치 하치 - 일본 잡화점 | 떤딘 성당 - Tan Dinh Cathedral | 길거리 쌀국수
Olivia올리비아 2022. 2. 3. 17:00호치민 시 북동쪽 산책 | 음악 학원 | Hachi Hachi 하치 하치 - 일본 잡화점 | 떤딘 성당 - Tan Dinh Cathedral | 길거리 쌀국수
나는 도시 탐험을 하면서 의욕이 붙었다. 내친 김에 사이공 내 VC들의 secret headquarter였다는 Binh Soup Shop을 찾아가보기로 했다. 그곳은 쌀국수 가게에 지나지 않지만 베트콩들이 자주 드나들었던 역사적 장소에 직접 가서 쌀국수를 먹으며 그들이 주고받았을 대화 내용을 상상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느껴졌다. 비록 그 가게가 호치민 시의 북동쪽 멀리 있다 할지라도 말이다. (Pham Ngu Lao(팜 응우 라오)에서 그곳까지는 약 4km로 나는 도보로 이동했다.)
나는 통일궁을 나와서 그 앞 공원 중앙길 D Pasteur 길을 따라 쭉 올라갔다. 퇴근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으므로 엄청난 오토바이 부대 때문에 정신이 없었으나 처음 가보는 길 양쪽을 둘러보며 재미나게 갔다.
그렇게 가다가 발견한 이곳, Soul Academy.
피아노, 바이올린, 기타 등의 악기와 노래, 발레 등을 가르치는 곳이었다.
베트남의 음악 교육이 궁금하던 차에 잘됐다 싶어서 안에 들어가봤다. 건물은 두 동이 있었고, day care center도 운영하고 있었다. 사회주의 국가 베트남에서는 여성의 사회 진출율이 높아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보육 시설, 유치원이 잘 발달되어 있다고 하더니 과연 이 고급 음악학원에서도 교육도 하고 아이도 돌보아주는 시설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곳의 규모도 규모지만, 학원을 워낙 고급스럽게 잘 해놔서 과연 이런 것이 문화화, 고급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더 감탄하고 나오고 싶었는데 사진 촬영이나 방문이 경비에 의해 제지되어 아쉬웠다.
학원은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겉부분만 보고 나왔는데도 상당히 깊은 감명을 받았다.
학원을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 제품을 파는 Hachi Hachi(하치 하치)라는 가게를 발견했다. 캄보디아 프놈펜에도 일본의 US$1.90 샵이 점점 퍼지고 있더니 베트남도 과연 그런가 싶었다. 일본 제품들이야 익히 어떤지는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매장 안이 궁금해서 들어가봤다. 각종 생활용품, 생필품들이 잘 정돈되어 있었고 차림새를 보아하니 베트남 상류층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쇼핑을 많이 하고 있었다(이 지역이 부유층 지역이긴 했다.). 만약 내가 호치민 시민이었어도 이곳 제품들을 주목해서 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제품, 게다가 일본 제품이면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세계대전을 일으킨 일본. 그 일본은 과연 어떻게 세계인들에게 이렇게 신뢰를 얻게 되었을까. 지진, 방사능 등의 자연/인적 재해로 나라를 떠나야만 할지도 모르는 위기에 놓인 일본은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일본의 동남아시아 내 영향력은? 또한 최근 동남아를 넘어 서남아시아까지 확장하고 있는 경제적 영향력은 얼마나 열매를 맺을 것인가.
살까말까 고민하다가 여행 중 유용할 것 같아서 일본샵에서 섬유탈취제를 하나 샀다.
일본샵 바로 옆에는 Herbalife(허벌 라이프)가 있었다. 베트남에도 역시 있었군.
얼마 지나지 않아 국제학교를 만났고, 그 국제학교 근처에서 작지만 꽤 괜찮은 책들로 야무지게 장사를 하고 있는 한 서점을 만났다. 국제학교를 옆에 둔 서점답게 각종 영어 교재들이 가득했는데, 영어 책들을 보니 갑자기 학구열이 불타올랐다. 토플책 하나 사서 공부할까, 가격도 저렴한데.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대부분의 책들은 US$4~8 로 굉장히 저렴했다.
Binh Soup Shop으로 향하던 길에 핑크빛의 예쁜 성당을 만났다. Tan Dinh Cathedral(떤딘 성당). 어둑어둑해질 무렵이었는데도 예쁜 핑크빛 건물이 우뚝 서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미사가 진행중이었는데, 대부분의 성당에서 매일 저녁 미사가 열리는 듯 하다.
나는 가이드북에 표시된대로 Binh Soup Shop이 있다는 곳까지 갔다. 그런데 지도와 거리 이름을 대조해가면서 열심히 찾아봤는데 Binh Soup Shop이 있어야 할 곳에 가게가 보이지 않았다. 아마 자리를 옮겼거나 없어진 것 같다.
대신 나는 호치민 시에도 한국의 파리바게트 베이커리가 들어온 것을 보게 되었다. 1층은 베이커리, 2층은 카페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베이커리 메뉴는 한국과 거의 같고, 다만 베트남에만 있는 메뉴는 pork floss가 올라간 빵이 있다는 것이었다.
또 하나의 수확은 엄청 큰 FAHASA(파하사) 서점을 또 발견한 것이었다. 이곳은 내가 지금까지 가봤던 어느 FAHASA보다도 더 크고 영어 서적이 많았다.
배가 고파 속이 안 좋아지기까지 할 무렵, 나는 Tan Dinh Market(떤딘 시장) 근처 노점상에서 쌀국수를 먹었다. 소박한 노점상이 본래 맛있는 법이라 그곳에서 먹었는데 가격도 10,000 dong (약 US$0.5) 으로 굉장히 저렴했다. 만 동짜리 쌀국수는 처음이었는데, 고명으로 얹은 고기도 정말 맛있고, 국수 양도 많았다. 또한 고추 다대기라고 해야 하나..? 베트남 특유의 그 고춧가루 양념 속에서는 다른 가게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레몬그라스 향이 났다. 참으로 허름해보이는 노점 가게였는데 음식을 이렇게 맛있게 하다니. 나는 첫째로 가격에 감동하고, 둘째로 맛에 감동했다. 이곳에서 국수를 막 다 먹고 교회에 간다면서 일어나던 베트남 여자도 자신도 이곳에서 처음 먹어보는데 싸고 맛있어서 놀랐다고 했다. 내가 묵고 있는 호텔이 있는 Pham Ngu Lao(팜 응우 라오)에서 너무 멀지만 않다면 매일 올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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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든든해지자 이제 뇌가 돌아가는 듯 했고, 이제 나는 서점에 가서 책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까 봤던 대형 FAHASA 서점에 들어가서 나는 전 층을 다 훑었다. 아까 국제학교 근처 서점에서 발견한 토플책도 찾아봤으나 그 책은 보이지가 않았다. 이곳에서 나는 베트남 책들도 흥미로웠지만 엄청난 영어 서적들에 마음이 끌렸다. 서점은 하루 날을 잡고 와서 구경하는 것이 역시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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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HASA(파하사) 서점을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길. 아까 그 맛있던 쌀국수 노점상은 이미 장사를 접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장사를 할 때에는 잘 몰랐었는데 그곳은 유치원 담벼락이었다. 베트남에서는 이렇게 날이 어둑어둑해지면 유치원 등의 공공기관 담벼락이 노점 장사를 하는 곳으로 바뀌기도 하는 일을 많이 봤다. 그런데 국수 노점상이 떠난 자리가 더 감동이었다. 이곳이 장사를 한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그 거리가 참으로 깨끗했기 때문이다. 가난하지만 참 괜찮은 부부가 운영하는 노점 쌀국수 가게였구나. 이런 사람들은 얼마든지 응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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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D Hai Ba Trung 길을 따라 쭉 남쪽으로 내려왔다. 그 길은 양 옆에 각종 의류, 화장품 등의 옷가게들이 많은 일종의 main road였다. 나는 몇몇 옷가게에 들어가서 옷을 구경해봤는데, 아무리 봐도 내 스타일은 눈에 띄지 않았다. 베트남 여자들은 특히 원피스를 많이 입던데, 나의 스타일과 맞는 원피스는 찾지 못하였다. 체형도 그렇고, 스타일도 그렇고.. 역시 한국 사람은 한국에서 옷을 사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캄보디아에서도 몇 번 현지 옷을 사입어 봤는데, 체형 자체가 달라서 그런지 스타일이 영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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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많이 걸은 나는 여행자 거리인 Bui Vien 1 street로 돌아와서 유명한 Sinh To(신또, 과일 스무디) 집에서 파인애플 스무디를 한 잔 마셨다.
그리고는 숙소에 돌아왔다. 오늘 도미토리에서는 인도네시아에서 온 여자가 새로 들어왔다. 얼마 전 8일 동안 한국의 5개 도시를 방문한 적이 있는, 히잡을 쓴 인도네시아 출신 무슬림 여성 두 명이 묵고 갔었는데, 오늘 들어온 사람은 짧은 청바지에 긴 곱슬머리를 가진, 피부가 거무잡잡한 라틴계를 연상시키는 여성이었다. 그녀는 영어를 잘했는데,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영어를 다 잘하나 싶기도 했다.
도미토리에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올 때마다 재밌는 것은, 여행자들의 스타일과 성격이 보인다는 것이다. 소극적인 사람도 있고, 적극적인 사람도 있고, 무척이나 깔끔한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화장실을 쓰는 스타일도 각각 다 다르고, 이른 아침 락커룸을 열 때 다른 사람을 배려하느라 조용조용히 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스타일대로 편하게 행동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이곳이 참 재밌다. 비록 6명이 한 방을 써야하지만, 불편하다거나 신경이 쓰이는 점이 별로 없다. 오히려 혼자 싱글룸에서 지내는 것보다 이곳이 더 재밌다고 해야하나. 가만히 앉아서 전세계에서 온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기에.
베트남 온 지 2주 째. 길고 길었던 오늘 하루가 또 이렇게 흘러갔다.
8 Dec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