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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캔디(Kandy)에서 벌써 4일째다. 역시 하루 쉬었더니 어제보다는 좀 더 가뿐한 기분으로 일어났다.

 

 

 

해외에 나온지 어느덧 6개월이 훌쩍 지났지만 피아노를 접하거나 연주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터라 피아노가 그립다. 그냥.. 성당이 보고 싶기도 하고 성당에 가면 피아노가 있지 않을까 해서 St. Paul Catholic Church(세인트 폴 성당)에 갔다. 주일 service는 이미 끝났고 그룹별로 주일학교가 열리고 있었다.

 

 

 

 

어른들은 자유롭게 성당에 앉아 담소를 나누거나 기도를 한다. 

 

 

 

 

저 안이 바로 제대이다. service 시간에 성가대도 저 안에서 노래를 부르는 듯 성가대 자리도 있다.

 

 

 

 

 

사리(Saree)를 입은 선생님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스리랑카 역시 여인들이 전통복 Saree(사리)를 입는다. 그리고 학교 선생님들의 정식 복장은 인도와 마찬가지로 사리다.

 

 

스리랑카 Day 4 글에서도 언급을 했지만, 이 성당과 불치사 쪽 불교사원이 저 철창을 경계로 마주하고 있다. 철창 너머 보이는 저 하얀 것이 내가 방문했던 God tree이다. 불교와 천주교의 공존. 다양성의 공존. 국교가 불교인 스리랑카에서는 Catholic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지 궁금하다. 사람들과 대화하며 물어볼걸... 혼자 하는 여행이 아니다 보니 현지인들과 부딪칠 기회가 아무래도 적다.

 

 

 

 

열심히 선생님 말씀을 듣는 귀여운 아이들. 캔디에서 며칠 지내다 보니 느껴지는 것인데 캔디는 교육열이 참 높은 도시 같다.

 

 

 

 

성당 내부. 성당을 방문하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차분해진다.

 

 

 

 

푸르르고 아름다운 스리랑카의 하늘.

 

 

 

 

성당에 피아노가 있긴 있었으나 잠겨있어서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나왔다. 성당 주변을 돌아보며 잠시 나만의 시간을 가졌다.

 

 

 

 

성당을 나왔다. 식민 시대의 건물들이 아직도 남아 있어 어찌 보면 유럽 같은 거리.

 

 

 

 

걷다 보니 저 멀리 산 위에 뭔가가 보인다.

 

 

 

 

카메라를 줌 하여 가까이 당겨보니 부처 상이 있다.

 

 

 

 

 

이름하여 Big Buddha(빅 부다). 우린 여기까지 한번 올라가 보기로 한다.

 

 

 

 

Big Buddha가 산 위에 있어서 오늘 등산 좀 하나 했는데, 생각보다 가는 길이 멀지도 않고 그리 가파르지도 않다. 동네 뒷산 정도의 경사를 오르며 스리랑카의 자연을 만났다.

 

Big Buddha에 오르니 캔디 호수와 캔디 시내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전망이 탁 트인 곳에 오니 마음도 탁 트이는 듯 하다.

 

 

 

Big Buddha가 있는 곳은 하나의 사원이었다. 부다의 아랫쪽은 사무실과 기도하는 곳이었다.

 

우린 입구에서 입장료를 받으려는 사람들을 피해 다른 곳으로 돌아갔다. 사원 옆에도 계단이 있었고 사람들이 거기로 드나들길래 그 곳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뭔가 불편한 마음으로 사원에 들어섰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돈을 받으려던 사람은 우리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기부금을 받으려던 watchmen이었던 것 같다.

 

 

 

 

엄청난 규모의.. 말 그대로 'Big' Buddha. 부다의 아래에 서서 부다의 표정을 보니, 멀리서 부다의 얼굴을 봤을 때와 표정이 다르다. 멀리서 볼 때에는 뭔가.. 누군가를 비웃는 듯도 하고.. 암튼 표정이 좀 그런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온화하며 인자하기 그지 없는 얼굴이다.

 

 

 

 

아래 눈이 이렇게 아래를 향하고 있어서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서 볼 때의 표정이 확연하게 다른 것 같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부다의 표정.

 

 

 

 

 

부다의 뒤에는 놀랍게도 계단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 계단을 오르면 무슨 벽화도 볼 수 있고, 기도하는 장소에도 다다를 수 있다.

 

 

우린 그렇게 높은 곳에 올라 캔디의 전경을 바라보며 잠시 휴식을 취하였다. 내려가는 길에는 잎을 만지면 한껏 움츠러드는 식물인 미모사를 만났다. 학교 교양 시간에 우리꽃을 배우면서 교수님이 가져오신 미모사를 선물로 받았었는데, 키우기가 쉽지 않아 꽃 피는 모습도 못 봤는데 식물이 죽고 말았었다.. 그런데 보라색의 자태를 뽐내는 미모사의 꽃을 이 곳에서 만나니 반가운 마음이~^^ 잠시 앉아 잎을 툭툭 건드려 보며 작은 식물이 가진 생명력을 느껴본다.

 

 

많이 걸어 금방 허기가 진 우리. 점심은 Queen's Chinese restaurant에 가서 먹었다. 이 레스토랑은 Queen's hotel 안에 있는 레스토랑이었는데 역사가 꽤 되었다고 한다. 건물은 빅토리아 시대의 건물인데, 나무로 꾸며진 내부 장식은 얼마나 오래 유지되어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고풍스러운 멋진 장식이었다. 호텔 레스토랑이었지만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창 밖의 캔디 호수를 바라보며 기억에 남을만한 식사 시간을 가졌다. 근데 난 crispy noodle with mixed veg.를 시켰는데.. 누들이 너무 too much crispy 해서 점심을 거의 못 먹었다.

 

 

호텔을 나오면서 로비에 낡은 피아노가 있어서 피아노를 쳐 봤다. 너무 오래되고 건반이 삭았달까.. 아무튼 달그닥거리고 소리가 잘 나진 않았으나... 그래도 피아노를 간만에 만져볼 수 있다는 것이 어딘가~ 기쁜 마음으로 F.Liszt의 Widmung을 연주해 봤는데.. 음... 아무래도 낡은 피아노에 손도 무리가 가고 소리도 너무 안 나길래 중간에 그만 둬야만 해서 아쉽아쉽~

 

 

 

 

아무래도 점심을 덜 먹은 나는 공복감 때문에 음료수라도 사 먹을 요량으로 Kellis super에 왔다. 우리나라의 대형 매장 분위기와 비슷한 이 곳. 신선한 채소들이 내 눈길을 사로잡는다. 보라색의 바나나 꽃도 있고, 라임도 있고, 파 등 우리와 비슷한 채소도 있고 여기서만 나는 채소도 있다.

 

 

 

 

사과, 스리랑카 배, 오렌지, 딸기 등 형형색색의 과일들은 나의 기분을 up 되게 한다. 예쁜 식재료를 보면 왜 기분이 좋아질까? ^^

 

 

 

 

스리랑카에도 우리나라처럼 상추가 있다. 아마 캔디가 고원 지대라서 상추와 파가 available 한 것 같다. 스리랑카 사람들은 특히 빵에 상추를 많이 넣어서 먹는다.

 

 

사진은 없지만 이 시기에 캔디에서는 Book fair가 열리고 있었다. 이 날이 북 페어 마지막 날이라서 전시장을 찾았다. 가격은 10Rs. 우리 나라 돈으로 100원 정도였다. 전시장은 수많은 인파로 가득했다. 전시장에서는 전시도 볼 수 있고, 할인된 가격으로 책을 살 수 있었다. 난 여러 분야의 책에 관심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내 눈길을 사로 잡았던 것은 어린이 동화책과 학교 교과서였다. 동화책의 일러스트들이 어쩜 그렇게 예쁘던지.. 생각 같아서는 짐 문제만 아니면 책들을 많이 사고 싶었는데 배낭여행자인지라... 아무튼 생각 외로 영어책이 생각보다 많아 스리랑카의 높은 영어 교육열이 느껴졌다. 그리고 인도에서 수입된 책들도 생각보다 많았다. 슈퍼마켓에 가도 인도 물건들을 종종 만날 수 있는데 인도와 스리랑카가 이렇게 교류하며 지내는구나.. 싶었다.

 

 

전시장을 돌다가 일러스트 동화책이 마음에 들어 한 권 정도는 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일러스트 + 영어동화 + 스티커 북이 보였다! 와~ 어릴 적 학습교재에서 이런 스티커를 만나본 적이 있는데~ 어릴적 향수가 파도처럼 밀려와 결국 스티커북 한 권을 샀다. 그리고 IQ 퍼즐북 2권도 샀다.

 

 

 

 

캔디 호숫가. 나무들은 다 물을 향해 물쪽으로 기울었다. 해바라기가 해를 바라보듯이..^^

 

 

 

 

숙소에 그냥 들어가기가 아쉬워 호숫가에 앉아 T, H와 대화를 나누며 스티커를 붙였다.

 

 

 

 

시골쥐와 서울쥐이다. 우리나라 말로 '서울쥐'이지, 사실은 town mouse~ 스티커 붙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일러스트도 정말 예쁘다. 이렇게 예쁜 영어책이라면 매일매일 공부하고 싶을거다~

 

 

 

 

호숫가 전경. 사실 인공 호수라던데 거의 자연 호수 같다.

 

 

다른 날보다 한가했던 일정이라 숙소에 돌아와서는 야외 식탁에 앉아 IQ 퍼즐북을 풀었다. 식탁의 한 쪽에는 스트라이프 티셔츠의 프랑스에서 온 아저씨가 앉아 있다. 이 아저씨, 이 숙소에 꽤 오래 머물고 있는 듯해서 그 사연을 물어보니, 인도 비자 연장하러 스리랑카에 왔는데 비자 받는 것이 쉽지 않아서, 스리랑카 비자를 연장하여 한 달 더 있을 예정이라고. 이미 스리랑카 여행 웬만한 곳은 다 하고 이 곳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인도 비자를 기다리는 분이셨다. 처음에는 책을 엄청 열심히 읽어서 '작가'인가? 싶었는데.. 우리가 저녁 때마다 원카드를 하고 있으니 갑자기 게임이 그리웠는지 자신의 휴대전화인지, 아이폰으로 카드 게임을 하는 아저씨~ 프랑스어로 뭐라 중얼중얼거리며 게임을 하는 아저씨가 귀엽기까지 하다. 그런데 부인은 어디에 두고 왔을까?결혼을 안 했나? 혼자 사나? 갖가지 궁금증이 들었지만 뭔가 특이함이 느껴지는 아저씨에게 사적인 것을 물어보는 것이 조심스럽다.

 

 

퍼즐북이 너무 쉬워서 한 권을 뚝딱 풀고 나니 벌써 저녁이다. 치약이 떨어져서 T의 쪼리도 살 겸 타운에 다시 나갔다. 불이 하나하나 켜지는 캔디 호숫가와 시내가 운치 있고 멋지다. 

 

 

 

 

숙소에 돌아와 항상 감동스러운 저녁을 먹는다. 이곳의 식탁은 vegetarian이어서 참 마음에 든다. 왼쪽에 보이는 병아리콩 같이 생긴 것은 bean meat이다. 스리랑카에는 콩고기가 많이 발달해 있다. 마트에 가면 콩고기를 파는데 이것을 사 와서 각종 향신료를 넣고 양념해서 요리를 하는 식이다. 그러니까 마트에서 파는 콩고기는 다 조리가 된 상태가 아니라 아무런 양념이 없는 콩고기 그 자체만 파는 것이다.

 

 

이 날도 역시 만족스러웠던 저녁식사 :-) 우린 식후에 또 습관적으로 원카드 게임과 진실게임, 복불복 게임을 시작한다.

 

4 Jul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