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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여행 Day 5 : 캔디(Kandy) - 감기 때문에 휴식 | 케갈레 코끼리 고아원(Kegalle Elephant orphanage)
Olivia올리비아 2021. 11. 11. 17:36
이날은 Kandy(캔디)에서 조금 떨어진 Kegalle(케갈레)의 Elephant orphanage(코끼리 고아원)에 가기로 한 날이다. 여기를 가려면 버스와 기차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기차가 시간도 좀 더 안정적이어서 기차를 타고 가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어제 아침에 일어나서 느낀 감기 기운이 좀 더 심해졌다. 열이 나고 춥고 목소리도 감기 목소리로 변하고 있었다. 도저히 2시간 기차를 타고 이 곳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침을 먹을 때까지만 해도 가려고 생각을 했었는데 여기를 다녀왔다가는 감기가 더 심해져 내일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가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난 그냥 숙소에서 차라리 쉬겠다고 말하고 이 날은 휴식을 취했다.
Q, T, H가 코끼리 고아원에 간 사이, 난 방에서 인도 가이드북을 살폈다. 스리랑카에 와서 웬 인도 여행책을 들여다 보느냐.. 싶지만, 난 스리랑카 3주 여행 뒤 다시 인도로 돌아가 혼자 여행할 계획이었다. 처음 하는 혼자만의 인도여행. 스리랑카로 오기 전 인도에서 하도 혼란의 시간을 보낸터라 난 여행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었다. 기차표도 아직 Chennai(첸나이)에서 북인도로 올라가는 것밖에 끊지 못했었다. 빨리 여행 루트를 정해야 기차표를 미리 예매할수 있기에 나는 인도 가이드북을 여러번 들여다보며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이것저것 짐 정리도 하고 가이드북도 들여다보고 있자니 어느덧 시곗바늘은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감기 때문인지 입맛이 없던 탓인지 그제서야 약간 허기가 느껴졌다. 밖에 나가서 뭘 좀 먹을까?숙소 대문을 열고 밖을 나서니 따뜻한 햇빛이 비추고 있었다. 캔디는 해발 500m에 위치한 도시라서 습하고 더웠던 Negombo(네곰보)와는 달리 약간 서늘하고 따뜻하였다.
따뜻한 햇빛을 쬐며 호수 근처와 타운을 산책했다. 내 산책길의 동반자는 뮤지컬 Notredame de Paris(노트르담 드 파리)의 OST였다. 스리랑카에 온 이래로 왜 이렇게 노트르담 드 파리의 음악들이 좋던지.. 몇번이고 듣고 또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호숫가에 위치한 작은 슈퍼에서 바닐라 맛 우유를 샀다.
스리랑카에서 병에 든 음료를 사면 가게에서 음료를 다 마시고 병을 반납하고 가던지 아니면 병 보증금을 내고 음료를 사 가야 한다. 아마 다시 병 재활용을 하는 것 같다. 다 마신 병을 가게에 반납하면 병 보증금도 당연히 되돌려 준다.
스리랑카의 우유 맛은 과연 어떨까 싶어 flavour가 가미된 우유를 샀는데.. 역시.. 비린 맛이 난다. 우유는 세계 어딜 가도 다 똑같은가보다. 내겐 너무 비리기만 한 우유.
금전 지출 액셀 장부를 작성하고 있는데 나의 여행 친구들이 밖에서 돌아왔다. 코끼리 고아원 어땠냐고 물어보니 재밌었단다. 길을 잘못 들어서 몇시간 동안 걸으며 산을 탔다는 이야기도 한다.
동료들이 감기 때문에 목소리가 완전히 간 나를 위해 약을 건넨다. T의 감기약과 Q의 타이레놀...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나를 생각하고 걱정해 줌에 가슴이 따뜻해진다:)
친구들이 다 씻고.. 잠깐 휴식을 취한 뒤 숙소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언제나 기대되는 정성스러운 식탁. 오늘은 스프링호퍼(Spring Hopper; 사진 맨 오른쪽 누들), 달(Dal; 콩 요리), 코코넛 삼발(Coconut Sambal; 칠리 파우더에 금방 갈아낸 fresh coconut을 섞은 것), 코코넛 밀크를 넣은 버섯요리, 생선 커리(?), 코코넛 밀크를 넣은 고구마+호박 요리가 나왔다. 다른 여느 때보다도 푸짐했던 식탁.
생선 커리(?)와 코코넛 밀크가 들어간 고구마+호박 요리.
코코넛 밀크가 들어간 음식은 참 고소하고 맛있다.
주인은 음식을 이렇게 토기 그릇에 담아 주었다. 아니, 일부러 담은 것이 아니라 아예 요리할 때 이 그릇에 하더라.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기분 좋은 느낌의 상차림:)
내가 가장 즐겨 먹었던 버섯 요리. 초록색 채소가 뭔지 모르겠지만 대나무 같이 질긴 느낌이 나서 씹진 못했다. 주인은 white rice-그냥 일반 쌀과 brown rice 2가지를 주었는데, 버섯 요리는 브라운 라이스와 함께 먹을 때 더 맛있었다. 스리랑카의 쌀은 길고 끈기 없어 풀풀 날리는 인도 쌀과는 달리, 우리나라 쌀처럼 작고 동그랗고 인도 쌀보다는 약간 더 끈기가 있는 정도였다.
이것이 coconut sambal(코코넛 삼발). 우리나라에 코코넛이 많다면 난 분명 이 요리를 즐겨 해 먹을 것이다. 신선한 코코넛의 향이 아삭아삭 소리와 함께 입 안 가득 퍼진다.
Pink house(핑크 하우스)에 머무는 동안, 우리는 저녁식사가 끝나면 바나나, 블랙티 or 밀크티 후식과 함께 카드게임을 즐기곤 했다.
원카드 게임을 통해 우린 진실게임, 소원 들어주기, 아침에 일찍 일어나 식전에 차편 알아보기 등등 재미난 벌칙들을 수행했다. 완전히는 아니었지만.. 서로가 서로를 조금이나마 좀 더 알아갈 수 있었던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약간 다치기도 했지만... 사진을 다시 보고 있자니 이 시간이 그립다.
다음은 T에게 받은 3명의 친구들의 이 날 여행 사진이다.
Elephant orphanage이다. 코끼리는 왜 쇠사슬을 달고 있을까? 달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매여 있는 것 같지만...
스리랑카 정부에서 운영한다는 코끼리 고아원. 스리랑카의 코끼리 고아원이라... 인도에 소 양로원이 있는 것과 같은 이유일까?
큰 코끼리부터 작은 코끼리까지.. 코끼리 일가인가?아무튼 귀여운 캐릭터로도 나오는 코끼리지만.. 사진 속의 코끼리들은 왠지 서글퍼 보인다.. 느낌 탓일까.. 아님 '고아원' 이라는 이미지 탓일까..
스리랑카의 푸른 들판.
길 한켠에 서 있는 바나나 나무와 푸른 하늘.
스리랑카의 자연은 싱그럽고 푸르다.
인도에서는 길거리에 개들이 그렇게 많은데, 스리랑카에서는 병들거나 주인 없는 개들을 잘 찾아볼 수 없었다. 푸른 벌판에 서 있는 강아지의 표정이 왠지 해맑아 보인다 :-)
3 Jul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