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스리랑카 여행 Day 7 | 시기리야(Sigiriya) - 형제들의 복수를 두려워한 왕의 하늘 요새 궁전
Olivia올리비아 2021. 11. 13. 14:57
우린 Kandy(캔디)를 떠나 Anuradhapura(아누라다푸라)에 갔다가
Sigiriya(시기리야)를 찍고 Polonnaruwa(폴론나루와)로 가려고 했다.
아누라다푸라, 시기리야, 폴론나루와는
스리랑카의 문화와 역사를 대변하는 중요한 유적이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기리야 이외에는 문화유적을 보는 것에 별 욕심이 없었던 우리는,
스리랑카에서 꼭 봐야한다는 시기리야만 Kandy(캔디)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오면
따로 북쪽으로 이동할 필요 없이 Nuwara Eliya(누와라 엘리야)로 갈 수 있어
이 편이 더 경제적이라고 생각,
캔디에서 하루를 더 머무르면서 시기리야에 다녀오기로 했다.
시기리야는 1982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Unesco World Heritage Site)으로 등록된 곳이다.
원래 시기리야는 Rock 이라는 뜻의 'Sihagiri'로 불렸으나
후에 Lion Rock 이라는 'Sigiriya'로 별명 붙여졌다고 한다.
캔디에서 한 3시간 반여를 달려 시기리야에 도착하였다.
main entrance를 지나 가장 먼저 나타난 것은 inner moat이었다.
이건 자연적으로 지어진 것일까? 아님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일까?
광활한 moat을 걸으면서 의문에 휩싸였다.
main entrance에 도달하자 티켓을 사야했다.
스리랑카는 유네스코가 선정한 대표적인 7곳의 유적지들이 있는데
그 곳들은 다음과 같다.
1. Sacred city of Anuradhapura 아누라다푸라 신성도시
2. Ancient city of Sigiriya 시기리야 고대도시
3. Ancient city of Polonnaruwa 폴론나루와 고대도시
4. Golden temple of Dambulla 담불라의 황금사원
5. Sacred city of Kandy 캔디 신성도시
6. Sinharaja Foresst reserve 신하라자 삼림보호지역
7. Old town of Galle and its Fortifications 갈레(게일) 구 도시 및 요새
1, 3, 5를 Cultural Triangle 문화 삼각지라고 하며
이 세 곳을 연결하는 곳에 2, 4를 거쳐갈 수 있다고 한다.
스리랑카에서는 이 삼각지를 잇는 유적지의 입장권을 통합한
Cultural Triangle round ticket을 US$ 40인가 70에 파는데,
이 통합 티켓 없이 각 유적지마다 single ticket을 구입하게 되면 US$ 20이다.
그러니 스리랑카의 문화.유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Cultural Triangle round ticket을 구입하는 것이 현명하다.
우린 시기리야만 방문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Rs.2,600(한화 약 26,000원)를 내고 입장하였다.
그때 당시 달러 환율 때문이었는지 생각보다 더 비싸 입장료에
이 곳을 꼭 봐야할까 잠시 고민도 했지만,
약간의 돈을 아끼는 것보다 좋은 것을 보는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main entrance로 들어서면
정면에 이렇게 시기리야 바위가 보이고
양쪽엔 water garden이 있다.
이 거대한 바위는 원래는 오랜 시간에 의해 침식된 화산의 딱딱해진 magma plug라고 한다.
자연의 신비.. 어떻게 이렇게 우뚝 솟았을까..
기원 전 이 바위에는 아무도 살지 않았었으나
5세기 때의 King Kassapa(카사파 왕)이
자신의 아버지이자 Anuradhapura(아누라다푸라)의 왕이었던 King Dhatusena(다투세나 왕)를 타도, 죽인 뒤
형제들의 복수가 두려워 이 바위 정상에 정원과 왕실을 만듦으로써 요해견고한 성채 겸 요새를 지었다고 전해진다.
그럼 이 수많은 계단들도 고대에 지어졌던 것일까?
그렇다면 과연 고대에 어떻게 이런 수많은 계단들을 만들었는지 정말 불가사이하다.
과연 세계 제8대 불가사의에 속할만했다.
이렇게 불가사의 하면서도 스리랑카를 대표할만한 유적지인 시기리야 바위는
스리랑카의 화폐에도 새겨져 있다.
그나저나 와...
여길 우리가 '등산'해야 된단 말이지!
올라가는 길은 이렇게 수많은 계단으로 되어 있다.
열심히 올라가는 중.
Q는 남자라서 그런지 운동신경이 나보다 더 낫다.
지치지도 않고 잘 올라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평지에 다다랐다.
수많은 계단들도 계단이지만
어떻게 이렇게 철제 계단들을 만들어 놨는지...
정말 인간의 한계는 어디일까..
아마 돌계단들은 고대에 만들어졌고
철제 계단들은 이 곳의 방문자들을 위해 후대에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에 보이는 저 계단을 오르면
달걀 흰자와 꿀, 석회 등을 이겨 칠했다는 mirror wall이 나타난다.
반짝반짝 빛난다고 해서 거울 벽이라던데.. 솔직히 별 감상은 없었다.
올라가면 갈수록 세상이 넓어진다.
시기리야가 유명한 것은 이 시기리야 벽화 때문이란다.
이 시기리야의 여인들은 당초 500명이 넘었으나
지금은 훼손되어 18명만 남아 있다고 한다.
이 사진이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여인들 중 한 사람의 눈이 어느 각도에서 봐도 관찰자를 쳐다보는 것 같단다.
그 여인을 찾으려 애썼지만 결국 정확한 답은 모르겠다는~
아무튼 그 곳의 어떤 스리랑칸 가이드가 painter's mistakes라면서
그림 속에서 손가락이 6개 있는 여인이라던지,
가슴의 nipple이 여러 개인 여인을 알려주었다.
가이드의 재밌는 말에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참 순수하고 친절한 스리랑칸들.
바위를 오르면 오를수록 저 멀리까지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바위 중턱에 다다랐다.
사자의 발톱이 보인다.
잠시 사자의 발톱 옆에서 휴식을 취한다.
바람이 불어 시원하다.
사자의 발톱 사이로 이렇게 또 수많은 계단들이 있다.
이 곳은 이 바위에서 제일 아찔한 구간이라서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이곳을 못 올랐다.
특히 철제 계단 사이로 보이는 아래의 허공은 정말 오금을 저리게 했다.
마침내 바위 정상에 도착했다.
이것이 정말 고대에 지어진 성채가 맞단 말인가.
아직까지 견고하게 남아 있는 벽돌들이 정말 놀랍기만 하다.
주위를 둘러본다.
내가 이 곳에 와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이렇게 무엇인가를 짓다 만 흔적들은,
14세기 이후에 버려진 성채라고 하기에는 믿기지 않을만큼,
최근에 누군가가 작업하다 만 것처럼 보존 상태가 깨끗했다.
게다가 벽돌에는 이렇게 알 수 없지만 선명하게 새겨진 넘버링도 보인다.
고대.중세의 벽돌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믿기는 어렵고..
스리랑카의 문화재 관리국이 이 곳의 복원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상에서의 멋진 전경.
둘러보고 또 둘러본다.
구름과 산.. 식물들..
이것이 스리랑카의 자연!
온통 식물들로 뒤덮인 스리랑카의 대지.
와...
윈도우즈 바탕화면이 따로 없구나.
정말 장관이다.
시기리야 주변은 이렇게 수많은 식물들로 가득했었구나!
갑자기 이 동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부러워진다.
그나저나 저 멀리 보이는 산은 어떤 모습일까?
가까이 당겨보자.
와.. 이런 모습이구나!
황량한 인도의 평원과는 달리
스리랑카의 대지는 '풍성' 그 자체이다.
어딜 가나 황량한 모래벌판을 볼 수가 없고
싱그러운 식물, 풀들이 가득하다.
고대의 왕들은 바위의 저 끝에서 자연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연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작아진다.
저 멀리 보이는 연못은 어떤 모습일까?
수많은 수련(?), 연꽃(?)들.
카메라를 더 당겨보니 한쪽엔 이렇게 쪽배도 보인다.
한참을 이렇게 정상에 있었다.
정상에서 올라온 반대쪽으로 내려가면 왕비의 정원들이 있다.
마른 곳도 있고, 물이 차 있는 곳도 있다.
신기한 것은 물고기가 살았을법한 연못도 있다는 사실.
그리고 앉고 누웠을법한 왕좌도 있다.
정원 쪽에서 정상을 바라다 본 모습.
자연의 광활함, 장대함.
난 그 앞에 넋을 잃고 서 있다.
자연 앞에서 겸손해진다.
.
.
.
시기리야에 가니 마땅한 식당이 없어 점심도 굶었었다.
약간 출출하긴 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으므로 물만 사서 바위를 올랐었다.
바위를 오르는 데에는 생각보다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1시간 조금 넘게 걸렸던 듯.
아무튼 공복에 갑자기 무리한 운동을 해서인지
굉장히 피곤하기도 했고 무릎 관절도 아팠지만
시기리야에 내 평생 언제 다시 와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시기리야를 떠나는 발걸음이 참 아쉬웠다.
지구에 이런 아름다운 곳이 있다니...
정말 이 곳에 갔었다는 사실이 꿈만 같고 행복하고 감사했다.
우린 다시 3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캔디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는 스리랑카의 트로트(?) 같은 음악이 크게 울려 퍼졌다.
지는 해와 차창 밖으로 스치는 나무들.. 그리고 노래..
그렇게 난 내 영혼에 스리랑카의 아름다움을 담았다.
5 Jul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