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전날 기분 좋은 저녁을 먹은 나는 베개에 머리를 묻자마자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감기 증세가 느껴진다. 머리가 아프고 목도 아프다. 더 잘까 하다가 아침의 상쾌한 호수를 보고 싶어 그냥 일어나서 씻고 호숫가를 산책하기로 한다. 밖에 나가보니 7시도 채 안 됐는데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고 아이들은 학교에 간다. 흰 원피스의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참 예쁘다. 캔디(Kandy) 시티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커다란 호수를 다 도는 데에 1시간이 걸렸다. 캔디 호수변은 우리나라의 한강변 같달까?(물론 규모는 한강이 훨씬 크고 넓지만) 몇몇 사람들이 우리처럼 아침 일찍 나와 조깅을 하거나 걷고 있었다.

 

 

Pink house(핑크 하우스) 숙소에서 아침도 제공해 준단다. 어디 따로 생각해 놓은 곳도 없고 해서 그냥 이 곳에서 아침을 먹기로 한다. 아침 메뉴는 갓 구운 토스트에 잼, 파파야, 블랙티 or 밀크티였다. 맛있었다. 그리 배고프지 않았는데도 정성스럽게 차려진 아침이라서 그런지 정말 기분 좋게 평소보다 많이 먹었던 것 같다. 뜰 옆에 위치한 야외 식탁에서 스리랑카의 맑은 아침공기를 마시며 기분 좋은 아침 식사를 했다.

 

 

우리는 가이드북도 없고 캔디에 대한 정보나 지도가 부족했다. 아침을 먹고 tourist information center에 가서 캔디 관광에 대한 조언을 듣고 지도를 무료로 얻었다.

 

 

오전에는 호숫가 주변을 거닐다가 부처의 진신치아사리를 모셔 두었다는 불치사(Tooth Relic, Dalada Maligawa)를 보았다. 사실 이 불치사 때문에 캔디는 신성 도시(Sacred city)로 알려져 있고 국교가 불교인 스리랑카에서 불치사는 매우 중요한 것으로 스리랑카 국보 1호라고 한다.

 

 

난 스리랑카에 온 김에 스리랑카의 국보나 UNESCO world heritage를 보는 것이 좋다고는 생각하기는 하나, 한편 그보다는 스리랑카의 자연과 사람, 문화를 충분히 느끼는 데에 더 관심이 있어 사실 유적지나 박물관 관람에는 그리 욕심을 내지 않았다. 가이드북이 있었더라면 유명한 곳들을 골라 이곳저곳 욕심 냈을지도 모르겠지만, 오히려 가이드북이 없었기 때문에 여유 있게 산책하듯 이곳저곳 돌며 나만의 여행법으로 스리랑카를 편견 없이 잘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린 불치사 쪽으로 향하다가 불치사 맞은편에 있는 어떤 불교 사원을 방문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것도 불치사에 속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불교 사원을 지나자 이런 God tree가 나타났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나무 주변으로 부처상과 제단이 있어 나무 주변을 돌며 사람들이 기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올라갈 때에는 신발을 벗고 올라가야 한다. 사원 방문시 필수 에티켓.

 

 

 

 

올라가면 이렇게 기도 깃발이 걸린 것을 볼 수 있다.

 

 

 

 

부처상의 모습. 사람들이 신께 기도를 드리며 자스민 등의 꽃을 상 앞에 놓는다.

 

 

 

 

저 물동이들은 어디에 쓰는 용도일까? 어떤 의미일까?색색의 물동이들이 예쁘다.

 

 

 

 

아~ 이런 의미였었군! 물을 담아 그 위에 역시 자스민 등의 꽃을 띄운다.

 

 

 

 

신께 기도하고 신과 만나기 위해 제단에 바칠 것을 정성스럽게 준비하는 사람들. 신을 만나고자 자신의 몸을 깨끗하게 준비하고 매일의 삶 속에서 신을 만나는 사람들.

 

 

 

 

기도하는 모녀(아마도)의 모습이 정겹고 아름답다.

 

 

 

 

한번 둘러보고 내려가니 코끼리를 모는 어떤 사람이 손짓을 한다. 와서 코끼리랑 같이 사진을 찍으라는건가? 싶었는데, 한 어린아이를 안은 어떤 엄마가 코끼리에게 가서 아이의 몸을 코끼리의 몸에 갖다 댄다. 코끼리 조련사는 돈을 받는다. 이유가 궁금해서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니, 아이의 몸이 코끼리의 몸에 닿음으로써 복을 받는 거란다. 한마디로 코끼리가 굉장히 신성시 되는 것.

 

 

 

 

그 옆에는 불을 밝히는 수많은 촛대들이 놓인 장소가 있다. 그리고 그 울타리 너머에는 성당이 있다. 사진에 보이는 붉은 건물이 성당이다. 울타리 하나를 경계로 해서 이 쪽은 불교사원, 저 쪽은 성당이라니.. 스리랑카 역시 종교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나라인가?아무튼 불교사원 바로 옆에 성당이 위치한다는 것이 독특하게 느껴졌다.

 

 

 

 

이 곳에서 사람들은 불을 밝히며 기도를 한다.

 

 

 

 

향 역시 피운다. 밝은 표정의 사람들.

 

 

 

 

스리랑카를 여행하다 보면 이런 상징물들을 볼 수 있다. 잘은 모르겠지만 불교의 상징물이리라.. 추측한다.

 

 

 

 

그렇게 쭉 둘러본 후 사원을 나섰다.

 

 

 

 

사원을 나서면 다시 불치사가 보인다. 학교에서 단체견학을 왔는지 전통복 Saree(사리) 입은 선생님들과 교복을 입은 수많은 학생들이 불치사 입구에 줄지어 서 있었다.

 

 

 

 

사원을 나서면 또 이렇게 호수를 만날 수 있다.

 

 

 

 

제 자리인양 쏙 나무 안에 들어가 있는 오리~ 졸고 있는듯도 했고.. 귀엽다~ㅎㅎㅎ

 

 

 

 

 

그렇게 호숫가 주변을 또 산책했다. 근데 갑자기 소나기가 내린다. Fuji Film 가게를 운영하는 어떤 아저씨가 괜찮다며 자신의 가게로 들어와 있으란다. 낯선 이의 친절에 고마움을 느낀다. 아마 몬순(Monsoon) 끝물이라 비가 이렇게 간간이 내리곤 하나보다. 아저씨는 자신이 여행 가이드라고 하면서 스리랑카의 이런저런 모습을 담은 사진과 동양인 관광객들과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아저씨가 스리랑카의 hill country 중 좋은 곳이라면서 한 곳을 추천해 주셨는데.. 아쉽게도 어딘지 잊어버렸다. 아주 유명한 곳은 아니고 현지인들 사이에서만 유명한 곳 같았는데.. 상세 지도를 봐야만 지명이 나오는 곳이다. 지도를 다시 보면 생각날지도!

 

 

 

 

오른쪽 흰 건물은 19세기 말 빅토리아 시대의 건물이란다. 지금은 은행, 상점, 호텔 등이 들어서 있다.

 

 

 

 

점심을 뭘 먹을까 고민하다 한 식당에 들어가 봤는데.. 가격도 좀 비싸고 마땅히 당기는 음식이 없어서 그냥 나와 피자헛에 갔다. 우리나라는 피자헛이 캐주얼한, 편한 느낌의 음식점이지만 스리랑카에서는 중급 정도의 고급 레스토랑인 것 같았다. 스리랑카 피자헛의 가격은 한국과 비슷하거나 약간 더 저렴한 듯 했다. 감자 요리랑 파스타랑 해산물 피자, 그리고 음료수로 즐거운 식사 시간을 가졌다. 비가 오는 창 밖을 내다 보자니 운치도 느껴지고.. 잠시 감상적인 생각에 빠진다.

 

 

 

 

오후에는 botanical garden(보태니컬 가든)에 가기로 했다. 투어리스트 인포 센터에서 받은 지도를 펼쳐 버스 정류장의 위치를 찾고 있는 중이다.

 

 

 

 

botanical garden에 입장하면 이렇게 시원하게 뻗은 나무들이 우리를 반긴다. 초.중.고등학교, 유치원 아이들이 단체로 관람을 왔다.

 

 

 

 

이것은 무슨 나무일까?고흐(Van Gogh)의 그림에도 자주 등장하는 사이프러스일까...

 

 

 

 

사방으로 시원하게 곧게 뻗은 나무. 이 나무는 몇 살이나 되었을까?

 

 

 

 

곧게 뻗은 가지는 이렇게 연인들의 의자가 되어준다. 갑자기 아낍없이 주는 나무가 떠오른다..^^ 이곳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유명한 듯 하다. 아름다운 자연에서 많은 연인들이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 장면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이건 무슨 다리더라... 이 다리는 오직 성인 10명만이 입장할 수 있다. 다리를 건너면 뭔가가 나올 줄 알았더니 반대편은 막혀있다. 그냥 흔들리는 다리를 즐길 목적으로 건너보는 것 같다.

 

 

 

 

보태니컬 가든에는 스리랑카만의 자연이 있다. 물론 수입하여 키우는 식물들도 있지만, 그 식물들 역시 스리랑카의 토양에서 스리랑카식으로 자라리라..

 

 

 

 

맑은 공기 듬~뿍 마시며 경쾌하게 걷는 중. 새소리, 바람소리... 자연의 소리가 나의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듯 하다.

 

 

 

 

고목 안에서 새 생명이 자라고 있다. 새 생명을 감싸안은 고목. 고목이 저 어린 생명을 지켜주고 있는 듯 하다.

 

 

 

 

걷다가 떨어져 있는 꽃을 주웠다. 단아한 꽃에서 좋은 향기가 난다. 자스민 종류의 꽃일까?

 

 

 

 

여러 나무 줄기들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나무를 이룬다. 하나로는 연약하지만 여럿이 모여 강하게...

 

 

 

 

이것은 무슨 나무일까?이 나무는 한 컷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위로 높게 뻗었다. 얇아 보이지만 생각보다 두껍다. 한 사람이 이 나무를 다 감싸 안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나무는 파티션 나무라 이름짓고 싶다. 뿌리일까? 줄기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어쩜 저렇게 벽처럼 나뉘어져 있는지... 자연의 신비~ 참 경이롭다!

 

 

 

 

공원에서 만난 강아지~ 어쩐지 내 옆에 앉아 있다. 마음에 드는 사진 중 하나:)

 

 

 

 

 

지나가는 스리랑카 사람에게 사진을 부탁드렸다. 세로로 구도가 나오게 찍어 주셨더라면 좋았을걸! 싶지만, 구도가 어쨌든간에 우리 모두가 나온 이 사진이 마음에 든다.

 

 

공원을 다 둘러본 후 나오기 전 우린 분수대 근처에 꽤 오랫동안 앉아 쉬었다. Q와 H는 아기 고양이에게 밥을 주었고, T와 나는 주변의 식물과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쉬었다. 스리랑카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우리를 흘끔흘끔 보며 우리를 지나칠 때마다 자기네들끼리 뭐라 속닥속닥거리며 웃는다. 인도 아이들 같았으면 당장 다가와서 "Hi~, what is your name?" 했을텐데.. 역시 스리랑카 아이들은 수줍기만 하다.

 

 

그렇게 쉬다 우린 다시 캔디 타운으로 돌아왔다. 돌아다니느라 지친 우린 devon bakery에 가서 아이스크림, 빵, 케익, 쿠키를 먹었다. 원래 공원에서 빵을 먹을 요량으로 빵이 싸고 맛있는 devon bakery에서 빵을 사 갔건만.. 정작 공원에서는 안 먹고 다시 돌아와 이 곳에서 빵 몇가지를 더 사서 먹었다.

 

 

저녁은 어제의 감동스러웠던 숙소 밥을 잊을 수 없어 숙소 주인이 만들어주는 정성스러운 밥을 또 먹었다. 다시 먹어도 역시 맛있었다. 우린 후식으로 바나나와 블랙티, 밀크티를 즐기며 마침 Q가 카드를 가지고 와서 원카드와 진실게임을 했다. 진실게임을 통해 난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가고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하길 원했었다. 사랑 이야기가 진실게임의 주된 관심사였지만, 가족 이야기나 본인의 컴플렉스 등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서로 나누며 우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스리랑카에서의 여름밤은 이렇게 깊어갔다.

 

 

2 Jul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