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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gombo(네곰보) 둘째 날 아침, 우린 비교적 '늦잠'을 잤다. 한 7시? 7시 반쯤?스리랑카에 오느라 전 날 새벽 2시 반에 일어났던 것에 비해 정말 느긋하게 일어난 것이다. 아무튼 바닷바람이 산들~산들 부는 가운데 아무런 텐션 없이 느긋하게 일어나니 기분이 상쾌했다.

 

 

그렇게 일어난 우리는 버스를 타고 시장으로 향했다. 론리플래닛(Lonely Planet)도, 어느 여행책 하나 없었던 우리지만, 네곰보에 fish market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무작정 버스를 탔다. 버스 안은 아침부터 수많은 인파로 가득했다. 이미 출근시간은 지난 것 같고, '엄마'들이 시장에 가는 시간인 듯 아줌마들이 손에 장바구니 하나씩 들고 있는 모습이 정겨웠다. 스리랑카 사람들은 대부분 영어를 잘 못했다(그렇다고 우리가 싱할라어(Singhala)나 타밀어(Tamil)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fish market이 어딨냐고, 그 분들 장바구니를 가리키며 마켓을 물어봐도 사람들은 자기네 언어로 이야기하며 모른다는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나는 몇몇 분들이 장바구니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이 분들도 분명 시장에 가시는 길일 거라고 추측, 이 분들 내리는 그 곳에 시장이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버스는 가면 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을 태웠고 나는 스리랑카 사람들 속에 '끼인 채'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었다. 분명 수줍은 성품의 스리랑카 사람들이었지만, 다들 갈 곳이 급해서인지 버스에서만큼은 그들도 다급한 모습이랄까.. '이 버스를 놓치면 안 돼. 난 꼭 타야 해' 하는 다급함, 반면 한 쪽에서는 '나 이 곳에서 꼭 내려야 해!' 하는 다급함.. 한마디로 분주함이 오가고 있었다. 나는 가끔씩 사람들이 나를 밀치기도 했고 내가 원치 않는 스리랑카 사람들 특유의 땀냄새를 맡아야 해서 약간 신경이 곤두서기도 했지만, 거꾸로 생각해 보면 스리랑카 사람들과의 그런 '신체적 접촉'은 나로 하여금 스리랑카의 어떠함과 분위기에 대해서 더 빨리 익숙해지게 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한마디로 나쁘지 않았어!

 

 

그렇게 내린 시장. 처음에는 여기 fish market이 대체 어딨는거지? 의아해서 어리둥절,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는데 어떤 현지인이 생선시장은 police office 근처에 있다면서 저쪽이라고 방향을 가르쳐 줬다. 그래서 그쪽으로 향하던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으니.. 사진은 못 찍어 아쉽지만 스리랑카식 새빨간 과일 리치였다.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서 taste를 청했더니 하나 건네주길래 T와 H가 맛을 봤다. 그냥 맛이 이런거구나.. 하고 가려는데 taste 값을 달라는 상인! 와.. 어쩜! 리치 하나 맛본 것 가지고 너무 한다! 어이가 없었지만 끝까지 가격을 받으려 하길래 Q가 그냥 가격을 내고 가자고 하여 상황은 일단락. 나는 맛을 안 봤지만 리치 맛은 좋았단다.

 

 

그렇게 또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옆쪽에 시장 골목이 보였다. 꼭 우리나라의 종로 광장시장이랄까? 그런 느낌이 나는 시장이었는데, 시장 초입에서 맛있게 보이는 빵,케익을 팔고 있었다. 바나나 잎에 싸서 찐 케익류(이건 옥수수떡? 술빵 같은 느낌이었다.)도 있었고 달달한 초코 케익도 있었는데 가격도 1천원 이하로 저렴, 아침을 안 먹어 출출했던 우리는 이걸 먹으면서 시장을 거닐었다.

 

 

좁은 골목을 벗어나니 큰 대로에 쭉 펼쳐진 시장이 나타났다. 그 곳에는 옷, 악세서리, 신발 등을 파는 상점에서부터 주스를 파는 가게, 빵을 파는 가게, 식당 등 수많은 가게들이 있었다. 이곳저곳 상점에 들어가서 구경을 했다. 스리랑카의 공산품들도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별 특별한 것은 없었다.

 

 

 

아직 아침을 안 먹은 우리. 정오 무렵이 되자 배가 고파 식당을 찾고 있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다. 비를 피하려 뛰면서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스리랑카에 오기 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스리랑카에는 '스프링 호퍼(Spring Hopper)'라는 맛있는 면요리가 있다는 정보를 얻었었다. 난 그걸 먹고 싶었는데.. 그 음식은 생각보다 찾기가 어려웠다. 비가 내려 다른 곳으로의 이동도 쉽지 않고 그냥 들어간 그 식당에서 허기를 달랠 수밖에 없었는데 고기를 안 먹는 나에게는 별로 없었다. 스리랑카에서는 튀김 음식을 참 많이 팔았는데, 섬나라라서 그런지 특히 생선 등 해산물을 튀긴 튀김 음식이 많았다. 결국은 코코넛 들어간 튀김 음식 하나와 커피 한잔 마셨던 것 같다.

 

 

스리랑카의 식당은 특이한 점이, 음식을 주문하면 그것을 각자의 쟁반이나 접시에 담아 주는 것이 아니라 커다란 bowl에 여러가지 튀김이나 음식을 담아준다. 그러면 사람들은 각자 먹고 싶은 것을 개인 접시에 담아 먹고 먹은 만큼만 계산을 하면 되는 것이 참 독특했다. 그리고 테이블바다 일정 크기로 잘라진 신문지나 종이가 컵 같은 둥근 통 속에 들어 있는데 그것은 밥을 먹고 손을 닦는 용도였다. 참 신기신기~ 나라마다 이렇게 다른 식당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참 흥미롭다. 그런데 문제는 앞서 말한 그 bowl 속에 담긴 음식이 남으면 서빙하는 사람은 그 안에 다른 음식을 더 채워서 또 다른 손님에게 서빙을 하는데 사람들이 bowl 속에 있는 음식을 집을 때 자기가 먹을 것만 딱 집어가는 것이 아니라, 이것저것 '손'으로 뒤적이다 먹을 것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니 위생적이진 않아 보였다. 음식이 담긴 bowl을 줄 때 집게 등 뭔가의 도구를 같이 서빙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아무래도 불만족스러운 식사를 한 우리. 몇 발자국 옮겨 근처의 주스 가게에 들어갔다. 그 곳은 아이스크림도 팔고, 주스도 팔고, sweet(인도, 스리랑카의 단 과자류)도 파는 곳이었다. 쥬스 종류가 엄청 많아서 뭘 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난 wood apple juice를 마셨다. wood apple. 난생 처음 접해보는 과일인데 맛은 사과와 감? 배?를 섞은 그런 느낌이었다. 동료들은 별로 달가워 하지 않았지만 난 맛있게 잘 먹었다. sweet은 모양과 종류가 다양하고 색 또한 매혹적이었다. 그 중에는 인도의 Jalebi(잘레비) 같은 스윗도 있어서 taste 신청해서 먹어봤는데.. 맛은 인도의 잘레비와 전~~혀! 다른 맛이었다. 맛이 없었다..^^;;

 

 

아무튼 비 오는 창 밖을 바라보며 주스를 마시고 있자니 인도와는 확연히 다른 스리랑카의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스리랑카는 인도보다는 훨씬 자유로운 느낌이었다. 발목을 보이는 것이 가장 야한 문화라 발목 아래까지 긴 치마로 가리고 다니는 인도 여성들과는 달리(그러나 인도인들은 인도 전통 의상 Saree(사리)를 입었을 때 보이는 배와 어깨는 야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스리랑카 여성들은 무릎까지 오는 특유의 팔락팔락~ 샤랄라한 주름..이랄까 아무튼 그런 스커트를 입고 다닌다(인도 여성들이나 스리랑카 여성들이나 머리를 많이 땋는 것은 매한가진데 의상이 이렇다보니 스리랑카 여성들은 소녀처럼 귀여워 보인다. 나이가 드신 아주머니나 할머니라 해도 말이다.). 청바지도 꽤 많이 입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 스리랑카는 자유 연애 국가라서 그런지 남자와 여자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모습도 자주 보였는데(스리랑카식 자전거 타기 : 여자가 앞에 앉고 남자가 뒤에 앉아 남자가 핸들을 잡고 페달을 밟는다. 그럼 자연스럽게 남자가 여자를 끌어 안는 모양이 나온다.) 대도시나 관광지가 아닌 이상 남녀가 교제하는 모습을 잘 볼 수 없었던 인도와는 확연히 다르게 'free'한 연인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인도는 여자가 남자에게 철저히 종속되어 사는 모습인데 자유로운 연애를 하는 스리랑카 사람들을 보니 내가 마치 일탈을 한 듯한 상큼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렇게 배를 채운 우리는 또 다시 걸었다. 걷다 보니 무슨 성당 하나가 나타났다. St. Mary's church였다. 성당 안을 둘러보니 여느 성당들처럼 스테인드 글라스가 참 예뻤고 높은 천장, 벽면이나 기둥들을 장식하고 있는 부조들 등 성서의 이야기들로 꾸며진 성당이 참 아름답고 흥미로웠다. 스리랑카에는 과거 유럽 식민지들의 영향으로 성당들이 참 많다. 국교는 불교지만 성당이 많은 것이 참 신기하다.

 

 

그렇게 성당을 둘러보고 드디어 피쉬 마켓으로 향했다.

 

 

 

피쉬 마켓 가는 길.

 

 

 

바다 쪽으로 나오니 확실히 햇빛이 강해서 난 긴팔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피쉬 마켓으로 가는 길에는 채소 시장이 들어서 있었다. 인도처럼 고수도 많이 팔고, 오이도 팔고, 과일도 팔았는데 딱 보면 이건 오이, 이건 양파. 하고 알 수는 있지만 한국이나 인도와는 달리 스리랑카라는 나라의 기후에 맞게 길들여져 자란 채소, 과일들이 흥미로웠다. 식재료에 관심이 많은 나인데, 보고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꽉 찬 느낌이었고 새로운 모양의 식재료들이 나의 감성을 자극했다.

 

 

그렇게 바닷가 옆으로 난 채소 시장을 지나 작은 어촌 마을에 당도, 멀지 않은 곳에 생선 시장이 있었다. 이른 아침이나 또 어느 특정 시간에 보면 열띤 생선 경매 장면도 볼 수 있다던데 우리는 때를 놓쳐 그건 못 봤고, 이미 큰 건수들은 다 끝내고 남은 것들을 파는 듯한 모습의 소규모 시장 모습만을 볼 수 있었다. 한국과는 조금은 다른 독특한 모양과 색의 새우, 생선들.. 내가 아마 생선 광이었다면 당장 사다가 소금구이를 해 먹었을 법 했다. 실제로 우린 인도에서는 해산물을 많이 못 접했기 때문에 스리랑카에 가면 소금구이 한번 해 먹자며 Q는 튜브 고추장까지 챙겨 왔었는데 우린 새우 가격이 얼마인지만 알아보고 결국 소금구이는 못 해먹었다. 해 지는 바닷가에 앉아 소금구이를 해 먹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때 우린 왜 구경만 하고 정작 못 했을까..? 의문과 아쉬움이 남는다.. 아마 그렇게까지 간절하지 않았거나.. 리드하는 사람이 없어 다들 망설이고 있었거나...

 

 

생선 시장은 이 정도로 둘러본 후 우린 그 근처를 정처 없이 걸었다. 그냥.. 스리랑카는 이렇구나. 하고 구경하는 것이 좋았다. 조금 걷다 보니 무슨 건물이 보였다.

 

 

 

 

여긴 뭐 하는 곳일까?

 

들어가기 전 한 컷..^^

 

들어가기 전 Fortress라고 해서 무슨 유적지겠구나 했다. 들어가보니 사람들이 뭔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아직 입장 시간이 아닌가? 좀 더 기다려야 하나? 하고 사람들에게 물어보려던 찰나, 알고 보니 이 곳은 감옥! 사람들이 면회를 와서 면회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구나! 이 곳은 Dutch Fort였는데 지금은 감옥으로 쓰이는 듯? 했다. 스리랑카에서 감옥을 보게 될 줄이야! 신선한 경험이었다.

 

다시 Fort를 나오니 무슨 교회랑 유치원이 보여서 그 안으로 들어와 봤다. 안에선 아이들 목소리가 들렸는데 느낌이 이상하게도 참 따뜻한 느낌이었다.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사고를 강요하지 않는 일종의 '대안학교' 느낌이랄까.. 왜인지 난 이런 느낌을 받았고, 가능하다면 아이들과 선생님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물 주변도 꽃과 식물들로 잘 가꾸어져 있고 바다도 보이는 전망 좋은 곳. 잘 정돈된 깨끗한 풀밭에서 갈매기 소리를 들으며 뛰놀 아이들을 생각하니 이 아이들이 문득 부러워지기도 했다.

 

 

 

 

 

 

이 유치원 안에서 아름다운 꽃들을 보며 잠시 한 숨을 돌린 뒤, 옆을 둘러보니...

 

 

 

호수 같은 것이 보였다. 와.. 바다 옆에 배들이 떠 있는 호수라니.. 소금기 많은 바다 근처에 이게 가능한 일일까? 의아했다. 게다가 호수에 고깃배들이 떠 있다? 뭔가 신기...

 

 

 

이러나 저러나 배 한번 타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득 안고 근처를 거닐었다. 어부 아저씨 붙잡고 태워 달라고 부탁해 볼까?

 

 

 

이 근처를 실컷 구경하고 나오려는데, 알고 보니 이 곳은 호수가 아니라 lagoon이었다. 근처에 lagoon hotel이 있어서 이곳이 라군임을 깨달았다. 배들이 늘어서 있는 이 풍경.. 참 마음이 푸근해진다..^^ 아무래도 어린 시절 어촌 마을에서의 추억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무슨 향수.. 같은 것일까.. 아무튼 바다 풍경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이런 배도 있더라. TV의 여행 프로그램에서나 보던 그 배! 신기신기! 직접 보니 감동! 아마 스리랑카 전통 배이지 싶었는데 좁은 선체지만 중심을 잘 잡고 노를 젓는 어부 아저씨가 참 신기해 보였다. 그런데 아저씨가 젓는 노가 물 밑바닥에 닿는 느낌이 드는 것을 보니 생각보다 물이 깊지 않은 것 같았다. 아무튼 이거 태워 달라고 하고 싶었는데! 우린 말만 열심히 하고.. 또 아쉬움만 남긴 채 이 곳을 그냥 지나쳤다. 다음에는 아쉬움과 후회가 남지 않도록 정말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리라! 여행을 신나고도 꽉 차게 즐기기 위한 기본 중의 기본! 망설이지 말고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

 

 

 

아무래도 이 셋은 좀 걷다 보니 목이 말랐었나 보다. 난 점심 먹고 과일주스에 배가 불렀던 터라 스킵~ 스리랑카 와서 노란 코코넛 처음 봤다. 맛이 어떠냐고 물어보니 맛있단다. 이걸 다 먹으니 코코넛을 팔던 아주머니가 코코넛을 갈라서 안에 든 젤리 같은 것도 먹을 수 있게 해주셨다. 코코넛 껍질로 숟가락도 만들어 주셨다. 역시 자연에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구나~

 

이렇게 코코넛 주스를 먹고 기운 좀 차린 우리들~ 다시 좀 더 걷는데 방과 후 귀가 중인 아이들을 만났다. 비수기라 외국인들이 정말 없었어서 우린 아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수줍어하면서 우리를 쳐다보고 자기들끼리 속닥속닥 하며 가는 아이들도 있고, 적극적으로 다가와 인사를 건네는 아이들도 있었다. 흰 교복을 입은 여자 아이들을 보니 어렸을 적 EBS를 통해 즐겨보던 <천사들의 합창>이 생각나기도 했다. 아무튼 교복 입은 학생들을 만나니 생기발랄~ 즐거운 느낌이 들었다.

 

이곳저곳 걷다 보니 영화관도 보이고, 서점도 보이고, 학생들이 방과 후 들리는 과일 가게와 카페 등을 볼 수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학원 앞에서 미국, 뉴질랜드, 영국 등에서의 어학연수를 광고하는 간판을 봤다. 그리고 그 앞에서 아이들을 어디론가 실어 나르는 봉고차도 보았다. 아마 방과 후 집에 가거나 학원에 가는 아이들이리라.. 음..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보기 좋지만 뭔가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스리랑카 역시 해외 어학 열풍이 불고 있구나.. 세계 어딜 가나 학업 열풍이 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구나.. 아이들이 공부를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인데 창 밖을 내다보는 봉고차를 탄 아이의 눈빛을 보는데 그 눈빛이 순간 왜 그렇게 애처롭게 느껴지던지.. 음.. 뭔가 애잔한 마음이 들었다(너무 감정 이입을 했나ㅋ).

 

조금 더 걷다 보니 우린 어느새 큰 시장이 있는 타운으로 돌아와 있었다. 아.. 네곰보가 생각보다 작은 동네구나~ 가이드북 없이도 참 잘 돌아다니는 우리^^ 타운에 다시 돌아와서는 쪼리가 필요하다는 T의 요구에 따라 쪼리 사러 신발 상점을 둘러봤고, 스리랑카의 유명한 빵 체인점..(아무리 생각해도 가게 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 여행 초반 사진을 안 찍어둔 것이 여러모로 후회..ㅠ.ㅠ)에 가서 주스와 커피를 마시며 아픈 다리를 쉬어갔고.. 그 근처 철길을 따라 걸으며 네곰보 안의 작은 마을을 구경하며 스리랑카 사람들의 삶을 살짝 엿봤고..(난 여행 중 지도에 나와 있지 않은 이런 곳들을 거니는 것을 참 좋아하고 이것이 '진짜'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주저했지만 내가 굳이 철길을 따라 걷고 싶다고 이야기 하여 같이 이 길을 걸었는데 난 참 행복했었다^^) 서점에 도착해서는 스리랑카 론리 플래닛을 보며 우리가 가이드북 없이도 네곰보 투어를 오늘 참 잘 했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내일 떠날 Kandy(캔디) 행 교통 정보와 도시 정보를 얻었다.

 

또한 '현대적' 슈퍼마켓에 들어가서는 스리랑카의 공산품들과 식재료들을 탐닉한 끝에 스리랑카식 요거트와 망고주스, 어떤 블로거가 그렇게 맛있다고 극찬한 쫀득쫀득 하다는 '갈색' 바나나를 샀으며, 과일을 먹고 싶어 로컬 시장에 가서는 '스리랑카식' 과일과 채소를 구경, 현지인들이 요리에 쓴다는 바나나 꽃도 구경할 수 있었다. 그리고는 저녁에 먹을 밥을 사는데 나와 Q는 의견이 맞아 스리랑카에서 보편적인 curry&rice를 샀는데, T와 H는 먹고 싶은 것이 눈에 딱 안 들어 오는지 메뉴 결정을 잘 못해서 그녀들이 결정하고 살 때까지 우린 시장 이곳저곳을 몇 번이고 왔다갔다 했다. 참 많이 걸었던 날이고, 스리랑카의 강한 햇살에 발에 쪼리 자국이 선명히 찍힐 정도로 탔지만(인도에서도 이런 자국은 안 났었는데 이 날의 타격이 컸다. 이 쪼리 자국, 결국 기후가 서늘하고 추웠던 인도의 다람살라에서 한 3개월 지내니까 그제서야 없어졌다.) 난 정말 즐거웠다. 생각난다. 그 장면이. T와 H가 메뉴를 고르느라 함께 시장을 왔다갔다 하면서 Q의 손에는 우리가 진작에 산 curry&rice가 들려져 있었고, 그 때 Q가 <의형제>를 굉장히 많이 봐서 대사까지 외웠다며 송강호 흉내를 내며 대사를 말해 주었는데 뭐가 그렇게 재밌었는지 정말 즐겁게 이야기 하며 웃었던 기억이..^^ 그 때가 그립다. 정말 몇개월만에 그렇게 호탕하게, 정말 아무런 걱정과 거리낌 없이 웃었었는지.. 나도 그때 성은이가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Notredame de Paris)를 50번 봤다는 이야기를 Q에게 해 주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그렇게 한참을 돌아다녀 결국 저녁거리를 사고 숙소에 돌아오려고 버스를 기다리며 잠시 앉아 있는데 이 순간이 또 그렇게 아름다울수가 없었다. 노을이 지는 가운데 붉게 물들어가던 네곰보 특유의 빨간 지붕들.. 그 사이사이 보이는 초록색의 열대 나무들.. 또 내 앞을 지나가는 '스리랑카식 자전거'를 타는 연인 또는 부부들. 이 날 우리가 한 20km는 족히 걸은 것 같다면서 첸나이에서부터 우리 정말 대단하다고 스스로를 놀라워 했던 우리들의 대화. 이 순간이 더욱 행복했던 이유는 내가 호감 가는 사람과 함께 그 곳에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정말 행복했다. 누군가가 이렇게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나의 의견을 경청해 준다는 사실이. 나도 이렇게 존중받고..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지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그 때는 이것이 사랑인지 아닌지 판단하거나 가리려는 마음 없이.. 그냥 그 행복했던 마음만이 존재했었다. 그랬기에 난 그 순간을 정말 온전히, 행복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 정말정말 인생에서 행복했었던 그 순간.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버스 기다리는 순간이었다.

 

한 1시간을 기다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빗나갔다. 생각보다 빨리 도착한 버스. 아침과는 달리 자리가 텅텅 비어 있어서 황금의 저녁 햇살을 맞으며 여유롭게 앉아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의 저녁 플랜은 저녁에 해변에서 저녁을 먹고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하는 것이었다. 우린 버스에서 내려 바로 바닷가로 뛰어들까 했지만, 아무래도 물놀이를 하기 좋은 옷으로 갈아 입는 것이 좋겠다 싶어 숙소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와 바닷가를 향해 난 숙소 1층 레스토랑을 통해 바닷가로 갔다.

 

난 신발을 벗고 거친 듯 부드러운 모래의 감촉을 느꼈다. 아.. 내가 바다에 왔구나! 사람들은 바닷물에 발을 담그더니 어느새 그들의 몸을 파도에 맡겼다. T와 H는 바닷가에 앉아 하반신만 적셨으나 Q는 아예 적극적으로 파도를 즐기고 있었다. 나도 바닷물에 나를 퐁당 빠뜨리고 즐기고 싶었는데.. 왜 그렇게 안 했는지 모르겠다. 몸을 적셔 보겠다고 옷도 갈아입고 나섰건만.. 발만 적시다가.. 근처를 맴돌며 산책을 하다가.. 산책을 하다 만난 영어 잘 하는 스리랑카 어린이들과 대화 조금 하면서..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지금 생각하면 좀 아쉽지만 왜 그땐 몸을 바다에 맡길 용기가 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거센 파도에 이리저리 치이면서도 정말 바다에 자신의 몸을 던져 파도를 즐기던 Q와는 완전히 상반된 나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기분이 좋았다. 약간 흐린 하늘, 눈 앞에 펼쳐져 있는 인도양, 그리고 석양. 지난 6개월 동안 NGO 일로 힘들었었는데 정말 그 시간만큼은 내 자신의 마음을 내려 놓을 수 있는, 정말 '휴식'이라는 단어가 딱 맞는 군중 속의 고요한 시간이었다. 같은 곳에서 같은 일을 겪고 같은 고민을 했던 우리는 서로가 말이 없었다. 인도를 떠나면 이제 NGO 걱정은 그만 하자던 우리였는데, 정말로 스리랑카에 와서 우리는 NGO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냥 모두가 말 없이 인도양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던 그 시간... 각자의 마음 속엔 무엇이 떠오르고 있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우린 결국 물놀이를 끝내고 숙소에 와서 개운하고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었다. 이것이 바로 스리랑카의 curry&rice(커리 앤 라이스). 왜 이름이 curry&rice인지 잘 모르겠다. 커리가 특별히 들어가 있진 않고 밥과 '스리랑카식 향신료가 들어간 반찬' 이랄까.. 어쨌든 curry&rice를 take out 주문하면 rice에 각종 반찬을 모아 비닐로 싸서 한덩어리로 주기에 밥과 반찬이 이렇게 뭉쳐진다. 인도와 마찬가지로 밥을 엄청 많이 주는데 너무 많아서 결국 난 반도 못 먹은 듯. 내겐 하나 사서 두 사람이 먹으면 알맞은 양이었다. 숙소 조명 관계로 밥이 좀 시뻘겋게 무섭게 나왔다..ㅎㅎ

 

 

 

다들 밥 먹을 준비 하시고~ㅎㅎ

 

 

 

사진 정면 아랫쪽에 보이는 것이 실제 색상과 비슷한 커리 앤 라이스이다. 난 맛있었는데 Q는 이것이 별로란다.

 

저녁을 먹으며 영화도 봤다. 아마 sex and the city를 본 듯.. 잘 기억이... 밥을 먹어 포만감이 들자 난 졸렸다. 영화를 보다 베개에 누워 웅크린 채 잠이 들었는데 영화가 끝났다며 사람들이 깨워서 제대로 누워 꿈나라로~ 참 길고도 긴~~~ 하루였다!!!

 

30 Jun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