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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과거의 기록을 재기록하지 않고 오늘, 지금, 현재 시점을 기록해본다.
살아간다는 것이 참 쉽지 않고 버겁다고 느껴진다. 그동안 해외 생활 하면서 나 참 씩씩하게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에 오니 가족들과 마주하는 시간 동안 너무 큰 슬픔들이 밀려와 내 마음이 너무 괴롭다.
남 탓도 해봤고, 자책도 해봤지만, 그나마 제일 좋은 방법은 나를 채찍질하고 자책하는 일이었다. 남 탓을 하면 그 남 탓을 했던 내가 너무 미워지고, 상대방에게 그 마음을 가진 것 자체로 나중에는 너무 미안해지는 일이라서... 이제는 남에게 싫은 소리나 남 탓을 하지 않는 것이 또 미래의 혹여 후회하게 될 나를 위해 좋은 예방책이 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남한테 미안한 마음을 가진다는 것은 참 힘든 일 같다.
나는 성인이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감정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이 성장하지 못한 미성숙한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 나를 키워주셨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로부터의 정서적 독립도 아직 안 되었을 뿐더러, 부모님 - 특히 엄마와의 관계에 있어 정신적 독립이 안 된 상황이라 너무 힘들고 어렵다. 키워주신 것, 베풀어주신 것, 사랑을 주신 것에 대해서는 감사함을 가지되, 나는 또 나만의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데, 한국에 와서 가족들과 관계를 맺으며 내가 가족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너무 많은 영향을 받고 있고, 그것이 미래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아닌 자꾸 과거의 슬픔과 상처 속으로 회귀하게 하는 부분들이라 정말 많이 힘들었다.
나는 왜 이렇게 나약할까. 나는 왜 이렇게 약한 정신 상태를 가졌을까. 해외에서는 나를 그렇게도 나를 멋지게 보며 나를 당찬 사람이라고, 대단한 사람이라고들 했는데 한국 집에만 오면 나는 왜 이렇게 연약하고 나약해질까? 어쩌면 해외에서의 삶은, 한국에서 내가 원하지 않았던,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모습들을 벗어던지고, 내가 나 자신 그대로, 있는 그대로 살 수 있던 시간이지 않았나 싶다. 물론 해외에서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성장의 시간으로 바라보고 교훈을 삼곤 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나를 다독이며 살아온 시간들이 쌓이다 보니 가족에 대한 아쉬움이나 미움은 사라지고 고마움과 그리움, 애정만이 남는 느낌이었다.
한국에 왔다고 해서 그 애정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나는 가족들에게 많은 고마움과 감사함을 가지고 있다. 너무 불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나는 정말 내 가족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늘 내 마음 한켠에 있다. 하지만, 가족도 하나의 인간관계임을 한국에 와서 서서히 깨닫고 알게 된 것 같다. 처음에는 내가 머리가 컸다고 어른들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도 막 하는구나 싶었는데, 어쩌면 그것은 내 스스로 살고자 하는 생존 본능 같은 것이었다. 해외생활의 연장으로 나는 내 삶을 주도적으로, 의미 있고, 생산적이고, 당찬 삶을 계속 살아가고 싶은데 가족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 아닌 비수로 다가오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더 힘들었던 점은, 가족들은 나에게 비수를 꽂을 마음이 없다는 것이었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그 말이 나에게 상처가 된다... 그렇다면 그건 사람이 특별히 뭔가를 잘못했다기보다 그냥 사람 성격 자체가 서로 안 맞다고밖에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어렴풋이 가족 역시 인간관계의 일부임을 생각하고 곱씹게 되었다.
사실 이곳에서 더 털어놓고 싶은 내 마음이 있지만, 마음이 너무 복잡해서 글이 써질지.. 벌써부터 마음이 조급해진다.
외할아버지... 내게 정말 많은 애정과 사랑을 주신 분이다. 못 뵌지 벌써 3년이 되었는데, 몸이 많이 아프셔서 거의 물밖에 못 드시고 많이 마르셨다고 엄마한테 들었다. 외할아버지의 병수발을 드느라 외할머니도 살이 많이 빠지셨다고 한다. 그런데 도저히 뵈러 갈 엄두가 나지를 않는다.. 얼마 전에도 외할아버지 꿈을 꿨다. 너무 마르셨다고 하는데 그 말이 상상도 안 가고 그 모습을 보는 것이 막연한 두려움으로만 있었는데, 꿈 속의 외할아버지는 내 걱정이 무색하리만치 너무나도 건장하고 건강하셨다. 그것이 꿈임이 너무나 아쉬웠다.. 현실은.. 외할아버지 기저귀를 엄마가 주문하고 있는 모습이다. 너무 못나 보일수도 있다는 것 아는데.. 정말로 외할아버지의 변한 모습을 마주하는 것이 너무나 큰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조부모님과의 이별은 늘 어린 시절부터 나의 슬픔을 자극하는 불안함기도 했다. 어린 시절 나를 키워주신 조부모님.. 너무나도 내 정신적 지주였는데 그 분들이 안 계시면 난 누구를 의지하며 살아가야 하나.. 하는 두려움이 늘 내 인생을 지배했었다. 성인이 되면서는 그런 두려움이 사그라드나 싶기도 했는데.. 미처 내 최선의 효도를 하기도 전에 그 분들의 존재 자체가 사라진다는 것이 너무 큰 두려움이자 슬픔으로 다가온다. 마음의 준비도 어떻게 해야 하나 늘 불안했고 고민이어서 짧은 상담을 받아보기도 했는데.. 그 상담 끝에 내가 느낀 것은 '나는 다가오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고 있었구나'였다.
사람은 현실을 살아간다. 그런데 나는 솔직히 말하면, 현실에 정말 최선을 다하긴 했지만, 내 정신은 과거나 미래 속에서 살아왔던 것 같다. 그래서 어쩌면 지난 3년간의 내 삶이 너무 힘들었는지도 모른다. 늘 미래를 대비하여 대비한 그대로 현실을 살아가곤 했던 내가, 미래를 대비한다고 했는데 그 나의 대비가 현실과 일치하지 않는 데에서 엄청난 불안감과 절망감을 느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글을 쓰면서도 역시 느끼는 점은, 사람은 지금 이 순간, 현실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의 상황이 즐겁든, 슬프든간에 사람은 현실에 충실하여 살아가는 것이 가장 인생을 잘 사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사실 남자친구는 굉장히 현실주의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그 사람 역시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과거에 대한 후회가 없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목표는 항상 현실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즐기자는 것이다. 그 점이 상당히 나와 다른 점이었다. 하지만 내가 미래를 대비하고 있을 때 그 사람이 현실을 즐긴다고 하여 한량 같아 보이거나 그러진 않았다. 다만 그렇게 본인이 추구하는 바를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는 그 마인드가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상담 선생님 역시 현실에 최선을 다하는 부분에 대해 말씀해주신 것 같다.
그나마 내 인생에서 위안이 되고 의지가 되는 점이 있다면, 그것은 남자친구의 존재이다. 내 생각의 습관대로 미래를 먼저 예측하여 이 존재 역시 언제 어떻게 사라져버릴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너무 큰 슬픔이 밀려왔고 그간 더 잘해주지 못했음이 너무 미안해졌다. 하지만 남자친구와 있을 때는 함께 있는 그 상태에만 집중을 하게 되니 다른 걱정이나 잡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 현실의 스트레스가 순간순간 떠오르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리고 내가 정신적으로 너무 남자친구만 의존하지 않으려고 하는 의식적인 노력도 있지만, 의지가 되고 힘이 되는 것은 사실이긴 하다. 내 인생에 그늘막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나의 그늘막이 되어주겠다던 그의 말이 너무나도 고맙고 정말 위안이 된다. 모든 존재가 다 사라지고 나만 남으면 어떡하냐고 물으니, 신을 종교적으로 믿으라는 것은 권유하는 것은 아니고 신적인 존재가 나를 계속 지켜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에 위안이 될거라고 했다. 나는 교회를 다닌 적이 있지만 현재는 다니지 않는다. 교회를 다닐 땐 학교에서 공부 열심히 했듯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열심히 믿긴 했다. 하지만 지나보니, 종교라는 형태 그 자체가 얼마나 인간의 심리를 자극한 것이었는지를 깊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모든 종교인들을 이해하고 존중하나, 난 현재 어떤 종교도 믿지 않고 있다. 그저 숨이 붙어 있어 살아가고 있을 뿐인데, 다만 내가 살아있는 동안 누구라도 나라는 사람을 의미 있게 여긴다면 그걸로 족하지 않나 싶다. 그런 면에서, 가족이 아닌 친구나 연인이었던 사람들은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았음에도 나라는 사람과 소통하고 교류했던 것이 참 감사함과 특별함으로 다가온다.
최근에는 '행복'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건 남자친구와 만나면서 많이 하게 된 생각이기도 하다. 항상 늘 달려오는 삶에 익숙했었다. 늘 1등을 해야 하고 잘하지 못하면 안되는 그런 삶... 그런데 이제는 오늘 이 순간을 어떻게 행복하게 보낼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보게 된다. 내가 항상 슬픔과 걱정 속에서만 살라고 태어나진 않았을텐데 내 삶은 왜 이렇게 슬프고 어둡게만 느껴질까... 내 삶의 2막은 행복과 기쁨으로 가득찬 삶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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