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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벵갈루루 생활 기록

 

 

 

 


밤 요가+운동 마치고 집에 들어오는 길. 오늘은 기운이 좀 빠졌다. 몸보다도 마음의 기운이. 집에 가는 길 길게 펼쳐진 부겐빌레아 꽃들을 바라보는데 문득 who wants to live forever 멜로디가 떠올랐다. 겨울에 한국에서 <Bohemian Rhapsody> 열풍으로 Queen 음악 한참 듣다가 인도 와서는 한 번도 안들었었는데 갑자기 떠오르다니. Queen 음악은 한번 듣기 시작하면 또 너무 영향을 받을까봐 일부러 안 듣기도 했었던 것인데 오늘만큼은 플레이해봤다. 근데 혼자 밤에 야외에서 들으니 좀 스산... 한국에서는 이 노래가 감동이었는데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이제 너무 들어서 그런지 아님 피곤해서 그런지 오늘 프레디 머큐리의 목소리는 좀 과하게 들려서 자꾸만 볼륨을 줄이게 되었다.

그래도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 풀벌레 소리 들어가며 밤의 꽃들도 바라보고 별도 바라보고 여느 때와 같이 특별한 추억인 오리온 자리도 한참동안 바라보고... 노래를 듣다보니 문득 무언가를 잃었다는 크나큰 상실감에 울고 괴로워하던 시간이 생각이 났다. 지금은 감정과 생각이 많이 정리되서 많이 괜찮아졌지만 그땐 왜 그렇게 애닯아하고 슬퍼했었던지. 커다랗게 느껴지기만 했던 일이 조금은 작게 느껴지는 나를 스스로 바라보며 내가 조금은 성숙해진걸까.. 생각이 드는 동시에, 한편 겁이 나기도 한다. 혹시 나도 세상에 닳고 닳아 점점 표정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지.

나는 아직까지도 한없이 어리고 싶은가보다. 누군가에 의해 정의내려지고 변형된 나의 모습이 아닌 순수한 내 모습 그대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 어리면 아직 세상을 잘 모르기에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고단함이나 피로, 감당해야 할 몫들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다가오긴 하겠지만, 그래도 세상에 깎일대로 깎여서 어느 순간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며 살아가고 있는 내 모습은 상상만 해도 참 싫다.

때론 너무 솔직한 것이 인간관계를 해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너무 많이 알게 되는 순간 기대가 컸던만큼 실망도 크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내 공간에 나를 위해서도 다 털어놓고 싶은데 어느 순간 의식하기 시작하면 혹여나 단어 하나, 작은 뉘앙스 하나에 오해를 받거나 판단받고 싶지 않아서 글에 수정을 가하게 되고 그럼 내가 본래 하고 싶었던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어지는 경우들도 있다. 그럼 그건 수정과 변형을 거친 나의 생각이지 이미 내 자신은 아닌 것이다. 그 또한 나의 일부가 전혀 아니라고 할수는 없겠지만, 정말 나의 진실한 나의 모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거짓된 모습들이나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함이라던지 사랑받기 위한 글들은 쓰고 싶지가 않다.

자의적으로 선택해서 내가 필요한 정보만 취하고 내가 필요로 하는 사람과만 관계맺기가 너무나도 쉬운 이 온라인 공간에서,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또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 또 모든 사람과 두루두루 소통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럼에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정과 돈독한 마음, 신뢰와 예의, 사람에 대해 알고 사귀고 싶은 호기심.. 같은 것들을 아직도 쉽게 저버릴수가 없나보다.

얘기가 좀 샜다😉 연륜에서 나오는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 하지만 세상의 것에 동화되어가지 않는 신념과 견고함. 그런 것들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지 않은가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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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re's no time for us
There's no place for us
What is this thing that builds our dreams
Yet slips away from us?

Who wants to live forever?
Who wants to live forever?

There's no chance for us
It's all decided for us
This world has only one
Sweet moment set aside for us

Who wants to live forever?
Who wants to live forever?
Who?

Who dares to love forever
Oh, when love must die?

 

 


모닝 홍촤🍵

하니와 아들들의 겨울 흰 얼그레이 차.
Harney&Sons _ Winter White Earl Grey.

순둥순둥 향이 강하지 않은 얼그레이라 아침 차로도 괜찮음. 아마 Ceylon 베이스 차인 것 같음.

미각을 잃었나, 요즘 차는 계속 마시고 싶지만 차 맛을 영 모르겠음...




오후 5시 음악 _ Wedding Cake Caprice Waltz by Camille Saint-Saëns

Jean-Philippe Collard의 야무진 터치. 참 땡글땡글하다. 아기자기 활기차고 재미난 곡.

26 Mar 2019

 

 

 


오늘은 노을 볼 시간도 없이 바빴어요 흑흑ㅠ.ㅜ

얼마나 바쁜지 폰 산 지 두 달밖에 안됐는데 벌써 2년은 쓴 폰같이 변했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것을 산 다른 사람 폰은 깨끗하기만 한데 내 폰은 액정필름도 스크래치 천지ㅠ.ㅜ 폰이 늙었엌😅😆 인도에서 계속계속 좋은 폰들이 나오는데 조만간 폰 하나 더 살까봐.

 

 

 


그래도 오늘 감동받은 것이, 두 사람의 모습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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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기 스트레스를 못이겨서 나한테 문제 아닌 것을 문제 삼아 과실로 만들어 떠넘기면서 괜히 뭣도 아니면서 갑질하는 사람.

2. 한편 귀찮을 법 한데도 굳이 전화까지 해서 친절하게 자잘한 상황까지도 보고해주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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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은 맨날 만나기만 하면 나한테 자기 자랑하는 사람. 왜 그렇게 나한테 인정을 못받아서 난리임?

2번 분은 대기업 높은 분이신데 으레 높은 지위의 분이라면 나올법한 권위 의식 1도 없고 한마디를 하더라도 사람 기를 세워주고 기분좋게 해주는 분. 한 번은 뜬금없이, 내가 잘해서 이곳이 잘 돌아간다고 말씀해주시는 덕분에 오히려 그 말씀에 자극받아 더 열심히 해야지 생각하고 다짐하게 만든 분.

사람을 쏘아가면서 자기 스트레스를 상대방에게 전가시키면서 일하는 사람과, 칭찬을 통해 오히려 상대가 자신을 돌아보고 더 열심을 만들게 하는 스킬이 있는 사람.

기가 막히게도 오늘 딱 두 부류의 사람을 만나면서 나의 업무 스타일이 어떤지 돌아보게 하고 앞으로의 방향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솔직히 1번 사람은 너무 미워서 한마디 톡 쏘아주긴 했다. 근데 반성했다. 다음부터는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아야지. 오히려 자기가 부끄러워지게 말이다. 그런데 한편 아무리 기분이 나빴더라도 그 사람의 말을 통해서도 내가 배울 점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또한 되어서 글 쓰는 지금은 미움이 감사로 변하기는 했다.

너무 말도 안되는 기가 막힌 상황들을 보고 화가 나서 어쩔 줄 모르는 사람을 두고 한 인도인 변호사 친구가 해준 말이 생각이 난다. "화를 낼 가치도 없고 그들은 나와 싸울 레벨도 안되는데 왜 내가 내 에너지 아깝게 화를 내나." 물론 이는 인도사회의 특수성인 카스트 제도에 기인하여 나온 말이기도 하다. 카스트가 다르면 아예 상대도 안하는 것이 인도 사람들의 모습이기에 이 말은 가히 철학적이라기보다도 이들에겐 당연한 일상인데 내게는 그것이 큰 깨달음으로 부딪쳐왔던 것이다.

한편 그렇다. 진짜 문제는, 문제도 아닌 것을 문제삼고 미워하고 힘들어하는 나는 아닐지. 결국 상대방은 나 하기에 달려있기도 함을 생각해보게 된다. 정말 아무리 악한 사람이라도 그 사람까지도 살려낼 수 있는 것이 복음이 가진 힘이라면 그 복음 내 마음에 내 영혼에 새기고 진짜 이 만남을 주신 하나님의 절대주권 속 하나님의 계획을 질문해나갈 것이다.

너무 힘들어도 모든 일 속에는 하나님의 계획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만해도 나는 정말 많은 힘이 난다. 너무 힘든데 기쁘고 행복한 그 마음. 앞으로의 일들이 기대가 되는 그런 마음. 힘듦이 소망으로 한순간에 변한다.

 

 

 


정원의 거친 야생으로 나갔다가 계속 풀죽어있길래 어쩔 수 없이 다시 내 침실로 컴백한 바질들.

온실 속 화초로 돌아와서도 한 이틀간은 빼쭉빼쭉 살아나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오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화사한 잎사귀들을 뽐내기 시작. 윤기가 좔좔~

새침데기 바질들😉😜 식물도 주인 닮아가나 ㅎㅎㅎ🤗😂 귀요미 바질이들😍 그래 야생에 부딪치기 전 아직 내 사랑이 더 필요하다면 듬뿍 주겠다❤

바질 밭은 언제 가꾸나🤔

 

 

 


어제 오후 들었던 음반.

슈만 특유의 느낌 때문에 a minor 협주곡 별로 안좋아하는데...(그래도 취향은 또 언제 바뀔지 모름) 이 연주는 재밌었다! Murray Perahia의 연주도 꽤 괜찮다고 느꼈는데 Leif Ove Andsnes도 괜찮다고 느꼈다. 뭐랄까.. 곡이 좋아서 듣는다기보다 연주자의 연주가 좋아서 계속 듣게 되었달까?

특히 3악장 Allegro vivace는 약간 흥분해서 아슬아슬 막 달리고 약간 던져가면서 연주하는데, 듣는 순간 이 피아니스트의 개인 캐릭터에 호기심이 생기고 재밌다고 느껴졌다. 왠지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유머러스할 듯. Mikhail Pletnev와 더불어 Garrick Ohlsson과 더불어 좋아하는 좋아하는 피아니스트.

사실 3악장은 곡 자체가 워낙 그래서 웬만하면 실수하지 않고 늘어지지 않는 이상 그냥 물 흐르게 들릴만한 곡이긴 하지만, 그냥 연주하는 것과 flow를 타는 것은 좀 다른 이야기인데, 물 흐르듯 흐르는 그의 연주 참 좋았다. 피아노에 착착 감기는 Marriss Jansons의 지휘와 베를린 필의 지휘도 참 좋다.


 


밤의 초록이가 너무나도 아름답게 느껴져요🌿 너무 예뻐서 밤산책하며 감탄에 감탄을 거듭. 아마 동네 security guard들이 저 마담은 맨날 저렇게 사진찍네~ 할 듯 ㅎㅎ

 

 

 


이 나무를 보고 나는 촛대를 떠올렸다고 한다. 이런 디자인의 촛대 만들면 정말 예쁠 듯.

 

 

 


예쁘죠 예쁘죠!
밤의 초록이들🌿
음악 들으면서 산책하는데 행복.

 

 

 


날이 더워지니 장미도 피네요🌹

 

 

 


밤의 꽃.

어쩜 이렇게 작은 꽃들이 한송이 한송이 모여 더 큰 하나의 꽃을 이루는 것인지.

 

 

 


밤의 꽃.
벵갈루루에 정말 많은 이 꽃.

 

 

 


밤에도 환하게 빛나는 흰 조명 꽃.

 

 


3도의 연속 진행. 피아노 연습하고 연주하고 싶은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는 곡.

Carl Maria von Weber의 Piano Concerto No.2 in E-flat Major, op.32

1악장 마무리가 어찌나 make sense하고 logical한지, Carl Maria von Weber, 역시 독일인답다.


 

 

 

 

 


오늘의 애프터눈 티 _ Whittard의 Chelsea Garden Tea.

날이 35도를 육박하도록 부쩍 더워졌는데, 너무 졸립고 입맛은 없고 커피는 마시기 그렇고 홍차도 그렇고.. 그 중간 타협지점이 백차.

꺼내보니 white peony이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white peony는 꼭 낙엽잎 모아놓은 것 같은 비주얼이다 ㅎㅎ 근데 우리면 훌륭한 맛이 나니 반전 같은 묘미가 있는 재밌는 차..? 개인적으로는 그런 느낌. 근데 steep timing 때문에 의도한 것인지는 몰라도 찻잎이 생각보다는 많이 부서져있어서 약간 아리송.

뭔가 달달한 향은 나긴 했지만 맛에서까지 그 향을 기대하진 않았다. 그냥 일반 white peony일줄 알았는데, 마셔보고는 깜짝..! 맛에 집중하기 위해 듣고 있던 Leif Ove Andsnes가 연주하던 Chopin Ballade No.4를 중지할 수밖에 없었다. 아저씨 미안해요😂

이 차에 원래 rose bud가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뭔가 베리류의 상큼 달큼한 맛이 또 다른 부드러운 자극으로 뇌를 깨우는 느낌이다. 베리류와 장미의 묘한 조합이라고 해야할까. 흐음🤔 Whittard 백차도 은근 괜찮군. 근데 난 개인적으로 인도 장미백차가 더 맛있다🙃😉 솔직히 영국 차 브랜드들도 좋지만 이왕이면 인도 원산지의 인도 자국 차 회사들이 더 잘되었으면 좋겠다.

27 Mar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