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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자르 베르만이 연주하는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

 

라자르 베르만의 피아노 협주곡 앨범

https://youtu.be/D9CV1_WZndY

 

 


Lazar Berman이 연주하는 Johannes Brahms의 Piano Concerto No.1

첫 시작이 부서질 듯 가녀린 이런 브람스는 처음이다. 느리고 느린 템포에 마치 끊어지려는 숨을 겨우 이어나가는 듯한 느낌의 아슬아슬한 느낌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것이 연주에 대한 집중력을 만들어냈다. 피아노가 등장하고부터는 그 자리에 그대로 얼음이 되어 귀 쫑긋 스피커에 집중하게 되었다. 자꾸 뒤가 궁금해서 계속계속 들어보게 되었다. 피아노는 달그닥 달그닥거리는 것이 굉장히 오래 전에 레코딩을 한 모양인데 확인을 해보니 1981년이다. 처음에는 피아노가 아슬아슬 절제절제해서 오케스트라와의 음향 밸런스가 안 맞나 싶기도 했는데 Erich Leinsdorf의 Chicago Symphony는 마치 피아니스트가 성악 연주자의 반주를 하고 있는 듯 연주자의 호흡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피아노를 받쳐주고 있고 또한 피아노와 밀고 당기는 밸런스가 정말 찰떡궁합이다.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이렇게까지 세밀하게 호흡이 좋은 연주는 오래간만이다.

피아노가 극도로 절제하는 첫 부분을 듣고서 뒷부분은 반드시 터질 것이라는 예상을 하긴 했었지만, 과연 피아니스트는 곡이 진행될수록 화려한 폭발력과 에너지를 보여주었다. 구조적으로 착착 쌓아서 뒷부분으로 갈수록 끌고 나가는 추진력이..! 우후~ 정말 엄청나다. Glenn Gould가 Leonard Bernstein과 연주한 브람스 1번을 좋아하는 편인데, Gould는 그래도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범위에서 움직여주었지만 Lazar Berman은 들을수록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상 밖의 새로운 연주를 보여주었다.

오래간만에 재밌는 연주를 들었다. 참 새로운 느낌의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이었다. 스피커로 들을 때에는 디테일보다는 rough한 연주로 들리기도 했는데, 지금 다시 이어폰으로도 들어보니 연주가 굉장히 굉장히 섬세하다.

 

5 May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