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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돈 생기면 바로 은행에 들러 일부는 저축하고 일부는 들고서 서점으로 가곤 했던 초등학생 시절. 6학년 때, 커다란 책장 가운데 내 키의 내 눈높이에 꽂혀 있었던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의 「지와 사랑(Narziss und Goldmund)」 을 무언가에 이끌리듯 구입했었는데 당시에는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무척 어려운 책이었지만, 자꾸만 읽어보고 싶고 이해해보고 싶은 생각에 줄곧 가장 잘 보이는 책장에 꽂아놓고 중학생이 되어서도 계속 읽기 시도를 했었던 기억이 난다. 이후 음악 공부하느라 줄곧 10년을 달리고 이후 6년은 그간 몰랐던 세상 경험하느라 달려왔으니.. 조금 더 세상을 알게 된 지금 그 책을 읽으면 너무나도 깊이 이해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해는 되어도 이해되었다고 해서 바로 삶에 적용되고 삶이 드라마틱하게 변화될 것 같진 않다.. 그냥 책을 읽고 공감만 할 수 있어도 충분하겠다.

 

 

헤르만 헤세의 문장 - 사랑은 간단하다.

 


더러는 사람을 만나는 그토록 에너지 소비가 큰 일들을 왜 자꾸 하냐, 귀찮으니까 그냥 정으로 쭉 연애해서 결혼까지 하는 케이스들을 봤다. 하지만 그런 적당한 타협보다도 더욱 근본적으로는, 지난 삶들을 돌아보니 연애라는 것은 타인을 사랑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 사람들이 사랑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랑이 바로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자 가장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가는 자기 인식 과정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연애는 어쩌면 한편으론 나를 더 사랑하는 이기적인 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상대방이 내 마음 같지 않고 나를 알아주지 않으면 더욱 서운하고 속상한 것일지도.

그 연애가 결혼이라는 합법적 사회제도 속에서 안전해지지 않더라도, 소위 말하는 실패라는 것으로 끝난다 하더라도, 결코 그것은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짜 실패는 이것이다. 연애 후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만큼 참담한 일은 없다.

라고 하였더니 순간 헉 하고 호흡을 멈추더니, 어쩜 그렇게 주옥 같은 명언을 남기냐면서 놀라하던, 7년째 연애 중인 몇 일 전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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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핵심은..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 아끼는 사람들과는 오래도록 깊고 따뜻하고 진솔한 소통들을 해나가고 싶다는 것!

5 Nov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