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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ney & Sons(하니 앤 손스)의 African Autumn(아프리칸 오텀)

 


약 80도 정도의 물에 찻잎을 넣으니 순식간에 수색이 변화되는 모습.

마치 물감이 물 속에서 퍼지듯, 가습기에서 증기가 나오는듯한 모양으로 피라미드 찻잎 속 성분들이 뽀르르- 퍼지며 고유의 색을 방출해낸다.

이 순간을 보는 즐거움 때문에 이 투명한 유리 티팟을 즐겨 사용중이다. 인도 집에 하나, 한국 집에 하나.

 

 

 

취침 전 속을 달래줄 카페인 부담없는 루이보스 차, 그중에서도 왠지 그간 아껴왔던 Harney& Sons의 African Autumn을 꺼냈다.

찻잎에서는 무척 톡 쏘는 새콤함이 느껴진다. 뭔가 익숙한데 그 정체가 잡힐 듯 말 듯 떠오르질 않는다. 그저 나는 지금 산이 들어간 시큼한걸 먹으면 안되는 상태인데 괜히 이걸로 골랐나 싶었지만 루이보스임을 감안하여 우려보았다.

 

 


차를 우렸는데도 여전히 살아있는 새콤한 향. 맛 또한 약간 시큼하긴 한데 속에 부담을 줄 정도의 시큼함은 아니다. 그 새콤함은 입 안에서 제 존재를 뽐냈다가 목넘김 때에는 순딩순딩한 맛만 남는다. 

Ingredients : Rooibos tea, hibiscus, cranberry flavor, orange flavor, orange peel

이 차의 새콤함이 히비스커스와 오렌지 향이었구나! 참 새삼스럽다. 항상 단독 향이 블렌디된 차보다도 다양한 향들이 블렌딩된 차들이 많아서 그런지 향의 구분이 내게는 생각보다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어쩌면 나의 뇌는 음식 특유의 향기들을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예를 들어 좀 극단적인 것 같긴 하지만, 딸기를 시각적으로 보니 딸기향으로 '인지'하는 것이지, 딸기 향만 가지고 무슨 음식인지 맞춰보라고 하면 이렇게 가향차를 대할때와 마찬가지로 모를지도. 일례로 <어둠 속의 대화(Dialogue In The Dark)>라는 상설 전시에서도 어둠 속에서 오직 미각, 후각만 이용하여 마시는 환타와 콜라, 복숭아 맛 음료를 참가자들은 구분해내지 못했다. 그만큼 우리는 음식을 먹는 데 있어 사전에 인지하는 정보들에 상당량 의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분명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실 것이기에 섣부르게 일반화할수는 없지만 말이다.

이 차는 카페인이 빠져서 그런지 맛은 참 밍숭밍숭하게마저 느껴지지만, 그 얌전한 맛을 새콤한 향이 좀 보완해주는 느낌이다. 그런데 이 차뿐만 아니라 Harney & Sons(하니 앤 손스) 차들 대부분이 대체로 좀 순딩순딩한 맛이어서 꼭 쨍한 맛을 즐겨야만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이 하니와 아들들 브랜드의 차들도 괜찮은 것 같다.

28 May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