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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남부의 Chennai(첸나이)에서 출발하여 인도 북부의 Dehradun(데흐라 둔)까지 올라가는 2박 3일 종단 열차를 탄 나. 어느덧 기차에서 이틀 밤을 지냈다.

 

내가 내릴 목적지는 이 기차의 마지막 종착지인 Dehradun(데흐라둔)의 바로 전 역인 Haridwar(하리드와르) 역이다. 하리드와르 역 도착 시각은 티켓에 씌어 있기로는 원래 새벽 3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지만, 기차가 2시간 연착되어 새벽 5시 15분에 하리드와르 역 도착! 드디어 인도 북부에 발을 딛었다. 새벽에 떨어지는 기차라서 무섭진 않을까, 위험하진 않을까.. 걱정이기도 했는데, 오히려 기차가 연착되어 아침이 가까운 무렵 도착한 것이 잘 되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난 하리드와르에 도착했지만, 사실 나의 최종 목적지는 Nainital(나이니탈, 또는 나이니딸)이라는 해발 2,000m쯤 되는 호수 도시이다. 그곳까지 가기 위해서는 이곳 하리드와르에서 또 다시 기차를 타고 Kathgodam(까뜨고담, 또는 카트고담) 역까지 이동을 해야 하는데, 그 기차가 오늘 자정에 있는지라.. 하루의 시간이 텅 비게 되었다. 그런데 Lonely planet을 보니, 이 도시는 순례객들의 도시라서 대부분의 숙소 가격이 기본 Rs.350로 꽤나 비쌌다. 그래서 기차역 Cloakroom(클록 룸=짐 보관소)에 짐을 맡기고 그냥 하루 종일 하리드와르를 돌아다니며 관광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기차에서 내렸다. 플랫폼에는 엄청난 사람들이 천이나 비닐 등을 깔고 누워 '노숙'을 하고 있었다. 와... 이 사람들은 다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인도인들이 이렇게 기차역에서 노숙하는 풍경은 특별한 것이 아닌 그냥 '일상'인 것처럼 보였다. 기차 연착이 잦은 인도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풍경일지도.... 어쨌든 생각 외로 많은 인파들에 일단 놀랐다.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Cloakroom을 찾았다. 간판에는 '24시간'이라고 되어 있었지만, 과연 내 짐을 제 시간에 찾아 떠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게 만드는 커다란 자물쇠가 걸려 있기도 했고, 커다란 화물 가마니들만 몇 개 쌓여 있을 뿐 아무리 둘러봐도 담당자도 안 보이길래 그냥 Ladies waiting room으로 올라가 날이 밝을 때까지 쉬기로 했다.

 

waiting room에 들어가니 대부분의 여자들이 의자를 침대 삼아 눈을 붙이고 있었다. 난 사실 하리드와르 역 도착 예정 시각이 새벽 3시 정도였으므로... 혹시나 잠을 자다가 내릴 역을 그냥 지나치지 않을까 하여 기차에서 잠을 거의 못 잤다. 그래서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의자에 배낭을 베고 누워 잠시 눈을 붙여보려 했지만.. 아무래도 내 커다란 배낭도 그렇고.. 카메라 가방도 그렇고... 왠지 짐도 불안하고.. 잠자리도 불편하여 잠을 이루는 것은 금방 포기하였다.

 

 

날은 점점 밝아오고... 짐을 맡길 곳은 마땅찮고.. 그렇다고 하루 종일 waiting room에 있을수도 없는 노릇이라서 잠깐의 고민 끝에 결국 비싸더라도 나를 위해 호텔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Rs.350~400는 한국 돈으로 1만원도 안 되는 돈이었지만.. 이 돈도 왜 그렇게 비싸 보이는지... 아마 다른 도시들의 숙소가 말도 안되게 저렴한 탓이겠지. 어쨌든 인도에서는 나도 모르게 꽤나 짠순이가 되곤 한다.

 

 

 

waiting room을 나오자 어느새 날은 밝아 있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파란 하늘에 예쁘게 떠 있는 하얀 새털 구름이 어찌나 그림 같던지... 그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옥상과도 같이 넓게 펼쳐져 있던 그곳의 난간에서 잠을 잔 듯한 한 여성이 낯선 이방인을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카메라로 하늘을 찍고 있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는 눈치였다. '저런게 뭐가 신기하다고 저러지?' 하는....

 

역을 빠져 나오려는데, 이 도시에서는 유독 나를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참 낯섦을 느꼈다. 지금이 성수기가 아니라서 그런가?왜 이렇게 다들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지...?

 

역 입구를 찾아 광장에 나가자.... 와..... 커~다란 광장에 수많은 사람들이 '노숙'을 하고 있는 것이 한 눈에 들어왔다. 와.... 정말 '와' 라는 말 밖에는.... 정말 엄청난 인파였다. 이 사람들은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아님 날이 밝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일까?

 

 

기차역을 빠져나가자 수많은 hotel, lodge들이 보였다. 하리드와르가 Uttarakhand (웃따라칸드, 또는 우타라칸드) 주에서 가장 성스러운 힌두교 도시로, 갠지스 강에서 목욕을 하기 위해 순례객이 엄청 모여드는 도시라더니.. 그래서인지 호텔들이 기차역 주변으로 꽉꽉 들어차 있었다. 기차역을 나서면서 세웠던 전략은, 기차역 주변은 아무래도 방 값이 비쌀 것 같으니 웬만하면 기차역과는 조금 떨어진 곳에 방을 잡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기차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어떤 한 골목에 다다르자 'dormitory'라는 단어가 보였다. 난 오늘 자정에 다시 기차를 타고 이곳을 떠나야 하니, 사실 방 하나를 잡는 것이 사치라고도 느껴졌는데, 짐을 내려놓고 샤워 정도.. 그리고 피곤하면 잠깐 눈 붙이기에 도미토리는 최적의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발길을 틀어 그 골목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나도 모르게 'Hotel Ashoka' 라는, 꽤 깔끔해 보이는 한 호텔로 발길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dormitory를 기대하며 이 호텔에 들어오긴 했지만, 막상 들어오고 보니 문득 single room 가격도 궁금하고 내부가 궁금해졌다. 싱글 룸을 보여달라고 하여 방을 봤는데 꽤 널찍한 방에 더블침대, TV, 선풍기(ceiling fan), 화장실이 딸린 방이 Rs.350이란다. Guide book에서 본 가장 저렴하다는 호텔보다 생각보다 저렴하기도 했고, 이 방을 보는 순간 도미토리 생각은 저 멀리 사라져 방값을 Rs.300으로 여기에서 쉬었다 가기로 했다. 밤 11시에 check out 되냐고도 물으니 된다고 하여 OK~!!

 

check in 하려고 form 작성하는데 주인인듯한 아저씨가 노래를 부른다. ♪~ 그 노래소리가 참 정겹고 기분이 좋아, 혹시 'Kal ho naa Ho' 노래를 아냐고 물으니 안다면서 그 노래를 바로 멋드러지게 흥얼거린다. 아저씨의 노래 소리에.. 무섭게 느껴졌던 인도인들에 대한 경계가 풀린다.

 

사실 씩씩하게 여행을 시작하긴 했지만.. '여자 혼자 인도 여행'은 아직도 위험하다는 '편견' 이랄까? 내가 혼자 인도 여행을 할 것이라고 하니, 주변에서 많이 염려를 하셨었다. 특히 pastor L과 사모님이.... 두 분은 내가 나보다 커 보이는 무거운 가방을 메고 어찌 혼자 여행을 하냐면서, 계속 "여자 혼자인데..." 라고 하셨다. 나는, '여자 혼자가 뭐 어때서? 사람 좋은 인도인들한테 내가 당할 것이 뭐가 있다고.. Jammu & Kashmir(잠무.카슈미르) 같은 분쟁 지역만 조심하면 되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은 했어도 막상 여행을 시작하니, 인도인들.. 특히 떼를 지어다니며 나를 바라보는 인도 남자들이 좀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기분 좋고 편안하게 노래를 흥얼거리는 숙소 아저씨를 보니 다소 긴장하고 있었던 나의 마음과 경계심이 허물어지면서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역시 혼자 여행을 할 때에는 마음을 단단하게 먹어야 한다! 나는 항상 여권과 돈이 든 가방의 자물쇠를 수시로 확인하였고, 카메라 가방과 지갑은 언제나 내 몸과 동일시 하는 등 확인, 또 확인. 엄청난 주의를 기울였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인도 여행 팁은, 눈을 똑바로 크게 뜨고 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초보인 척 하지 말고, 웬만큼 여행을 해 본 티가 나는 자신감을 장착해야 한다. 베테랑 여행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초보 여행자 티는 벗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어디를 가더라도 당당하게 눈을 크게 뜨고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다녔다.)

 

 

샤워를 했다. 화장실에 난 창으로 이웃 건물.. 이웃 집의 말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웃집에서는 늦은 아침? 음식을 만들고 있었나보다. 샤워를 하는 동안 옆집의 그릇 소리와 음식 냄새, 정겨운 말소리는 훌륭한 배경 음악이 되어 주었다. 덕분에 지루하지 않았던 샤워. ㅎㅎ

 

샤워를 마치고 머리를 말리며 TV를 켜니, 내가 좋아하는 Travel 채널도 나온다. (어떤 지역은 이 Travel channel이 안 나오기도 해서 슬펐다.) 오늘은 미국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계속 햄버거 이야기만 나오길래, 이른 아침 Ghat(가뜨 또는 가트)도 보고 싶고 해서 밖으로 나왔다. (가이드 북에 가뜨를 방문하기 좋은 때는 이른 아침이나 동트기 전이라고 되어 있어서,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하리드와르. 이 도시는 순례객들이 모이는 가장 성스러운 힌두교 도시라지만 생각보다 도시는 작고 아담했다. 밖으로 나가보니 도시의 풍경은 낯설지만 어딜 가나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비슷한 듯, 남인도에서 지내던 동안 봐 왔던 낯익은 풍경들이 내 눈에 들어왔다. 이른 아침 Chai(짜이), Puri(뿌리), 인도 특유의 bun 빵과 식빵 등을 파는 노점과 hotel 호텔들이 그것이었다. (인도에서 많은 식당들이 'hotel'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데, 론리 플래닛을 보니 'Indian English'라고 되어 있더라. ㅎㅎ) 이런 길거리 음식점들은 바라만 봐도 내 마음을 참 흐뭇~하게 한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참 재밌다. 가난한 자든, 부유한 자든.. 다들 어떻게든 제 삶의 몫을 감당해내고 있는 모습이 때로는 내 삶의 위안과 용기가 되어주기도 한다.

 

다른 도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 도시를 특징 지을만한 것은 역시 순례행렬인 듯한 오렌지 옷을 입은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때때로 기도 의식을 위해 쓰이는 듯한 화려하게 치장된 거대 조형물을 몇 사람씩 힘을 합해 어깨에 짊어지고 가는 무리들도 봤다. 사진으로 이 거리 풍경을 담고 싶었지만... 때마침 아주 적절하게도 기력을 다한 카메라 배터리.........ㅠ.ㅠ

 

나는 론리 플래닛 지도를 보면서 Har-ki-Pairi ghat(하르 끼 빠이리 가뜨)를 찾아갔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른 아침부터 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지도를 보지 않더라도 어렵지 않게 가뜨를 찾아갈 수 있었다. 가뜨를 찾아가는 길을 따라 내내 신께 바치는 제물인 듯한 꽃, 향, 초, 그릇 등을 파는 상점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길을 걷다보니 해가 떠올라 날은 점점 더 더워지기 시작했다. 아.. 남인도 첸나이와는 또 다른 느낌의 더위구나. 건조하면서도, 뭔가 mild 하면서도 바짝 내리쬐는 이 햇볕이란...

 

 

드디어 '하르 끼 빠리이 가뜨'에 도착. Har-ki Pairi ghat. '신의 발자국'이란 뜻이다.

 

 

 

(카메라 배터리 방전으로 이 멋진 장관을 찍지 못해 인터넷으로 사진을 검색하여 올려본다.)

 

난 이곳에서 인도에서 그렇게 유명한 Ganges river(갠지스 강)을 드디어 만났다. 흙탕물도 아닌 것이 색이 독특한 강물 색..

 

 

 

 

'ghat'는 강 또는 호수로 이어지는 계단이란 뜻인데, 이렇게 강에 가뜨가 있어 사람들은 이 광장 같은 곳에 옷을 벗어두고 계단에 내려가 목욕도 하고, 꽃잎과 불 밝힌 초, 신께 바치는 sweet 등의 음식을 바나나 잎 같은 접시에 담아 기도하며 강물에 띄운다.

 

사진에 보이는 파라솔들은 노점상들이 펼쳐 놓은 것들이다. 상인들은 음식이나 강물에 띄울 종교용품 등을 팔고 있었다.

 

 

 

 

이곳의 가뜨는 꽤 길다.

 

 

 

 

가뜨에서 목욕하는 사람들.

 

 

 

 

난 '갠지스 강' 하면 Varanasi(바라나시)에만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리드와르에 있는 이 강이 바로 바라나시로 흘러가 Bay of Bengal(벵골만)로 빠지는 갠지스 강의 상류라니... 그렇게 때문에 사람들이 바라나시 못지 않게 이곳을 방문하고자 하고, 이곳에 와서 목욕을 하는 것이 인도인들에게 있어 일생일대의 소원이라고 하니 느낌이 색다르다. 그냥 강일수도 있는데 신성한 곳이라 의미를 부여하니 더더욱 색다르게 보이는 강.

 

 

 

 

일생일대의 소원이라서 그럴까? 이곳에서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부끄러움 없이 목욕을 한다. 인도 여성들이 이래도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여성들도 이곳에서만큼은 비교적 과감하게 옷을 벗고 목욕을 한다.

 

 

 

 

갠지스 강에서 목욕하는 사람들.. 물에 둥둥 떠내려 가는 꽃과 초를 담은 그릇, 꽃잎들.. 사진 찍는 사람들... 수많은 인파들에 정신이 없다.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이유 중 또 하나는, 이 곳은 세계 최대의 종교 순례행사인 Kumbh Mela(쿰브 멜라) 축제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Kumbh(쿰부)는 '주전자', Mela(멜라)는 '축제'라는 뜻으로, 한마디로 힌디어로 <주전자 축제>라는 뜻이다. 나는 아쉽게 시기를 놓쳤지만 사실 올해 상반기에 이곳 하리드와르에서 12년에 1번씩 열리는 쿰브 멜라 축제가 있었다고 한다. 

 

쿰브 멜라는 힌두 신화에 따르면, 신과 악마들이 불멸의 음료인 신주(神酒) '암리타'가 담긴 주전자(쿰브)를 차지하기 위해 12일 밤낮을 다툰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당초엔 신과 악마가 합의하에 반반씩 나누기로 했지만, 악마들이 주전자를 빼앗아 도망가면서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고 그 과정에서 암리타 4방울이 강에 떨어졌는데, 그곳이 각각 Ganges river(갠지스 강), Yamuna river(야무나 강), Sarasvati rover(사라스와티 강)이 만나는 Uttar Pradesh(우타르 프라데시 주)의 Allahabad(알라하바드), Maharashtra(마하라슈트라 주)의 Nasik(나시크), Madhya Pradesh(마드야 프라데시 주)의 Ujjain(우자인), Uttarakhand(우타르간드) 주의 Haridwar 하리드와르다.

 

즉, 알라하바드, 하리드와르, 나시크, 우자인 - 4 지역을 3년마다 돌면서 12년 주기로 열리는 것이 쿰브 멜라. 이 중 알라하바드에서 12년마다 열리는 것이 최대 행사인데, 이번에 열렸던 것은 12년의 중간의 6년째 해에 열리는 '아르드 쿰브멜라'라였고(아르드 쿰브멜라 역시 12년마다 열리는 셈.), 올해 축제가 열린 곳은 하리드와르라고 한다.

 

 

 

 

강을 가로지르는 무슨 다리가 있기에 건너봤다. (사진에 보이는 다리는 아니었고.. 그냥 참고)

 

Monsoon(몬순 - 인도 우기) 직후라서 그런지 강물 수위가 꽤 높아져 있었다. 갠지스 강 다리를 건너다가 다리 위에서 시체인 듯한.. 천에 싸여 있는 사람을 봤다. 처음에는 무슨 짐꾸러미인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분명 사람이었다. 머리 끝까지 천을 뒤집어 쓰고 있었던 사람.. 시체일까.. 아닐까... 분명치는 않지만 시체라 생각하니.. 처음 마주하는 시체에 살짝 긴장, 무서웠다.

 

 

 

 

하리드와르를 상징하는 듯한 Shiva(시바) 신의 동상이다.

 

 

 

갠지스 강의 상류... 하르 끼 빠이리 가뜨에는 수많은 장애인들이 있었다.

 

 

 

특히 이 붉은색 난간이 있는 이 계단 쪽에 장애인들이 많이 앉아 있었다.

 

 

그래도 걸어다닐 수 있는 사람들은 목발에 의지하여 힘겹게 돌아다니면서 동냥을 하고 있었고.. 신체의 일부가 없거나 변형되어 걷기가 어려운 사람들은 앉아서 구걸을 하고 있었다. 이곳은 신성한 강이 흐르는 곳, 목욕함으로써 자신의 죄를 씻고 몸을 정결케 하는 곳이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사람들이 다른 곳에서보다 비교적 더 쉽게 장애인들에게 적선하거나 기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쩌면 이 강은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축복의 강이 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현지인들 대열에 합류하여 이 강에서 목욕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몸을 닦을 수건도 없고.. 비성수기라 이방인이 정말 드물었던 이곳에서 내가 만약 목욕을 한다면 이건 분명 큰 뉴스거리가 될 것이 틀림 없다..ㅎㅎ 현지인들이 갠지스 강에서 목욕하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나도 느껴보고 싶은 마음은 정말 굴뚝 같았지만.. 아쉽게도 이번에는 발만 담그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내가 강물에 발을 담그자 현지인들이 신기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웃는 표정을 보아하니 뭔가 반가워하는 것 같기도 했고..^^ 강물에 발을 담근 느낌은...?부드러운 진흙물 느낌...

 

 

수많은 인파들로 인해 앉아 있을 곳 하나 없는 가뜨. 겨우 일기장 하나 펼쳐놓을만한 곳을 찾아 잠시 서서 일기를 썼다.

 

이곳은 정말 치열한 삶의 현장...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들은 죽음으로 향하는 여정에 있다. 죽음과 이생.. 그것은 무엇일까... 그것이 과연 무엇이길래 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렇게 열심히 기도하게 하고, 강물로 몸을 씻음으로써 자신의 더럽혀진 몸을 정화하게 하는 것일까..

 

이곳에 서 있으니.. 내가 지금 현재 살아있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 죽을 것이라는 것이 정말 실감이 난다.

 

 

일기를 다 쓰니 새벽 잠을 못 자서 피곤하기도 하고.. 출출하기도 하다. 밥을 먹으면 잠이 올 것 같다.

 

 

그냥 간단한 스낵이나 sweet(스윗)을 사서 먹을까 하다가 수바시 가뜨에 위치한 유명하다는 채식 레스토랑 'Chotiwala' 를 찾았다. 난 이곳에서 veg. pulao와 음료수 하나를 시켜 먹었는데, 서빙을 담당하는 가게 청년이 계속 나를 쳐다보며 의식하여 먹는 내내 신경이 쓰였다. 베지 뿔라오는 paneer (파니르 - 인도의 cottage cheese)가 들어간 고급 요리였지만.. 너무 기름져서 먹기에 부담이 되었다.

 

 

이제 밥도 먹었겠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하리드와르의 거리 풍경.

 

 

배가 찬 탓에 내 발걸음은 한결 여유로워져 가는 길에는 몇몇 가게들을 좀 구경했다. 어느 나라를 가도 그렇겠지만, 인도도 각 도시마다 그 지역의 특산품이나 독특한 것들이 꼭 한가지씩은 보였는데, 하리드와르에서 많이 보였던 것 중 하나는 구리나 은반지였다. 가격은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Rs.10 내외. 난 장신구를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워낙 길거리에 널린 것이 이 반지이다 보니 나도 재미삼아 껴볼까 싶어 이것저것 구경을 했다.

 

반지를 구경하며 숙소로 가는 길엔 내가 좋아하는 Jalebi (잘레비 또는 Jilebi(질레비))를 파는 가게가 있었다. 남인도에서 활동할 때는 이 잘레비 가게를 보지 못했었는데, 이렇게 여행지에서 만나니 정말 반가워 한참 동안 그곳에 서서 잘레비 만드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 가게에는 뜨거운 반죽 위에 잘레비 반죽을 넣어 튀겨내어 달콤한 시럽을 묻히는 사람, 이 잘레비를 포장하여 판매하는 사람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이 뜨거운 날씨에 이열치열일까. 잘레비를 커다란 wok에 튀기는 사람은 민소매 속옷만 입은 채 땀을 뻘뻘 흘려가며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참 아름다워 한참을 지켜보고 서 있으니, 가게에서 일하는 청년들이 내게 미소를 보낸다. ^^

 

이 가게에서는 잘레비 외에도 다른 튀김 음식을 팔고 있었고, 그것을 먹고 있는 남자 손님들이 많았다. 무슨 음식일까 궁금하여 물어보니 안에 masala(마살라)를 섞은 감자를 튀겨낸 음식이란다. 그 맛이 궁금하여 주문을 하니 튀김과 함께 매콤.달콤한 소스를 플라스틱 비닐봉지에 담아 정성스럽게 포장을 해주었다. (인도에서는 민망할 정도로 적은 양을 시켜 포장해 달라고 해도, 대부분의 길거리 가게나 노점상 상인들은 그걸 그렇게도 정성스럽게 포장을 해주었다. 정말 그럴때마다 밀려오는 감동의 물결~ㅎㅎ)

 

한편, 이 도시에 오자마자 하리드와르 지도와 관광정보를 얻고자 제일 가고 싶었던 tourist information center. 론리 플래닛 책에는 분명 표시되어 있지만.. 관광 안내소를 찾을 수가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에이.. 하루 잠깐 머물다 가는건데 뭐.. 하는 마음으로 그냥 숙소에 들어가기로 했다.

 

 

숙소에 돌아가니 어느덧 점심 무렵. 나는 포장해온 튀김 음식을 맛있게 먹고, TV를 보다가 잠을 잤다. 

 

 

한 2시간여 잤을까? 이 도시는 잠깐 거쳐가는 도시이긴 했지만,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쉬기에는 아쉬운 마음이 들어 난 또 밖으로 나갔다.

 

길거리를 걷다가 출출해진 나는 lonely planet을 보고 눈독 들여놓은 맛집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그 곳은 바로 1937년에 문을 열어 아직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Hoshiyar Puri(호쉬야르 뿌리). 난 원래 책이나 인터넷에서 추천한 맛집보다는, 그냥 길을 걷다가 발견한 로컬 식당에 더 발길이 가는 편인데 인도의 오래된 맛집이란 곳은 대체 어떤 곳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 찾아가게 되었다.

 

그런데 지도를 보며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지도상으로는 분명 대로변에 있는 식당이었는데.. 내가 간판을 잘 못 찾는 것인지.. 아무리 지도를 보며 찾아가도 헷갈려 같은 곳을 왔다갔다, 뱅뱅 돌다가 결국 현지인들에게 길을 물어 찾아가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가게 입구가 좁기도 했고, 내가 힌디어를 잘 몰라서 몇번이나 가게 앞을 그냥 지나쳤던 것이었다.

 

식당에 들어서니 Hoshiyar Puri는 정말 맛집의 명성에 걸맞게 사람들이 많았고 가족 단위의 손님도 많았다. 종업원이 자리를 안내해 주어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받았다. 이 식당의 종업원들은 마치 인도 북동부 지역에서 온 듯한.. 피부 색이 한국 사람들이랑 비슷한 사람들이 많아 신기했다.

 

 

 

 

 

식당 메뉴판에는 갖가지 음식들이 많았지만, 난 론리 플래닛에 언급되어 있는 인기 메뉴라는 lacha paratha(라차 파라타 - 속을 채워 튀긴 빵)와 Kheer (키르 - 쌀 푸딩)을 시켰다.

 

라차 파라타의 맛은.. so so... 키르의 맛은 very very good~~~~!!!! 난 정말 키르를 이 곳에서 처음 먹어보고 완전 이 맛에 반했다. 어쩜 이렇게 달콤하고 맛있을 수가!! >_< 부드럽고 달콤하여 술~술 넘어가는 쌀 푸딩은 내 입맛을 단박에 사로잡았다.생각 같아서는 키르 하나를 더 시켜 먹고 싶었지만.. 하리드와르에서 꼭 먹어봐야 한다는 그 유명하다는 크리미한 라씨를 먹어보기 위해 참았다.

 

 

호쉬야르 뿌리를 나와 다시 길을 걸었다. 난 가이드 북에서 언급한 유명한 곳들보다, 인도인들의 생활을 느낄 수 있는 시장이나 뒷골목이 마음에 들어 식당 옆 작은 골목으로 발길을 틀었다.

 

그 골목길은 몇몇의 집들을 지나 하리드와르의 로컬 시장으로 향하는 길. 하리드와르의 main road와는 또 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계단으로 연결된 골목길을 걸으며 현지인들의 집 풍경들을 구경하다가, 천과 Saree(사리) 등을 파는 어떤 가게 앞 좌판에서 수많은 종류의 반지를 팔고 있는 것을 봤다. 메인 로드에서는 다소 비쌌던 마음에 들었던 반지가, 이곳에서는 골목 안쪽이라 그런지 말도 안되게 훨씬 저렴했다. 마음에 드는 반지 2개를 골라서 값을 치르려는데 아저씨는 더 말도 안되는 가격을 불렀다. 반지 2개에 Rs.10 헐.. 이 아저씨 장사를 하겠다는거야, 말겠다는거야?영어는 좀 못하지만 낯선 이방인에게 백만불짜리 미소를 보여주었던 주인 아저씨. 아저씨는 내가 원하면 공짜로 더 줄 기세였다. 그래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정말 마음에 들었던 반지 2개를 거의 공짜나 다름 없이 구입을 하고 그곳을 기분 좋게 나왔다. ♬~ 

 

 

반지를 산 가게에서 조금 더 내려오자 바로 시장이 나왔다.

 

 

 

하리드와르의 시장 풍경.

 

 

시장에서는 팔찌, 향신료, 옷, 그릇 등의 생활용품과 인형 등의 공산품 등 다양한 물건을 팔고 있었다.

 

시장에서 조금 더 나가보니, 갠지스 강을 따라 있는 ghat가 보였다. 아.. 하리드와르의 도시 구조가 이렇게 되어 있었구나. 이제서야 하리드와르 지리를 좀 이해하게 되었다.

 

가트를 따라 쭉 늘어서 있는 상점들, 음식점들을 구경하다가 난 하리드와르에서 놓치면 후회한다는, 하리드와르의 명물이라는 '크리미'한 라씨를 먹어보기 위해 시장에 있는 'Prakash Lok(프라카쉬 록)' 이라는 Lassi(라씨) 집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아무리 지도를 살펴봐도.. 분명 그곳에 있어야 할 곳에 라씨 집이 보이지 않아 시장을 뱅글뱅글 돌며 한참을 헤맸다.

 

난 라씨 집을 찾기 위해 시장 곳곳을 헤매게 되었는데, 그러다가 시장의 좁은 골목 사이 한구석에 있는, 조용한 어떤 한 사원을 만나게 되었다. 그 사원은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갠지스 강이 보이는 Ram ghat에 위치한 사원이었는데, 신발을 신고 들어오면 안된다는 어떤 한 사제(?)의 말에 따라.. 가뜨에 특별히 나갈 일도 없고 해서.. 그냥 발길을 돌려 사원을 나왔다.

 

다시 프라카쉬 록을 찾아 가는 길. 도저히 길을 못 찾겠어서 상점 아저씨들한테 라씨 집 위치를 물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발음을 잘 알아듣지 못하여 론리 플래닛에 나와 있는 영어 이름을 보여주자, 몇몇 사람들이 라씨 집 위치를 알려주었다. 라씨 집은 간판이 큰 곳이 아니라서 난 라씨 집 근처에서도 길을 잠시 헤매다가..결국 현지인들만 알법하게 생긴 라씨 집을 발견!! 어흑! 반가워!!

 

 

 

 

가게에 들어가니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 라씨를 마시고 있었다. 나도 '크리미'한 라씨 하나를 주문해서 먹었는데, 가격은 한 잔에 Rs.25 남인도에서 먹던 Rs.13, 14짜리 라씨에 비하면 가격이 좀 비쌌다.

 

그러나.. 엄청나게 큰 잔에 나오는 라씨!! 남인도 라씨가 한 200ml였다면, 이곳의 라씨는 한 400ml는 되는 듯.. 혼자 먹기에는 다소 벅차기까지 한 그 스케일에 좀 놀랐다.

 

 

 

(출처는 알 수 없지만 google에서 찾은 어떤 사진.)

 

라씨는 론리 플래닛에 언급된대로 정말 위에 크리미한 거품이 올라가 있었고.. 약간 시큼.. 하달까? 달콤하면서도 시큼했던 것으로 기억..

 

요즘 속이 안 좋아서 우유가 들어간 비린 음식은 별로 안 땡겼는데, 그래도 혹시나 하여.. 다시는 못 할 경험이라도 생각하여 아쉬워서 맛보게 된 이 크리미한 라씨는... 역시나 비렸다!! 라씨는 맛있긴 하지만 인도 우유가 내겐 왜 이렇게 비릿한 것인지.....ㅠ.ㅠ

 

결국 양이 너무 많기도 했고 비리기도 한 라씨는 아쉽게도 절반 정도밖에 못 먹고 나왔다.

 

 

배를 채우고 나자 다시 관광 욕구가 생겼다. 이 도시에서는 별로 할 일이 없긴 하지만,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Mansa Devi Temple(만사데비 사원)이라는 곳이 있다고 하여 그곳에 가보고 싶어졌다.

 

그곳에 가려고 메인 로드를 걷는데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사원으로 가는 케이블카를 타는 곳으로 향하는 골목에는 신께 바칠 향이나 음식 등을 많이 팔고 있었다. 케이블카 타는 입구에 다다르자 빗줄기는 더욱 강해져서.. 우산을 안 가지고 온 나는 결국 사원에 가는 것을 포기했다.

 

그러나 사원에 가는 것을 포기했다고 해도 집으로 가는 것도 문제. 결국 난 한 가게 앞에서 잠시 비를 피해가기로 했는데, 비옷을 입은 한 무리의 서양인들이 호텔에서 나와 그 무리의 가이드인 듯한 인도인을 따라 어디론가 향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흠... 혼자 여행도 분명 즐겁지만, 저렇게 친구들이랑 대학 생활의 한 추억으로 이곳에 함께 놀러와도 참 재밌겠군..

 

 

 

 

비가 어느 정도 그쳐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길. 사이클 릭샤와 오토 릭샤가 혼재하는 이 도시.

 

이 풍경이 마음에 들어 사진을 찍고 있는데, 이스라엘? 프랑스? 에서 온듯한 어떤 한 서양인 커플이 tourist info center가 어디 있냐며 내게 서툰 영어로 길을 물어왔다. 이 커플 역시, 두꺼운 인도 론리 플래닛 책을 들고 여행자 정보 센터를 찾으려고 노력 중이어서.. (론리 플래닛 인도편은 참 두껍다!;; 그래서 난 분권을 해서 나머지는 가방에 넣고 딱 현재 여행중인 그 도시 부분만 들고 다녔다는...) 그래서 나도 참 의문이라고.. 찾으려고 노력해 봤지만 센터가 없어진 것인지.. 나도 찾지 못했다고 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리드와르는 참 이상했다. 론리 플래닛의 여행 지도가 잘못된 것인지는 몰라도.. 다른 지역에서는 길 찾는 데에 아무런 무리가 없었는데, 하리드와르에서만큼은 참 길을 많이 헤매게 된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 조금 쉬다가, 떠날 시간이 가까워져 다시 짐을 정리하고 배낭을 꾸렸다.

 

 

저녁 때가 되었다. 저녁을 먹을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아무래도 밤 늦게 출출하다고 뭘 먹는 것보다 지금 먹어두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다시 밖으로 나왔다.

 

어딜 갈까 고민을 하다가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Big Ben Restaurant을 찾았다. 약간 어설프지만 정장 차림을 한 종업원이 있는 이 레스토랑은 고급 레스토랑이어서 그런지 인도 부유층 가족들을 만날 수 있었다. 또한 이곳에서는 다른 가게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서양인들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서양인들은 왜 유독 허름한 식당의 현지식을 잘 안 먹고, 이렇게 고급화된.. 서양화된 레스토랑에 와서 굳이 자기네 음식을 먹을까? 모든 서양인이 다 그런 것은 물론 아니겠지만.. 굳이 인도까지 와서 왜 인도 문화나 음식을 즐기는 데에 몸을 사릴까, 참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뭘 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Mushroom manturian을 주문하여 먹었다. 난 만추리를 좋아해서 어딜 가나 만추리를 즐겨 먹는 편인데, 과연 더 북부 쪽으로 올라가 여행을 하면, 그곳에도 만추리가 있을지 의문..ㅎㅎ

 

그런데 레스토랑은 고급이어도 만추리가 영~ 맛이 별로였다. 버섯과 밀가루 튀김옷이 따로 놀아 부조화를 이루는 만추리안... 그냥... 음식 맛보다는, 커다란 유리창 밖으로 거리의 지나가는 사람들, 릭샤 등 밤풍경을 감상하며 시원한 에어컨을 즐길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

 

 

생각 같아서는 다시 하르 끼 빠이리 가뜨에 다시 가서 가뜨의 밤풍경을 보고 싶었지만.. 이곳에 다녀오면 시간이 너무 지체될 것 같아.. 아쉽지만 다시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가뜨의 불 켜진 풍경은 google에서 찾은 사진으로 대신...)

 

 

숙소로 돌아가면서 본 하리드와르의 밤거리는 다른 도시의 밤거리처럼 활기찼다. 불 밝힌 과일 파는 노점상이나 간단한 식사가 될만한 스낵을 파는 노점상들... 길거리 대로변에 위치한 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먹는 인도인 가족들... 이런 인도의 밤풍경은 언제나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단단하게 꾸린 배낭을 씩씩하게 멨다. 그리고는 밤 11시쯤 check out을 하고 나와, 기차를 기다리며 기차역 광장과 플랫폼에서 '노숙'을 하는 인도인들을 다시 만났다.

 

나는 Nainital (나이니탈)이라는 호수 도시로 가기 위해서, Kathgodam(카트고담) 역까지 가는 기차를 타야 한다.

 

이 열차는 연착이 되지 않고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도착했다. 난 아직도 AC칸과 SL칸이 정차하는 위치에 익숙치 못해 잠시 헤매다가, 사람들에게 물어 가까스로 열차에 올랐다.

 

나는 기온이 낮은 밤시간 동안 이동할 것이므로 굳이 AC칸을 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여, 오늘 밤은 SL(sleeper class) 칸 기차를 끊었다. 내가 오늘 배정받은 berth는 lower berth. 난 기차에 오르자마자 의자 밑으로 배낭을 넣고 와이어로 배낭과 의자를 엮어 자물쇠로 고정한 뒤, 침대에는 항상 들고 다니는 연두색 Dupatta(두빠따 - 여성들이 가슴을 가리거나 머리에 쓰는 숄 같이 생긴 천)를 침대 시트 삼아 깔고, 돈과 카메라 등 중요한 물건이 든 카메라 가방을 베개 삼아 누웠다. 날이 춥지 않아 이불은 따로 필요가 없고, 가슴을 가리기 위해 항상 겉옷으로 입는 빨간색 체크 남방을 이불 삼아 덮었다. (두빠따는 햇빛이나 비를 막을 때 머리에 쓰거나, 스카프로 두르거나, 따로 침대 시트가 제공되지 않는 SL 칸에서 침대 시트로 사용하는는 등 여행 내내 여러가지 용도로 알차게 사용한 실용적인 물건이었다.) 

 

이제 이렇게 한 잠 자고 나면 내일 아침 6시 무렵 까뜨고담 역에 도착할 것이다. 까뜨고담 역에서 버스나 택시를 타고 한 시간여를 가면 나의 최종 목적지인 나이니딸에 도착하게 된다.

 

시간이 늦어서인지 밥을 먹거나 다른 일을 하는 인도인들이 없는 탓인지, 기차 형광등은 이미 꺼져 있다. 잠을 자기에는 적당히 어두운 참 안성맞춤인 분위기.

 

금방 잠이 올까 싶었지만, 난 기차가 출발하자마자 흔들리는 기차 안에서 바퀴 소리를 자장가 삼아 스르르 잠이 들었다.

 

24 Jul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