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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벵갈루루(Bengaluru)에서 첸나이(Chennai)로 버스 타고 이동
아침 6시쯤 됐을까. 눈을 떠보니 쏴- 하는 빗소리와 함께 버스는 어느새 큰 빌딩들이 많이 보이는 도시로 들어서 있었다. Chennai(첸나이)에 온 것이다. 비가 와서 그런지 공기는 습하다.
밤새 닫히지 않는 버스 창문 때문에 추위에 떨며 선잠을 잤다. 버스는 밤새 Chennai(첸나이)로 달려가면서 이따금씩 휴게소인 듯한 곳에서 정차하곤 했었고, 그럴 때마다 버스 밖에선 두런두런 남정네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버스는 Chennai central 역 쪽에 우리를 세워주었다. 처음에 우리는 그쪽이 첸나이 센트럴역인지도 모르고.. 첸나이 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지하도를 건너 전철역 쪽으로 발걸음을 했다.
처음 타보는 첸나이의 전철. 표를 끊기 위해 줄을 서려는데 엄청난 줄이... 첸나이에 사는 듯한 한 남자에게 첸나이 센트럴 역을 묻자, 이곳에서 조금만 걸으면 센트럴 역이라고 했다. 우린 다시 발길을 돌려 바로 건너편 센트럴 역으로 갔다. 그리곤 기차역에 우리의 무거운 배낭을 맡겼다. 원래 당일 기차표가 있어야 기차역에 짐을 맡길 수 있는데, Q의 기차표를 보여주니 괜찮다고 하여(무려 1달 후의 표였음에도 불구하고) 그곳에 무사히(?) 짐을 맡길 수 있었다.
기차역을 빠져나왔다. Egmore(에그모어) 역으로 이동하려고 했었던가..? 어디로 이동하려 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에그모어 역이었던 것 같다. 버스를 타고 그곳으로 가려고 기다리는데.. 이제서야 첸나이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출근 시간인지 버스 정류장은 참 분주하고 바빠 보였다. 다가오는 버스들을 보며 우리의 목적지까지 가는 버스를 찾았지만, 정작 우리가 타고자 하는 버스는 이곳을 그냥 지나쳐 갔다. 어쩔 수 없이 걷기로 했다.
그렇게 걸었던 첸나이의 거리. 역시 Bangalore(뱅갈로르)의 분위기와는 또 사뭇 달랐다. 역 근처에는 호텔들이 즐비했고, 도시의 색깔은 회색이지만 Rickshaw(릭샤)의 노란색 때문에 vivid 했다.
아침을 안 먹었던터라 길을 걸으면서 Chai(짜이) 생각이 간절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묵묵히 결국 에그모어 역까지 걸어갔다. (그때는 그렇게 먼지 모르고 무작정 걸었었는데, 나중에 지도를 보니 굉장히 먼 거리였다.)
Egmore station(에그모어 역).
에그모어 역을 지나쳐서였던가.. 우리는 아침을 먹기 위해 한 음식점에 들어갔다.
Dosa(도사)를 시켰는데 엄청나게 큰 도사가 나왔다. 이것이 남인도의 일반적인 도사일까? H 동네나 뱅갈로르에서는 못 봤던 거대한 스케일이다. (알고보니 첸나이의 이 거대 도사는 유명한 명물이었다.) 도사의 크기를 알아보기 위해 T의 손이 찬조출연~ㅋ
Q는 무슨 다른 요리를 시켜 먹고, 우리 여자 셋은 도사 하나를 나눠 먹었다. 역시 도사를 먹을 땐 흰 Coconut chutney(코코넛 처트니)를 함께 먹는 것이 가장 내 입맛에 맞는다. H 언니는 H 동네 시장에서 사 온 번 모양의 코코넛 빵도 우리에게 주었다. 우린 후식으로 Chai(짜이)와 우유가 들어간 커피를 마셨다. 짜이 생각이 간절했는데.. 커피를 마시니 어느 정도 충족이 된다. 역시 남인도의 커피는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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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i Lanka(스리랑카)로 가는 비행기는 Chennai Anna International Airport에서 내일 아침 7시. 오늘은 첸나이에서 1박을 해야 한다. 호텔을 알아보기 위해 다시 에그모어 역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이드북 하나 없는 우리였지만 우린 우리의 감에 의지하여 참 잘도 걸어다녔다.
Q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길을 걸었다. Q의 학교 음대 연주 수업을 얼마 전부터 공개하기 시작했으니, 클래식에 관심이 있으면 그 기회를 통해 꼭 live music을 접해보라고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런데 뒤에서 걸어오던 H 언니가 무엇인가를 발견했다. Q가 떨어뜨린 두 장의 3AC 기차표. H 언니 아니었음 Q 큰일날 뻔 했다. 스리랑카에서 다시 인도로 들어와 친구와 함께 인도 여행을 하려고 미리 사 둔 비싼 '3AC' 티켓이었으니 말이다. 십년 감수했다며 연신 H 언니에게 고마움을 표했던 Q..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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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모어 역 근처에는 역시나 게스트 하우스를 안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린 그 사람들을 무시하고.. 역 앞에 있는 'GUEST HOME'이라는 곳으로 들어가 봤다. 호텔의 분위기는 생각보다 깔끔했고 방 가격도 나쁘지 않았다. non AC 방 가격이 저렴하여 우리는 그곳에서 하루를 묵기로 하고, T와 Q는 릭샤를 타고 Cennai central station에 맡겨 두었던 우리 네 사람의 짐을 찾아왔다.
드디어 쉴 공간을 가지게 된 우리. 샤워를 하고 음료수와 함께 TV를 보며 한숨 돌리는 시간을 가졌다.
Q는 잠시 잠을 잤는데, 땀을 엄청 흘리며 헛소리를 했다. Q는 몇번이나 가위에 눌렸다. 갑자기 바뀐 첸나이의 기후에 놀랐던 것일까.. 그간 활동했던 공동체 & NGO에서 마음 고생.. 몸 고생.. 첸나이의 날씨에 Q가 많이 지쳤나보다.
우린 밖에 나가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우리는 첸나이 지도가 없었으므로, 난 Lonely planet을 첸나이 쪽만 잘라서 가장자리를 테이프로 붙여 그 책을 들고 나섰다.
어디에서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지 몰라, 론리 플래닛의 맛집을 참고했다. 그래서 우리가 찾아간 곳은 Saravana Bhavan(사라바나 바반). AC가 나오는 레스토랑이었지만, AC에는 어쩐 일인지 들어갈수가 없어 그냥 non AC 홀에서 밥을 먹었다. 난 오늘도 Gobi Mantury(고비 만추리)를 먹고, 다른 사람들은 lunch에만 나오는 mini idly(미니 이들리)를 먹었다.
Q는 나의 론리 플래닛 책을 열심히 살펴봤다. 우린 이상하게 커피도 먹고 싶고 시원한 곳이 당겨 인도의 스타벅스 격인 'caffe coffee day(카페 커피 데이)'를 가고 싶었는데, 지도를 유심히 봐 둔 Q가 그곳을 안내할 수 있다고 하여 카페 커피 데이로 이동했다.
카페 커피 데이로 가는 길엔 무슨 박물관이 있었다. 그런데 외국인 요금은 비쌌고.. 그 날은 열지 않는 날이어서 카페 커피 데이를 찾아가는 그 동선을 따라 그냥 건물만 구경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원한 카페 커피 데이 도착. 첸나이가 워낙 더워서 그런지 에어컨을 가동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이 곳은 '미지근'하게 느껴졌다. 난 단 것이 너무 당겨서 커피에, 초코 시럽에, 아이스크림에(?), 브라우니까지 있는... 어쨌든 엄청난 초코가 들어간 Rs.99짜리 음료를 시켰다. 그런데 이 음료는... 정말 극도로 달아서 반도 못 먹었지만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른 음료를 하나 더 시켜 입가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우린 커피를 앞에 두고 앞으로의 여행 이야기들을 나눴다. 첸나이에서 볼 수 있는 것, 스리랑카에서 볼 것들 등...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론리 플래닛을 보니 근처에 커다란 쇼핑몰이 있다길래 caffe coffee day에서 멀지 않은 그 곳을 가기로 했다. (spencer plaza였던 듯) 스펜서 플라자는 방사형으로 가운데가 뚫려 탁 트여 있는 종합 쇼핑몰이었다. 그곳에서는 Saree(사리), 가방, 신발 등의 각종 생활잡화와 세계적인 브랜드(The body shop, Lush 등) 상품들을 팔고 있었고, 곳곳에 음식을 파는 곳도 있었는데, 꼭 종각 지하상가를 구경하는 느낌이랄까..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공예 양초들을 파는 한 가게에 들어갔는데 연꽃 모양의 양초, 물에 띄우는 양초 등 다양한 양초들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스리랑카에 가서 이런 분위기 있는 양초를 켜놓고 저녁에 이야기를 나눈다면 정말 분위기 있을 것 같았다. 이런 예쁜 공예품들을 보고 있자니 이제 정말로 여행이 시작되었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그런데 첸나이에서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많이 일반화 되어 있는 것일까? 인도에서 대부분의 가게 점원들은 보통 남자들인데, 이곳의 점원들은 여성들이었다. 이 분들은 별로 부끄러움도 없고 유창한 영어가 가능하여 난 얼마간 그녀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잠시 동안의 만남이었지만 헤어짐이 아쉬울 정도로 그녀들은 참 활달하고도 친절한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친환경 소재를 이용한 상품들을 만드는 어떤 한 가게에도 들어가 봤다. 그곳에는 장신구, 옷 등 다양한 것들을 팔고 있었는데, 옷 디자인이 멋지고 고급스러워서 그런지 가격이 꽤 있었다. 혹시나 스리랑카 가서 입을 옷을 살 수 있을까 하여 이것저것 옷을 골라봤지만 눈에 특별히 들어오는 것은 없어 그냥 가게를 나왔다.
한편, spencer plaza에는 아까 점심을 먹은 Saravana Bhavan의 체인점이 있었다. 우린 그곳에서 잠시 앉아 쉬면서 음료수로 목을 축였다.
그리고는 근처에 또 어떤 유명한 상점인 'Fabindia'라는 곳이 있다길래 그곳에서 발걸음을 옮겼다. 지도를 보면서 찾아갔지만 약간은 헤맨 끝에 그 곳에 도착했다.
'Fabindia(파빈디아)'는 1층에는 고급 Churidar(추리다)나 Saree(사리), Kurta(쿠르타) 등의 fabric 제품들을 팔고, 2층에선 의자, 테이블, 식기 등의 각종 생활용품들을 파는 고급 상점이었다.
우린 2층에 올라 이 곳의 여러 제품들을 구경하며 인도의 생활 문화를 간접적이나마 체험하고 느낄 수 있었다. 인도의 상류층들은 이런 물건들을 사용하는구나..
앞으로 2주 동안 함께 Sri Lanka(스리랑카)를 여행할 우리. ^^
열심히 Lonely planet 읽는 Q 그리고 Lyla. ^^
색색의 접시 들고 한 컷..ㅎㅎ^^
파빈디아 쇼핑몰을 나와 다시 길을 걷는데 노을이 지고 있었다. 이 다리는 무슨 강(?) 위에 있는 다리였는데, 사진에는 잘 안 나왔지만, 이곳을 걸으면서 노을을 바라보니 얼마나 황홀했던지... 정말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꺾으니 한 호화 건물에서는 결혼식(?) 행사 같은 것이 준비되고 있었다. 수많은 전구들을 켜 놓아 참 화려했던 그곳. 축제의 전야를 보며 인도인들은 역시 축제를 즐길 줄 아는 민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아까 갔던 카페 커피 데이 쪽으로 해서 숙소로 돌아가면서 Q와 이런저런 대화를 했다. Q가 불현듯 "누나 초고추장 만들 줄 아세요?" 하고 물었다. 스리랑카 가면 해산물이 풍부하다고 하여 기대되는 마음에 고추장을 가져왔다는 것이었다. 식초 조금에 사이다를 넣어 초고추장을 만들면 맛있을텐데..
청주 내륙지방에서 자란 Q는 바다 사는 친척이 없다고 했다. "우리 외가댁이 충청남도 섬에 있어~ 이럴 때 인맥을 충분히 활용해야지~ 우리 할아버지 댁에 놀러와서 배도 타고 해산물도 마음껏 먹자^^"
Q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길을 걷는데 기분이 참 괜찮았다. 그간 공동체에서 지내면서 이런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시간을 많이 갖지 못했었는데, 이렇게 여행을 함께 하며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함이 참 좋았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 숙소 바로 앞의 Egmore(에그모어) 역에 들렀다. 내일 Sri Lanka로 출국하기 위해 Chennai Anna International Airport에 가기 위해 첸나이 교외전철 첫차를 알아보고 표를 끊기 위해서였다.
suburban 표시가 애매하게 되어 있어서 우린 잠시간 에그모어 역 안과 밖을 드나들며 잠시 헤맸지만, 결국 어떻게 어떻게 해서 전철 표를 끊는 곳까지 찾아가게 됐다.
긴 줄을 서서 기다린 뒤 우리 차례를 기다린 뒤, 공항 근처 역인 Tiruslam(티루슬람) 역까지 가는 내일자 전철 티켓을 끊었다. 티켓 값은 한 사람당 Rs.6 근데 알고 보니 그 티켓은 오늘만 쓸 수 있는 티켓이었고, 티켓을 미리 예매하는 시스템이 없단다. 우린 다시 긴 줄을 서서 기다려 우리 표를 끊어준 담당자를 만났다. 담당자의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 억양 때문에 대화는 원활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티켓을 cancel해 달라고 이야기 했는데, 담당자는 오히려 화를 내면서 cancel system이 없다고 했다. 분명히 표를 끊을 때 내일 날짜를 말하면서 티켓을 달라고 했는데... 이 담당자는 그냥 습관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전철 티켓을 끊어 주었던 것이다. 티켓 값은 Rs.6 이었지만 무심한 지하철 직원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들어 얼마간 화를 냈다. H 언니도 옆에서 거들어 주긴 했지만.. 결국 제 풀에 지쳤달까... 옥신각신 하다가 뒷사람들이 기다리기도 했고, H 언니가 "Rs.6 밖에 안 하는데 뭐. 할만큼 했으니까 그냥 우리 가자." 라고 하여.. 우린 다 어이 없는.. 씁쓸한 마음으로 "잊자, 잊어." 하며 그곳을 나왔다. 그리고선 내일 아침 첫차(새벽 4시)를 놓치지 않기 위해 티루술람행 전철이 서는 플랫폼 위치를 정확히 알아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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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오늘 하루종일 숙소 잡으랴, 이것저것 구경하랴, 정말 엄청 걸었다. 조금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다들 잘 걷고 아픈 데가 특별히 없어 다행이다.
숙소로 돌아와 TV를 보면서 조금 쉬었다. 시간은 밤 10시가 조금 넘었다. 내일 아침 첫차를 타려면 일찍 자야 했지만.. 어쩐지 저녁을 안 먹었다는 생각 때문인지 그냥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다. 도저히 안 되겠기도 했고, 아까 낮에 봤던 Subway sandwich가 자꾸 눈에 밟혀서, 밖에 나가서 뭘 먹고 오자고 제안을 했더니 마침 Q도 출출하다며 찬성이라고 했다.
결국 우리 네 사람은 밤 10시 반에 서브웨이 샌드위치에 가서 샌드위치와 음료수를 먹었다. ㅋ 매장이 거의 닫을 분위기라 언제 문을 닫냐고 물어보니 다행히 11시에 닫는다고 해서 그 짧은 시간에 우린 샌드위치를 참 달게도 먹었다. 이걸 먹으면 대체 언제 자고 언제 일어나나 싶었지만.. 다들 배는 안 고픈데 허전한 마음에 도저히 이걸 안 먹고서는 못 배기겠던 거였다.
한편, S가 준 福주머니를 열어보니...
인도에서 귀하디 귀한 한국 사탕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청소년 S가 한국 친구에게 받은 귀한 사탕들을 이렇게 내게 한가득 선물했다니.. 또 다시 S의 마음에 감동...
이 사탕을 Q, T, H 언니와 나눠 먹었다.
28 Jun 2010
스리랑카 여행 첫 시작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