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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행 14 | 다르질링(Darjeeling) 열한 번째 날 - Ciao! 다르질링! 잠시 동안만 안녕!!
Olivia올리비아 2021. 12. 3. 22:10인도 배낭여행 중 - 다르질링(Darjeeling)에서의 열한 번째 날 : 다르질링을 떠나는 날
새벽부터 계속 깼지만 일어나기가 싫었다. 지난 금요일 군악대 공연을 보다가 만난, 그 이상했던 police 청년이 그리워질만큼 Darjeeling(다르질링)을 떠나기 싫었다. 다르질링을 떠날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항상 '현재'에는 뭐가 뭐 때문에 어떻고, 뭐 때문에 어떻고.. 불만이 많지만 헤어질 때, 떠날 때가 되면 그리워지는 모양이다. 항상 물을 떠다 주던 '빠니' 아저씨도, Kalden cafe & restaurant의 아주머니, 아저씨도.. 모든 다르질링 사람들이 고맙고 벌써부터 아득,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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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싸는데 왜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지.. 12시에 딱 맞춰서 check out 하고 배낭을 호텔에 맡긴 뒤, Kalden cafe & restaurant으로 마지막으로 밥을 먹으러 갔다.
그런데 아뿔싸, 한번도 문 닫은 것을 못 봤던 Kalden 식당에 자물쇠가 굳게 걸려 있었다.. 우기가 오면 장사를 안 하신다더니... 벌써 휴가에 들어가신건가?
이런...ㅠ.ㅠ 사람이든지.. 특정 장소든지..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항상 '나중'을 기약하며, 그 현재에 충실하지 못한 나인데.. 막상 문이 닫혀 있으니 그 아쉬움은 더더욱 컸다. .....ㅠ.ㅠ
겨울에 오면 푸근한 미소의 Kalden 아줌마, 아저씨 다시 만날 수 있겠지?
Kalden 옆에 이렇게 노점상들이 쭉 있었는데, 맛있는 튀김 음식을 많이 팔고 있었다.
이건 왠지 고수를 맛살라를 넣은 반죽에 묻혀 튀겨낸 것 같았는데, 내 입맛에는 딱인 튀김 음식이었다.
사진 오른쪽의 동그란 튀김은, 안에 고기를 넣고 가장자리를 여며 기름에 넣고 튀긴.. 일종의 패스츄리랄까..? 어쨌든 빵 종류였다. 정말 먹음직스럽게 생겼지만, 안에 고기가 들어갔으므로 패스... 그냥 아주머니가 어떻게 만드시는지 열심히 바라보기만 했다.
이건 고기 좋아하는 아이들이 먹은 Chicken Drumstick. 근데 'Drum stick'이라는 단어가 왜 이렇게 creative하게 들렸는지~ㅎㅎ 재밌었다.
튀김 거리를 벗어나, 마지막으로 한번 더 찾아가보자 하여 간 Life & Leaf fair trade shop. 그런데 이곳 역시 굳게 닫혀 있었다. 오늘은 일요일... 다들 쉬는 날인가...? 마지막으로 들린 곳들이 다 닫혀 있으니 힘이 빠졌다.
우린 다르질링에 또 와야만 하는 운명인가.. 하며 스스로를 달래며 밥을 먹으러 Glenary's에 갔다. 아이들은 피자를 먹는데.. 아이들은 오늘따라 음식 맛이 이상하다며 불만을 토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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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Bazaar의 Nathmulls(tea room)에 왔다.
Darjeeling(다르질링) 여행이 가능하도록 스텝들에게 우리의 여행을 적극 밀어준 Paul 오빠에게 감사함을 표하고 싶었고, 센터의 어른이신 pastor L께도 차를 선물하기로 했다.
간단한 포장, 저렴한 가격의 차부터 고급스러운 포장이 돋보이는 비싼 차까지 차의 종류는 정말 다양했다.
티 룸에 들어가면 이렇게 사람들이 편하게 앉아 차들을 시음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그리고 한 쪽에는 각종 tea wear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난 차도 차지만, 찻잔과 은수저에 더 많이 관심이 가더라~ㅎㅎ
우리가 시음했던 차들. 확실히 1st flush일수록 수색이 연했다.
Thurbo 2nd flush와 1st flush(2009).
Castleton Golden Glitter 1st flush & Barneshbeg 1st flush(2010).
그런데 정작 이 중에 딱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없었고.. 결국 어제 방문했을 때 마음에 쏙 들었던 Goomtee tea를 Paul 오빠에게 선물하기로 했다. Goomtee tea는 2nd flush였는데 향이 정말 매력적이었고, Paul 오빠가 좋아할 것 같았다. J도 이 차가 마음에 든다며 개인적으로도 하나 구입했다.
우리에게 이런저런 차들을 소개해주고, 편안하게 시음할 수 있도록 도와준 Nathmulls의 한 직원 언니. 그 친절함이 감사하여 사진을 요청하자 흔쾌히 응해 주셨던..^^ (꼭 다시 오겠다며 이름도 물어봤지만...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기록에도 없고.. 이름을 잊어서 너무나 미안하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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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Bazaar의 Food Bazaar 가서 기차 타고 가면서 먹을 양식을 사기로 했다. 원래 초콜릿을 사려고 갔었는데.. 마지막으로 spicy vegetable cup noodles를 먹고 싶어 하나 사서 호텔로 돌아갔다.
주인 아저씨께 뜨거운 물을 청하여 컵라면을 먹는데... '빠니' 아저씨가 물 끓이면서, 내게 tip을 달란다.. 흠... 그토록 친절했던 파니 아저씨... 팁을 기분 좋게 드릴수도 있었지만, 마지막에 이렇게 돈 이야기가 오가서 그런지.. 결국에는 이 친절 또한 경제 원리구나.. 싶어 별로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호텔에 맡겨 두었던 배낭을 찾으면서, 마지막으로 이를 닦고, 화장실도 갔다가.. 빨래를 걷어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선 호텔 주인 아저씨와 파니 아저씨에게 Good Bye~
호텔 주인 아저씨와 S. S가 항상 볼에 손을 대고 하던 행동을 호텔 아저씨가 기억하고서 포즈를 취했다. ^^
아저씨와 헤어지면서 12월에 다시 오겠다고 못을 박았다. 사람들에게 크게 이야기 함으로써 다르질링에 꼭 다시 오겠다는 나의 결심을 굳혔다. 아저씨는 환영이라며, 12월은 겨울이 시작되는 시기라 이곳에서 장작불도 뗀다고 하셨다. 난롯가에 여행자들이 둘러앉아 불을 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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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호텔 아저씨들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지프차를 타고 산 아래로 내려가기 위해, Chowk Bazaar의 Jeep stand에 가면서.. 다녔던 거리를 마음에 새기고 못 해본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남겼다. 아쉬운 다르질링.........
Jeep stand 갔더니 New Jalpaiguri(NJP, 뉴 잘패이구리) 역으로 바로 가는 것은 없고, Jeep로 Siliguri(실리구리)까지 간 뒤, 그곳에서 다시 Rs.10씩 내고 NJP에 갈 수 있단다.
지프 티켓을 끊고, 우리가 탈 차 지붕에 배낭을 올린 뒤 뒷좌석에 앉았다. 그리고 차에 미리 타고 있던 동행들과 인사를 나눴다. 차의 중간 부분에 앉아 있던 방글라데시 아저씨는 주황색 숄을 꺼내 보이면서 Rs.150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아내를 위한 선물인가? 싶었다.
주황색 숄의 아저씨는 방글라데시에 산다고 했다. sister가 실리구리에 살아서 이곳에 관광 차 다녀가는 것 같았다. 2년 전 인도를 찾았을 때 잠깐 익힌 방글라어로 "아마르 남 Lyla." 하며 내 소개를 하니, 방글라데시 아저씨는 무척 반가워 하였다. 그 이후부터 계속 고개를 돌려 뒷좌석의 날 쳐다보며 웃었던 아저씨. 근데 그 미소가 100만불짜리 미소. :) 방글라데시 엄청 가고 싶다며, 내가 만약 방글라데시 가면 집에 초대해 줄거냐고 아저씨한테 물으니 고개를 끄덕이셨다. 영어를 잘 못해서 옆의 친구가 통역을 해줘야 우린 대화할 수 있었는데.. 마음과 미소가 정말 따뜻했던 아저씨라 기억이 남는다. 언어가 뭐 대수랴..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것이 제일이지!!
참! 내가 좋아하는 인도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사람들에게 노래 제목을 아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맨 앞자리에 앉아 있던 등에 'play boy'라고 씌여 있는 보라색 옷을 입은 청년이 갑자기 반가워하며 아는 체를 한다. 방글라데시 아저씨의 친구도 이 노래를 안다며, 노래 제목은 'kal ho na ho'라고 했다. 오호!! Kal ho naa ho!!
맨 앞자리에 앉아 있던 보라 청년이 출발 전 우리가 앉은 뒷자리로 옮겨왔다. 그래서 그 청년에게 Kal ho na ho 가사를 적어 달라고 하니, 조금밖에 모른다며 힌디 발음을 영어로 적어 주었다. 'Kal ho na ho' 뜻을 물어보니 'tomorrow will be better.. 좋은 일이 있을거야." 정도..로 해석해 주었다.
한편, 우린 밤 9시 무렵 NJP (뉴 잘패이구리 역)에서 기차를 타야 했는데.. 지프는 좀처럼 산으로 내려갈 생각을 안 했다. 이러다 기차 시간에 늦으면 어쩌나.. 조바심이 나는데 다행히도 4시 20분쯤, 운전사까지 12명을 태운 지프차가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지프차는 우리가 가 보지 않은 다르질링의 다른 언덕을 올랐다. 와.. 다르질링이 정말 높고 넓구나.
언덕을 오르는 길에 'Kimchi restaurant'이란 곳을 다르질링을 벗어나기 전에 발견! 역시 다니던 곳만 다니니 맛집을 의외로 많이 못 찾았다.. 다음엔 저 레스토랑 꼭 가보리.
차가 산으로, 산으로 올라가니.. 비도 내리면서 짙은 안개에 앞이 잘 안 보인다.
차는 계속 산을 오르락 내리락 했다. 그러다 반가운 Toy train 철길이 나타났다. 그런데 왜 지프 아저씨는.. 우리가 다질링 올 때 올라왔던 길로 바로 내려가도 될 것을.. 왜 굳이 산을 굽이 돌아 내려갔을까? 내려가는 길이 더 험한 듯.. 차가 많이 흔들린다. 가끔씩 J가 내 쪽으로 중심을 잃어 왼쪽 갈비뼈가 멍들었다. 멀미가 났다.
다르질링에 올 때 목표를 '위장'으로 정해서 와 놓고.. 왜 이곳에선 라면, 과자를 더 많이 먹으며 지냈을까?후회가 된다. 몸에 좋은 과일 좀 많이 먹을걸.. 센터 돌아가면 이제 철저히 과일을 많이 먹어 내 몸을 다시 fresh 하게 하리라 다짐한다.
보라 티셔츠의 청년은 지프 차 안의 모든 사람들 들으라는 듯 휴대전화로 노래를 틀었다. 대부분의 노래가 팝송이었다. 약간은 시끄러운 노래들이.. 흔들리는 차 안에서 느끼는 나의 멀미에 가속도를 더하는 듯 싶었다. 왜 대부분의 인도인들은 노래를 들을 때, 그것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개인 이어폰을 사용하지 않는 것일까? 약간 신경이 거슬리려고 하는 찰나, 청년의 휴대폰에서 'Kal ho na ho' 노래가 나왔다. 청년은 나 들으라는 듯이 노래의 볼륨을 더 높여주었다.
다질링 오기 전, 이 노래를 녹음하며 mp3에 담아... 다질링에 오면서 듣고 싶었는데.. 내 눈 앞에 펼쳐진 다질링의 경관과 자연, 토이 트레인, 토이 트레인의 기찻길을 보며 'Kal ho na ho'를 들으니, 기분이 급 좋아지면서 속이 안 좋았던게 조금 풀렸다.
이 노래가 바로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노래! Kal Ho Naa Ho(깔 호나 호)! 어흑! 반가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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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한참을 산을 내려가다가 중간에 한번 섰다. 사람들이 차 밖으로 나와 기지개를 펴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다르질링 시장에서 사 온 바나나를 좀 먹었다. 다르질링 바나나는 껍질이 두껍고 알맹이는 얇은 것이 특징이었다. 아.. 맑은 공기를 쐬니 이제서야 속이 진정되는 듯...
아이들은 근처 구멍가게에 Lay's 과자를 먹겠다며 사러 갔고.. 난 그 사이 보라 청년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보라 청년은 앞에 함께 온 동생과 다질링에 이틀을 있었다는데.. 집은 인도 북부 나갈랜드란다. 아까 들으니 휴대폰에 음악을 많이 가지고 있던데, 음악을 좋아하냐고 물으니 "so~~ much!" 라며 음악에 대해 애정을 드러냈던 청년. 그 청년은 내게 학생이냐고 하며, 한국에 가냐고 물었다. 그래서 Andra Pradesh에 거주 중이라고 했다.
보라 청년은 Korean pop도 가지고 있다며 한국 노래도 들려 주었는데, 그것은 풀하우스 OST 중 가수 별이 부른 노래였다. 나도 좋아하곤 했던 노래인데.. 인도 청년의 휴대폰을 통해 들으니 반가웠다. ㅎㅎ 이 가수의 이름이 '별'이라고, STAR라고 알려주니, 힌디어로 '별' 뜻이 'LOVE'란다. 오!! 며칠 전부터 힌디어로 '사랑'이 뭔지 궁금했는데.. 이렇게 쉽게 알게 될 줄이야!
보라 청년이, Indian people은 친절하긴 하지만.. 위험한 사람들도 있다며 내게 조심하라고 은근슬쩍 주의를 주었다.
그게 너무 고마웠다.
다시 차를 타고 산을 내려가는 길. 날은 어느새 어둑어둑.. 하늘엔 별이 떴다. 얼마 후 차는 평지를 달리기 시작했다. 대지의 후텁지근한 바람을 느끼면서, '아.. 이제 정말 다르질링을 벗어났구나...' 하고 느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실리구리 도착. 많은 리샤꾼들이 우리에게 호객행위를 하는데 너무나 정신이 없었다. 정신이 없는 통에 보라 청년은 우리를 돕겠다고 릭샤를 잡아주었는데 Rs.105나 불렀다. 너무 비싸서 거절하고 있는데, 우리가 타고 온 지프차의 운전사 아저씨가 문제가 있냐고 물었다. Rs.10에 기차역에 가려 하는데 오토릭샤가 너무 비싸다고 하니, 아저씨는 Local 큰 릭샤(shared Rickshaw)를 불러 세워 우리가 타는 것을 도와주었다. 현지인들은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너무나 친절하게 우리를 많이 도와주었다. 릭샤에 무거운 배낭을 싣고, 보라 청년과는 아쉽게 악수만 하고 헤어졌다. 사진도, 연락처도 없고.. 참 아쉬웠다. 지은이도 그 청년이 잘 생겼었는데, 연락처를 못 받아서 아쉽다고 했다. ㅎㅎ 뭐.. 연락처를 받았어도 우리가 과연 연락을 했을까.. 싶기도 하다. 여행길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다 반갑고 기분이 좋지만.. 정말 진짜 인연으로 이어질 확률은.. 적은 것이 사실이다. 언제나 예외가 있기 마련이긴 하지만서도.
shared Rickshaw를 타고 길을 달리니 후덥지근한 인도 밤공기가 느껴졌다. 아.. 이제 더위와 싸울 시간이 되었구나...
지상에 내려오니 이제 정말로 인도 같다. 인도 특유의 깔끔치 못한.. 먼지 날리는 거리.. 인도 특유의 간판, 가게들....
문득 우울해진다. 다르질링 여행이 이렇게 끝나가는구나.. 이제 센터에 돌아가.. 다시 현실로 돌아가 열심히 살아야겠지...? 여행의 낭만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가는 이 기분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았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근데 다시 다르질링으로 돌아가라고 한다면? 좋긴 하지만.. 추운 날씨 때문에 약간은 망설여진다. 그래도 다시 돌아가라면 타고 내려온 지프를 타고 당장이라도 돌아가고 싶었던, 내게 참 멋진 추억과 낭만을 만들어 주었던 다질링... 멋지고 멋지고 또 멋졌던... 산간지방의 동화마을 같았던 나의 첫 인도 여행지, 다르질링.
Ciao~ Darjeeling! 잠시 동안만 안녕! 우리 12월에 다시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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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밤거리 풍경을 실컷 구경하며 마침내 New Jalpaiguri Junction(NJP)에 도착했다.
뉴 잘패이구리에는 남인도에서 보던 오토릭샤와 다른.. 이런 모양의 릭샤도 있었다.
역에 들어가 우리가 탈 기차의 플랫폼 번호를 전광판으로 확인했다. 그런데 우리 기차 번호가 안 보였다. 혹시.. 뭔가 일이 잘못되었나 싶어 마음이 불안해져서, 번호를 알아보러 Enquiry 창구에 갔다. 그곳엔 우리 같이 platform number를 알고자 하는 인도인들로 진을 치고 있었다. 마침내 우리 차례가 되어 플랫폼 번호를 울어보니, 아저씨가 신기하게도 기다란 막대기로 화이트 보드에 적혀 있는 번호를 가리켰다.
ㅎㅎ 근데 그게 왜 이렇게 웃기던지.. 꼭 초등학교 선생님이 아이들 가르칠 때 회초리로 칠판을 가리키곤 했던 생각이 나서.. 우린 모두 웃었다. ㅎㅎㅎ 마치 그 곳에 있던 승객들이 다 학생이 된 듯한 기분이랄까? 창구 밖은 자신의 플랫폼 번호를 알려는 사람들.. 대합실에서 노숙하는 사람들.. 구걸하는 사람들로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그 창구 안의 직원은 너무나 여유로운 공간을 혼자 차지하고선, 사람들이 번호를 물어오면 기다란 막대기로 유유자적 번호를 가리키고 있었던 것이었다. ㅋㅋㅋ 인도에선 이런 소소한 것들이 내게 소소한 즐거움을 주었다.
기차 플랫폼을 확인하고 나니, 이제 여유가 생겼다. S가 아까 릭샤에서 내려 걸어오다 보니 Momo(모모) 파는 가게를 봤다며, 먹으러 가자고 했다.
이곳이 S가 아까 봤다던 모모 가게.
우린 이 노점상 뒷편에 있는 의자에 배낭을 내려놓고, S와 J는 모모를 주문해서 먹었다.
모모에서는 신기하게도 김치 냄새가 났다! 와... 뭘 넣었길래 김치 냄새가 났던걸까?게다가 아이들 말로는 싸고 맛있단다!
아이들은 모모와 함께 Chowmein도 먹었다. 난 속이 안 좋아 음식은 안 먹고 짐을 재정비 했다. 다르질링에서 입고 왔던 두꺼운 옷과 가방은 배낭에 넣으니, 배낭은 무거워졌지만 몸은 한결 가벼워졌다.
열심히 일하시는 아저씨의 모습이 보기 좋아 사진 한 컷 찍었다. ^^
아저씨 옆에서 열심히 내조를 하시던 미소가 아름다운 아주머니. ^^
두 분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비록 풍족해 보이는 삶은 아니었다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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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음식을 다 먹은 뒤, 과일 주스를 마시러 다른 노점상에 갔다. 파인애플 주스를 시켜 마셨는데.. 맛이 so so... S가 맛있냐며 그곳에서 파인애플 과일을 사줬는데.. 그 맛이 주스보다 찰라 바군디! (very good!) 정말 달고 맛있구나!! NJP가 나를 기분 좋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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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배를 채운 우리는 기차를 타러 플랫폼으로 갔다. 우리는 waiting list ticket을 끊었기 때문에, 기차 바깥에 붙어 있던 종이를 살펴 우리의 좌석을 확인해야 했다. (waiting list는 미지정 좌석을 말하는데, 지정 좌석을 끊은 승객 중 누군가가 기차를 타기 전 티켓을 cancel하면, waiting list 순번대로 그 빈 자리를 배정받게 되는 것)
S1 객차에 붙어 있는 종이부터 S5, S6까지 살피기 시작했는데, S6에서 반가운 우리의 이름을 발견했다. S는 47번, 나와 J는 55번을 배정 받았다. 다르질링의 그 얄밉고 미웠던.. 우리에게 사기를 쳤던 Coca cola 간판의 슈퍼마켓 여우 언니... NJP 가면 waiting list라도 자리를 얻을 수 있다더니.. 정말이네. ㅋ
기차에 올라 기분 좋게 자리에 앉으려는데... 어떤 인도인 아줌마, 아저씨가 우리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는.. 자기네들 자리가 2층이라고 불편하다고 우리한테 자리를 바꿔 달라고 한다. 아니, 정중하게 부탁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네가 불편하면 우리도 불편하기는 매 한가지인데.. 저런 예의 없는 태도가 참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사람들과는 영어로 대화가 통하지 않아 답답해 하고 있는데, S와 같은 자리인 47번 자리였던 영어를 잘 하는 아줌마가 철저히 우리 편이 되어 그 아줌마, 아저씨가 물러나도록 도와주었다.
S와 나는 승리했다는 느낌에 완전 축제 분위기였다. 어찌나 기뻤던지 야야~~ 하며 노래 부르고 손뼉, 하이파이브를 치고 승리감에 난리가 났다. 그런데 J는 어쩐지 또 뾰루퉁.... 또 뭔가 걸리는 일이 있었나보다. 휴... 그냥 냅두자.
기차에 타고 마음이 안정 되서인지 속이 좀 허해지기 시작했다. S가 아까 먹었던, 간식으로 또 먹으려고 포장해 온 모모를 좀 먹었다. 와.. 모모가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정말 맛있었다. 은근히 오늘은 기차에서 파는 Rice, Sambar, veg. curry를 먹고 싶었는데.. 그래도 모모를 먹으니 맛있었다. 아까 과일가게에서 사 온, 아저씨가 신문지에 꼭꼭 싸 준 파인애플도 먹었는데 달콤하니 참 맛있었다~
한편, 뻔뻔 아줌마와 아저씨가 밥을 먹는다고 해서.. 그 동안만 47번 자리를 양보하고 우리 모두 55번 자리에 앉아 있는데.. 그 부부의 식사가 끝났는지, 영어를 잘하는 아줌마가 47번 자리로 이제 1명 다시 와서 앉으란다. 원래 그 자리를 배정 받은 S가 가려고 했으나, 나와 J는 함께 있고, S는 혼자 있으면 외로울 것 같아 내가 그냥 47번 아줌마와 한 침대를 쓰기로 하고, S는 J와 자게 했다.
난 47번 아줌마와 함께 한 침대에서 서로 반대편 벽에 기댄 채 앉아 있다가.. 아주머니가 자신 쪽으로 발을 좀 뻗어도 된다고 하고.. 아주머니도 그리하셔서.. 적절한 합의점을 찾은 우리 두 사람은 쪼그려서 잤다. 그래도 머리는 눕힐 수 있어 다행. 감사합니다.
근데 무릎과 꼬리뼈가 너무 아팠다. 그리고 남인도 센터에서 나와 여행하는 내내, 처음으로 손에 모기 2방을 물렸다.
난 이제 여행을 마치고 다시 남인도, NGO로 돌아가고 있다. 내일 아침이면 중간 경유 도시인 Kolkata(콜카타)의 Sealdah station(시알다 역)에 다시 도착하게 될 것이다.
밤바람이 찼다.
9 May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