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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배낭여행 중 - 다르질링에서의 열번째 날

 

새벽 3시 반쯤 일어났다. 오늘은 Tiger hill(타이거 힐)에 가서 일출을 보기로 한 날이다. 4시도 채 안 된 시각에 Chowk Bazaar 쪽을 통해서 지프 스탠드로 갔다. 날은 아직 어두웠고 불 켜진 곳도 별로 없어 가는 길엔 손전등이 필요했는데.. 지프 스탠드로 가 보니 지프차 기사들이 예상 외로 많이 없고.. 인적도 드물어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어떤 봉고차 아저씨가 우리를 발견하고 흥정을 걸어왔고, 터무니 없는 가격에 말도 안 된다며 발길을 돌렸다가, 결국 아저씨와 적절한 합의점을 찾아 봉고차에 올랐다.

 

그렇게 미니 봉고차(택시)를 타고 힐에 올라가는데, 역시 봉고보다 지프가 낫다. 우리가 탄 봉고차는 우리 앞에서 힘차게 언덕을 달리는 4륜 구동 지프차에 비해 힘이 딸렸다.

 

새벽 5시도 안 됐는데 벌써 먼동이 터 온다. 그리고 현지인들은 이 시간부터 나와서 조깅을 하고 있었다. 참 부지런한 사람들이었다. 차를 타고 Darjeeling(다르질링)을 달리니 문득 다르질링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Vehicle Entry Fee를 내고 힐에 올라갔다. 그런데 분명 'Vehicle' entry fee인데.. 우리 3명의 입장료를 다 받았다. 참 희안하구만... 왠지 느낌에, 환경을 보호해야 하는 이곳이니.. 걸어오지 않고 차를 타고 올라오면 그만큼 요금을 더 내라는 뜻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view point에 올랐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좋은 포인트에 서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붉은 해가 저 멀리 보였다.

 

 

 

 

 

 

어느 순간 붉은 해가 꽃봉오리가 탁 터지듯 모습을 드러냈다.

 

 

 

 

와.. 구름과 산이 이루어내는 자연의 구도... 정말 장관이구나..!!

 

 

 

 

EBS <세계테마기행>에서 이것을 보고.. 나도 얼마나 보기를 소망해 왔던가..!! 소원이 이루어지는 순간... 그리고 또 이 해를 보면서 비는 소원...

 

 

 

 

해 아래 산의 모습 Kanchenjunga(칸첸중가) 산이 보이긴 했지만.. 흐린 날씨 탓에 <세계테마기행>에서 봤던.. 그 멋진 빛의 각도의, 빛에 비취는 설산의 장관은 보지 못했다. 그 멋진 장관은 아무때나 보는 것이 아니었구나!

 

 

 

 

이 풍경을 담아 보려고 카메라 셔터를 열심히 눌러보지만.. 역시 눈으로 보는 것이 최고다. 카메라는 이 멋진 대자연의 장관과 이 때의 생생한 느낌.. 향기.. 공기를 아무래도 대신할 수는 없다.

 

아쉽지만 다질링에서 붉은 해를 봤다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한다.

 

 

 

 

어.. 그런데 이제 설산이 좀 나타나나!!

 

 

 

 

시간이 지날수록 각기 다른 모습을 보이는 일출과 산.. 구름...

 

 

 

 

멋지고 또 멋지다. 자연의 신비 앞에서.. 이 대자연 앞에서 나 자신은 한없이 작아짐을 느낀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 갑자기 믿기지가 않는다. 나란 존재가 믿겨지지 않는다.

 

 

 

 

한편, 이곳에 있떤 전망대를 뒤늦게 발견하고 그곳에도 가 봤지만.. 별거 없더라..

 

쌀쌀한 날씨에 Chai(짜이)를 파는 아주머니와, 이 아름다운 일출 영상을 담은 CD를 파는 아저씨들.. 일출을 보러 온 수많은 청소년들.. 가족들...

 

 

 

 

해가 뜬 이후로 장관을 펼치는 구름과 산, 빛... 멋졌다.

 

(이 시간은 5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산에서는 해가 빨리 뜨나보다.)

 

 

 

 

 

view point 앞에 있던 돌계단과 꽃.

 

 

 

 

 

어느새 붉은 빛은 사라지고.. 검은 구름들이 산을 덮었다. 그러나 그 사이사이로 비취는 맑은 하늘.. 그리고 구름의 그림자.

 

 

 

 

수채화를 그려 놓은 양.. 그라데이션 된 하늘빛이 참 멋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달라지는 풍경에, 더 이곳에 머무르고 싶었지만.. 아이들이 춥다고 하여 타고 온 미니택시를 찾아서.. 다시 차를 타고 산 아래로 내려간다.

 

 

 

 

이곳을 떠나는 아쉬운 마음을 몇 장의 사진을 찍으며 달래본다. 언제 또 이런 아름다운 곳에 올 수 있을까?

 

(일출을 다 보니, 오전 5시 20분이었다. 그런데 해 뜬지 아주 한참 된듯한 빛이 비췄다. 지대가 높아 아침이 빨리 찾아오는 듯~)

 

 

산을 내려오는 길. 길가에 수많은 짜이 컵 쓰레기들을 보았다. 관광객들이 일출을 보고 내려오면서 마셨을 짜이... 마음이 좋지 않 았다. 아름다운 경관 뒤에 남은 쓰레기들.. 자연은 자신의 몸을 내어준 채 병들어가고 있었다. 관광객들의 이기심..

 

반면, 다질링의 거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집을 꽃으로 장식하고 있었다. 다질링이 병들지 않았으면... 관광에 물들지 말고 자신들 본면의, 순수한 삶을 살았으면...

 

iPod으로 J.S.Bach의 Goldverg variation을 들으니 마음이 안정된다.

 

 

차를 타고 다시 다질링 시내로 돌아오는 길. Darjeeling역 전 정거장인 Ghoom역이다.

 

 

 

 

다르질링에서 보는 풍경은 다 아름답기만 했다.

 

 

 

 

토이 트레인 레일.

 

 

 

  

 

 

길가에서 뭔가 하고 계시는 할아버지. 음.. 저걸 뭐라고 하더라...? 인도에서는 저렇게 뭔가를 불로 녹여서 도로를 깔고 하던데... 그런데 그 냄새가 참 독해서(유독가스가 나오는 듯한).. 이런 일을 하시는 분들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가정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런 일을 하리라...

 

 

 

 

다르질링의 일상.

 

관광이 아닌.. 현지인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여행을 하고 싶다. 그러나.. 내일이면 이곳을 떠나야 한다. 아쉬움 한가득이다.

 

 

 

 

언덕 곳곳 자리 잡은 마을.

 

 

 

 

꼬꼬댁~~ 새벽의 닭 소리가 들린다.

 

 

다시 다르질링 중심가 지프 스탠드로 왔다. 어느덧 아침이 밝아 시장은 많은 사람들로, 활기로 가득 차 있었다.

 

 

Kalden cafe & restaurtant에서 veg. curry and rice를 시켰다. 지난번엔 egg를 뺀.. potato만 잔뜩 들어간 커리를 먹었는데.. 오늘은 아저씨가 알아서 mixed veg. curry로 만들어 주셨다.

 

 

 

 

그런데 맛이.. chick pea(병아리콩) 향 때문인가? 어디서 먹어본 향기와 맛... 병아리콩과 토마토, 피망, 고추 잎(?), 당근의 조화가 좋다. 특히 토마토, 피망이 향기롭고 당근은 달았다. 맛있었다.

 

 

비가 엄청 내린다. 장마 같이...

 

아이들은 호텔로 보내고, Glenary's cafe에 가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께 편지를 썼다.

 

S와 J에게도 편지를 썼다.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겪은 우리 관계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면 좋은지에 관한 이야기...

 

 

 

 

 

나에게도 편지를 썼다. 여행을 와서 내 마음이 많이 시원해지고 자유로워질거라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끊임 없는 내면의 갈등을 겪어야 했던 나. 이런 나에 대해서 스스로 격려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에 돌아가, 이곳에서 내가 나에게 보낸 편지를 돌아볼 즈음엔.. 내가 더 많이 성장해 있었으면 좋겠다.

 

 

 

 

동생에게도 편지를 썼다. 언제나 나를 지지해주고, 나를 걱정해주는 동생. 겉으로는 정이 없어 보이지만 속 정만큼은 깊은 동생. 인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엽서로 나의 마음을 대신해 본다.

 

 

비가 그친 틈을 타서 숙소에 돌아갔다.

 

아이들은 잠을 자고.. 난 편지를 부치려고 다르질링 우체국에 갔다.

 

그런데 우체국 한 켠에서 parcel, packing 해주는 아저씨를 봤다! 와.. <세계테마기행>에 나왔던 그 아저씨 그대로잖아!! 완전 반가워서 인사하고 싶었으나.. 아저씨가 왜 이렇게 빨리 움직이는지..ㅠ.ㅠ 곧 사라지고 말았다. 아쉬웠다.. 카메라도 없었고.. 

 

다음에 다르질링에 또 올거니까~ 너무 아쉬워하지 말자!!

 

 

숙소에 오려다가 Big Bazaar 건물 1층에 있는 Nathmull 이란 차 가게에 들렸다. 차 가격을 알아보니 100g에 Rs.120, 150 등등.. 가격이 다양했다. 고급스러운 포장이 돋보이는 제품들도 보이고... 이것저것 시음해보고 사면 좋으련만... 그래도 친절한 직원의 설명에 따라 이것저것 차를 알아보니 차에 관심이 생긴다.

 

그런데 <세계테마기행>에서 유성용 아저씨가 맛 봤던 moonbim 이란 차는 도대체 어디서 파는 것인가!!

 

 

점심. Kalden 식당에서 cheese veg. burger를 먹고.. S가 mp3 player 충전하러 컴퓨터 하러 Glenary's 간다길래 나도 같이 왔다. 메일을 확인하고.. 블로그를 확인하고...

 

그런데 어떤 미국인이 옆에 오더니.. 랩탑을 쓰겠다기에 잠시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국말을 하기 시작하는 아저씨!!

 

 

 

일본어, 한국어를 정말 잘 했던 미국 아저씨. 많은 나라 언어에 관심이 많단다. 한국어를 배운지 2년 됐다는데 읽기도 수준급. 5~6개월만에 읽기, 말하기를 했단다. 일어랑 한국어랑 어순이 비슷해서 쉽다면서...

 

S랑 급 기분 좋아져서 이름이랑 블로그 주소를 아저씨한테 줬다. 아저씨도 자신의 facebook 이메일 주소를 알려주었다.

 

아저씨의 이름은 Tim. 우린 'Tim 아저씨'라고 불렀다. Tim 아저씨는 미국의 한 대학의 management professor라고 했다. 이 분은 한국어, 일본어, 힌디어, 네팔어를 하셨다.

 

 

아저씨와 잠시 헤어져 S와 카페 안에서 커피를 마셨다. 인도 커피는.. 일반 커피에서도 우유 냄새가 나는 듯... chicory가 많이 들어가서 그런가...?

 

S의 mp3 player가 다 충전됐나 확인하려고 다시 컴퓨터 코너로 갔는데, 어떤 동양인 여자가 Tim 아저씨 곁에 있었다. Tim 아저씨는 자신의 아내라면서, 일본인 부인 '준코'를 우리에게 소개시켜 주었다. 정말 미인. 뭔가 기품이 느껴졌던 사람.

 

굉장히 둘 다 박식해 보이던데... 부러웠다. 나도 이렇게 학구적인 남편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Tim 아저씨는 자신의 미국 집에 놀러오라며 언제든지 연락을 하라고 했다. 아저씨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아저씨와는 한국말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급속하게 친해질 수 있었다. Tim 아저씨네 집에 놀러가고 싶어 >_< ♥ 꼭 연락해야지~~ (2021년 현재에는.... 누군가의 집에 초대를 받아도 위험하지 않을까..?부터 생각을 해보게 되는 세상이 되었는데... 2010년 저 당시만 해도 낯선 이의 호의는 아주 반갑고 친절하고 고마운 것이었었다... 아무 스스럼 없이 모든 이와 쉽게 친구가 될 수 있었던 저 당시가 너무너무 그립다.)

 

근데 나 좀 이상하다. Tim 아저씨가 분명 한국어를 할 수 있는데도, 아저씨와는 영어로 대화하는 것이 더 편했다. 영어가 그냥 이제, 머릿속으로 한국어라는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아도 술술 나온다. 툭 치면 툭 나오는 영어. 열흘만에 영어가 엄청 향상된 듯! 역시 사람은 환경이 중요해!

 

 

오늘 같이 안개가 많이 낀 다르질링은 처음이다. 비도 오락~가락~ 이제 곧 우기라서 그런가보다. 안개 때문에 마치 사우나에 온 것 같았다.

 

블로그를 확인했는데.. 어떤 사람이 글을 남겼다. 내 블로그를 좋아하는데, 한동안 글이 안 올라와서 섭섭했다고. 그래도 가끔씩 올라오는 글에 반갑다며 내가 하고 있는 NGO 일 등에 대해서 물었다. 그러면서 나라는 사람 자체에 대해 궁금해 하기도 했고, 인도의 음식과 재료.. 다른 기타 궁금한 것에 대해서도 물었다. 이런 관심이 참 감사하게 느껴졌다.

 

 

Glenary's에서 나오며, Tim 아저씨에게 미국에서 보자고 했다. 아저씨는 내 어깨를 툭 치며 facebook으로 연락하랬고, 또 한번 어깨는 툭 치며 "Study hard."라고 했다. ㅋㅋ 누가 교수 아니랄까봐!!

 

아저씨, 공부 열심히 할게요!!

 

 

숙소에 돌아오는 길에 Nehru road에서 센터 사람들을 위한 차 100g을 샀다. 더 저렴한 것도 있었는데.. 그래도 사람들을 위해서 약간 비싼 것을 샀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나 비자여행으로 12월에 다르질링 다시 온다니까, J가 크리스마스때 오면 멋있겠다 한다! 오~ J~ 새로운 꿈을 꾸게 해줘서 고마워!! ^^ 남자랑 같이 오면 더 좋겠다 하는데.. 혹시 Kim이랑..? ㅋㅋ 아님 다음 기수 다른 자원봉사자랑~ㅋㅋ

 

여기에 쓴 것들이 다~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긍정적인 일들만 다~ 이루어져라!! ♥

 

8 May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