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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행 11 | 다르질링(Darjeeling) 여덟째 날 - 싱그러운 다르질링 차 밭, 해피 밸리 차 공장(Happy Valley Tea Factory)
Olivia올리비아 2021. 12. 3. 19:00인도 다르질링(Darjeeling)에서의 여덟번째 날
오늘도 어김없이 Kalden cafe & restaurant을 찾았다.
오늘의 아침 겸 점심은 특별히 달걀을 빼달라고 부탁하여 주문한 veg. curry and rice. 대부분의 메뉴에 고기가 들어가는 음식들이 대부분인 이 식당엔 pure veg. curry가 없다. 달걀 냄새도 싫은 난 달걀도 빼달라고 하여 최소한의 채소 커리를 먹게 되었다. 달걀을 빼면 감자밖에 없다고 주인 아저씨가 그러시긴 하셨지만.. 그래도 쌀이 너무 당겨서 밥을 시키게 되었다.
그런데 달걀이 이 커리의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거였나.. 매콤하고 느끼하기만 했던.. 지금까지 Kalden에서 먹어본 메뉴 중 가장 맛 없었던 메뉴.. 다른 것들은 정말 다 맛있는데 이것만큼은 실망이다.
오늘도 S는 어김 없이 beef curry and rice. 역시 고기 없으면 못 사는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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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티베트 난민 자활 센터를 갈 때, 길을 잘못 선택하여 20~30분이면 갈 길을 돌고 돌아 1시간 반이나 걸려서 도착했던 우리. 오늘은 100배 신중하게 길을 물어물어 해피 밸리 차 공장(Happy valley Tea Estate)에 갔다.
차밭으로 향하는 골목골목이 참 예뻤고, 차 공장에 가까워지자 이런 멋진 장관이 펼쳐진다. wow!! 다르질링은 왜 이렇게 멋진 것이냐!! ㅠ.ㅠ
그림 같이 펼쳐진 풍경에 넋을 잃은 우리. 눈으로만 담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에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보지만.. 역시 카메라는 사람 눈을 대신하지 못한다.
카메라 렌즈를 당겨보니 저 아래에 아이들이 보였다. 저 차밭에서 뭘 하고 있는 것일까?
멋지고 멋지도다... 어쩜 이렇게.. 어떻게 이 언덕에 집들을 지어서 살고 있는 것일까.. 참 신기했다.
사방 어느 곳을 둘러봐도 나타나는 초록의 자연. 이 싱그러운 곳에서 사는 사람들이 참 부러워졌다.
오늘도 아이들은 Lay's 감자칩 과자를 먹는다. (그것도 꼭 american cheese & onion만! ㅋ)
차밭 가는 길에 만난 꽃.
접사로 최대한 잘 찍어보려 했지만 이상하게 오늘따라 접사가 잘 안 되었다. 이 꽃 이름은 과연 무엇일까? 차밭에서만 피는 꽃일까?
(그 후 스리랑카에서도 만났던 이 꽃. 이 꽃 이름은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2011년).. 얼마 전 교양 수업을 듣다가 알게 되었다. 꽃의 이름은 Lantana(란타나)!)
꽃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한 무리의 인도인들이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Sikkim(시킴)에서 왔냐고 묻는다. 우리가 시킴 사람들이랑 비슷하게 생긴 모양이다. Kolkata(콜카타)에서는 인도인들이 우리를 보고 그렇게 '자판'(Japan)이라고 물었었는데.. 이 곳에서 시킴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황당하기도 하면서 신기하기도 했다. 그들이 우리와 함께 사진 찍기를 원해서 그들 무리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고 그들은 그렇게 돌아가는가 싶더니, 무리 중 한 남자가 다가와 어설픈 영어로 내게 뭐라뭐라고 한다. 으.. 정말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
차밭으로 가는 길을 따라 쭉 피어 있었던 아름다운 꽃.
'happy valley' 라고 적혀 있는 간판이 나타났다. 아, 오늘은 제대로 잘 찾아왔구나!! 아까 길에서 만난 경찰이 30분이면 이곳에 당도한다더니, 정말로 오래지 않아 해피 밸리 차 공장이 보였다.
한편, 이 사진을 보자 좀 놀랐다. 다르질링에도 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 때가 있구나..!! 와.. 눈이 이렇게 많이 오다니... 다르질링에 오기 전에는 인도에 눈이 이렇게 많이 오는 지역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었다.
이렇게 happy valley 돌 비석도 세워져 있었다.
드디어 보이는 happy valley tea factory~!! 반가워!!
차 공장으로 내려가는 길.
차를 운반하기 편하게 하기 위함일까?길은 이렇게 돌로 곧게 닦여져 있었고, 양 옆엔 차 나무가 심겨져 있었다.
차 밭 사이로 난 멋진 돌길을 걸으며 언덕 경치와 나무, 차 밭, 하늘, 구름, 안개 등등.. 아름다운 것들을 눈에 담는 사이.. 어느새 차 공장에 도착했다.
와.. 1854년.. 100년도 넘은 역사가 있는 공장이구나!
공장에 도착하니 어떤 남자가 나와서 우릴 ma'am 이라 부르며 공장 곳곳을 친절히 안내해 주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보여주었던 것은 공장 근처의 차 나무.
가장 최근에 핀, 제일 위 어린 잎은 3,4,5월에 수확하고(spring - first flush), second leaf는 6,7,8월(summer - secondary flush), 세번째 잎인 제일 빨리 피었던 잎은 10,11,12월(autumn - third flush)에 수확한다고 했다. 어린 잎차인 first flush가 가장 최상품이고, third leaf가 가장 거칠다고 했다.
gram당 차 가격을 물어보니, 4kg를 기준으로 Rs.80인데(아낙들이 따 오는 차), 1kg가 늘 때마다 Rs.3씩 extra charge가 붙어 5kg가 Rs.86, 6kg가 Rs.89란다.
공장 안에 들어가니 푸르른 찻잎이 우리를 반겼다.
first step은 아낙네들이 따 온 찻잎(4~6인치)을 6단계에 나누어 18시간 동안 말리는 것이었다.
음~ 싱그러운 연두빛의 찻잎들!
긴 트레이에 이렇게 찻잎을 놓으면 트레이 아래에서 바람이 불어나와 찻잎들이 건조되기 시작한다. 6시간은 찬바람, 6시간은 뜨거운 바람이 트레이 아래에서 불어 나오는 공정을 거치는데, 이때 찻잎의 수분이 35~75% 가량 빠지게 된단다.
벨트에서 불어나오는 바람 덕분에 공장엔 쓰디 쓴 차 냄새가 진동한다.
작업 현황을 적어 놓은 칠판.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는 찻잎들.
step 2는 첫번째 공정을 마친 찻잎을 8kg씩 상자에 담아 아래층 공장으로 보내는 공정이었다.
이렇게 기계화 된 공장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이 바구니에 찻잎을 8kg씩 담아 아래 공장으로 보낸다.
step 3는 잎을 rolling machine에서 잎을 twist, crush하여 잎의 세포로부터 juice를 끌어내고, 너무 큰 잎들은 걸러지는 공정이었다.
엄청나게 모인 찻잎들. 이것이 아마 너무 큰 잎들이라 걸러진 것들 같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설명해 주시던 분이 갑자기 이곳부터 사진 촬영은 안된다고 하셨다.
다음 스텝은 발효 과정. 차가운 선반에서 2~3시간 동안 찻잎에서 뽑아져 나온 juice와 함께 찻잎들은 발효된다. 이 발효 과정을 통해 찻잎의 색은 맨 처음에 봤던 푸르른 초록색에서 갈색으로 변하게 된다.
발효된 찻잎들은 다시 긴 컨베이어 벨트에 옮겨지고 117°C 가마에서 dry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때 찻잎의 수분량은 2%까지 줄게 된단다.
이 과정까지 마치면 이제 드디어 찻잎들은ready to brew up!! 마지막 공정은 이렇게 만들어진 차를 크기별로 나눠 포장하는 것이었다. 가장 작은 잎이 best quality 제품이고.. 퀄리티별로 the best first, Orange Pekoe, Golden Flower, Golden Supremo, Supremo and Tea Bag으로 구분된다.
이런 수많은 공정을 거쳐 우리 식탁에 오르는 차. 다르질링에서는 차를 직접 따고, 덖는 과정까지 직접 손으로 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세분화된 공정을 거칠 수 있는 공장이 있다고 하니.. 몰랐던 신세계를 알게 되어 무척 신기했다. (솔직히 이 때는 차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어서 그냥 '그렇구나.' 정도로 차 공장 견학을 했는데.. 한국에 오니 홍차에 대해 많은 관심이 생겨, 이때 좀 더 주의 깊게 차밭을 둘러볼걸..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Happy valley tea factory 모습.
공장 가이드 아저씨는 차 공장을 나와 넓은 차 평원을 바라보며 차에 대한 여러 가지 설명을 해 주셨다.
다르질링에는 85개의 tea garden이 있고, Happy valley는 350 acre라고 했다.
tea는 Black, Green, White tea로 나뉘어지는데, Weathring, Roliag, Feturers, Dring, Soring의 5단계로 만든단다.
아저씨의 영어 발음을 못 알아듣겠어서 말씀하신 것들을 영어로 적어달라고 했더니 위처럼 적어주셨다. 근데 사전에도 없는 이 말들..이게 뭔가 했더니.. 아까 공장에서 보여 준 5가지 공정을 영어로 설명해 주신 것 같다.
Weathring은 제일 처음으로 하는 찻잎 건조 공정을 말하는 것 같고.. Roliag은 Rolling 공정, Feturers는 Fermentation, Dring은 Dry 공정, Soring은 Sorting 공정.
이렇게 이해하면 모든 것들이 다 맞아 떨어진다. 영어에 약한 아저씨가, 내가 차 공정을 궁금해하자 자신이 아는 최대한 성심성의껏 영어로 적어 주셨던 것^^
그래서 결론, 차 생산 공정은 5단계로 나뉜다.
Withering
Rolling
Fermentation
Dry
Sorting
Black tea(홍차), Green tea(녹차), White tea(백차)는 이 5가지의 단계가 다 들어가느냐, 어느 한 단계가 생략되느냐에 따라 각기 나뉘어진다. 위 5가지의 단계를 앞 대문자만 써서 표시해 보자면..
Black tea : W/R/F/D/S
Green tea : W/R/D/S
White tea : W/R/S
이렇게 된다. 아저씨는 이걸 설명하고 싶으셨던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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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설명이 다 끝나고 아저씨가 공장 앞 어떤 한 작은 건물로 데려가셨다. 그곳엔 약간 풍채가 있는 넉살 좋은 아주머니가 계셨는데, 이 곳에서 해피 밸리 차 공장에서 생산한 차 맛을 시음할 수 있게 해주는 듯 하였다. 아주머니는 많은 손님들이 남기고 간 방명록을 보여주셨다.
그런데 돌연 열심히, 친절하게 공장 가이드를 해 주신 아저씨가 굳어진 표정으로 우리에게 팁을 요구했다. 가이드 북에는.. tip을 주는 것은 예의일 뿐, 공장 가이드는 무료라고 되어 있었는데... 아저씨는 너무나도 당당하게 팁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방명록에는 이에 대한 항의들이 많았다. 이곳에서 '시음' 하는 차도 처음엔 무료라고 하더니.. Rs.10, 20로 점점 오르고 있다고 하고.. 점점 이곳도 '돈'이라는 것을 알아가는 것일까... 솔직히 팁도 드릴 수 있고, 차 값 Rs.10, 20도 한화로 따지자면 얼마 안 되는 돈이었지만... 공장 투어를 잘 마치고 감사한 마음의 여운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팁으로 인해 아저씨와 얼굴을 붉혀야 했으니.. 솔직히 기분이 많이 씁쓸했다. 순수하기만 했던 다르질링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은 관광객의 유입으로 점점 돈을 알아가고.. 계산적인 사람들이 되어 가는 것 같아.. 그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어느 지역이나 상업화라는 것은 막을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고..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점점 돈이나 자본의 유입으로..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바람직한 '인간성' 이라는 것이 상실되어 가고 있음에 마음이 슬펐다. (차라리 처음부터 입장료나 안내비를 받고 하면 훨씬 더 깔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방문객들이 남긴 방명록 글들. 한국인들이 남긴 글들도 꽤 있었다.
이렇게 아저씨한테 들은 내용을 공부하듯 열심히 적어놓은 방문객도 있었다. ^^
어쨌든 티룸의 아줌마는 말발도 있으시고 재밌긴 했다. 근데 우리가 가이드에게 준 팁이 자신의 마음에 못 미쳤는지, (가이드와 아줌마는 '함께' 상부상조 하는 사이인 것 같았다.) 우리에게 차를 내어 줄 생각도 안 했다. 기분이 상해서 그냥 티룸에서 나왔다.
차를 사러 공장 입구를 지나쳐 아래 계단으로 내려갔다.
이곳이 차를 파는 곳. 사무실 겸 해서 차 파는 곳이었다.
그런데 아까 그 가이드 아저씨는 우리를 멀리서 보고 또 따라왔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차 겉면에 차 값이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는데, 더 높은 차값을 부르면서.. 우리에게 가격을 속이려고 하였다. 기분이 더더욱 나빠졌다... 아저씨에게 대해 떨어진 신뢰는 공장의 신뢰도에도 의심이 가게 하였다. Golden tips라고 적혀 있는 이 티... 이거 정말 안에 최상의 티가 들어 있는거 맞을까?일반인은 딱 보고 모를 수 있으니.. 혹시 속여 파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물론 지나친 확대 해석일 수 있으나 그때의 내 마음은 그렇게 점점 더 의심이 커져만 갔었다.
(이 글을 재정리하는 이 시점, 2021년, 그동안 차를 많이 마셔와서 이제 나는 찻잎 모양만 봐도 차 맛을 가늠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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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언덕을 올라와 호텔로 향했다.
하늘과 구름, 차밭의 환상 조화. 드넓게 펼쳐진 다르질링의 다원. 이곳은 정말 멋진 곳이었다.
다시 시내 중심가로 돌아오는 길. 골목 사이사이 지름길 계단을 올라오다가 눈에 띄는 것을 발견했다.
와.. 이런게 다 있었구나. Gorkha Women's Welfare Forum.
사실 다르질링에 NGO 단체가 있는지 궁금했던 참이었는데, 이렇게 길을 걷다가 NGO라고 적힌 센터를 만나니 반가웠다. NGO를 만난 것만 해도 반가운데, 그것도 여성을 위한 곳이라니.. 여성과 아이에 대한 복지가 미흡한 인도에서 이런 시설을 발견하니 더더욱 반가웠다. 그래서 다르질링을 떠나기 전 이곳을 한번 찾아보리라 다짐했다.
골목을 걷다보니 이런 특유의 색색의 기도 깃발들이 많이 보였다. 처음엔 이 깃발들이 인도의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이국적인 풍경이라고 느꼈는데.. 점점 이 곳에서 지내다 보니, 이런 깃발이야말로 다르질링을 다르질링이라 특징 지을만한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골목 어느 집 담장 앞에 피어 있던 수국(?).
골목을 걷는 재미는 참 쏠쏠했다. 사람 사는 모습, 길 한복판에 발랑 누워 있는 개들.. 사람 사는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이 골목이 나는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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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눈독만 들이다가 사지 못했던 치즈. 100g을 샀다. 맛을 보니 내가 지금까지 맛 봤던 특유의 치즈 풍미가 느껴지기보다는.... 비렸다....... 인도 우유 특유의 wild함이 묻어 나오는 맛이랄까... 어쨌든 지금까지 내가 맛 보았던, 소위 '선진국' 이라고 하는 나라에서 만드는 발효 치즈들 맛과는 조금 달랐다.
tasting 해보고 살걸... 생각보다 양이 많았던 100g... 이걸 언제 다 먹을꼬..ㅠ.ㅠ 호텔에서 주방을 쓸 수 있다면, 식빵 사다가 팬에 치즈를 녹여 치즈 토스트를 해먹고 싶었다. 그럼 딱 맛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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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저녁엔 빵에 black current jam과 이 치즈를 곁들여 망고 주스와 함께 먹었는데, 역시나, 빵에 치즈를 곁들이니 한결 먹을만 했다. 아이들도 이 치즈를 궁금해 했던터라 맛을 보라고 줬는데, 특유의 치즈 발효 냄새와 맛에 아이들이 상당히 놀란 듯 했다. ㅎㅎ;; 비리긴 했지만 그래도 맛있긴 했는데... 빵과 블랙 커런트 잼과 치즈의 조화를 아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데.. 도저히 공감을 못해주니 아쉽기만 했다.
Darjeeling에서의 여덟번 째 밤이 깊어만 간다.
6 May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