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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배낭여행 중 - 다르질링에서의 다섯째 날, 티베트 난민 자활 센터 가는 길 & 도착

 

 

 

티베트 난민 자활 센터(Tibetan Refugee Self Help Center)에 가는 길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Darjeeling(다르질링)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안개에 가려진 산.. 낭떠러지.. 푸른 숲.. 청명한 공기.. Nepal이나 Tibet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바람에 나부끼는 오색 기도 깃발들... 큰 미모사 같은 커다란 풀도 절벽에 한가득이다.

 

 

 

 

그러나 30분이면 갈 길을 돌아 돌아서 온 우리. 너무 지쳐서 돌아갈 것이 걱정이었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지프를 타고 다녔는데, 30분만 걸으면 된다길래 돈을 아끼고자 걸음을 택했던 우리. 하지만 다들 돌아오는 길만큼은 절대 못 걷겠다며, 정말 히치하이킹을 하거나(장난이 아니라 진심으로) 돈이 들더라도 지프 전세를 타야겠다 싶은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 붉은 건물이 보였고, 그게 티베트 난민 센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건물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니 Tibetan self help center라고 흰 바탕에 검정 글씨로 적혀 있었다. 와.. 드디어 발견! 그런데 그 센터를 향해 저 멀리 산등성이를 따라 차가 구불구불 따라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oh my God... 오늘 티베트 센터 구경하기는 틀린건가.. 문 닫는 시간인 5시는 점점 더 다가오고.. 이렇게나 많이 걸었는데 정말 여기서 그냥 다시 돌아가야 하나.. 허무와 절망감마저 살짝 들었다. 저기까지 언제 어떻게 올라간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우리 앞으로 검정개 한마리가 지나간다. S가 지나가던 검정개에게 시비를 거니, 그 개가 우리 앞을 앞질러간다.

 

 

 

 

그러더니 그 개는 어느새 풀이 가득한 차 밭(?) 언덕을 오른다. 혹시 저 개가 우리를 인도하는게 아닐까 싶어, 저 멀리 차가 굽이 돌아가는 길이 아닌, 이 언덕을 등산하기로 했다.

 

그 언덕은 멀리서 보면 길이 없어 보였지만, 막상 그 곳에 발을 들여 놓으니 사람들이 익숙히 그 곳을 다니는 양 길이 있었다. 그 언덕은 이 추운 다르질링의 기후에서도 땀이 날만큼 약간 가파랐다.

 

그렇게 차 언덕을 올라가다가 돌연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와..!!! 정말 장관이다!

 

올라온만큼 등 뒤로 펼쳐진 산과 안개.. 구름... 정말 예술이다!

 

 

 

 

다시 개가 올라간 길을 따라 열심히 언덕을 올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개가 감싼 건물이 나타났다. (건물이 저렇게 안개에 휩싸여 있으니 우리가 무슨 미지의 세계를 찾아온 탐험가들 같은 느낌이 들었다. ㅋ)

 

이것이 바로 Tibetan Refugee Selp Help Center!!! 

 

정말로 그 검둥개가 우리를 난민 센터로 인도했구나! 완전 surprise!! 이런 일이 실제로 존재하긴 하는구나.. 직접 경험하니 더더욱 신기! ㅎㅎ (그냥 그렇게 믿고 싶었던 듯 ㅋ)

 

 

 

 

빨간 건물에 검은 글씨로 씌어져 있는 티베트 난민 자활 센터!! 어흑! 반가워!! ㅠ.ㅠ

 

시간은 다행히 문 닫는 시간을 간신히 남긴, 한 20~30분 전 5시였다.

 

 

 

 

우리가 올라온 차 밭이 드넓게 펼쳐진 그 곳... 확실히 이곳에 올라오니 사람 사는 냄새가 났다. 차 밭 옆에는 티벳 사람들이(아마도) 먹으려고 하는지, 채소들도 키우고 있었다.

 

 

 

 

티베트 센터로 가는 길.

 

 

 

 

게이트를 찾았다. 드디어! 보무도 당당하게 위풍당당 입장하는 그녀들. ㅎㅎ

 

 

 

 

와.. 이 곳이 다르질링의 티베트 난민 자활 센터구나! Paul 오빠가 여기 꼭 가보라고 했었는데.. 내가 정말 이곳에 발을 딛게 될 줄이야! 완전 감동~~

 

 

 

 

고마원도 있는 듯하고... 이 앞 넓은 터에서는 사람들이 농구를... 와.. 완전 다른 나라 온 것 같아.

 

티베트 난민 자활 센터는 이 넓은 터를 중심으로 여러 개의 건물이 둘러싼 형태였다.

 

 

 

 

문 닫을 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 급하게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티베트인 할아버지가 뭔가 작업을 하고 계셨다.

 

 

 

 

재봉질을 하시던 할아버지. 나를 보시더니 환하게 웃어주셨다. :)

 

 

 

 

한 건물은 vocational training center인 듯 각각의 섹션별로 방이 나뉘어져 있었다. 이곳은 Knitting and Painting section.

 

 

 

 

이곳은 Tailoring and Leather section. 가죽 작품도 만드는구나...

 

 

 

 

Tailoring room에 들어가니, 한 할머니가 털실로 뭔가를 짜고 계셨다. 실을 직접 뽑으시는지 옆엔 물레가 있었다.

 

 

 

 

할머니의 그 모습이 너무나도 정겨워 보여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낯선 이방인의 사진 요청에도 그저 따뜻하게 맞아 주셨던 할머니..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함이 너무나 아쉬웠다.

 

 

 

 

이곳은 고아원.

 

 

 

 

이곳은, 아까 만났던 할아버지나 할머니들이 만드신 물건들을 파는 SHOW ROOM.

 

 

 

 

쇼룸의 내부. 다르질링에서는 Nepali나 Tibetan들의 삶의 모습을 그린 천장 벽에 걸려 있는 저런 그림들이 많았다. 그런데 저 그림들은 가격이 상당했다.

 

 

 

 

옷도 팔고, Shawl도 팔고... 카펫도 팔고.. 티벳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다양한 옷들과 보온 의류들이 많았다.

 

사진에 보이는 섹션은 가격대가 상당히 있는 물건들이었다.

 

 

 

 

이쪽 섹션에선 반지, 팔찌 등 자잘한 악세사리부터 가방, 장갑, 모자, 목도리 등을 팔고 있었다. 이 곳에서 물건을 사면 그 수익금은 티벳탄들을 위한 기금으로 쓰여지는데, 대부분의 아이템들은 가격이 참 저렴해서 이 가격으로 팔아도 과연 수익이 남긴 할까 싶을 정도였다.

 

한편, 가게 안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Tibetan. 이 분들은 나를 보자 Korean이냐면서 반가워했다. 가게에 Korea 국기 스티커도 붙여져 있는 것으로 보아 이 분들은 이미 한국에 익숙한 듯 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Korean movie를 좋아한다면서, '안녕하세요', '사랑해요.' 등의 말을 정확히 한다. 그래서 나도 똑같은 말을 해주니 사람들이 엄청 좋아하며 해맑게 웃는다. 티베탄들은 참 순수한 느낌이었다. ^^

 

 

 

 

안 그래도 마땅한 가방과 지갑이 없었던터라 쇼룸에서 가방 하나, 지갑 하나 살까 했는데 그보다 추운 날씨 탓인지 wool 제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목도리 하나 살까 했는데, 보면 볼수록 예쁜 아이템들이 참 많은 것이다!

 

 

 

 

그리하여 고민 고민 하다가 목도리, 장갑, 양말, 모자까지 샀다. 이렇게 4가지 울 품목들을 샀는데 총 가격이 Rs.510였다. 한국 돈으로 약 12,000원. surprise!! 와.. 이거 너무 저렴한거 아니야?정말 수익이 남긴 하는 것일까..

 

 

 

 

그리고 정말 필요했던 가방 하나도 샀다. 이건 Rs.150 한화 약 3,700원 정도.

 

고로 오늘은 Rs.600 가 넘는 돈을 지출했다. 솔직히 한화로 2만원 돈도 안 했지만, 인도에서 Rs.600면 엄청난 가격이었다. 다르질링 온 이후로 먹는 것 외에는 전혀 지출을 안 하다가 정말 오늘 큰 맘 먹고 질렀다. ㅎㅎ

 

돈을 안 쓰다가 한꺼번에 거의 Rs.700의 돈을 쓰니 약간의 죄책감이 들기도 했지만, 나를 위한 생일 선물이라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이 소비를 통해서 티베트인들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니 더더욱..^^

 

 

 

 

내가 울 제품들 사는 것을 보고 있던 지은이가 자신도 살까 말까 엄청나게 고민하고 있는 사이, 쇼룸 한쪽에 있던 게시판을 보게 되었다.

 

게시판에는 여러 신문 기사들이 붙어 있었는데 그것들은... 'Riots roll beyond Tibet', 'China to Dalai : no compromise on Tibet' 등 Tibet의 현실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런 기사들은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티베트의 현실에 대해서 알게 하고, 티베트의 독립에 힘을 보태게 하는 역할을 하겠지.. 티베트 난민.. 난민...

 

난민에 대해서 너무나 모르는 나.. 좀 더 이 곳에 대해서 공부하고 올걸... 그저 티베트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신기한 마음으로만 왔던 나.. 조금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나라가 없는 이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심정이 어떠할까?이곳은 관광지이기 이전에 이들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 아닌가...

 

 

 

 

쇼룸 건너편에 있는 workshop for old and infirm.

 

 

 

 

구름과 가까이 닿은 이 하늘 운동 장에서 농구를 하는 아이들. 이 아이들도 다 티베트인들의 자녀들일까?

 

 

 

 

아.. 정말 구석구석 더 둘러보고 싶은데 물건만 사 가는 것 같아서 아쉬움 한가득이다. 다르질링에 머무는 동안 기회가 된다면 이 곳에 한번 더 와봐야지.

 

쇼룸에서 나오는 길에 다시 Chowrasta(초우라스타) 광장으로 돌아갈 길이 막막하여, 점원 언니에게 초우라스타 어떻게 가냐고 물어보니 너무나 당연하게, "walk!"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보니 20분이란다. 뭐? 20분밖에 안 걸린다고!!? 역시나.. 우리 완전 돌아온거잖아..ㅠ.ㅠ

 

(참, 카운터에 팔던 네팔, 티베트 특유의 여러 가지 색의 기도 깃발에 대해 물어보니, 5개? 6개?의 색이 물, 불, 흙 등을 가르키는 것이란다.)

 

 

 

 

쇼룸을 나서자 어떤 티베탄 할아버지가 땅바닥에 그림을 그려가며 초우라스타로 돌아가는 길을 가르쳐 주셨다. 그게 어찌나 고맙던지.. 할아버지의 정이 느껴졌다.

 

 

 

 

이쪽 언덕을 올라가면 초우라스타로 향하는 대로가 나타났는데, 할아버지가 이 쪽 길을 앞장서서 안내해 주셨다.

 

얼마 가지 않아 할아버지는 자신의 집도 소개해 주셨는데, 겹겹의 이 언덕은 티베탄들이 사는 마을이었다.

 

신기하게도 대청마루 같은 것이 있었던 할아버지의 집.. 시골 외가댁 정서가 살짝 느껴졌던 그 곳.. 날이 어둑어둑하지 않으면 할아버지 집도 구경하고 싶었는데.. 20~30분 거리라도 다시 초행길을 가야 했으므로 아쉽게 할아버지께 감사의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참 경치 좋은 곳에 사는 사람들. 이런 멋진 경치를 보며 살면 마음이 평화로워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안타까운 것은 어딜 가나 쓰레기가 있다는 것... 관광객들이 무심코 버린 과자봉투나 페트병 등이 이런 아름다운 자연을 해치고 있어 절로 이마가 찡그려졌다.

 

 

 

 

S 그리고 티벳탄 모자를 산 J. J는 이제 마음이 많이 풀려 S와 제법 농담도 하고 많이 웃었다. 이렇게 사진도 찍고..^^

 

 

 

 

티벳탄 마을 언덕에서 잠시 쉬다가 멋진 풍경을 만나 찰칵.

 

이곳에서는 강아지도 기르시는구나~ 보통 인도인들은 개를 잘 안 기르는 것 같던데.. 티벳 사람들은 이렇게 강아지를 기르고 있었다. 역시 외모만큼이나 우리네 정서와 비슷한 티벳탄들. (인도 상류층들은 고급 견종들을 많이 키운다.)

 

 

 

또 약간은 가파른 언덕을 올랐다. 어떤 길은 계속 오르막이었는데, S가 계속 헥헥거리고 힘들어 하며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늘어 놓았다. 오늘 우리는 참 많이 걸었고.. 그래서 힘든 것도 알겠고 해서 긍정적인 말들로 할 수 있다며, 기분 좋게 가자고 격려를 해 주었다. 그런데 그 내면이 너무나 부정적인 것들로 가득 차 있어 안되겠다 싶어서 S에게 숨 좀 고르라고. 계속 이렇게 힘든 소리 하면 못 간다고 했더니, 이렇게 힘드니까 오늘 저녁은 Glenary's 가서 고기를 썰자며 정색을 한다. 확실히 싫은 소리 듣기 싫어했던 S. 상처 받기 싫어 자꾸만 정당한 이유들을 대어가며 변명하는 S. 사실 둘러대는 것이 너무나 눈에 보였는데.. 자꾸만 그렇게 자기 보호막을 치는 것이었다.

 

한편, 길을 가다가 갈림길에서 간이 매점이 나타났다. S, J가 과자를 먹고 가자고 해서 잠시 앉았다. 둘 다 Lays 레이즈 감자칩, American cheese & onion 맛에 반하여 이곳에 온 이래로 계속 그것만 먹고 있다. 두 아이는 Rs.20짜리 커다란 한 봉지를 하나씩 사서 나란히 앉아서 먹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과자를 먹고, 난 옆에 앉아 아름다운 자연을 둘러보았다. 참 청명했던 자연.. 산자락을 감싼 안개.. 그 안개의 습함과 숲의 기운이 만들어내는 숲 속의 공기.. 숲 속을 공명하는 새소리.... 자연 그 자체가 마치 음악홀처럼 울림도 좋고 소리가 너무 예쁘다. 어떤 소리는 유치원 때 '크리코스의 우편마차' 를 연주할 때 썼던 나무 악기 소리와 닮았다. 그 악기는 뭐라고 해야 하나.. wooden stick이라고 해야 하나..? 나무채로 양쪽을 두드리면 '똑' '딱' 하고 2가지 다른 소리의 고저를 나타내던, 내가 그 시절 가장 좋아했던 그 악기.. 안타깝게도 이름은 잊었다. 어쨌든 여러 생물체들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교향악은 참 훌륭했다. 이렇게 조금만 귀를 기울여도 풍성한 자연의 소리가 들리는데.. 그동안 내가 이 멋진 소리들을 너무나 쉽게 무시하며 살았었고.. 이 소리들에 귀를 기울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

 

그렇게 자연 경치를 감탄하며 바라보고 있는데, J는 과자를 먹으며 계속 저 멀리 남인도 센터에 있는 G의 두 아이들을 비판했다. J도 덩달아 비판하긴 했지만.. 그건 그냥 사실이 그렇다는 정도였는데.. S는 자신의 모습은 안 그렇다는 듯이.. 아이들의 잘못된 점들을 들어가며 아이들이 그렇게 살아서는 안 되며.. 등등 그런 이야기들을 했다. S는 자신의 어머니가 S에게, S는 언니고 아이들은 동생(친동생은 아니다.)이니, 네가 아이들이 바른 길로 가도록 잘 보살펴야 한다고 했다고 했다. 음.. 그래서 S가 아이들을 잘 챙기려고 하고, '걱정' 하는 것까지도 알겠는데... S는 S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지쳤는지.. 과자를 먹으며 여러 가지 비판점들을 늘어놓았다.

 

점점 더 마음이 격해졌던 S.. 그래서 마음을 달래주려 좋은 말을 해주려고 노력했다. 그 아이들도 센터에서 여러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하니 조금씩 변화될 것이라고. 그리고 서로가 서로의 거울이 되어주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사는 삶을 통해 자신의 모습도 현명하게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고.

 

 

 

 

다시 길을 나섰다. 산 길을 가고 있는데 이렇게 멋진 집이 나타났다. 이 집 언덕 아래로 펼쳐진 풍경과 구름.. 태양... 와.. 이 사람은 도대체 어떤 복을 받았길래 이렇게 좋은 곳에서 살고 있을까?정말 많이 부러웠다.

 

 

 

 

저 멀리 한 줄기 태양이 비춰 구름이 빨갛게 물들었다.

 

 

날은 저물어가는 가운데, 이번에도 길이 틀렸으면 어쩌나.. 불안한 마음에 Chowrasta 가는 길을 사람들에게 계속 물어가며 길을 가는데, horse riding 하며 아래를 굽어볼 때 보이던 fortune resort가 보인다!

 

그제서야 여기가 "아! Chowrasta 광장으로 향하는 police station과 Tattoo 가게 그 사이 길이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애초에 티베트 센터를 갈 때 Morning health club쪽이 아니라 그 아랫길로 가야 했는데.. 우리가 그 첫 방향을 잘못 잡았던 것이었다. 두 갈래 길이 있었는데, 길이 좁아 길처럼 보이지도 않았던 오른쪽 길은 너무나도 쉽게 무시해 버리고 왼쪽 길을 택했던 우리.. 이런... 어쩐지 떠나기 전에 이 길이 왠지 마음에 걸리더라..

 

그래도 뭐, 길을 잘못 택한 덕분에 Mayfair hotel 옆 예쁜 길도 보고, Darjeeling의 여러 예쁜 경관을 잘 봤다. 길을 잃지 않았더라면 볼 수도 없고, 얻을 수 없었을 그 아름다운 자연 경치와 경험! 이것은 어쩌면 내 생애 최고의 소중한 생일 선물이다:)

 

 

 

 

저녁 시간...

 

 

S가 Glenary's 가서 고기 썰자고 해서 가긴 갔는데 veg. 메뉴가 없기도 했고.. 아이들과 함께 티베트 센터 다녀오는 내내 스트레스를 받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여 veg. restaurant 가겠다고 하고 빠져나왔다.

 

Hotel Shangrila restaurant을 가려고 하니.. 너무 과할 것 같아 그냥 지나쳐 낮에 한국 아저씨가 추천해 준 Hotel Element restaurant을 찾아 Kalden restaurant를 지나 윗쪽 골목으로 가려는데 날이 너무 어두워서 못 찾았다. 새로운 길을 가니 Sona's kitchen이라는 새로운 레스토랑을 발견했는데, 그곳에서 많은 서양인들을 만났다. 특히 외국 손님이 많은 것을 보니 왠지 맛있을 것 같아 그 곳에 가려 했으나 거긴 또 마땅히 앉을 자리가 없었다.

 

저녁만큼은 특별한 음식을 먹고 싶었는데.. 결국은 또 Kalden 식당으로 오게 되었다. 그런데 이 식당도 오늘 저녁 엄청나게 붐비고 있었다. Hotel element를 추천해 준 그 한국인 아저씨는 또 이 곳에서 동행 분과 Beef curry and rice를 드시고 계셨다. 사람이 많아서 잠시 초우라스타 광장의 옥스퍼드 서점에 갔다. 살만한 책이 없나 둘러보는데.. 마땅히 필요한 것도 없고.. 오늘은 피곤해서 그런지 별로 눈에 들어오는 것도 없었다.

 

다시 Kalden으로 갔다. 한국인 아저씨들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 여전히 매우 바쁜 이 식당.. take out 주문량이 많아서인지, veg. fried rice 시켰는데 30분이나 지나서 나왔다.

 

 

 

 

 

한 반쯤 먹었는데 서양인 여행자들이 들어와 나와 합석했다. 오늘따라 서양인 여행자들이 참 많았던 Kalden. 다르질링에는 배낭 메고 단체로 온 서양인이 참 많았다. 부러웠다. 젊은 나이에 저렇게 친구들끼리 여행을 하다니... 난 언제 이렇게 친구들이랑 배낭 여행을 해보나~

 

내 앞에 앉은 서양인 남자는 내가 먹는 밥이 맛잇어 보였나보다. 무슨 메뉴냐고 묻더니 똑같은 메뉴를 종이에 적어 시켰다.

 

그나저나 참 양 많은 인도 밥.. 다 먹어볼까 하다가.. 양이 너무 많아 남길 수밖에 없었다. 사실 합석한 서양인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싶었는데 가게도 북적북적.. 머리가 아파서 그냥 나오게 됐다.

 

밥값을 계산하려 하니, 아저씨가 왜 남겼냐며 양이 많았냔다. 그러면서 자신의 brother가 아픈 지 3일 됐다고..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프다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셨다. 아저씨는 낯선 이방인에게 이런 이야기를 할 정도로, 손님으로 북적북적 이 바쁜 와중에도 머릿속에는 온갖 동생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랬구나... 심각한 병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동생이 얼른 낫길..!! 아저씨 힘내요!!

 

 

숙소에 가 보니 아이들이 벌써 와 있었다.

 

 

 

아이들에게 뭘 먹고 왔냐고 물어보니 피자를 먹고 왔단다. 그런데 너무 맛이 없었단다. 역시.. Glenary's는 그럴듯한 메뉴만 팔 뿐이지.. 진짜로 맛있는게 없다니깐!!

 

 

 

샤워하려고 뜨거운 물을 시켰다. 항상 우리에게 물을 가져다 주는 아저씨가 물 데우는 사이 잠시 복도에 있었다.

 

 

 

네팔리 아저씨가 포토를 원한다고 해서 찍어 드렸다. 참 자세가 경직..^^;

 

 

 

 

항상 뜨거운 물을 시키면 '가람 파니' 라는 힌디어를 말하곤 하던 아저씨.

 

이 아저씨를 볼 때마다 항상 안타까웠던 것은.. 호텔 주인 아저씨와 격차가 있는 것인지.. 아랫사람 티를 너무 낸다는 것.. 계급이 다른걸까? 너무 윗사람에게 굽신대는 것 같아서.. 솔직히 보기에 안타까웠다.

 

 

 

 

사진 찍는김에 아저씨한테 내 사진도 찍어달라고 했다. 아저씨가 셔터를 누르고 바로 카메라를 움직여서 자꾸만 사진이 흔들렸다. 그래도 시범을 보여주니 곧바로 좋은 사진을 찍어주신 아저씨:) 아저씨 앞에서 재밌는 사진이 나왔다. ㅎㅎ

 

아저씨가 데워주신 뜨거운 물 1통과 찬물 1통을 섞어서 샤워를 했다.

 

오늘 아침에 빤 빨래가 야외에서 말려서 그런지 하루만에 다 말랐는데, 아저씨가 내 빨래를 다 걷어 내 덥보따(Dupatta(두빠따) - 인도 여성들이 어깨에 두르는 천)에 싸서 방으로 배달해 주셨다. ㅎㅎ

 

 

샤워하고, 빨래 정리하고 침낭 안에 몸을 쏙 집어 넣는데, 지갑 같은게 만져져서 깜짝 놀랐다. 평소 지갑이랑 물건 관리를 잘 하는 편인데.. 침낭 안에 뭔가를 빠뜨리고 있었다는 생각에 정말 놀랐다.

 

뭔가 해서 꺼내보니 J와 S가 생일 카드를! 이런.. 언제 이런 예쁜 카드를 준비했는지... 아이들의 마음 씀씀이와 정성이 완전 고마웠다! (J는 살짝 마지못해 쓴 것 같긴 했지만 말이다. ㅋ 그래도 그 성의가 어디랴!!)

 

 

 

늦은 밤...

 

 

S, J가 먹을 것을 사러 가겠다고 호텔 메인 게이트 닫히는 10시에 임박하여 나간 사이, S 폰으로, S를 거의 양딸 삼으신 G와 통화하여 S의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상의하려고 했다. 마음대로, 자기 생각대로 말하고.. 그 생각을 기정 사실화 하는 것.. 말을 입에서 그냥 아무렇게나 내뱉는 것, 생각하지 않고 내뱉는 것.. 모든 것을 다 아는 척 하며 자기 주장이 너무 강한 것.. 등의 문제 상의하려고 했는데... G는 12시가 거의 다 된 시간에 전화를 하셨다.

 

아이들이 옆에 있어 S 문제는 결국 얘기 못하고.. G께 생일 축하해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G가 몸은 괜찮냐 물어서 약간의 감기 이야기를 했고, "혼자 몸 추스리기도 힘든데 아이들 둘까지.. 힘들죠?" 하셔서 조금 그렇다고 했다.

 

G 생신은 내일인 줄 알았는데 7일이란다. 얼마 안 남은 생신. 또 언제 통화가 가능할지 몰라서 미리 생신을 축하 드렸다. ㅎㅎ

 

 

늦은 밤. S와 J는 그간 센터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컸던 듯 여러 가지 불만들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특히 같은 또래 청소년 아이들과의 마찰과 부딪침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센터의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다. 어른들에 대해서도 불만이 참 많았던 아이들... 이 아이들의 마음이 공감되고 이해되었다. 당장 그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이렇게 불만을 밖으로 표출하면서라도 마음이 시원해졌으면 싶었다. 

 

 

일기를 쓰는 내내 Notre Dame De Paris OST를 듣는데 특유의 musical다운 곡조가.. 노래 선율과 하프(?) 첼레스타(?) 선율이 참 마음에 든다. 가장 마음에 드는 노래는 Un matin tu dansais. 아침의 dance라는 뜻인가? 어쨌든 노래의 배경 선율이 참 마음에 들었다. 내가 지금 만나고 있는 다르질링의 분위기와 딱 매치한다고 느껴졌던 선율. 이 노래를 배우고 싶다. (사실 나중에 알고 보니 가사 내용은 낭만적이면서도 좀 무서운데.. 어쨌든 나의 다르질링 여행을 낭만으로 만들어 주었던 노래니.. :) )

 

참! 생일 축하 기념으로, 다르질링 우체국을 통해 나에게 한국으로 편지를 부치고 싶었는데 깜빡! 뭐 날짜가 무슨 상관이랴~ 내일 쓰지 뭐!!

 

어쨌든 오늘은 5월 3일. 자축해본다. **야~ 생일 축하축하! Happy Birthday!! :-)

 

3 May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