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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행 8-1 | 다르질링(Darjeeling) 다섯째 날 - 생일 미역국 대신 티베트식 수제비, 카호리 뚝빠(Kahori Thukpa)
Olivia올리비아 2021. 12. 3. 14:03인도 배낭여행 중 - 다르질링(Darjeeling)에서의 다섯째 날
오늘은 새벽 5시까지 Morning health club 가서 Sikkim(시킴)이랑 Kanchenjunga(칸첸중가) 산 보려고 했는데.. 5시에 일어나 버렸고.. 졸려서.. 그리고 날도 안개가 꼈길래 그냥 더 잤다.
어젯밤 Notredame de Paris OST를 들었는데.. 호텔의 노랑 조명 아래 누워 음악을 들으니 참 낭만적이고 프랑스어 노래가 다르즐링이랑 참 잘 어울렸다. 노래가 너무 좋아서 뜨거운 물 시켜서 오는 동안에도 잠깐 듣고.. 호텔 주인에게 Toy train(토이 트레인) 시간을 물어보니 Ghoom(굼)까지 가는 기차가 10시에 있단다. 오늘은 생일이라 Toy Train 타보고 싶은데!!
굼은 보통, 사람들이 Tiger hill(타이거 힐) 다녀오는 길에 많이 간다고 해서.. 그리고 굼만 가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볼게 없을 듯 해서.. 그냥 Tibetan Refugee self help center(티벳 난민 센터)랑 Happy valley Tea Estate(해피 밸리 차 공장) 다녀오기로.
오늘은 생일. 생일인데 사소한 것에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고.. 말 안 하고 뚱한 표정의 J가 마음에 걸린다. 오늘은 아무래도 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오늘 아침밥은 자유롭게 먹기로 하자. "Momo(모모) 먹으러 갈 사람!" 했더니 S가 같이 가자 했고.. J는 말 없이 일어나 따라 나섰다.
10시쯤 Kalden cafe & restaurant에 도착했다. 언제나 다정다감한 주인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있는 그곳! 이 곳이 너무나 좋다!!
Kalden의 테이블. 솔직히 가게 내부는 썩 깔끔하진 않지만 음식이 너무나 맛있어서 그런 깔끔함 정도야 어느 정도 저절로 눈감게 되는 이곳.
샌드위치나 버거, 핫도그를 주문하면 주인 아주머니는 이 찬장에서 빵을 꺼내 음식을 만들어 주신다. 인도에서는 잘 쓰지 않는 휴지와 냅킨이 이 집엔 참 많은데, 샌드위치나 버거를 주문하면 꼭 냅킨에 싸 주셨다.
주인 아주머니와 아저씨와 어느 정도 친해졌다고 이제 주방 출입까지 하게 된 나. ㅎㅎ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어떤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너무나 궁금했다. 생각보다 깔끔했던 주방.
모모를 만드는 고기 재료가 있던 곳. 그리고 천장에는 순대가!! 와.. 순대를 발견하니 정말 신기했다(소시지였을지도...). 나라마다 음식 문화가 다르다고는 해도.. 이렇게 비슷한 것들도 있기 마련이구나!
오늘은 뭘 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오늘은 그동안 한번도 안 먹어본 모모가 당긴다. 사람들이 커다란 Momo(모모) 먹는 것을 여러 차례 보아왔던터라 그게 궁금하여 Big Momo를 시키려 하니.. 그 안에는 야채, 치킨 등이 함께 들었단다. 치킨이 들었다니.. 이건 못 먹겠구나..ㅠ.ㅠ 아무 것도 들지 않은 plain big Momo도 있긴 있었으나.. 속이 채워지지 않은 모모는 별로였고.. 일반 veg. Momo는 11시가 넘어서야 준비가 된단다. S가 원하는 Beef curry and rice도 준비가 안 됐다며.. 아저씨는 메뉴판에는 없지만 local people이 즐겨 먹는다는 Kahori Thukpa를 추천해 주셨다.
Kahori Thukpa를 준비하시는 아저씨. 아저씨의 손이 요술을 부리는 것처럼 보였다. 어쩜 저렇게 저 손에서 맛있는 음식이 탄생할 수 있을까.. 어쩜 음식이 하나같이 다 맛있을 수가 있을까!!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면서 가게 외부를 한번 찍어봤다. 이 집을 정말 못 잊을 것 같다.
얼마 후 나온 Kahori Thukpa. 아저씨에게 어떤 요리라고 물어보니 short noodle이라고 하셔서.. Vermicelli나 Macaroni 같은 작은 면일 줄 알았는데.. 우리나라 수제비 같이 생겼다.
(알고보니 Thukpa는 티베트 기원의 국물 면요리(Noodle Soup))
국물이 약간 짭짤. 그러나 생일날 아침 어머니가 해 주신 음식 같이 정성이 느껴지는 음식이었다. 밀가루 음식이라 소화가 안될까 걱정이긴 했지만 아저씨의 정성 덕분인지 정말 기분 좋게 잘 먹었다 :)
풍부한 채소가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다만 고수가 좀 더 풍부했으면 하는 바람이~
고기 좋아하는 S는 치킨이 들어간 Thukpa를 시켰다.
Thukpa를 먹고 있는데 어제 이 가게에서 만난 한국인 남자분이, Kalden에서 더 윗골목으로 올라가면 hotel Element restaurant이 있는데 거기 Momo와 수제비가 정말 맛있다며 추천해 주셨다. 또 다른 가게 하나도 말해 주셨는데.. 그건 잊어버렸다.. 여튼 Element restaurant은 Momo가 최고라며 한국어로도 '수제비'라고 써 있단다.
Thukpa로 어느 정도 속이 채워지자 또 다시 부엌이 궁금해진다. 아저씨는 반죽해 놓은 밀가루를 뚝뚝 끊어 모모피를 만들고 계셨다.
아저씨에게 오늘 먹은 메뉴의 이름을 정확히 알고 싶어 포스트잇에 적어달라고 부탁했다. Kahori Thukpa. 한국의 수제비와 같다. 세계 어딜 가나 다양한 식문화가 있으면서도 조금씩 비슷하면서 공통되는 음식이 있는 것 같다. 재료나 모양이나 약간이 차이는 있지만 말이다. Kahori Thukpa(카호리 뚝빠)는 생일날 아침 어머니가 해 주신 정성스런 음식 같았다.
갑자기 간밤의 꿈이 생각난다. 엄마랑 동생이랑 거실에서 과일을 먹으며 TV 보는 꿈을 꿨다. 엄마는 TV를 보다가 금방 졸으셨다. 여행 중 엄마 생각이 그렇게 나진 않았는데, 신기하게도 생일날 새벽에 이런 꿈을 꾼걸 보면 엄마가 그립긴 했나보다. 엄마랑 같이 있는 시간이 참 안정적이고 포근했던 따뜻한 꿈이었다.
한편 아주머니에게, 내 생각에 이 가게가 굉장히 오래된 것 같다 하니 3 generation이란다. 다른 곳에는 없는 오직 이곳에만 있는 곳이라며 아주머니의 자부심이 대단했다. 아저씨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로부터 시작했던 이 가게는 거의 100년 정도 됐단다. 와.. 맛있으면서도 전통이 있는 가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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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100배 즐기기> 책을 보니 우리가 간 hotel Penang restaurant, 우리가 묵고 있는 Hotel pagoda, Glenary's Bakery 등 우리가 갔던 곳들이 모두 가이드북에 나와 있었다. 가이드북이야 뭐 개인의 견해지만, 맛집으로 나와 있었던 Glenary's는 솔직히 별로.. 맛있다는건 모르겠다. 오히려 가이드북에 Kalden 같은 Local 현지의 맛집이 소개되어 있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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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비, Thupa를 맛있게 먹고 나왔는데, S가 휴대폰이랑 지갑을 안 가져왔다길래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오늘은 티베트 난민 센터에 차 공장까지.. 걸어야 할 거리도 꽤 될테고 차 밭에 가면 어쩌면 일손을 돕게 될수도 있다는 생각에 호텔 들어간 김에 쪼리에서 운동화로 갈아 신었다.
가이드 북을 좀 살피다가 Glenary's에서 후식 좀 먹고 체력 보충한 뒤, '걸어서' 티벳난민센터, 해피 밸리 가기로 했더니 S가 call~! (택시를 타고 그곳에 갈수도 있었지만 지도를 보니 걸어가도 되는 거리였고, 내가 걷는 것을 좋아하는터라 아이들에게 걷기를 제안했다.) 그러나 ㅓ는 좋다, 싫다 말도 없이 또 말 없이 따라오길래 답답한 마음에.. 어딜 갈거냐고 의사를 물으니 대답이 없다. 또 한번 물으니 "길을 잘 몰라요." 그래서 어떻게 할 계획이냐 물으니 "그냥 따라 갈건데요." 하고 시무룩하게 말한다.
휴... 오늘만큼은 그래도 생일인데 J 때문에 우울하게 보내고 싶지 않은데..... JM이 왜 그렇게 J랑 Auroville(오로빌)을 함께 가지 않겠다며, 울면서까지 '난동'을 부렸는지 이제야 이해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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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가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대서 Nehru road의 소시지, 치즈 파는 가게에 들어가니, 어느덧 J도 옆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있다. J도 참.. 자신도 불편하고, 우리가 자신 때문에 불편해 하는 것도 알고.. 다 알면서도 그래도 꿋꿋하게 '함께' 다니고 있으니 대단하게 느껴지면서 한편으로는 기특하다.
난 치즈에 관심이 있어 커다란 치즈 어떻게 파냐고 물어보니 100g당 Rs.28란다. 한화 약 700원 정도. 정말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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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가 인터넷 하러 Glenary's 간다길래.. 난 J랑 최대한 벗어나 내 시간을 갖고자 Chowrasta(초우라스타) 광장에 있는 한 카페, Fiesta에 가 있겠다고 했다. J가 계속 말을 잘 안 하는데.. J랑 말을 하고 싶지 않았고.. 이제는 도리어 내가 J에게 토라진 격이 되었다. 내가 아무리 언니고, J를 챙겨야 할 입장이긴 했지만 사실 J도 너무하고 있다. 그래도 오늘은 그나마 조금씩 말도 하긴 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답도 잘 안 하는 것.. 수동적인 것.. 뚱한 표정을 견딜 수가 없다. 마음이 너무 지쳤다. 혹시 J의 마음이 풀려 S랑 가까이 하게 된다면, 난 그냥 쿨하게 혼자 다닐 생각. S가 나랑 따로 다닐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ㅋㅋ;; 이건 또 무슨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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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wrasta(초우라스타) 광장에 있는 카페 Fiesta.
초우라스타 광장.
cafe Fiesta의 1층 테라스.
전망이 좋은 2층에 앉아 Mochaccino 모카치노를 주문했다. 한 잔에 채 Rs.30 한화 약 700원 정도인 저렴한 가격의 모카치노. 맛을 보니 인도 특유의 밀크커피 맛이.. 이 특유의 맛은 아마 우유 때문이리라.. 인도 우유가 한국 우유보다 더 단백질과 지방 함량이 높아 날이 더우면 Curd(커드)가 잘 된다. 한마디로 응고가 잘 된다.
창 밖으로 비둘기가 앉아 있다.
Fiesta에 와서 간만에 호적하게 내 시간을 보낸다. 일기도 쓰고.. 사진도 찍고.. 근데 난 현재를 즐기고 싶은데 자꾸 과거만 회상하고 집착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일기를 쓰고 있는 것도 그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겠지... S처럼 즐거워하고, 현재를 느끼며 행복하고 싶다. 웃자!! ^ㅡ^
초우라스타 광장을 내다본다. 참 많은 사람들이 광장 의자에 앉아 햇빛을 쬐고 있다.
한편 이곳, 다질링의.. 동양인 같이 생긴 남자들의 스타일이 독특하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뒷꽁지머리를 기르고, 머리 정수리는 예전의 독특했던 Beckham(베컴)의 닭벼슬 헤어 스타일처럼 살짝 올렸다. 그리고 언제나 맨질맨질한 가죽(?) 점퍼와 엉덩이가 늘어진 헐렁걸리는 청바지를 입고 다니며, 두 손은 꼭 청바지에 찌르고 다닌다. 여기만의 독특한 스타일인 듯.. 인도 다른 곳에서는 전혀 보지 못했던 스타일이다. 정말 이들은 인도 사람들처럼 안 생겼다. 혹시 다른 나라 관광객들인 것인가!! 꼭 몽골(?), 베트남(?) 사람들처럼 생긴 이들의 출신이 참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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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esta 카페에서 다질링 여행 일정 내내 찍은 사진을 구경하며 정리하다가, 어느덧 S와 약속했던 1시간이 넘었다. 오늘은 타국에서 맞는 내 생일인데, 미역국은 못 먹었지만 어머니의 음식 같이 푸근한 아침 - Kahori Thukpa(수제비) - 을 대접해 준 Kalden 아주머니, 아저씨가 너무 고마워서 돌아가는 길에 그 분들께 쓴 편지를 Kalden 식당에 가서 전해 드렸더니 무척 기뻐하셔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 :)
아이들과 만나기로 한 Glenary's에 가보니 아이들이 벌써 갔는지 안 보여서 호텔로 돌아가기로 한다.
한편, Fiesta를 찍는 도중 우연히 찍힌 사진 오른쪽의 한 porter(포터). 다질링의 길거리를 걷다보면 언제든 이렇게 무거운 짐을 머리에 이고 가는 포터들을 만날 수 있었다. 사진 속 포터의 짐은 정말 가벼운 축에 속했다. 대부분의 포터들은 걷는 것이 힘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무게와 부피의 짐들을 머리에 이고 다녔다. 이들이 하는 일이 정확히 무엇일까?
노란 쌀푸대 자루 같은 것을 져 나르던 그들.. 무엇을 운반하고 있었을까?이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하루에 얼마나 벌까?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는 것일까...?
다르질링의 길거리에서 꼭 한번쯤은 마주치게 됐던 포터들.. 이들의 가쁜 숨소리를 듣노라면.. 가뿐했던 내 걸음걸이가 무거워지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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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로 돌아가는 골목.
또 등짐을 져 나르는 포터를 만나게 됐다.다르질링에서 포터라는 직업은 굉장히 흔한 직업일까? (다르질링이라는 동네 자체가 언덕 동네라서 무거운 물건들을 나르기가 쉽지 않아, 포터라는 직업이 자연 발생적으로 어느 계층을 축으로 생겨났을 것이라고 추측)
발걸음이 또 무거워지면서.. 한편, 이들의 노동하는 뒷모습이 멋지다는 생각을 한다. 또 한편으로는 그 뒷모습이 참 쓸쓸해 보여서 마음이 짠했다.
그렇게 사진을 찍고 있는데, 이번에는 박스 상자들을 어깨에 멘 아저씨가 지나간다. 그러나 포터의 느낌과는 달랐던 이 아저씨. 이 사람은 그냥 잠깐 짐을 나르고 있을 뿐인 사람처럼 보였다.
참 아름다운 담벼락. 어쩜 담을 따라 이리도 아름다운 꽃들이 꽃을 피웠을까.. 덩굴성 식물들의 환경 적응력이란... 참 대단하다.
유난히도 다질링의 담벼락에 많이 자라고 있는 흰.분홍 꽃들. 꽃들 덕분에 약간은 침침한 골목길이 더욱 화사해졌다.
그러다 발치에 피어 있던 이 꽃이 너무 아름다워 보여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데, 안경을 쓴 어떤 아저씨가 지나가다가 나를 보더니, 담벼락에 핀 흰.분홍 꽃들이 Nepali로 '둥그리 풀 '이라며 가르쳐 주신다. 그러면서, 그 꽃은 코에 nose ring 하는 것과 닮아서 nose ring flower라고도 한단다. 이렇게 알게 된 식물 이름이 너무나 반갑고 신기하여 글자로 써 달라고 부탁하자, 아저씨가 포스트잇에 'Dungri Ful'이라며 힌디어와 영어로 써 주셨다.
꽃을 계기로 아저씨와 잠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아저씨는 반가워 하면서, 한국에 2번 갔었는데, 이태원에서 꽤 오랫동안 English Army 했었단다. ('이태원' 이라는 단어를 정말 정확하게 말씀 하셨던 아저씨! 놀랐다!) 와.. 다르질링에서 한국에 다녀온 인도인 아저씨를 만나게 되다니!! 세상은 정말 좁고 사람은 다양하다!!
(Darjeeling 다섯째 날... to be continued...)
3 May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