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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행 6 | 다르질링(Darjeeling) 셋째 날 - 오늘도 사람을 통해 관계 맺음에 대한 공부를 한다.
Olivia올리비아 2021. 12. 3. 11:19인도 배낭여행 중 - 다르질링(Darjeeling)에서의 세번째 날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 잠들었던 자세 그대로였다. 쥐 죽은 듯이 잤나보다.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프고, 배가 아팠다.
S, J는 아침밥 먹으러 나갔고.. 나 혼자 있는데 카메라 배터리 충전 하겠다고 잠깐 이불 밖에 나갔더니 추운 공기에 머리가 더 아프고 열도 난다.
이불 속에 들어가 가만히 누워 있으니.. Toy train(토이 트레인) 경적 소리가 들렸다. 크긴 크다. 경적소리. 다르질링 역이 가깝긴 하지만.. TV에서 듣던 경적 소리를 이렇게 가까이서 들을 수 있다니!! 기분이 좋다! 근데 머리는 아프다.ㅠ.ㅠ
아이들이 언제 올지 몰라서.. 문 열어주려고 잠은 자지 않고 그렇게 토이 트레인의 경적 소리, 교회 종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누워 있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J가 돌아왔다. S는 인터넷 한다고 Glenary's cafe에 있다면서 J 혼자만 왔다. 어쨌든 J가 돌아왔으니 이제 잠을 자도 되겠다 싶었다.
참, J가 휴대전화를 놓고 갔는데 J 폰이 울려서 받아보니 스텝 K셨다. 스텝 K 말씀에.. S와 나만 이야기 해서 J가 소외감을 느꼈단다. (어제 J가 돌연 열쇠를 달라고 하여 혼자 숙소에 돌아갔을 때, J가 엄마한테 전화한 모양이었다.) 스텝 K는, J가 삐지면 말을 안하는 스타일이라.. 나랑 S가 얼마나 힘들까 짐작했다고 하셨다. 그래서 J랑 잘 맞춰서 잘 놀다 가겠다고 말씀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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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니 3시. 또 머리와 배가 아프다. 그래도 인터넷을 사용하여 출금 신청을 해야 하기에 기운을 내어 일어났다.
S에게 인터넷 하고 금방 오겠다고 하니, 컴퓨터에 한글 패치를 깔아야 한다며 자신이 깔아놓은 폴더를 알려주더니.. 결국엔 그냥 같이 가잖다. J도 일어나 Momo(모모) 먹으러 Hotel Penang restaurant 가자고 하여 호텔을 나서는데 주인 아저씨가 내 얼굴을 보더니 어디 아프냐면서 약 있냐고 걱정스럽게 물어본다. 참 친절하신 주인 아저씨! 혼자 하는 여행도 아니고, 아픈게 더 심해지면 난감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친절 가득 미소 푸근 아저씨를 보니 갑자기 든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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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도착한 페낭 레스토랑. 밥 생각이 별로 없어 난 그냥 핫초코 한잔 마셨다. 근데 몸이 아프니 또 라면 생각이.. 인도 라면이라도 사서 뽀글이를 해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밥을 다 먹고 J는 호텔에 먼저 간다고 해서.. S랑 Glenarys Bakerty cafe에 인터넷을 하러 갔다. S랑 손을 잡고 갔는데, S가 이게 좋았나보다. 한국에서도 언니 손 잡고 이대 거리 걸었다면서 좋은 기분을 표현하는 S^^
카페에 가서 인터넷을 하는데.. 한글 쓰기는 안 됐지만, 읽기는 되어 가까스로 출금신청을 하고.. S는 메일을 쓰겠다고 wirting 한글 패치를 깔아보려고 노력하는 사이.. 난 약 사러 약국으로.
어제 S랑 같이 걸었던 길인데 혼자 걸으니 참 길게 느껴졌다. 약국 가서 fever, headache, stomachache 설명하니 3가지 약을 주었다. 약 값은 Rs.150 와.. 생각보다 비싼 약값!! 이것 때문에 밸런스가 확 줄었다.
속이 아프니 바나나라도 먹으려고 바나나 사러 시장 갔는데 여기는 토요일에 상점이 닫나보다. Chowrasta(초우라스타) 광장 가는 길목 빼고 대부분의 상점이 닫혔다. 그래서 결국 바나나는 못 사고... 시장 쪽에서 가파른 계단을 올라오고 있는데, 어떤 청년들과 눈이 마주쳤다. 그래서 간단히 눈인사를 하고 지나치려는데 그 청년 중 한 사람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이름이 뭐냐고 묻더니 자신의 이름도 이야기 했는데.. 익숙치 않은 인도인 이름이라 그 청년의 이름은 잊었다.. 근데 외국인이 신기했던 모양인지 내게 호감을 보이며 손까지 잡았는데.. 한국에 있던 나였다면 성큼 이렇게 외국인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 수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갑자기 들었다.
다시 Glenarys 카페 와서 인터넷 요금 계산하고..(S는 결국 한글 wirting 패치 성공 못 했단다.) 어제 police 청년이 밀크 커피를 사주었던 초우라스타 광장 근처 cafe kalden restaurant 가서 beaf Momo 테이크 아웃(S 말에 오징어 맛이 난다는 것 봐서 우스지를 넣은 듯 싶었다.) 하고, S가 밀크 커피 1잔을 마셨다. 진짜 맛잇다며 행복해하는 S^^ 그러더니 "비프 모모 맛있어요." 하고 한글로 써서 식당 주인에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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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호텔에 돌아오는 길에 S는 치킨.. 어쩌고 요리를 먹고.. Nehru road에서 라면을 사려고 꽤 깔끔한 어떤 가게에 들렀는데..
소시지를 써는 아저씨가 있어 S가 사진을 찍었다. 이곳에선 각종 고약한 냄새 나는 치즈도 팔고, 소시지도 팔고.. 이야.. 기후가 서늘하니 치즈가 다 있고~ 정말 신기하구나!! 확실히 남쪽과 너무나 다른 인도 모습. S와 계속 Darjeeling에 대해 감탄하며 여기 살고 싶다는 말을 했다.
그렇게 아저씨를 구경하고.. S는 어느새 딸기 아이스크림을 사먹었고, 난 veg. Ramen을 하나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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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들어가기 전에, 호텔 근처 Big Bazaar에도 들러서 이것저것 구경했다.
Big Bazaar는 귀걸이. 청바지, 헤어 아이템 등등.. 수많은 공산품들과 브랜드 매장, 영화관, 문구점 등이 들어서 있는 현대적인 대형 쇼핑몰이었다.
옷에 관심 많은 S가 매장 직원 눈치를 보더니 사진을 찍었다.
S랑 나는 죽이 잘 맞아서 신발, 옷 등 보면서 "이렇게 입으면 어떻고, 저렇게 입으면 예쁠텐데.." 하는 이야기를 나눴다. (꼭 '트렌드 리포트 필' 같았다. ㅋㅋ) 옷이나 신발 가격은 대부분 한국이랑 비슷했다. 정말 인도 같지 않은 이곳..
이렇게 converse 운동화도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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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돌아와 지출 내역을 정리하는데.. J는 또 계속 뾰루퉁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엄마한테 전화를 했고.. 화장실에 들어가서 대성통곡을.
J가 울음이 멈추길 기다렸다가.. 앉아보라고 하여 이야기 하는데.. 또 대답을 잘 안 한다. 그러더니, "내가 왜 삐졌을 것 같아요?" 하면서 굉장히 심드렁 하고도, 화난 목소리로 두 번이나 물었다. 완전 S랑 나랑 죄인인 듯 몰아가는 분위기.
S와 나만 말해서 소외감을 느꼈냐고 물으니, "굳이 말로 해야 한다면 그래요." 라고 대답했다. "그럼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어?" 하고 물으니.. 또 대답을 안 한다.
J가 대답을 안 하기도 했고.. J가 너무 자기 중심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길래 거꾸로 S에게 J에게 그간 섭섭했던 것을 말해보라고 했더니, 대답을 안 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도 섭섭했던 것 - 대답 안 하고 표정 어두운 것 - 을 이야기 했다. 그랬더니 잠잠했던 J.
그리고 난 뒤.. 사람은 살아온 환경이 다르기에.. 이건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맞춰가야 할 문제라고 이야기를 해줬다. 스텝 Y도 처음엔 모두가 이해하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선생님 마음 속에 악의가 있기보다, 그냥 그 사람 스타일이 그렇다는 것을 인정하게 됐고, 결국 사람들이 서로 잘 맞춰 살아 마지막엔 스텝 Y가 한국으로 떠난다고 아쉬워하고 우는 사람도 있지 않았냐고. S랑 나랑 앞으로 J랑 잘 맞춰서 여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하니.. J는... "노력한다는게 웃긴 것 같아요." 라고 했다.
휴...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동딸이고 온실 속 화초처럼 커서 자기만 알고 참 자기 중심적이었다. 꼭 비교를 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물론 S도 아직 어린 모습이 많이 남아 있지만.. S는 아버지도 돌아가시고.. 쉽게 자라지 않아서 그런지 남을 생각할 줄 알고 많이 성숙한데 말이다.. (성숙하다 못해 조숙했다.)
S는 나나 자기나 자매가 있기 때문에 통하는 코드가 있지만, J와는 좀 핀트가 안 맞는게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리고 J가 S에게, S가 언니라서 기대하는 것도 있고.. 언니라서 다 받아주니까 때론 너무 무례하게 대할 때도 있다고..
암튼 J 기분도 풀겸, S랑 cafe Kalden 가서 데이트 하고 오라니까 끝까지 안 일어나서 S가 혼자 가겠다기에.. 어느덧 밤이었고 밤길에 혼자 보내기 위험해서, 결국 J는 또 호텔에 혼자 남고 S랑 나랑 둘이 나가게 되었다. J를 혼자 남겨 두기가 좀 그랬지만.. 굳이 이 밤에 나가겠다는 S를 말릴 수가 없었다. 저녁을 안 먹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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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으로 향하면서 S에게 내가 이야기 하는거 어땠냐고 물어보니 많이 direct 했단다. 충격을 줄 필요가 있다 생각하여 그렇게 했다고 하니, S의 어머니도 그럴 때 있었다면서.. 그렇게 하면 충격은 되지만 결국은 혼자 곱씹어보게 되고, 자신의 잘못이나 유치함을 알게 된다고.
휴.. 어쨌든 이 대화가 J에게도 긍정적인 일이 되길. 이번 여행을 통해 J가 자신을 보고 깨닫길.. (J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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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cafe Kalden 도착.
S가 J 위해 밀크 커피 사다 준다고 챙겨온 컵에 밀크 커피를 주문했다. 테이크 아웃이 될 줄 몰랐는데, 우리의 부탁에 의외로 쉽게 해주셨던 주인 아주머니~
그리고는 S가 밀크 커피 1잔이랑 egg sandwich 먹겠다길래.. 나도 속이 허하여 veg. chowmein을 먹었다.
S의 샌드위치와 밀크 커피.
내가 주문한 veg. Chowmein. 차우멘은 약간 짭짤하면서 맛있었는데.. 어느 정도 먹으니 소화가 또 안 됐다.
S는 나랑 둘이 있던 시간이 좋았는지.. 여러 이야기들을 했고, 한가지 고백할 사실이 있다면서... JM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털어 놓았다. 이건 J에게도 비밀이란다. S도 누군가를 좋아하는 10대 사춘기의 풋풋한 소녀였구나~^^ S의 짝사랑 이야기를 들으니, 아.. 내 어린 시절은 어땠지..? 어린 시절 내 추억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더니 S는 비밀을 폭로한 기념으로 오늘 밥을 쏘겠단다. 이런.. S가 음식 값을 요즘 너무 많이 쓰는 것 같아.. 여행 끝날 때까지 돈 관리를 과연 스스로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긴 했지만.. S가 워낙 기뻐했고, 음식 값도 한국 돈으로 700원 남짓이었으므로, 이날 음식 값은 그냥 S가 내도록 두었다.
그리고 몇 번 봤다고 벌써 친해진 이 식당의 주인 아저씨가 noodle을 한글로 써 달라기에 '국수, chowmein - 볶음국수' 라고 쓰고, 이 가게 very very nice라고 쓰니 아저씨가 기분 좋아하셨다^^ 주인 아주머니도 우리에게 친근감을 느끼셨는지 한국 드라마, Boys before flower(꽃보다 남자)도 자랑이시다. 풍채 좋으신 아주머니와 근육질의, 언제나 캡모자를 쓰고 일하시는 아저씨~ 이들이 참 정겹게 느껴졌다. :)
주인 아주머니, 아저씨와 대화를 나눔으로써 이 가게에 더 친근감을 느낀 S가 내일 아침에도 여기 오자고 하여 아저씨에게 오픈 시간을 물어보니 8:30~9:00 사이에 가게 문을 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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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호텔로 돌아오는데.. 길이 굉장히 캄캄. 9시만 되면 여기 대부분 상점이 문을 닫는다.
불 켜진 구멍가게에서 과자와 음료수를 샀다. 가게 주인 언니가 서양인처럼 예쁘게 생겼는데, 어디 출신이냐고 물어보니 의외로 Darjeeling 출신이란다. 아리아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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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와서 지출 내역 계산을 했다. S는 먹는 데에만 벌써 Rs.1,400를 썼단다. S가 돈을 헤프게 쓰는 것 같아 걱정이다.. 먹고 싶은 것들을 잘 먹는 것은 좋지만.. 소비도 계획적으로 해야 하는데.. 점점 걱정이었다.
한편, J에게 사 온 과자를 내미니 J가 배고팠는지 잘 먹었다. 그러나 여전히 말은 없다.. 휴.. 이래서 pastor L의 두 아들이 한편 J를 힘들어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번외편.. 그냥 이런저런.. 소소한 것들
S와 다르질링이 너무 좋다며, 여행이 사람을 크게 하는 것 같단 이야기를 했다. 헤르만 헤세.. '사람은 알에서 깨어난다' 라는 말을 S가 했다. 새로운 세상,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보며 나를 알아가고 나를 깨닫는다.
S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일기를 참 열심히 쓰는 우리들. 이곳에 와서 많이 깨닫고 있고, 배움이 많다. 사람들과 이야기 하고 접촉하는게 재밌다.
이곳 남자들은 남인도 남자들처럼 느글거리지 않는다. (눈빛이 느끼하지 않다. ㅎㅎ 네팔리들이 함께 살아서.. 남인도인들이랑 정서가 좀 달라서 그런가..) 이곳 개들은 대부분 복실 강아지. 살이 쪄 있다. 이곳 사람들은 영어를 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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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가 내 모습을 그림으로 그린다. 고마웠다. S는 내가 춥다고 하면 이불을 덮어주고.. 발이 차다고 하면 서슴 없이 발도 따뜻하게 감싸주고.. 이것저것 세심하게 배려해주고 신경 써주니 정말 고마웠다. S가 나보다 더 낫구나!!
S는 참 긍정적이며, 항상 웃고, 사람들에게 좋은 말을 해준다. J에겐 공주라고 부르고.. 내가 하는 일엔 참 많은 관심을 보이며 대체 못하는게 뭐냐며 비행기를 태운다. ㅎㅎ S의 이런 남을 기분 좋게 하는.. 남들과 관계 맺는 방법을 잘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S에게선 배울 점이 참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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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랑 종종 통화를 하는 S는 센터의 돌아가는 상황을 잘 알고 있었고.. G가 우리 여행 중 무슨 문제가 있느냐며 말해 보라고 했단다. J가 우리 센터에 전화해서인지.. 마침 생활 나눔을 하고 있던 센터에서는.. 여행 중인 우리와 J의 이야기를 했나보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둘이만 이야기하는 우리가 잘못하는 것으로 보이겠다 싶었다.
J는 뭔가를 먼저 하는게 아니라 자꾸 누가 먼저 해주길 원하는게 문제.. S도 '꼰좀(a little bit)' 스트레스 받는다며, 그 스트레스를 그림과 색칠공부로 풀고 있단다. 바람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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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땐 <지와 사랑>, <좁은 문>도 읽곤 했는데.. 고전을 읽고 싶다. 아~ 정말이지 책 보고 그림 그리며 다질링의 한 카페에서 쉬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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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는 'Nice Time'이란 과자가 있다. 별로 맛이 없어 보였는데.. 하도 달달한 과자에 질려 좀 플레인해 보이는 이 비스킷을 사봤는데, 맛이 한국의 '빠다 코코넛'과 비슷. 찰라 바군디! (very good!)
한국에선 과자를 안 먹는데, 인도에선 과자가 너무나 맛있다. 더운 기후 탓에 자꾸만 과자가 당기는 것이다. 거꾸로 다질링은 날이 추워서 단게 당기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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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를 5글자로 이야기 하면? S : 배 많이 고파. / 닐루 까왈리(물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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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건 아까 낮에 S가 혼자 인터넷 카페에서 돌아오면서 찍은 사진이다.
사람들이 무슨 시위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힌디어 리딩은 되지만, 아직 뜻들은 잘 모른다..ㅠ.ㅠ 혹시 Gorkhaland 독립 시위일까..?
수많은 시위 행렬.. 이 사람들은 대체 뭘 위해 이렇게 행진하고 있었던 것일까?
환상적인 다질링의 풍경.. 어디에 카메라를 들이대도.. 그것은 곧 풍경이 되고 그림이 된다.
1 May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