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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다질링(Darjeeling)에서의 둘째 날.

 

날이 밝았고, 닭이 울길래 6시가 넘었나 했더니 아직 5시다. 6시쯤 되니 붉은 빛 해가 Darjeeling(다르질링)을 은은하게 비추고 있다.

 

 

 

나가서 이 멋진 풍경을 사진에 담고 싶지만 너무 추워서 창문을 통해 사진을 찍는다. 멀리 구름 아래 희미한 산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와.. 높긴 높은 곳이구나...

 

 

 

 

저기 몸을 웅크리고 있는 저 개가 문득 부럽다는 생각을 한다. 개 팔자가 상팔자라더니...ㅎㅎ; 저 개는 얼마 동안의 세월만큼 이 멋진 곳에서의 아침을 맞았을까! 왠지 다질링의 개들은 깨끗하고 건강할 것만 같다. 날씨가 쾌적하여 벌레도 덜하고.. 이런 건강한 자연, 아름답고 깨끗한 자연.. 자연의 향이 느껴지는 이곳에서의 삶을 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저 개의 뒷모습은 왠지 외롭고 쓸쓸해 보이기도 한다. 왠지 우리네 고독을 닮기도 했다.

 

 

다질링.. 와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고, 꿈만 같고.. 기분이 좋다. 

 

아침에 일어나 거의 한 3시간 동안 어제의 일기를 썼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릴까.. 생각을 하면서 쓰니 오래 걸리는 것이다.

 

몸이 추운데 S는 반팔, 반바지를 입고도 안 춥단다. 그런데 난 점퍼를 다 껴입고도 무척 춥기만 하다. 추운 기후 탓에 몸이 움츠러들어 내장 기관이 수축하여 정지한 느낌마저 들었다. 따뜻한 차를 많이 마셔야겠다. S 같이 추위를 안 타는 체질이고 싶다. S도 몸이 많이 찼는데 한약을 먹고서 나아졌다면서, 한국에 돌아가면 괜찮은 한의원을 소개해 주겠단다. 우리 동네에 있다면서.. ㅋㅋ 역시 동네 주민이라서 느껴지는 이 연대감~

 

 

아침에 S가 배고프다며 J를 깨워 씻고 밥을 먹으러 가자고 하여 J를 깨웠다.

 

오늘은 기분 좋은 J.. 그러나 계속 춥다고 땡깡을 부리면서.. 씻기를 지체하고 시간을 지체한다.. S가 계속 J를 어르면서 힘들어했다. J가 씻는 동안..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S에게 J를 너무 받아주지는 말자며, 기분 상하지 않게 J의 어리광을 고치자고 했다. 여행은 혼자가 아닌 세 사람이 함께 하는 것이기에.. 우리가 J를 무한정 받아줄 수도 없고, J의 모든 기분과 감정에 맞춰 행동하며 'J 중심'의 여행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참! 아침에 여권 사본으로 이 호텔, 투숙자 등록했다. Kolkata(콜카타)에서 여권이 없어 호텔 방 하나 잡지 못해 난감해 했던 우리.. 그러나 다르질링에서 하룻밤을 무사히 자고.. 여권 사본으로 투숙객 등록까지!!

 

아저씨가 아침에 여권을 달라고 해서 떨리는 마음으로 여권 사본을 드렸는데.. 아저씨는 아무 문제 없다는 듯이 그 여권번호와 우리의 비자 번호를 기록했다. 와.. 정말 일이 생각했던 것보다 이렇게도 간단하게, 쉽게 풀리는구나... 하나님(크리스천 하나님이라기보다.. 그냥 신..) 감사합니다!!! ^^

 

  

인도 배낭여행 꿀팁! Tip!

 

나중에 인도 여행을 하면서 안 사실이지만, 아주 일급 호텔이 아니라면 여권 원본을 요구하는 곳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다들 경찰서에 제출해야 한다면서(호텔이나 게스트 하우스 영업하는 사람들이 신고하는 무슨.. 그런 제도가 있나보다.) 여권 원본을 보여줘도 그걸 하나씩 다 복사하곤 했다. 그래서 나중에는 아예 여권 사본부터 보여주고.. 그대로 그 복사본을 매니저들에게 주었다. 인도 여행시 여권과 비자 복사본을 미리 만들어 놓으면 참 편리하다! 여권 원본을 가방에서 자꾸 꺼냈다 넣었다 하지 않아도 되므로 정말 편리!

 

 

콜카타에서는 다소 지레 겁을 먹었었지만, 무대뽀 심정으로 당당하게 여행하니 세상 안 될 것 하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런 것이다. 우린 인도라는 환경 안에서.. 무엇인가에 대해서 미리 앞서서 염려하거나 걱정하지 않고, 주어진 상황 속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하며... 그때그때 대응해 나가는 법을 배웠던 것이다.

 

우리는 항상 미래를 앞서 예측하며(그것도 부정적인 쪽으로), 그 미래를 접해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을 것들에 대해서 붙들고 염려하며, 지금 이 순간의 현재를 충실히 살기보다는 미래를 사는 경향이 강하다.

 

음.. 내가 관계 맺었던 대부분의 인도인들은 내가 초조한 모습을 보이면, "Everything's will be fine. God will know. Don't worry. Shanti, Shanti 샨티 샨티(peace, peace) slowly, slowy." 라고 말하곤 했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 중 어떤 인도인들은 과연 미래를 대비하고 살긴 사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나치게 태평해 보이고 안일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미래를 대비하느냐, 오늘을 그냥 되는대로 살고 있느냐가 아니라, '현재의 마음가짐'이다. 지금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내 마음가짐 말이다.

 

미래는 분명 '대비'해야 함이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린 미래에 일어날 '일의 결과'까지 우리가 붙잡고 주관하려고 하기 때문에.. 항상 불안과 초조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난 인도인들의 마음가짐과 생각이 훌륭하다고 생각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왜 인도인들은 그렇게 다들 철학적일까... 하물며 길거리의 걸인들조차 말이다. 그들이 가진 종교의 교리 때문일까..?문화 때문일까? 자연환경?

 

하지만 일단 의문은 접어두고, 그들의 사고방식과 생각을 받아들여 내 삶에서 실천하고 싶다.

 

 

9시 반쯤 집을 나섰다. Hotel penang restaurat 가서 밥을 먹으려 했으나 오픈 시간이 11시라고 하여 시내 중심가로 이동, 'Hasty Tasty'라는 세계 각국의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에 갔다. rhyme(라임)을 이용한 언어 유희적인 식당 이름.. ㅎㅎ

 

 

 

 

와.. 레스토랑에 들어갔더니 북적거리던 골목과는 달리, 입구 반대편으로 환한 창이 나 있었고, 그 아래로 거리 풍경과.. 집들 그리고 구름.. 하늘이 펼쳐졌다.

 

 

 

 

지붕에 무슨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잘은 모르겠지만 이곳에는 네팔에서 온 사람들이나 티벳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 아마 티베트 불교나.. 다른 어떤 종교를 상징하는 그런 깃발 같았다.

 

 

 

 

거리 풍경.

 

굉장히 이국적으로 느껴지는 이곳도 Churidar(추리다)와 Saree(사리) 입은 여인들이 살아가고 있는 인도...

 

 

 

 

Hasty Tasty restaurant 전경.

 

 


 

세 명이 먹을 수 있는 Darjeeling tea(다르질링 티)를 시키고.. S는 커티지 치즈가 들어간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S의 치즈 샌드위치는 진작에 먼저 나와서 S가 이미 다 해치웠는데, J와 내가 시킨 veg. biryani(베지 비리야니 - 향신료와 밥, 채소를 넣고 볶은 볶음밥)은 주문한지 한참 되도록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바깥 경치 구경.

 

마음을 사로잡았던 창과 바깥 풍경.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내 눈높이에 있는 구름과 마을 전망.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경치.

 

밖에 잠깐 나가서도 거리 구경을 좀 했다. (사실 J가 뾰루퉁해 있고, 또 말이 없어서.. 답답한 마음에 나오기도 했다.) Chowrasta(초우라스타) 광장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왼쪽엔 가게들이 늘어서 있고, 오른쪽엔 다르질링의 차나 옷, 가방, 우산 등을 파는 노점상들이 즐비했다.

 

 

 

 

드디어 나온 밥! 주문 후 한참 후에 나왔다. view가 좋고 맛있는 집이라 사람이 많아서 그랬겠거니 싶기도 했지만.. Hasty Tasty라는 식당 이름과는 다르게 거의 slow food 수준이었다. ㅎㅎ;

 

veg. biryani는 좀 늦게 나오긴 했지만 안에 clove(정향), 후추, Kissmiss(키스미스, 건포도의 일종), 두부(라고 생각했지만 paneer(파니르 - 인도식 cottage cheese)였을 가능성도 있다.)가 들어간 고급 비리야니였다.

 

각종 향신료들이 통째로 들어있어 중간중간 그 향신료가 씹힐 때마다 강한 맛에 내 미각이 아찔해지기도 했지만, 두부(?)였는지, paneer였는지.. 그게 참 맛있었다! (아직까지 그게 두부였는지, 파니르였는지 정확히 모르지만, '역시 기후가 서늘하고, 다른 인종들이 모여사니 남인도에서는 볼 수 없었던 두부도 있긴 있구나.' 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우유와 함께 나왔던 Darjeeling tea. 다즐링 티는 적은 물에 너무 많은 차를 넣어서 썼다. 우유와 설탕도 같이 줬는데 mild하게 마실라고 그렇게 줬구나. 그런데 tea 자체가 그닥 좋은 품질의 tea는 아닌 듯 했다. (그래서 우유랑 함께 나온건가..) 그냥 일반적으로 마시는 차라고 해야 할까..

 

 

 

 

식겁할 정도로 많았던 차의 양.. ㅋ;;

 

 

Chowrasta(초우라스타) 광장 쪽으로 가는 길엔 사진관도 있고, 각종 메모리 칩과 필름을 파는 FDI Station도 있고, 노점 옷가게들이 즐비했다.

 

오늘의 날씨는 한껏 찌푸렸고 우중충 하며, 약간은 추운 듯 했는데 간간히 비치는 햇살이 참 따뜻하여 해가 참 고맙고 감사했다. 남인도에서는 쨍쩅 내리쬐는 햇살이 그렇게 싫었는데 말이지... 사람의 마음이란...

 

 

 

얼마 지나지 않아 초우라스타 광장에 도착했다. 광장엔 수많은 비둘기 떼와 배를 깔고 누워 있는 복실개들이 있었다.

 

왜 세계의 공원이나 광장엔 비둘기가 이렇게나 많은 것일까!! 서울의 마로니에 공원이나.. 이탈리아 베니스의 산마르코 광장이나.. 또 이 곳이나... 비둘기가 왜 이렇게 모여들까?먹이를 주는 사람들 때문일까?

 

 

한편, 다르질링에서는 집이나, 가게 앞에 꽃과 화단을 참 많이 가꿔 놓은 곳을 볼 수 있었다. 왠지 심각해야 할 것 같은 경찰서 앞에도 화사한 빨간 꽃들이 가득한 작은 화단을 만들어 놓으니, 딱딱하게만 느껴졌던 경찰의 이미지가 한결 부드러워지고 친근감마저 느껴졌다.

 

광장을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의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광장 한가운데를 지나갔다. 그들이 어딜 가나 봤더니 테니스 경기장 쪽으로 가는 듯했다. 그래서 우리도 어느덧 학생들에 이끌리듯 그 쪽으로 향했다.

 


 

담벼락에 핀 예쁜 꽃들. 다르질링에서는 보는 모든 것이 다 아름다워 보였다.

 

 

 

 

걷다가 library를 발견했다. 오늘은 쉬는 날인가?문이 닫힌 듯 한산한 모습이었다.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왠지 거주민들을 위한 곳이나 학생들을 위한 도서관 같아서 그냥 말았다.

 

 

 

 

Darjeeling town map. 고산 지대라 여러 언덕 지대들로 이루어져 있는 다르질링.

 

 

 

 

그렇게 길을 가다가 한 대학교를 만났다. Southfield College.

 

 

 

 

혹시 내부 구경이 가능할까 하여 안쪽으로 들어가봤다. college라 그런지 규모가 작긴 했지만 dinning room, library, lecture room.. 있을 것은 다 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학교에 있던 십자가였는데, 이것으로 미뤄보아 이 학교는 기독교 이념으로 세워진 학교 같았다. 거리에서도 십자가 공예품들을 꽤 봤었는데... 문득 인도 북부 쪽에는 크리스천이 많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Sealdah(시알다) 역에서 만난, 가방 조심하라며 주의를 주던 아주머니도 크리스천이었다.

 

 

 

 

다시 올라온 길을 따라 대학 정문으로 내려간다.

 

 

 

 

S :)

 

내려오는데 교회 종소리 같은 것이 간간히 들려서 주위를 돌아봤더니, 교회 같은 건물을 발견했다. 아.. 교회에 가면 피아노가 있을까?이런 높은 고산 지역에도 피아노를 운반해 왔을까?그러면서 갑자기 교회 내부가 궁금해졌다.

 

 

 

걷다가 만난 어떤 한 건물. 가이드북을 보면 뭐라고 나와 있을 것 같은데.. 딱히 가이드 북을 가지고 돌아다니진 않았으므로.. 이름은 모른다. 어쨌든 인도의 신을 모신 곳 같았다.

 

한편, 걸어오면서 아까 거리에서 Tennis premiere league에 대한 광고 현수막을 봤다. 마침 오늘이고 시간도 그리 멀지 않길래 구경갈까 하고 그 쪽으로 이동하니, 아까 광장에서 줄지어 가던 학생들이 Darjeeling Gymkhana club에 있었다.

 

 

 

 

Darjeeling Gymkhana club.

 

학생들에게 경기 구경하러 왔냐고 물었더니 education 때문에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음.. 그럼 테니스 경기는 어디에서? 건물을 살짝 돌아보니 그 곳에 커다란 실내 테니스 경기장이 있었다. 내부를 살펴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청소 중이라서 볼 수 없다고 해서 아쉬웠다.

 

 

 

 

 

아쉽게 돌아나오려다가.. 테니스 경기장 발견! 와.. 인도에서 테니스 하는거 처음 봐+_+! 멋지다~~!!

 

 

 

 

S와 나는 잠시 갤러리석에 올라 테니스 장면을 지켜 보았다. 꽤 재밌었다. 갤러리들 반응도 재밌었고..^^

 

경기를 하는 사람이나 즐기는 사람들은 용모나 차림새로 보아하니 상류층 사람들 같았다. 아마 이 다르질링까지 휴양을 와서 테니스를 치거나.. 이곳 거주민들이겠지..? (그러나 전자 쪽 느낌이 훨씬 강하게 들었다.)

 

그러다 지루해져서 다시 나가려는데 S가 사진을 찍어 달란다! J를 어르고 달래느라 고생 많은 S! (기특기특!) S도 이럴때 보면 누군가에게 어리광 부리고 싶고, 예쁨 받고 싶은 아직은 어린 아이다.

 

 

 

 

Darjeeling Gymkhana club 앞에 있던 이름 모를 꽃. 참 아름답기도 하지.. :)

 

 

 

 

꽃들이 참 많이 피었다.

 

흰 꽃은 벌개미취일까?우리나라에서 보던 꽃과 비슷한 듯 조금씩 다른 꽃들의 모양이 참 흥미로웠다.

 

 

 

다시 이곳저곳 구경하는데 거리에서 광주 청년 Kim을 또 만났다. 사실 아까 아침 먹고도 Hasty Tasty 있는 거리에서 만났었는데...

 

Kim은 아침엔 Sikkim(시킴) 허가증 받으러 간다더니, 미모의 여자분이 허가증을 발급해 줬다면서 허가증을 발급 받으려면 여권과 사진 1매 정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어쨌든 Kim은 혼자 돌아다녔던터라 곁에 누가 사진 찍어줄 사람이 없다며 길거리에서 자신의 사진을 찍어달란다. 두 여자 앞에서 민망했을 법도 한데, 카메라를 건네받아 사진을 찍어주려 하자 Kim은 제법 포즈까지 취해가며 한껏 여행의 기분을 드러냈다.

 

 

 

 

왜 이렇게 보는 것 하나하나마다 다 그림인지... 남의 집 대문조차 아름다워 보였던 Darjeeling... :-)

 

(Darjeeling 둘째 날 to be continued....)

 

30 Apr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