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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콜카타의 옥스포드 서점(Oxford bookstore).

 

여행 중 갑자기 눈에서 사라졌었던 아이들로 인해 마음이 철렁했던 순간... 좀 화가 나기도 했지만.. 그래도 다시 기분을 풀고, S와 그림을 그릴 무제 노트를 한참을 찾았다. 결국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작은 사이즈의 노트 패드.. 포스트 잇도 사고.. 이곳에 오랜 시간 맡겨 두었던 우리 배낭을 찾아 다시 낮의 그 맥도날드(McDonald,Park St.)로~

 

 

 

 

기분 한결 나아진 J의 포즈~

 

S는 화장실에서 이를 닦고.. J와 나는 뭔가 아쉬워 Sprite large size를 시켜 과자랑 좀 먹고..

 

 

Darjeeling(다르질링) 가는 기차를 타려고 Sealdah railway station(시알다 역)으로 가려는데, 아까 'Giggles'라는 문구용품점에서 붓을 못 산 것이 못내 아쉽다. 수채화 색연필도 가져왔겠다, 붓이 있으면 수채화 그리기에 딱인데!! S도 coloring book을 사고 싶다고 하고.. 이 이야기를 듣자 J도 갑자기 신이 나서는 색칠 공부 책을 사고 싶다고.. Giggles 다시 가자고 부추긴다.. ㅎㅎ;

 

그래서 Sealdah(시알다) 역 가기 전에 Giggles 한번 더 가려는데 벌써 닫힌 가게.. 결국 Oxford bookstore 바로 옆, 어린이 용품을 파는 oxford에 가서 landscape drawing book을 샀다. 원래 붓을 사고 싶었지만 붓은 없었던 걸로 기억하고.. 나의 drawing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shadow technic이 담긴 책이 많아서 그걸 샀다. 기분 안 좋았던 우리 J는, 도라에몽 색칠공부 책을 발견하더니 인도에도 도라에몽이 있다고 완전 반가워 하면서 그 책을 샀다. ㅋ

 

그렇게 각자 필요한 것을 사고.. oxford 옆의 위치한 Hotel의 경찰에게 오토릭샤를 탈 수 있는 곳을 물으니 없단다. 이곳에서 시알다 역까지 택시 요금은 얼마냐고 물으니, 그 아저씨가 한 택시기사에게 택시 요금을 물어봐 주었다. Rs.80란다. 택시, 안전하냐고 물으니 안전하단다. 밤에 여자 셋이 택시를 탄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도전이랄까.. 좀 무섭긴 했으나 경비? 경찰? 아저씨를 믿고 탔다.

 

그렇게 밤택시를 타고 Sealdah 역 가는 길. S는 Faber castell 색연필을 산 것 때문에 신나 있었고, J도 처음 이 도시에 왔을 때 복잡하여 싫었는데 쇼핑하여 기분 좋아졌다고 신나한다. ^^ 휴~ J가 그래도 쇼핑으로 기분 좋아져서 다행! S와 J가 Kolkata에 쇼핑하러 또 오고 싶다고 해서, 이번 Kolkata 방문은 대성공이고 생각했다.

 

Kolkata(콜카타).. 2년 전에 왔었던 이 도시에 내가 또 발을 디디고 있구나. 어제 <인도 100배 즐기기> 복사본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내가 마치 Oxford booksotre 위치를 잘 아는 듯, Sudder st. 서더 스트리트에 있다고 당당하게 말을 했는데.. (결국엔 Park st.에 있긴 했지만..) 나에게 단 하루의 Kolkata 시내 경험은 그 기억이 희미하고 어슴푸레 하긴 했지만.. 언제나 손에 잡히는 듯.. 그곳에 다시 가면 인도를 떠나던 날 갔던 Chinese restaurant, Oxford.. 다 기억날 것만 같았다. Park st.에 도착했는데.. 마지막날 갔던 restaurant이 Bar.B.Q. 라는 것.. 딱 보니까 알겠더라! 그리고 Oxford bookstore도 Park st. 들어서니까 딱 길을 알 수 있겠더라. 참 신기했다. 희미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남아 있던 내 마음 속의 Kolkata 지도.. Kolkata는 나에게 과연 어떤 도시였을까? 인도는 과연 나에게 어떤 나라일까?

 

 

 

 

 

시알다 역에 도착. 생각보다 세련된 역 모습에 감탄! 역은 수많은 사람들로 혼잡하고.. 지저분 하기도 했고.. 광장 앞엔 열차를 기다리는 거의 난민 수준의.. 기차를 기다리며 플라스틱 봉지나 신문지, 담요 등을 깔아놓고 누워서 노숙하는 인도인들이 많았지만..ㅋ (인도 대륙은 워낙 넓어 이동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리며, 한번 기차를 타면 2박 3일은 거의 기본이다. 그래서 인도인들은 기차에서 '생활'할 수 있는 스테인리스 밥통, 컵, 숟가락, 포크, 담요, 베개 등을.. 거의 '이민 가방' 수준에 많이들 넣고 이동하여, 기차 안에 '살림'을 차린다. 아휴.. 저 큰 가방을 어떻게 들고 다녀! 싶지만, 기차에 탄 뒤 인도인들의 행동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 있자면, '햐~ 저래서 저걸 가져왔구나!' 감탄이 나올만큼 알뜰살뜰하게도 챙겨온 것들을 정말 실용적이다! ㅎㅎ) 도착 전광판도 있고~ 꽤 이것저것을 잘 갖춰 놓은 '현대적'인 역 모습에.. 그리고 밤의 휘황찬란하고도 화려한 역 모습에 우린 매우 놀랐다!

 

 

 

 

S가 찍은 역의 붙어 있던 그림. S 눈엔 이게 참 멋져 보였나 보다.

 

어쨌든 그래서 감탄하며 사진을 찍고.. 역 안에 들어가니 너무 혼잡하여, 역 앞 가운데 계단에 잠시 그렇게 앉아 있는데 어떤 한국인 같은 남자가 우리 앞을 지나가서 자연스럽게 시선이 갔다.

 

그랬더니 그 남자가 다가오면서 우리더러 다질링을 가냐고 묻는다. 그래서 S가 아무 생각 없이 "네." 라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싶어, "어? 어떻게 아셨어요?" 하니 "아까 Sudder st.(서더 스트리트)에서 어떤 스님이 여자 셋이 다질링 간다고 하던데요." 라며 우리를 알아봤단다. 그 스님이라는 분.. 그 분은 우리가 아침에 만난 양산시 그 분이었다. 그 남자 분도 양산시 아저씨와 Sudder st.(서더 스트리트)에서 만나 밥을 먹고 차를 마셨단다. ㅋ 오.. 이런 신기한 인연이!! 

 

기차를 기다리면서 역 앞 광장에 함께 앉았다. 그 남자 분은 광주에 살고.. 전남대에 다닌다고 했다. 인도 IIT 대학의 교환학생으로 4학년 1학기 기말고사를 얼마 전에 마치고.. 지금은 인도 여행 중이란다. 그 유명한 인도의 IIT.. 머리가 꽤나 좋은 학생인가 보다 싶었다. ㅋ 국가에서 1천만원을 받아, 한국 학교에 450만원(?)을 내고.. (인도 IIT는 놀랍게도 50만원이라고 했다. 등록금이 정말 그 정도라는 것인지.. 지원을 받은 것인지.. 뭔지는 정확히 잘 모르겠다.) 나머지 돈으로는 Darjeeling, Sikkim, Nepal, Europe 여행을 계획 중이라고.

 

Darjeeling 다질링에 가려면 오늘밤 여기서 기차를 타고, 다질링으로 가는 관문 기차역인 New Japaiguri(뉴 잘패이구리) 역까지 가서.. 또 그 곳에서 지프를 타고 3~4시간 산을 올라가야 한다. 그 남자 대학생이 탈 기차와 우리가 탈 기차는 같은 기차였다. 그러나 그 분은 sleeper 칸이고, 우리는 AC 칸이었는데, 그 남자 분이, 지프 혼자 타고 가면 비싸서 어쩌나 싶었는데 우릴 만나서 잘 됐다면서 내일 아침 뉴 잘패이구리 역에서 도착하여 만나 같이 지프를 타고 다질링에 가잔다. 그래서 인도 휴대전화가 있던 그 분과 S가 폰 번호를 교환했다.

 

광장에 앉아 있다 보니 옆에 있던 한 나이 드신 인도 여자 분이 우리에게 계속 관심을 보였다. 단순히 호감으로 그러는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 광장에 도둑이 많다면서 우리 배낭을 조심하라고 계속 주의를 주시는 것이었다. 그게 너무 고맙고 정겨운 마음이 들었다. 어느 지역에 사시냐고 물었더니 Bengal 주에 산다고 하셨다! 아.. 그 순간 그 분이 어찌나 반갑게 느껴지던지... 2년 전 만났던 무슬림 홈스테이 가족이 떠올랐다. 자원활동을 하던 그 당시 잠깐 익힌.. 기억나는 Bengali language(벵골어)를 말했다. "아마르 남 라일라~" (내 이름은 라일라입니다.) 그랬더니 그 인도 여자 분이 어찌나 밝게 미소를 지으시던지..^^ 기억나는 단어들이 몇 개 없어서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는 없었지만.. '언어' 라는 것이 이렇게 상대방과의 거리를 좁힐 줄이야... 또 다시 새삼 언어의 힘과 중요성을 느꼈다.

 

아무튼, 그렇게 남자 분(이름을 Kim이라고 부르랬다.)과 내일 만나자고 하고 헤어졌는데.. 우린 또 waiting list 표라서 어디에 앉아 있어야 되나.. 빈자리를 찾는데.. (그 당시에는 기차 타기 전 열차 밖에 붙어 있던 waiting list 대기자들의 자리 배정표가 있는지도 몰랐다.) 2AC와 3AC, 그리고 chair(?) 객차가 교대랑 연결되어, 각 객차 사이를 통과하지 못하도록 막혀 있어서 기차를 내렸다, 탔다 하며 3AC 칸의 빈자리를 나름 찾아보는데, 우리가 계속 그러고 있으니 어떤 인도인들이 우리 티켓을 보며 기차 밖에 붙여진 Waiting List 승객 명단을 확인해주고.. 차장을 만나 티켓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밖에서 그렇게 WL를 확인하는데, 기차가 슬슬 출발.. 아슬아슬하게 기차에 올랐다. 차장이 우리 표를 보더니 어느 역에서 끊었냐며 no confirm이란다. 아.. 기차표 끊어준 사람의 잘못인가.. 인터넷에서, 책에서만 보던.. 기차표 문제가 이건가 싶었다.

 

실제로 자리가 없기도 했고, 차장은 빼줄 수 있는 자리가 없다고 했다. 이미 기차에는 올랐고.. 내릴수도 없고.. 우리 손에는 비싼 돈을 주고 끊은 3AC 티켓 3장이 들려져 있고.. 차장은 갈수록 안하무인.

 

S는 자리를 못 잡은게 속상하고 열이 받았는지, 자리를 얻기 위해 이곳저곳 열심히 돌아다니며 소리를 질러댔다. 나도 자리를 얻기 위해 차장과의 대화를 시도해 봤지만, 차장은 그냥 바쁜 척 눈 앞에서 휙-휙- 지나다닐 뿐이었다. (G가 그러셨던가? 아무리 WL여도 기차에 일단 타서 차장에서 웃돈을 찔러주면 자리를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얘기도 어디선가 들었는데.. S가 이날 정말 그랬었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의 경험인지.. 가물가물한데.. 어쨌든 웃돈을 찔러주니까 차장이 엄청 기분 나빠하며 가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단은 객차와 객차 사이 화장실 옆에 침대 같은 것을 S가 발견하였다. 등받이를 내리면 침대가 되었기에, 그쪽에라도 짐 올리고 앉아 있자 해서 그렇게 앉아 기차 문 열고 바람 쐬며 앉아 있는데 기차에서 일하는 듯한 사람 셋이 와서, 여기는 자기들 자리라며 sleeper 칸으로 가란다. S가 색칠공부 하며(도라에몽ㅋ) sleeper 칸에 자리를 주면 가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한동안 차장과, worker들과 그렇게 휴전 상태였다. 하루 종일 돌아다닌 터라 피곤했는지 ㄴ와 나는 객차 사이 침대 위에서 짐을 껴안고 졸고 있는데, 다시 차장과 worker들이 와서.. 여기를 떠나 sleeper 칸으로 가란다. S가 차장더러, 그럼 우리를 안내해 줄거냐고 했더니 안내해 준대서 갔는데, 우리가 sleeper 칸으로 들어가자 어느 순간 worker가 닫힌 객차 문 창문 뒤에서 손짓만 하고 우리 쪽으로 안 넘어오는 것이었다. 왜 저러지? 싶었지만 일단 자리를 구해 보려고 이곳저곳 둘러봤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때 AC칸과 sleeper 칸 사이의 문을 차단해서 우리가 아예 AC칸으로 못 들어가게 했던 것이었다! 아.. 그래도 AC칸은 객차 통로도 시원해서 버틸만 했는데.. 이제 완전한 끈적거림과 더위의 한가운데에 남겨졌다.

 

처음 가 본 sleeper 칸.. 자리가 하나도 없고.. 티셔츠는 다 훌렁 벗고 런닝만 입고 누워 있는 남정네들의 천국... AC 칸의 쾌적함과는 달리 sleeper 칸은 남자들이 많고 퀴퀴한 냄새, 화장실 냄새가 났다. 좀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혹시 이 곳에서 Kim을 만나면 어쩌나.. 괜히 자리 찾으러 돌아다니다가 마주치면 참 민망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리 둘러봐도 sleeper 칸에는 남아있는 자리는 하나도 없고, 셋 다 피곤하여 결국 할 수 없이 객차 사이 화장실 옆 빈 공간에 신문지를 깔고.. 짐을 기대고 누워 다리를 쭈그리고 잤다.

 

밖에는 번개와 비.. 창문 밖에서는 바람.. 창문 틈 사이로 들어오는 비바람... 그 비를 막아 보겠다고 잠시 우산을 펴서 몸을 보호하기도 했던...

 

아무리 생각해도 AC칸 고객을 sleeper 칸으로 밀어낸 차장이 괘씸했다. S랑 나는 같이 열을 내며 인도 기차에 항의 문서를 넣자고 다짐을 했다. 반면 그냥 조용히 잠자코만 있었던 J.. J는 우리가 화장실 옆에 그래도 쾌적한 공간에 신문을 깔아 앉을 수 있게나마 했는데.. 계속 싫은 표정을 지었다. 어린 아이니까 달래주어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말을 거는 것이 더 이 아이의 마음을 악화시킬 것 같아서 나도 그냥 잠자코 있었다. 그랬더니 저도 달리 어떤 방도가 없었는지 잠자코 우리 행동을 따라했다. 피곤했으므로 이 날은 그냥 잤다. 창문 틈으로 들이치는 비 바람.. 그리고 밤이라서 그런지 sleeper 칸이라 해도 싸늘함이 느껴져.. 서글픈 밤이었다.

 

하지만 반면, 뭔가 운치도 있었다. 이런 어이 없는 상황이 없으면 이 곳이 인도가 맞을까? 싶을 정도로 인도에선 모든 일들이 참 기이하게 느껴졌다. 한국에서라면 도저히 이런 기차 차장의 행동은 용납될 수 없는 것이었고, 당장 고객 콜센터에 전화를 하면 기차역에서는 뭔가 신속한 조치를 취해줄 것이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말도 잘 안 통하고.. 낯선 이방인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배려할 여유까지는 없어 보이는 나라였다. (물론 case by case. 언제나 예외는 존재한다.) 과연 이런 어이 없는 해프닝과 고생이 없었더라면, 나의 인도 기차 여행은 그냥 단지, "좋은 추억이었어." 정도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기억한다. 그날 밤 통로에 쭈그려 앉아 창 밖에서부터 풍겨오는 비 내음을 맡고.. 천둥소리.. 비바람 소리를 듣던 일... 싸늘하지만 습한 공기를 온 몸으로 느끼며 Darjeeling으로 향하고 있던.. 흔들리는 기차 안에서의 그 느낌과 냄새.. 소리.. 밤이라서 잘은 보이지 않았지만 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던 검은 밤 노란 불빛 풍경들.. 새벽 내내 화장실과 세면대를 들락날락거리며.. 화장실 옆에 커다란 배낭과 함께 쭈그리고 앉아 쪽잠을 청하고 있는 우리를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인도인들...

 

그것들은 내 온 몸과 마음.. 내 영혼에 아로새겨진 추억이다.

 

 

28 Apr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