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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배낭여행 중 - 다르질링으로 가기 위해, 우선 뱅갈로르(벵갈루루)에서 콜카타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4월 27일, 화요일! 아침이 밝았다!

 

궁극적으로는 Darjeeling(다르질링)을 가고 있는 우리. 우린 다르질링을 가기 위해 1차적으로 Kolkata(콜카타)라는 도시를 경유해야 한다. 그래서 어제 저녁 Bangalore(뱅갈로르)에서 기차를 탄 뒤, Kolkata(콜카타)로 향하고 있는 우리. 

 

Kolkata(콜카타)의 Howrah Junction(하우라 정션)에는 내일 새벽 도착이므로... (Bangalore의 Yesvantpur Jn.에서 Kolkata의 Howrah Jn.까지는 약 1962km 거리.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가 약 400km인 것을 감안하면......) 오늘은 하루 종일 기차 안에 있어야 한다. 온종일 기차여행!

 

오전 8시. 어제 동네에서 산 바나나와 슬라이스 식빵과 쨈, 그리고 기차에서 파는 Rs.5짜리 Chai(짜이)로 아침을 먹었다. 기차 안에서 먹는 첫 식사. 느낌이 색다르다. 

 

아침을 먹고는 2층 침대에 올라가 일기를 썼다. 기차가 흔들려 글씨 쓰기가 쉽지 않다.

 

 

 

 

 

기차에서 meal을 판매하고 나눠주는 아저씨이다. 아저씨 옷에 I.R.C.T.C 라고 적혀 있는데.. 철도청 소속 직원인 듯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I.R.C.T.C는 Indian Railway Catering and Tourism Corporation의 약자였다.)

 

밥 때가 되면 이렇게 밥을 파는 아저씨가 돌아다니고, 식사 중간중간 Chai나(짜이)나 Samosa(사모사), 음료수, 물 등 간식을 파는 아저씨들이 수시로 돌아다닌다. 그리고 역에 정차할 때마다, 기차에 올라타서 음식이나 음료수, 과일 등을 파는 아저씨들이 들어오기도 한다. (그러나 AC 칸에는 이런 '잡상인' 들이 덜하다. 나중에 SL(sleeper) 칸을 타보고 알게 된 사실인데, 비교적 출입이 자유로운 SL 칸에는 상인들과.. 가끔씩 거지 아이들이 들어와서 우리가 앉아있는 바닥을 닦아주며 동냥을 하곤 했다.)

 

그리고 AC 칸이 에어컨 때문에 시원한게 아니라 춥게나마 느껴졌다. 신발을 벗으니 발이 시렵다. 쾌적하고 덥지 않아서 그런지 모기나 벌레가 없다. 청소 아저씨가 청소도 하고 벌레 퇴치인지.. 공기 정화를 위함인지.. 어쨌든 스프레이를 뿌린다.

 

기차의 화장실 변기는 자체 정화조 기능이 없이 바로 바깥으로 버려지게 되어 있어 생각보다 냄새도 안 나고 쾌적하다.

 

 

 

 

meals 판매원의 바구니.

 

 

 

 

3AC 객차의 3층 침대다.

 

 

 

 

3층에서 내려다 본 1층. AC칸에는 대체로 부유층들이 많이 타는 듯 했다. Air conditioner 칸이라서 시원하기도 하고.. SL(sleeper) 칸에 비해 3배 더 비싸기도 하고...

 

 

 

 

사람들이 앉아 있는 저 등받침을 펼치면 2층 침대가 만들어진다. day time에는 저렇게 침대를 내려서, 2층 침대 손님도 1층에 앉아 있다.

 

 

 

 

meal 파는 아저씨가 식사 때면 이렇게 지나다니면서 밥을 판다.

 

 

 

 

객차 안에는 이렇게 커튼도 있어 사생활 보호도 된다.

 

 

 

 

S, J와 짜이를 시켜, 창 밖을 바라보며 코코넛 과일빵과 망고쨈을 바른 식빵을 먹는데.. 구름이 그림 같이 땅과 가깝게 뭉게뭉게 떠 있다. 넓은 땅 인도. 기차를 타고 달리면서 보는 창 밖의 풍경이 참 다양하다. 웅덩이... 논... 사람 사는 동네... 아침부터 일하는 사람들... 빈민촌... 기차 창 밖으로 펼쳐지는 인도의 대지와 하늘. 마음이 시원해지며 탁 트이는 푸른 하늘:) 아름답다! 

 

2년 전에 Kolkata(콜카타)에 갔었는데.. 그 곳으로 내가 또 가고 있을 줄이야... 내게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 꿈만 같다.

 

아직까지 S, J, 나.. 셋 다 별 어려움 없이 기차 그 자체를 재밌어 하고 있다.

 

기차에서 어떤 사람이 폐활량 연습 의료도구...를 불고 있다. (흰 투명 용기 안에 탁구공 같은 공 3개가 들어 있고.. 투명 용기와 연결된 호수에 바람을 불어넣어 공 3개가 다 떠오르게 하는 의료도구... 이걸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의학 드라마에서 봤었는데.. 인도에도 저런 것이 있다니! 이걸 틈틈이 불고 있는걸 봐서는 어디가 아픈 환자인 듯 싶었다. 그러나 저런 도구도.. 어느 정도 경제적인 바탕이 되니까 지닐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AC 칸에 탄 인도인들은 모습도 귀족스럽고, 피부색도 희고, 여인들의 Saree(사리)나 남자들의 옷이 고급스럽고 멋스러웠다. 뭐.. 언제나 예외는 있듯, 아닌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기차에서 밥을 시켜 먹는데 밥 양이 상당하다. 우리나라는 반찬 문화라, 밥보다 반찬이 푸짐한데, 인도는 Samba(삼바)나 side dish 양이 적고, 밥 양이 많다.

 

밥과 달걀 요리와.. 삼바 같은 요리, 그리고 망고 피클..

 

난 달걀을 안 먹어서 다른 meal을 먹었고, 사진은 아이들의 밥~ㅎㅎ

 

 

 

 

창 밖은 보니 인도에는 넓은 평원이 많다. 논.. 야자수.. 구름.... 아프리카의 모습 같기도 하고.. 야자수만 없으면 우리네 시골 같기도 하다.

 

창 밖으로 지나가는 인도 풍경이 너무 좋다. 기차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고 재밌어서, 하루 종일 기차를 타도 지루할 겨를이 없다. 일기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고 싶어도, 오히려 그걸 하면 인도 풍경을 놓치게 되는 것 같아서 아쉽기만 하다. 

 

 

 

 

 

사람 사는 집 모양, 마을 모습도 다양하다. 어떤 집은 이집트의 집처럼 계단이 옥상과 연결되어 있는.. 여튼 이집트 집과 닮았다. 옥상이 평평한 집들을 보면, 이 곳은 건조하고 때때로 비가 많이 내리는 곳인가 보다.. 싶었다.

 

어떤 기차역에 도착하니.. 다리 밑에 빈민들이 거주하는 듯한 모습을 봤다. 문득 어린 시절 봤던 거지왕이 나오던 소설, 드라마 <왕초>가 생각났다. 이런 풍경을 보고 있자니 여행으로 약간은 들뜬 마음이 무거워진다. AC 칸에 타고 있는 내가.. 그 사람들에게 대하여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어쨌든 인도는.. 사람 사는 모습도, 모양도... 넓은 땅 덩어리라 그런지 정말 다양해 보였다. 때로는 넓은 초원이.. 때로는 사람 사는 모습들이.. 기차를 타고 가는 내내 내 눈 앞에 펼쳐졌다.

 

한편... AC 칸에 탄 인도인들은 눈을 마주쳐도 인사를 잘 안 한다. 딱 보기에 어느 정도 사는 사람들이고.. 피부는 흰 편.. 아리아족 계열인지 코가 높고 서양인과 닮았으며.. 행동하는 것, 모습 자체에 기품이 느껴진다.

 

지나가는 다른 기차의 sleeper 칸을 보니 완전 콩나물 시루. AC 칸이 좋긴 좋구나. 하고 느낀다.

 

 

중간중간 우리는 열차 직원이 파는 사모사를 사서 먹기도 하고.. 바나나도 먹고... 지금까지의 여행 지출 내역을 작성하기도 했고.. 내일 아침이면 Kolkata(콜카타)에 도착하여.. 다시 밤 11시 기차를 타기까지 시간이 비는데.. 그 시간 동안 어떻게 Kolkata를 여행할지.. 지도와 가이드 북을 보며 여행 루트를 회의하기도 했다.

 

 

 

저녁으로 먹은 밥. 난 고기를 안 먹으므로 이건 veggie meal.

 

하루 종일 운동량도 없이 기차에 앉아 있기만 했던터라 끼니 때 밥을 먹는 것이 부담스러웠었는데.. 내가 잠시 2층 침대에서 자고 있던 사이, 아이들이 내 밥을 이미 시켜버렸다. 별로 밥 생각이 없었지만 일단 한번 먹으니 맛있긴 했다. 특히 맨 왼쪽, Elaichi(Cardamom, 카다몸)가 들어간 curd(커드)가 참 상큼하고 맛있었다. 카다몸 덕분에 비린 맛도 전혀 안 나서, 먹어보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맛있을 수가...

 

기차에서의 온종일은 이렇게 흘러갔다.

 

27 Apr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