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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10분, Darjeeling(다르질링) 도착!

 

와.. 여기까지 오는 데에 3일 하고도 반나절이 넘게 걸렸다.. 그리고 그 거리는....

 

 

 

* 남인도 안드라 프라데쉬 H 동네 to Bangalore : 103km (by bus)

 

* Yesvantpur(Bangalore) to Howrah(Kolkata) : 1962km (by train : YPR Howrah Express. 2863)

 

* Sealdah(Kolkata) to New Jalpaiguri : 567 km (by train : Padatik Express. 2377)

 

* New Jalpaiguri to Darjeeling : 70~90km (by Jeep)

 

 

무려 2,722km~!!

 

 

도시 내 이동 거리까지 합하면 더 늘어날 엄청난 이동거리. 4일 동안.. 버스와 기차, 지프차로 내가 이 곳에 오게 되었다니.. 꿈에만 그리던 다르질링!! 드디어 만났구나!! ㅠ.ㅠ

 

Kolkata(콜카타)에서만 해도 후덥지근한 기후였는데, 해발 2,000m가 넘는(2,134m) 고산지대에 오니 서늘함과 쌀쌀함을 느낀다.

 

 

광주 청년 Kim이 사 준 Chai(짜이) 한 잔으로 몸을 덥히고, 역 근처에 서 있던 경찰관 아저씨에게 시내 중심가까지 어떻게 가냐고 물으니.. 어떤 인도인 택시 기사가 다가와 걸어서 20~25분 걸린단다. 택시 타고 가면 Rs.120라길래 그냥 걷는 쪽을 택한다.

 

얼마 걷지 않으니 금세 우체국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큰 쇼핑몰과 함께 Chow Rasta(초우라스타) 광장 쪽으로 올라가다 우체국을 지나 어떤 좁은 골목을 보니 Food&Lodge 집들이 몰려 있다. 거기서 보이는 첫 Hotel인 Hotel Penang을 갈까 하다가, 계단 더 위에 있는 호텔에 가서 방값을 물어보니 busy season이라 double room이 하루에 Rs.600란다. 너무 비싸다고 했더니, 왼쪽 골목으로 빠지면 Hotel pagoda가 있는데 거기가 우리한테 좋을거라고 해서 그쪽 길로 갔다.

 

J는 또 뾰루퉁.. 터덜터덜 느리게 걷는다. 숙소 의견을 물어도 대답도 잘 안 한다. S와 나는 그런 J를 달래주기보다 그냥 둔다.. 여행을 하겠다고 출발한 이후부터 자주 이런 모습을 보이니.. 4일 동안 이 곳에 도착하기까지 벌써 지쳤다고 해야 할까.. 대답도 안 하고, 이유도 말하지 않으니 달래줄 방법도 없고.. 그저 답답하기만 했다.

 

한편, Hotel pagoda 가는 길의 담벼락이 어찌나 예쁘던지! 담장에 예쁜 꽃들이 수수하게 피어 있는데.. 로모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참 예쁘겠다 싶었다.

 

호텔에 도착하니, 손님이 없어 그런지 아저씨가 누워 있다가 우리를 맞는다. 주인 아저씨는 개인 욕실이 딸린 1층 방 2개와, 공동 욕실을 사용해야 하는 2층 방의 더블 룸을 보여준다. 남향의, 빛이 잘 드는 1층의 첫 번째 방이 S와 내 마음에 쏘옥 들었다. J에게도 의견을 물었으나 대답을 하는 둥 마는 둥... 

 

1층 방은 7일에 Rs.2,100였는데 Rs.2,000로 합의를 보고 짐을 내린다. 점심을 놓쳤다고 하니, 아저씨는 Penang Hotel restaurant의 Momo가 맛있다며 추천해 주신다. 방도 깨끗, 침대도 넓고, 뜨거운 물도 끓여주고.. 경치 좋고.. 여러모로 성수기인 이 시즌에 많이 돌아다니지 않고 방을 잘 잡은 듯 하다. 방 오른쪽엔 책들이 쌓여 있는 방이 있는데 거기에 <100배 즐기기 인도편>이 있었다. 한국인 여행자도 이 곳에 다녀갔었나 보다. 이 좋은 곳에 사람이 없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

 

 

 

 

씻고 밥을 먹고 싶었지만 시간이 벌써 3시였고.. 아이들이 배고파해서 바로 Penang restaurant으로 갔다. 가 보니 서양 여행자들도 보인다.

 

 

 

 

홀이 좀 어두워 환한 창가를 선택, 다르질링의 아름다운 거리 풍경이 보인다.

 

 

 

 

건물이 참 영국적이랄까.. 인도지만 내가 봐 왔던 느낌과 다른, 이국적인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식민지 시대풍의 건물 같았다.

 

음식은 주문 받고 서빙하는 분은 티벳탄? 또는 중국인 같이 생겼다. 화교인가 싶기도 하고.. (화교라기보다는 아마 높은 확률로 티벳 또는 네팔 사람이었던 듯)

 

 

 

 

 

식전에 나온 black tea.. 처음으로 맛 보는 다르질링의 티.. 첫 맛은....

 

와!! 맛이 정말 달콤했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을수가... S와 나는 차 한모금 마시고 정말 '깜짝' 놀랐다. 설탕의 인위적 단맛이라기보다.. 차 자체의 단 맛인양.. tea가 설탕 없이도 굉장히 맛있었다!

 

 

 

 

드디어 음식이 나왔다.

 

 

 

 

S는 Pork momo(돼지고기 모모), J는 Chicken momo(치킨 모모)를 시켰다. 모모를 시키니 만두 8개와 chicken soup(?)이 나왔다.

 

 

 

 

나도 Momo(모모, 만두의 일종)를 먹어보고 싶었지만, 고기가 들어간 모모밖에 없어서.. 선택의 여지 없이 그냥 veg. fried rice를 시켰다.

 

양이 참 많고 맛있었다. 약간 기름지긴 했지만.. young corn에 mushroom, spring onion, carrot이 들어가 있고.. 인도 쌀이 굉장히 날리는 편인데, 이건 그렇게 날리지도 않고 적당히 뭉친 al dente(알 덴테)랄까.. ㅎㅎ

 

날이 추우니 볶음밥에 soup이 있었다면 딱이었으련만.. 한국에선 김밥만 시켜도 된장국 등의 국을 주는데, 여기선 따로 시켜야 함이 아쉬웠다. ㅋ 그래서 따뜻한 블랙 티와 함께 밥을 먹는데.. 밥과 함께 마시는 티가 그렇게 달 수가 없었다.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모모. Paul 오빠와 JM에게 듣기로 Momo(모모)는 네팔 음식이라고 하던데.. 어쩜 생긴 모양이 우리네 만두와 이리 비슷할까? 저 만두의 주름 좀 보시라! >_< 감동!

 

S는, "언니, 죄송한 말씀이지만 모모가 진짜 맛있어서 그러는데 닭고기가 들어갔어도 모모 하나만 드셔 보세요. 정말 맛있어요!" 라며 내게 모모를 강력 추천했다.

 

닭고기가 들어간 모모..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하지만 그 맛있어 보이는 자태와 S의 만족스러운 표정은 잊을수가 없다.

 

S는 돼지고기 모모 한 그릇을 금방 비우고, 치킨 모모 하나를 더 시켜서 먹었다. J도 배고팠는지 엄청 빠른 속도로 먹고.. 또 다시 뾰루퉁..

 

 

다시 숙소로 돌아와 따뜻한 물로 샤워하기로 했다. J는 우리더러 먼저 씻으라며 그냥 잔다. 씻고 자지 않으면 일어났을 때 한기를 느낄테고.. 긴장이 풀어지면 몸이 아프고 감기가 걸릴 것 같아 J가 걱정 되었는데.. S는 별 도리가 없다며 그런 J를 그냥 두란다.

 

S가 먼저 샤워하는 동안 호텔서 일하는 한 아저씨가 내 몫의 뜨거운 물을 가져다 주었다. 이곳에서는 온수 시설이 따로 없고, 필요할 때마다 이렇게 뜨거운 물을 요청해서 써야 했다.

 

론리 플래닛이었던가.. 어떤 가이드 북에서 본건데, 인도 북부 지역, 추운 지역은 온수 시설이 따로 없는.. 물을 데워서 가져다 주는 '양동이 샤워'를 해야 하는 곳들이 있는데, 물을 데우려면 나무를 써야 하니.. 귀중한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샤워는 되도록 간단히 하라는 글을 봤었다. 글쎄.. 이 곳에서는 가스로 물을 데우는지, 나무로 데우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름다운 초록의 자연으로 둘러싸인 이 곳이니, 모든 것들을 다 아껴쓰고 귀히 보호해야 함은 당연한 듯 느껴졌다.

 

 

 

이번 여행은 혼자 하는 여행이 아니니.. 아무래도 '관계' 속에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도 잘 챙기고 리드를 잘 해야겠지만.. 나 역시도 아이들한테 많은 부분들을 배울 수 있을 터였다.

 

다 씻고.. 로션 바르고.. 대충 짐 정리하니 어느덧 5시 30분.. 날이 어둑어둑한데.. 정전이라 아저씨가 촛불을 가져다 준다. 관광 도시인 이 곳도 정전이 되긴 되는구나. 이곳은 날이 추우니 모기와 개미가 없다. 센터에서 항상 각종 벌레들 때문에 예민해지곤 했었는데.. 이 곳은 참 쾌적하다.

 

일기 쓰기엔 어둡고.. 쓰자니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 S와 이불 속에 쏙 들어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세 명이서 1주일에 숙소 값이 Rs.2,000 한화로 약 5만원 정도.. 정말 싸다면서 인도라서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물론 Rs.2,000에 Tax 10%가 붙긴 하지만..

 

그러다 잠을 좀 잤다. 장장 3일하고도 반 나절 넘게 이 곳까지 달려왔으니... 우리에겐 휴식이 필요했다.

 

 

어느 정도 자고 났는데.. S가 깨운다. 거의 8시라면서, J가 배고파해서 밥 먹으러 가야 한단다. J는 어느새 일어나 S와 대화를 좀 했는지 기분이 좀 풀어져 보였다.

 

그런데 밖엔 비가 내리고 있고.. 너무 추웠다. 할 수 없이 긴 팔을 찾아 입고.. 덥보따를 목도리 삼아 목에 두르고.. 낮에 입었던 트레이닝 바지를 다시 입고.. 양말에 운동화.. 잠바까지 챙겨 입고.. 호텔 주인 아저씨에게 우산을 빌려 집을 나선다.

 

아저씨는 우리더러 저녁 먹으러 가냐며, 이번에는 The park restaurant이 맛있다고 추천해 준다. 날이 어두워졌는데 그 레스토랑은 이 곳에서 가깝단다. 왠지 믿음이 가는 주인 아저씨~ 결국 그 아저씨의 추천에 따라 그 레스토랑을 찾았다. The park restaurant은 서양 여행자들이 많은 외국풍의 pub 느낌이었다.

 

 

 

 

음식을 시켰다. Garlic Nan(갈릭 난), Butter Nan(버터 난), Garlic Roti(갈릭 로띠)를 시켜서 같이 먹고.. 각자 milk tea(밀크 티), black tea(블랙 티)를 시켜서 먹었다.

 

 

 

 

레스토랑에는 화덕이 있는 듯 했다. 그런데 나온 음식들이 덜 따뜻하기도 했고.. 바쁠 때라 음식이 대충 나온 듯.. 갈릭 난 로띠는 마늘이 너무 생째로 씹혔다.

 

 

 

 

블랙티도 떫고 썼다.

 

 

 

 

J는 그래도 배고팠는지 맛있게 먹었는데.. S와 나는 영~ 먹는 것이 시원찮았다.

 

 

 

 

그래도 J가 웃어서 다행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왔는데.. 거리의 상점은 온통 다 문을 닫았다. 거리에 사람이 별로 안 보인다. 아.. 관광 도시이지만 이 곳은 문을 꽤 일찍 닫는구나! 거의 닫은 상점 중 그래도 이때까지 문을 열고 있었던 상점에 갔다. 전기가 나간 것인지, 문을 닫으려고 전기를 껐는지 너무 어두워서 물건이 안 보여.. 가지고 있던 플래쉬 라이트로 불을 밝혀 J 물과.. S 체력 보충용으로 초콜릿을 샀다.

 

호텔 main gate 닫는 시간은 오후 10시로 시간이 꽤 일렀다. 거리도 어둡고.. 딱히 할 일도 없어서 바로 호텔로 돌아왔다.

 

J는 이곳까지 오는 길이 힘들었는지.. 계속 waiting list 티켓을 가지고 있지 말자며 어리광을 부렸다. waiting list라서.. 둘이서 한 침대서 불편하게 자고.. 또 어제는 통로에서 신문지를 깔고 그리 자서 많이 불편하고 속상했었나 보다.. 그 마음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이미 waiting으로 끊을 수밖에 없었던 표를.. 어찌할 방법도 없고.. 내 나름의 방법으로 J를 달래보지만.. J는 계속 떼를 쓰며 같은 말을 하고... J의 어린 아이 같은 모습에 또 마음이 굳어졌다.. 아.. 어찌해야 할까...

 

(어찌 보면.. 내가 언니니까 잘 달래주고.. 잘 풀어주어야 했건만.. 그 당시에는 내 마음의 여유가 너무 없었나보다.. 계속 징징거리는 J를 보며.. 어찌해야 할지 그 방법을 잘 몰랐다. 그저 답답한 마음만 들었다. 생각해보면, 아이들에게는 이 다르질링까지 오는 길이 정말 쉽지 않은 길이었을 것이다. J의 뾰루퉁함은.. 그 힘듦의 표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잘 다독여 줬어야 하는데... 시간이 흘러 다시 이 일기를 볼 때마다 아쉬움에 많은 미안함이 남는다. 특별히 변명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나도 이유를 대자면, 첫 인도 여행, 그것도 첫 배낭 여행에 청소년 2명을 인솔하면서 4일 동안 장장 2,700km를 달려와야 했던 나도 많이 긴장되고 그 마음이 쉽진 않았나보다.)

 

여행 지출 내역서를 쓰고.. 일기를 쓰다가 시간이 너무 늦어 잤다.

 

날이 너무 추워서.. 점퍼를 그대로 입은 채 침낭 안으로 들어가, 그 위에 두툼한 이불 하나를 더 덮고 자야 했다.

 

29 Apr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