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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정말 얼마만이야~ 오래간만에 타는 인도 기차! Dehradun Exp. 2687.

 

나는 눈이 녹는 여름에만 길이 열린다는 험한 산간 지역인 Himalaya range의 인도 북부 쪽을 여행하기 위해, Sri Lanka(스리랑카)에서 인도 남부 Chennai(첸나이)로 돌아오자마자 과감하게 2박 3일이라는 이동시간을 투자하여 일단은 인도 북부, Haridwar(하리드와르)로 이동, 그곳에서 또 다시 최종 목적지이자 내 인도 북부 여행의 시작점인, Nainital(나이니탈, 또는 나이니딸)이라고 불리는, 해발고도 1,900m의 호수 도시로 가려고 한다. 난 앞으로 하리드와르, 나이니탈을 시작으로 인도 북부 쪽을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 내려와 인도 전역을 여행할 것이다.

 

사실 난 한국인의 인도 여행 비자가 3개월로 줄었다는 소식을 듣고, 내 인도 비자가 6개월 정도 남은 것을 충분히 이용하고 싶었다. (NGO visa로 1년을 받았지만.. NGO 사정으로 인해.. 반 년 정도밖에 일을 못했으므로 뜻밖에 6개월의 비자 기간이 남게 된 것이다.)

 

이런 기회는 어쩌면 흔치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난 이김에 인도 전역을 여행하고 싶은 욕심이 났다. 그런데 인도는 워낙 큰 땅덩어리기 때문에 6개월.. 사실 1년의 시간이 주어진다 하더라도 여행을 다 하기에는 너무나 크고 벅찬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실 남부 첸나이부터 북부 하리드와르까지 올라가는 여정 내내.. 중간 도시들을 전혀 거치거나 관광하지 않고 2박 3일을 꼬박 기차 여행만으로 소비해야 한다는 것은 내게 큰 타격이었다.

 

그러나 여름에만 길이 열린다는 아름다운 인도 북부 쪽을 포기하고 싶진 않았으므로.. (특히 Srinagar(스리나가르)와 Leh(레))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얼른 북부 쪽으로 올라가기로 결정을 한 것이었다. (인도는 워낙 땅이 커서 각 도시마다 '적절한' 여행 시기가 있는데.. 이 여행시기와 루트를 맞추려고 정말 머리 터지게 고민했다.)

 

 

출발 시간이 1시간이나 남았는데 내가 타려는 기차는 벌써 platform에 서 있다.

 

인부들이 화물칸에 짐을 싣고 있다. 인도 특유의 냄새...가 화물 가마니..에서 풍긴다. 그러자 갑자기 2008년 인도 생각이 떠오른다. 그 때 이와 비슷한 향기를 맡으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서인지.. 인도 특유의 이 향기는 내게 참 정겨운 이미지로 다가온다. 이 냄새가 참 좋다. 이 냄새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인도 사람들 특유의 체취일까.... 향신료 냄새일까....

 

근데 향신료 냄새가 이렇게 좋게 느껴지면서도 아침에 먹은 coconut ball(코코넛 볼)에서는 향신료 cardamom(카르다몸) 냄새가 넘 나서 역하게 느껴졌다. 원래 Elaichi(일라이치, Cardamom의 hindi어)를 좋아하는데.. 오늘 아침은 어쩐 일인지 이 냄새를 맡자 갑자기 입맛이 뚝 떨어졌다. 스리랑카 음식이 차라리 mild하고 우리 입맛에 더 맞는 듯.. 특히 스리랑카의 Pink House(게스트 하우스)에서 첫날 먹었던 저녁밥은 정말이지...>_< 오래간만에 먹어보는 집 밥 같아 기억에 남는다.

 

그러나 여자의 마음을 갈대라던가... Cardamom 향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자.. 스리랑카가 차라리 더 좋다고 생각했다가, 화물 가마니.. 기차역에서 풍기는 인도 특유의 냄새에 또 다시 인도가 좋다...ㅎㅎ 여행을 하다가 어쩔 때 맡게 되는 인도인들의 땀냄새와(특히 버스에서) 지저분한 숙소만 아니면 말이다.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각각의 체취를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외국인이 한국의 꽉 찬 만원 버스를 타도 때때로 한국인의 땀내가 고약하다고 생각하겠지?

 

 

기차에 올랐다. 기차 몇 번 타봤다고.... 내 자리 찾는 것, 의자 밑에 배낭을 밀어넣는 것, 배낭과 의자를 와이어 줄로 엮은 뒤 자물쇠를 채워 짐을 keep 하는 것까지.. 모든 것이 다 척척~!! 완전 익숙해져 편안하다.

 

다소 기차에 빨리 오른 나는 짐을 척척 다 정리를 하고, 여유롭게 자리에 앉아(confirm seat!) 창문 밖 풍경을 바라본다. 오늘은 복도쪽 SL(side lower)를 배정받아 완전 기분이 좋다.

 

 

인도 기차에 대해 잠시 이야기 해보자면... 3AC는 침대가 3층으로 이루어진 에어컨 나오는 객차인데, 통로 쪽의 side berth는 침대가 lower, upper로 2개라서 비교적 '한가'하다.

 

 

 

침대 3개가 있는 쪽 모습. (2A를 타면 침대가 2개, 1A는 침대가 1개만 있다. 이곳은 3A라 침대가 3개.)

 

맨 윗칸이 upper berth, 가운데가 middle berth, 맨 아래 침대는 lower berth.

 

이쪽은 3개의 침대씩 6개가 일종의 한 '방'에 있는 구조라서, 기차 여행을 하는 내내 6명의 사람들이 '한 가족'처럼 얼굴을 맞대고 지내야 할 수밖에 없는.. 단점이라면 단점, 장점이라면 장점인 자리.

 

 

 

 

 

이 사진은 Darjeeling(다르질링) 여행갈 때 탔던 기차 모습인데, 초록색 사리를 입고 있는 아주머니가 왠지 이 자리의 상전처럼 앉아 있고, (보통 lower berth 사람이 창가에 앉는다.) 통로 쪽 끄트머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자기 자리가 아닌 양 불편해 보인다.

 

이런 것을 보면 자리를 잘 배정받는 것도 정말 중요하고 운이 따라야 한다. 3A 기차를 탈 경우 가장 애매한 자리는 middle berth. 사진을 보면 사람들이 앉아있는 뒷쪽의 등받이처럼 보이는 것은 middle berth의 침대다. 이것을 들어올려야 중간 침대칸이 만들어지고, middle berth를 배정받은 사람은 그제서야 침대에 누울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중간 사람이 이렇게 눕게 되면 lower berth의 사람은 앉아 있을수가 없다. 고개를 숙이고 쭈그리고 앉아 있거나 누워 있어야만 한다. 그렇기에 낮 동안은 대부분의 사람이 middle berth 침대를 아래로 내린 뒤, lower berth 사람과 함께 앉아서 간다. upper berth는 비교적 공간이 넓어 위에 올라가 앉을수는 있지만 키가 큰 사람은 아무래도 불편하고 답답하므로, upper berth 사람 역시 lower berth에 함께 앉아서 여행한다.

 

어쨌든 3A는 이렇게 되어 있는 구조이다 보니, 아무래도 함께 열차를 탄 사람들간의 예의가 중요하다. 가족끼리 이렇게 자리를 배정받는다면 더할나위 없이 편하겠지만, 서로 다른 남남이 이렇게 서로를 배려해가며 몇박 몇일을 한 공간에서 지낸다는 것은 어쩌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므로 이런 배려와 눈치가 다소 부담되고 귀찮은 사람 또는 기차 안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여행자라면

아무래도 2A나 1A 기차표를 끊는 것이 좋다. (하지만 1A로 갈수록 티켓 가격은 높아진다.)

 

 

아무튼 3A라도 통로 쪽은 lower, upper 2개의 berth밖에 없으므로.. 몇 번의 기차여행을 한 결과 난 통로 쪽 side lower(SL)를 선호하게 되었는데, 생각 없이 그냥 끊은(원래 기차표를 끊을 때 원하는 자리를 말하면 그 자리를 배정해 주기도 한다.) 기차표인데 SL이 '당첨' 되었으니~~ 당연히 내 기분은 날아갈 수밖에~~ㅎㅎ

 

그런데 이렇게 즐거운 기분을 만끽하고 있는데, 침대 시트와 담요를 나눠주는 분이 내게 와서, 내 자리를 다른 사람과 바꿔줄 수 있냐고 물었다. 어느 한 부부의 자리가 내 윗칸인 upper berth와, 침대가 3층 있는 곳 중 하나로 걸려서... 부부지만 따로 헤어져서(?) 앉아가야 하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그 부부가 side 쪽 lower와 upper 쪽으로 한가하게 앉아 가길 원했던 것 같다.

 

그러나.. 난 side lower 자리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고, 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비싸게 끊기도 했던 티켓인만큼.. 또 2박 3일 동안 불편하게 갈 수는 없었으므로.. 미안하지만 정중하게 거절하였다.

 

 

어쨌든 이렇게 3AC에 앉아 있자니, 비싸더라도 3AC 끊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쾌적한 분위기가 만족스러워 나도 모르게 절로 미소가 난다. ㅎㅎ

 

버스는 싫고 기차가 편한데.. 앞으로 기차 없는 북쪽 지방을 여행하려면 이제 버스에도 익숙해져야겠지?스리랑카의 Ella(엘라)에서 Galle(골)까지 6시간짜리 버스도 탄 나인데!! 인도 버스도 잘 탈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앞으로 별 탈 없이, 지갑, 여권, 귀중품들을 잃어버리지 않고 씩씩하게 여행 잘 했으면 좋겠다. 혼자 여행이 외롭다고 생각했는데 용기가 생기니 혼자 여행이 더 편한 것도 같다.

 

한편, 나와 같은 칸에 탄 서양인 남녀를 봤다. 유럽인들의.. 서구인들의 방학 기간 또는 휴가철이라 그런지 드디어 기차에 서양인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4월 말에서 5월 중순, Darjeeling(다르질링)을 오가면서 기차에서 서양인은 단 한 사람도 못 만났었다.)

 

서양인을 보자 문득 영어에 대한 생각이 든다. 처음엔 인도식 영어를 잘 못 알아 들었는데.. 스리랑카 여행 다녀와서 영어가 향상된 느낌이다. "pardon?", "sorry?" 하지 않고서도 이젠 인도식 영어에 잘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내 목표는 '완벽한' 영어 문장을 구사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할 줄 알지만 완전한 문장의 영어 능력자는 많이 없는 듯... 기본적인 영어를 넘어선 advanced English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 그런데 AC칸! 역시 춥다! 배낭에서 주섬주섬 양말을 찾아 꺼내 신었다. 아.. 이렇게 추운데 어떤 아저씨들이 통로를 돌아다니며 아이스크림을 판다. >_< !

 

 

기차가 출발했다. 이 기차는....

 

 

 

남부의 첸나이가 위치한 Tamil Nadu(타밀나두 주(州))부터 시작하여, Andra Pradesh(안드라 프라데시 주), Maharashtra(마하라슈트라 주), Madhya Pradesh(마디아 프라데시 주), Uttar Pradesh(우타르 프라데시 주)를 거쳐 하리드와르가 위치한 Uttarakhand(우타라칸드 주)까지...인도의 거의 남부와 북부를 종단하는, 인도의 중심인 Delhi(델리)를 관통하는 대여정.

 

원래 Q의 아이디어처럼, 스리랑카에서 인도 첸나이로 입국 뒤 일단 인도의 가장 최남단인 Kanyakumari(깐야꾸마리) 땅끝 마을을 찍고 그곳에서부터 인도에서 가장 긴 시간을 달리는 최장거리의 열차인 3박 4일 기차를 타고 북쪽으로 쭉- 올라갈 예정이었다. 이렇게 인도 최남단인 깐야꾸마리에서부터 인도의 최북부인 Jammu and Kashmir(잠무.카슈미르) 주의 Ladakh(라다크) 지역까지 여행하면, 인도가 정확히 종으로 쫙 나눠지는, '인도 종단'을 하게 될 터였다.

 

그러나.. 6개월이란 시간 동안 그렇게 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여름에만 길이 열린다는 북쪽의 산악 지역을 가보려면 한시라도 서둘러야 하기에.. 땅끝 마을 깐야꾸마리 일정은 아쉽지만 다음으로 미루고 이번에는 첸나이에서 바로 여행을 시작해본다.

 

 

 

간만에 기차를 탔으니 기차 밥을 한번 먹어봐야지! 이 얼마만에 만나는 인도 기차 도시락이냐~~!

 

오늘은 Chapati(차파티)에, Rice(밥)에, Pickle(피클)에, paneer(파니르)가 들어간 요리와 dal(달) 요리까지.. 양이 꽤 상당하다. 밥은 꼭꼭 눌러담겨 있어 밥 양만 해도 엄청나다. 결국 다 먹지 못한 채 아깝게 남겼다.

 

기차 여행을 하다 보면, 기차 안에서 운동량이 적어도 괜히 속이 허한 법. 남긴 밥은 그냥 내놓고 차파티는 혹시 배고플 사태를 대비하여 keep해 두었다.

 

 

아~ 정말이지 3AC 칸의 SL(Side Lower) 자리~ 정말 편하고 좋구나! 기차에서 나눠주는 시트, 베개, 담요를 갖추고 

자리에 누우면 창 밖으로는... 넓~~~디 넓은.. 광활한 인도의 대지가 펼쳐진다!

 

지금 난, 이렇게 인도를 또 다시 만나 충만한 느낌, 행복한 느낌 한가득이다.

 

2박 3일 동안 기차로 이동하는 것이 시간 낭비라고.. 이 시간이 아깝다고 느껴졌는데, 인도의 대지.. 풍경을 바라보면서 생각이 조금은 바뀌었다. 앞으로 거쳐가게 될 6개 주(州)들을 지금 당장 다 만나볼 수 없다 해도 괜찮을 것 같다. 남에서 북으로 올라가면서 변화무쌍해지는 인도의 자연.. 사람.. 풍경을 언제 이렇게 단시간 내에 볼 수 있을까. 인도의 다양한 풍경을 기차 안에서 가만히 앉아 구경할 수 있는 것도 어쩌면 여행의 한 파트가 되리...

 

드넓게 펼쳐진 인도의 대지와 시원하게 펼쳐진 인도의 파란 하늘.. 그리고 그림 같은 뭉게구름을 바라보며 나는 지금 달리는 기차 안에 있다.

 

 

22 Jul 2010

 

 

 

기차 탄지 이틀째 날.

 

찌푸둥! 그동안 기차에서 나 혼자 침대를 차지하고 편하게 누워 자본 적이 없어서... WL(waiting list) 때문에 2명이 한 침대를 쓰느라 쪼그려 자서 몸이 찌뿌둥한 줄 알았다. 그런데 한 침대에서 여유 있게 혼자 자도 근데 몸이 뻑적지근... 무거운 가방을 메고 다녀 그런가?아님 기차가 흔들려 숙면을 못 취한 것일까?흠....

 

아무튼 어제 8시쯤 저녁을 먹고, 밥을 먹은지 1시간도 채 안 되어 잠자리에 들어 그대로 쭉 잤다. 피곤했던 모양이다.

 

그렇게 오늘은 아침 7시 기상.

 

오늘은 웬일인지 AC 칸인데도 몸이 끈적... 사람이 많아 그런가..

 

갑자기 1AC가 탐나기 시작한다! 3AC니까.. Lower bed에 앉게 되면, upper 사람들이 아래 내 자리로 내려와 앉는다. 당연한 것이지만서도.. 내가 눕고 싶을 때 못 눕고, 내 공간을 마음대로 활용할 수 없다는게 좀 불편...

 

인간의 마음은 이런 것인가 보다. 처음에는 만족했다가도.. 불만 하나가 보이면 금방 불평하게 되는 것....

 

아니지! 이 주어진 상황을 감사하자! 에어컨 안 나오는 SL 칸을 끊었더라면.. 지금쯤 목적지에 다 도착하기도 전에 흙먼지를 엄청 뒤집어 써 몰골이 말이 아니었을텐데.. 바깥 공기가 더운지, 습한지.. 어떤지조차 느낄 수 없는 이 쾌적한 곳.. 때가 되면 바닥을 청소해주고, 뭔가의 스프레이를 뿌리면서 실내를 쾌적하게 정돈해주는 이 3AC를 타고 앉아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지!!

 

 

기차가 역에 정차할 때마다 인도인들은 이 곳이 어떤 역인지에 관심을 기울인다. 자신들의 목적지는 한참 남았어도, 자신의 위치가 지도에서 어디쯤인지 궁금한 탓이다. 제법 큰 규모의 역이 나오면 사람들은 술렁인다. 이 역에서 내리려고 짐을 분주하게 챙기는 사람들.. 그 역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사람들.. (인도인들도 유명한 역에 서면 신기한가 보다. 하긴, 아무리 인도인이라 할지라도 인도의 모든 유명한 곳을 다 여행하기란 무리겠지... 그래서 그 '유명'한 역들이 인도인들에게도 하나의 '로망'이자 신기함으로 다가오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이 역에서 새롭게 탑승하는 사람들...

기차가 정차해 있는 동안 기차 안에 들어와 각종 과일, 과자, 음료수 등 먹을거리를 판매하려는 장사꾼들....

 

난 창 밖 풍경을 구경한다. 제법 규모가 큰 역에서는 역 정차 시간이 길다. 기차에서는 "이 역에서는 몇 분동안 정차합니다." 라는 안내방송도 없는데, (인도 기차에는 심지어 "이 역은 무슨 역입니다." 하는 안내 방송도 없다.) 인도인들은 기차 여행에 익숙한 탓일까? 다들 역 정차 시간을 어찌 그리도 귀신 같이 잘 아는 것인지.. 인도인들은 기차가 잠시 서 있는 이 시간 동안 밖에 나가 기지개도 켜고, 세수도 하고, 목도 축이고, 물도 떠오고, 먹을 간식거리도 사고, 요기도 한다.

 

계속 창 밖을 바라보고 있자니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진품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기차역에서 Dairy 제품을 파는 상인 아저씨도 Dolce & Gabbana 티셔츠를 입고 있고, 어떤 청년도 Calvin Klein 티셔츠를 입고 있다. 인도인과 명품이라.... 인도인을 절대(!)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그리고 짝퉁이든, 진품이든 브랜드 옷이나 소위 '명품'이라고 불리는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이 왠지 거슬린다. 왠지 이 나라 사람들의 삶이.. 심지어 서민들의 삶까지도 세계적인 기업.. 다국적 기업에 잠식당한 느낌이 들어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다. (여행 프로그램을 보다가.... 세계의 깊숙한 오지 산골에도 '코카콜라'가 '침범'해 있고, (이 코카콜라 빈 병들은 계곡이나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만물 장사를 하며 생계를 이어나가는 파키스탄이었던가.. 동남아시아 나라의 한 부자(父子)가 점심으로, Nestle(네슬레)에서 만든.. 그 나라의 전통 음식을 간편히 해동하거나 데워 먹기만 하면 되는 ready to eat 제품을 먹는 것을 보고 정말 식겁했던 기억이 난다.) - (2022년 현재는 이런 흐름들이 당연한 세계의 흐름이구나 생각하게 되었지만, 2010년 당시에는 어린 나이에 이런 생각도 했었다.)

 

인도 여성들은 전통 복장 Saree(사리)를 입고 반짝반짝 빛이 나는 핸드백을 멨다. 나는 아직까지도 많은 인도인들이 전통 복장 입는 것을 고수하고 있고, 그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중요한 행사 때에는 꼭 전통 복장을 갖춰 입는 것에 대해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우리나라는 서양의 것을 최고로 치는 문화사대주의가 만연해 있는 탓인지 개방 이후로 한복은 점점 사라져 지금은 결혼식이나 몇몇 행사 외에는 한복이라는 것을 잘 입지 않고.. 입기 편하도록 개량되어 나온 '개량 한복'조차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실정인데.. 인도인들은 정말 얼마나 나라에 대한 자부심.. 그 뿌리가 깊으면 아직까지도 이렇게 전통복을 생활 속에서 입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인지.. 그 생각과 문화, 가치관이 정말 궁금하기만 하다.

 

내 생각엔 문화사대주의나.. 전통복 입는 것을 지향하는 이런 가치관들은, 권력 계층으로부터 아래로 퍼져 나간다고 생각하는데, 한국의 경우엔 소위 높으신 분들이나 귀족 계층이 서양의 것, 특히 미국의 것들을 많이 찬양하고 지향했기 때문에 오늘날과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게 되었지 않았나.. 하고 생각해본다. '서민'들은 아무래도 귀족의 것들을 모방하고 따르려는 경향이 있으니까 말이다. 반면 인도인들은 그 반대(?)라고 해야 할까?왜, 식민 통치를 받으면서도 철저하게 자신의 것들을 '고수'하며 오히려 식민통치 상황을 '이용'했다는 인도인들의 기질로 미루어 보아... 난 인도를 이끄는 귀족이나 권력 계층들이 자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했고, 지금도 상당하다고 생각된다.

 

anyway... 왠지 전통복에는 전통 가방을 메야 할 것만 같은데.. 전통 복장 Saree(사리)에, 공장에서 찍어져 나왔을 공산품 가방을 메고 있는 여성들을 보고 있자니... 이 전통과 현대의 조화가 내 눈에는 낯설게만 느껴진다.

 

인도의 발전해가는 모습도 바로 이렇게 핸드백을 멘 사리 입은 여성의 모습과 흡사하겠지... 전통의 것들이 많이 남아 있지만.. 소위 '현대적'이라고 불리는.. 첨단 문명들이 들어서고 있는 인도....

 

흠... 자꾸만 빠르게 변해가는 인도가 아쉽게 느껴진다. 이렇게 변해가는 것도 어쩌면 인도의 한 역사이고.. 변화란.. 이런 흐름이란 어쩌면 당연한 것인데.... 인도가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살았으면.. 하고 바라는 것은 이 여행자의 욕심일까.

 

23 Jul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