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남인도 첸나이(Chennai)에서부터 북인도 나이니탈(Nainital)에 도착하기까지의 긴 여정 - 드디어 도착!

 

1. 7월 22일 : 남인도 Chennai(첸나이)에서 2박 3일 기차 탑승

 

2. 7월 24일 새벽 : 북인도 Haridwar(하리드와르) 도착

 

3. 7월 25일 아침 : 하리드와르에서 24일 자정 열차를 타고 Kathgodam(까뜨고담 역) 도착

 

4. 7월 25일 오전 : 까뜨고담 역에서 또 다시 1시간여 택시를 타고 드디어 최종 목적지 Nainital (나이니탈) 도착!!

 

 

 

아... 정말 저 남인도 첸나이부터 이 북인도 나이니딸까지 대략 72시간, 3일이란 시간이 소요되었다. 나는 이 나이니딸이란 도시를 기점으로 북인도를 반시계 방향으로 한바퀴를 돌아 다시 남쪽으로 내려가게 될 것이다.

 

 

Kathgodam(카트고담) 역에서 내리기 한시간 전인 새벽 5시쯤, 나는 달리는 기차 안에서 눈을 떴다.

 

기차가 거의 종착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으므로 사람들은 이미 많이 내려 기차 안엔 사람들이 많이 없었다. 기차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한결 한적해진 기차에 편하게 눕거나 앉아 태양이 떠오르는 대지의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나는 딱히 할 일이 없어 바깥 풍경을 보며 누워 있는데, 내 옆 berth에 누워 있던 아저씨가 나를 보고 방긋 웃더니, 내 팔을 잡고서는 너무 말랐다며 이게 뭐냐고 한소리 하며 밥을 많이 먹으라고 했다. (아저씨가 영어로 말하진 않았지만 난 아저씨의 말을 다 알아들을 수 있었다. ㅎㅎ) 아마 아저씨에게는 내 나이 또래의 딸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저씨의 시선이 살짝 부담스러워져, 아무도 없는 벽 하나 뒤로 자리를 옮겨 그곳에서 짐정리도 하고 기차에 달린 거울을 보며 머리와 얼굴을 매만졌다. (인도 기차 SL칸 안에는 전기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콘센트도 있고, 종종 거울이 달린 곳도 있었다.) 그리고는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마을 풍경을 바라 보았는데, 그 느낌이 마치 New Jalpaiguri(뉴 잘패이구리) 역을 향하면서(Darjeeling(다르질링)을 갈 때 탔던 기차) 봤던 아침의 풍경과 비슷했다. 언제 봐도 참 아름다운 인도 마을 풍경과 자연 풍경.

 

 

새벽 6시인가, 7시쯤 나는 까뜨고담 역에 도착했다. 나는 한푼이라도 아끼고자, 그리고 고급보다는 최대한 인도의 서민 생활을 느껴보고자 버스를 타고 나이니딸에 갈 예정이었지만, 버스를 어디서 타는지 잘 알 수 없기도 했고, 까뜨고담 역을 벗어나자마자 나를 향해 무리를 지어 달려드는 택시 기사 아저씨들에 완전히 압도 당했다.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으레 나이니딸로 가는 탓인지, 아저씨들은 나이니딸을 가냐면서 내게 흥정을 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기사들이 Rs.200~300로 비싼 값을 불러서 버스를 타고 싶다고, 버스 정류장 위치를 물었는데 한 순진한(!) 아저씨가 버스 정류장 위치를 가르쳐 주려던 찰나, 뒷자리에 한 부부 손님을 태운 아저씨가 택시를 돌려 역 앞을 빠져 나가려다가 나를 발견하고선 Rs.100를 불렀다. (아마도 나 혼자만 가는 것이 아니라, 뒤에 동행이 있어서 가격을 많이 낮춰 부른 것 같았다.)

 

!!! 가격이 참 많이도 낮아졌다. 사실 버스를 타고 가면 훨씬 더 저렴하게 갈수도 있겠지만, Rs.100 정도면 그냥 택시를 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내가 탄 택시의 기사 아저씨는 모든 택시 기사들 사이에서 winner가 되어, 보무도 당당하게 나의 무거운 가방을 뒤 트렁크에 실은 뒤 쉬크하게 핸들을 돌려 역을 빠져 나갔다. ㅎㅎ

 

 

택시를 타고 나이니딸로 향하는 길. 나이니딸은 해발 1,900~2,000m에 위치한 호수 도시인데, 가는 길의 도로는 상당히 쾌적하게 잘 닦여져 있었다.

 

택시는 구불구불 산길을 돌아 점점 산으로 올라가는데, 도로 양쪽의 울창한 숲과 나무가 뿜어내는 자연의 내음, 피톤치드에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계속 산으로 오르던 택시. 중간에 한 휴게소 같은 곳이 나타났다. 택시 기사 아저씨도, 뒷좌석의 부부도 아침을 안 먹은 듯 했는데, 택시 기사 아저씨는 그곳에서 Chai(짜이) 한잔을 하고, 뒷좌석의 부부도 그곳에 내려 먹을 것을 샀다. 신혼으로 보였던 그 부부.. 남편은 아내에게 파란색 봉투에 든, masala(마살라)가 믹스된 치토스 같은 인도 과자 'Kurkure'를 사주었다.ㅎㅎ 내 편견 때문인지는 몰라도 왠지 '어른'들은 과자를 안 먹을것만 같았는데, 질소 충전을 하여 빵빵한 과자 한봉투를 들고 택시에 타는 그 아내가 어찌 그렇게 귀여워 보이던지. ㅎㅎ (인도인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다 과자를 즐겨먹는 것을 여행 내내 볼 수 있긴 했다.)

 

한편, 택시 기사 아저씨가 돌아올 때까지 택시 안에서 기다리면서 그곳의 여러 가게들을 구경했는데, 한 남자가 거대 포장마차 형식으로 차린 한 식당 앞에서 플라스틱 테이블과 의자들을 셋팅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 남자를 보니.. 삶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지금 이렇게 편하게 여행을 하고 있지만.. 이 여행이 끝나면 저 남자처럼 한국에서 열심히.. 때로는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말 그대로 '먹고 살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야겠지... 갑자기 하루하루를 이렇게 열심히 살아갈 그 남자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나도 저렇게 살 수 있을까...?

 

 

택시는 다시 굽이굽이 산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뱃속을 채운 택시기사 아저씨는 나에게 이런저런 말들을 건네다가, 전단을 보여주며 자기네 택시 회사를 홍보하기 시작했다. 아저씨는 개인 택시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택시 회사 소속의 사람이었는데, 높은 고산지대가 많아 기차가 없는, 교통이 다소 애매한 북인도 지역을 여행하고자 하는 여행자들에게 

편안한 taxi driving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아저씨는 나이니딸에서 다른 북인도 지역, 그리고 나이니딸에서 내가 하룻밤 동안 기차를 타고 달려온 정말 거리가 꽤 되는 하리드와르(Haridwar)나 데흐라 둔(Dehra Dun) 사이도 택시 운전이 가능하다면서 계속 자기네 회사 상품을 홍보했다.

 

 

전단지에 쓰여진 택시 운전 요금을 보니 역시나... 거리가 먼만큼 가격이 상당히 비싸긴 했다. (몇천루피) 아저씨의 홍보를 듣고 넘어갈 내가 아니지! 이 돈이면 몇일치의 방값.. 이동 경비가 될텐데... 이렇게 호화스러운 여행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어 아저씨의 말은 그냥 흘려 들었다.

 

택시는 점점 더 높고 깊은 산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저씨가 저 곳이 나이니딸이라고 가르킨 곳에 도착하려면 아직도 더 높이 올라가야 한다. 굽이굽이 커브 급한 산길을 돌아 올라가는 택시. 차가 별로 없기도 했고, 길이 익숙한 탓인지 아저씨는 다소 빠르게 운전을 했다. 그러나 산길이라 역시 위험하긴 하다. 커브를 돌 때마다, 또는 곳곳에 보이는 경고 메시지들.. 이 메시지들은 정말 철학적이기도 기발하여.. 또 한번 인도라는 나라에 감탄...

 


 

 

인도 도로의 기발한 경고 표지판, 문구들.

 

 

나이니탈로 향하는 산악 도로에서 내가 봤던 메시지들과 완전 똑같지는 않지만, Googling 하여 인도의 road sign들을 찾아봤다.

 

 

DO NOT GOSSIP. LET HIM DRIVE

 

ALL WILL WAIT BETTER BE LATE

 

PEEP PEEP DON'T SLEEP

 

MORE YOU SPEED MORE YOU SKID

 

DRIVE LIKE HELL YOU WILL BE THERE

 

IF MARRIED DIVORCE SPEED

 

BE SOFT ON MY CURVES

 

LOWER YOUR GEAR CURVE IS NEAR

 

DRIVE DON'T FLY

 

HURRY MAKES WORRY

 

THIS IS HIGHWAY NOT RUNWAY

 

LIFE IS PRECIOUS DO NOT WASTE IT

 

FAST WON'T LAST

 

ENJOY IT BUT NOT WHILE

 

ALERT TODAY ALIVE TOMORROW

 

GOOD DRIVER IS SELDOM HURT

 

BREAK THE SPEED THAT'S THE NEED

 

ALL WILL WAIT BETTER BE LATE

 

IF YOU DRIVE LIKE HELL, YOU WILL REACH THERE SOON

 

FORTUNE BEERIENDS THE BOLD

 

DARLING I LIKE YOU BUT NOT SO FAST

 

AFTER WHISKY DRIVING RISKY

 

SMILE, IT IS CONTAGIOUS

 

WISH YOU A HAPPY AND SAFE JOURNEY

 

DO NOT BE RASH AND END IN CRASH

 

THIS IS HIGHWAY NOT A RUNWAY

 

LIVE FOR YOUR TODAY DRIVE FOR YOUR TOMORROW

 

MIND YOUR BRAKES OR BREAK YOUR MIND

 

HOSPITAL CEILING ARE BORING TO LOOK AT AVOID ACCIDENT

 

DON'T DREAM OTHERWISE YOU WILL SCREAM

 

ACCIDENT BEGINS WHERE ALERTNESS ENDS

 

BE SLOWER ON THE EARTH THAN QUICKER TO ETERNITY

 

MAKE LOVE NOT WAR BUT NOTHING WHILE DRIVING

 

 

 

정말 기발하지 아니한가!!! 완전 감탄~ 감동!! 어쩜 인도인들은 표지판도 이렇게 철학적인지.... 내가 봤던 문구들은 사고 나기 쉬운 산악지대에 있어서인지 뭔가 더 철학적이고 깊었지만 말이다.

 

 


 

 

Nainital에 가까워질수록 산길의 커브는 점점 더 급해지고 있었다. 뒷좌석에 타고 있는 새 신부(?), 부인은 차가 연신 커브를 돌자 속이 울렁였는지.. 잠시 차를 세워 아침에 먹은 과자를 게워냈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풀밖에 보이지 않았던 도로는 언덕 곳곳 건물들이 빽빽이 들어선 경치로 변했다. 'Welcome to Nainital' 이라는 환영 문구와 함께 우리가 탄 차가 드디어 나이니딸에 들어선 것이다.

 

택시 기사 아저씨는 나한테 연신 호텔을 예약 했냐고 묻더니, 나의 최종 목적지인 나이니딸의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기 전 어떤 한 호텔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는 하루 방값이 Rs.500가 넘는데도 이 호텔이 나이니딸에서 가장 싼 호텔이라고 우겼다. 호텔 앞에 나와 있던 어떤 사람이랑 아는 체를 하는 것을 보니, 이 아저씨는 손님들에게 이 호텔을 안내하고 커미션을 받는 것 같았다. 기분이 좀 그래서.. 그냥 됐다고 하고 버스 정류장에 내려달라고 했다.

 

 

드디어 나이니탈의 Tallital(탈리탈) 버스 정류장에 도착! 택시에서 내리자 Lonely planet 책에 언급된대로 초록빛 나이니(Naini) 화산 호수가 나를 반겼다.

 

아.. 남인도 첸나이에서부터 장장 3일을 달려 도착한.. 꾸마온에서 가장 큰 도시이며 인기 있는 언덕 휴양지라는 Nainital. 가파른 숲 골짜기가 나이니(Naini) 호수 근처에 자리잡고 있는 이 도시는 향수병에 걸린 영국인들이 만든 곳이라고 한다. Darjeeling(다르질링)도 그렇고, Shimla(쉼라)도 그렇고.. Nainital(나이니탈)도 그렇고... 영국인들은 아무래도 식민통치 기간 동안 인도에 머물면서, 꽤나 이 나라의 더위를 못 견뎠었나 보다. 이렇게 높고 높은 해발 2,000m 고도에 자리잡고 있는 도시들에 자신들의 휴양지를 건설한 것을 보면 말이다...

 

 

방을 잡으려고 숙소가 즐비한 The mall rd.를 따라 걸으려는데, 역시나 호텔을 안내하는 사람들이 내게 막 다가왔다. 비수기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다가오진 않았지만.. 이들의 등장은 언제 어디서나 달갑지가 않다. 한 아저씨가 나이니딸에서 제일 싼 호텔이라면서, 깔끔하고도 세련되어 보이는 호텔방이 안내된 브로셔를 보여 주었는데.. 방값이 무려 Rs.480란다! 이게 이 도시에서 가장 싸다고?!! 론리 플래닛에서도 이 도시에는 유스호스텔을 빼면 비수기 때를 제외하고 '진짜 저렴한' 호텔이 없다고 '경고'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게 가장 싼 값이라니... 말도 안된다.. 인도의 싼 숙소 값에 익숙해져 있던 나는 "Rs.480? expensive!" 라고 외쳤는데, 아저씨는 "expensive?!" 하면서 코웃음을 쳤다. 그러고는 발걸음을 홱 돌려 떠나는 나를 더 붙잡으려 하지도 않았다. 흠.. 뭔가 좀 이상한데?에이.. 더 싼 곳이 있을거야...

 

무거운 배낭을 메고 The mall을 걸으며 숙소를 알아보는 것은 참 힘든 일이었다. 중간중간 '딸랑딸랑' 종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사이클 릭샤가 얄밉게 보일 정도로 말이다. The mall의 오른편에는 정말 호텔들이 즐비했는데.. 어쩜 이렇게 다들 고급으로 보이던지.. budget traveller는 엄두도 못낼 초호화 고급 호텔들이 정말 많았다. 왜 이렇게 Deluxe hotel들이 많던지...

 

가까스로 조금 '덜' 고급스러워 보이는 호텔을 찾아 힘들게 계단을 따라 올라갔는데.. 하나 남은 방이 이것밖에 없다며.. 나 혼자 쓰기에는 정말로 큰 방에 TV, 화장실까지 딸려 있는.. '공주님 방'을 보여 주었다. 하루 방값을 물어보니.. '할인'해서 Rs.900란다! 와우.. 이런....

 

다시 발길을 돌려.. lonely planet에서 언급한 budget hotel들에도 가봤지만.. 론리 플래닛에 언급된 방값은 이미 몇년 전 가격이라고 했고.. 대부분의 방들은 semi-deluxe나 deluxe 급으로, 론리 플래닛에 나온 방값의 거의 1.5배~2배로 올라 있었다. 하지만 이런 고급 호텔들엔 인도인들이 참 많았다. 역시 돈 있는 인도인들은 스케일이 참.....

 

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이 기후 서늘한 산간 휴양지에서 며칠간 쉬어갈 요량으로.. 3일이나 시간을 투자해서 달려왔는데.. 비싼 방값에 빨리 떠나야 할지도 모르겠는걸... 뭐.. 나를 위해서 비싼 돈 좀 들여 호강하는 것도 나쁘진 않으나.. 난 이상하게 고급 호텔에는 머물고 싶지 않았다.

 

결국 발품을 더 팔아 론리 플래닛에 나온 youth hostel을 가보려고(여기도 비싸긴 하지만.. 마지막 보루로..)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오른쪽으로 발길을 돌리려는데, 딱 그 찰나, 시내 중심가에서 호텔 가이드를 또 만났다. 배낭은 정말 무겁고, 가격이 싼 방을 못 찾고 있었으므로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가이드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가이드가 혹시 다른 말을 할까, 처음부터 가이드에게 난 정말 싼 방을 원한다고, Rs.300대의 방이 아니면 따라가지도 않을거라고 못을 박았다. 그랬더니 그 사람은 Rs.300짜리 방을 안다며 자신을 따라오라고 하더니.. 정말정말 긴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아.. 정말 하늘이 노래지는 것 같았다. 간밤에 기차 안에서 잠을 자긴 했어도.. 흔들리는 기차 안에서 숙면을 취했을리가 만무한 나는.. 얼른 숙소를 잡아 씻고 쉬고 싶었다.

 

그렇게 정말 있는 힘을 다해 언덕 위의 한 호텔에 도착했다. 그 숙소의 방은 웬만큼 깔끔하고, 온수도 나오며, TV도 있고.. 꽤 괜찮았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니, 주인은 Rs.300가 아닌 Rs.350를 불렀다. 가이드.. Rs.300라더니 이거 뭥미... -_-;; Rs.300까지 해달라고, 며칠간 오래 머무를 것이라고 이야기를 해봤으나.. 주인은 끝까지 양보하지 않았다. 인도에서는 왜 이렇게 한화 1,500원도 안 되는 Rs.50도 크게 느껴지던지.. 나도 주인에게 Rs.50를 더 내는 것이 양보가 되지 않았다. 결국 호텔 가이드가 가까운 곳에 Rs.300 방이 있다면서 나를 또 다른 곳으로 안내했다.

 

그렇게 해서 간 곳은 가정 민박집 같은 분위기의 숙소. 이곳의 방도 웬만큼 크고 TV도 있고.. 개인 욕실도 있었지만..

양동이 온수인 데다가 방이 침침.. 확실히 아까의 Rs.350짜리 방과 퀄리티가 다르긴 했다. 휴.. 어쩔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결국 그냥 이 방에서 몇일 지내기로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Rs.300짜리로는 안 보이는 방이었고.. 호텔 가이드는 이 숙소 주인과 이야기 하여 커미션을 챙긴 것이 분명해 보였지만, 더 이상 지체하다가는 방을 잡기도 전에 내가 다 지쳐 나가 떨어질 것 같아서 그냥 머무르기로 했다.

 

그러나 역시 싼 방은 싼 값을 한다.. 왜 이렇게 방이 습하고 곰팡내가 나는지... 인도의 숙소에서 내가 가장 마음에 안 들어하는 카펫도 바닥 전체에 깔려 있었다... (청소가 잘 안 되는 카페트보다 차라리 시멘트 맨바닥이 더 위생적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시트를 갈고 나서야 겨우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런데 시트를 갈아달라고 요청을 하자, 숙소의 아들(?) 또는 숙소에서 그냥 노동을 하는 듯한 아이가 침대 시트를 손수 가지고 와.. 무거운 매트리스를 혼자 척척 들어가며 시트를 갈기 시작했다. 갑자기 그 아이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맨발 문화가 일반적인 인도이긴 하지만.. 그 아이의 거칠고 뗏국이 흐르는 발을 보니.. 왠지 안쓰러운 연민의 마음이 들었다. 아이가 하는 일은 어쩌면 노동의 댓가를 받고 하는.. 정말 정당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어린아이가 이런 노동을 하고 있는 풍경이 낯선 문화권에서 자란 나는 나도 모르게 그 아이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낀 것이었다. 그래서 아이가 시트를 바꾸는 사이, 난 아이에게 이런저런 말을 걸었다. 내가 아는 힌디어를 최대한 동원하여 친밀감 있게 말이다..

 

 

숙소에서 좀 쉴까 하다가.. 나이니딸이란 도시가 어떤 도시인지 궁금하여 금방 숙소를 나왔다. 숙소에서 긴 언덕길을 내려가면 바로 도시의 중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나이니 호수 선착장과 공원, 'Flats'이라는 곳이 나온다.

 

 

 

넓은 공터와 같은 'The Flats'. 'Flats'는 1880년에 있었던 산사태로 호텔 한 채와 150명이 매몰되는 등의.. 큰 사고를 기념하기 위한 레크리에이션 그라운드라고 한다.

 

Flats 왼쪽에는 길을 따라서 양쪽으로 각종 인형, 모자, 뜨개 조끼 등을 파는 노점상들이 즐비하다. 그 곳의 끝에 다다르면 여러 음식점들이 나오고, 왼쪽으로는 한 Naina Devi Temple이 보이며, 이 힌두 사원 쪽으로 다가가서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각종 공산품 옷들과 양초들을 파는 Tibetan market이 있다. 오.. 이 나이니딸에도 티벳탄 마켓이 있다니.. 정말 의외인걸.... 티벳탄들은 어떻게 이렇게 먼 곳까지 와서 정착하게 된 것일까? 문득 그게 참 궁금해졌다.

 

 

 

론리 플래닛을 공부하다가 티벳 시장쪽에 맛있는 이 도시에서 최고의 Chowmein을 파는 곳이 있다기에 들러봤다. 속은 너무 안 좋아 인도의 masala 음식은 멀리하게 되었으므로.. 우리의 입맛에 그런대로 잘 맞는 중국식 Chowmein은 혹시 입맛에 맞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Sonam Chowmein Corner'는 역시 소문대로 이 노점 가게에는 사람들이 많았고, 사람들은 노점의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Momo(모모)나 Chowmein(챠우멘)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노점 주방에서는 왠지 믿음직스러운 청년들이 요리를 하고 있었다.

 

 

 

나도 veg. Chowmein을 시켰다. 이 가게는 고맙게도 half plate가 가능하여 반만 시켰는데, 즉석에서 바로 볶아주는 챠우멘은 위생적이기도 하거니와 가격도 무지 저렴하고 맛도 좋았다. (Rs.15 이하였던 듯.) 사실 veg.라고 해봤자.. 들어간 재료는 양배추와 당근이 다였지만.. 그래도 간이 잘 밴 양념 면을 먹으니.. 뭔가 자장면을 먹는 듯도 하고.. 간만에 참 행복했다. 하지만 이 반접시도 양이 많은 듯해 미안하지만 남길 수밖에 없었다.

 

 

챠우멘을 기분 좋게 먹고 나오긴 했지만 왠지 속이 느끼... 갑자기 달달한 커피 한잔이 생각나 다시 The mall rd.로 나와, 아까 호텔을 찾다가 발견한 'caffe coffee day'를 찾았다. (인도를 여행하다가 caffe coffee day를 만나는 것은, 낯선 나라에서 McDonald's나 Starbucks를 발견하는 것만큼이나 내게 위안과 소소한 기쁨이 되곤 했다. 참 아이러니컬하지... 이런 기업 음식들을 별로 선호하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나이니탈의 '카페 커피 데이'는 이렇게 호수가 바라다 보이는 전망 좋은 2층에 위치한 카페이다. 나이니탈은 해발고도가 1,900m가 넘는 도시인 탓에, 이렇게 눈높이로 안개처럼 보이는 구름도 쉽게 볼 수 있다.

 

 

 

 

굉장히 멋지게 잘 꾸며놓은 카페 커피 데이 내부. 이곳의 분위기나, 여기에 오는 손님들로 보아하여.. 이 커피샵은 상당히 상류층들만 즐기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창 밖을 바라보니, 저 멀리 오른쪽으로는 Gurdwara(구르드와라)와 Naina Devi Temple(나이나 데비 사원)이 보였다.

 

 

 

 

그리고 호수 위에서 이런 보트를 타는 연인(?)도 보였다. ㅎㅎ 세계 어딜 가나 호수 위에 귀여운 동물 모양의 보트는 필수인 듯...ㅎㅎㅎ

 

 

 

아이스 커피 한잔을 시켜 유유히 나이니 호수를 바라보며 잠시 동안 휴식을 취했다. 사실 카페 커피데이의 커피 값은 로컬 시장에서 사먹을 수 있는 하루 세 끼 밥값 수준이었지만.. 몸이 지치고 속이 안 좋을 땐 나를 위해서 이 정도는 투자해도 된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잠깐, 숙소 값은 아껴도 되고...? ㅋ;; (뭐... 그래봐야 커피 값은 Rs.100 한화 약 2,500원도 안 하니.. 한국의 별다방 커피보다 엄청 싼거라구 >_<!! 라며 스스로 합리화 하다...ㅎㅎ;;)

 

 

카페 커피 데이를 나와서 이번에는 로컬 마켓 쪽으로 가봤다. 이 지역의 특산품이 incense라더니.. 과연 시장에는 각양 각색의 초와 인센스를 파는 가게들이 정말 즐비했다.

 

이것저것 구경을 하다가 귀여운 동물모양 초를 보니 동생 생각이 절로 났다. 한국에 이걸 보내주면 동생이 정말 좋아하겠는데...! 딱 동생 취향인데 말이지~~~ 근데 우편으로 보내면 혹 부서지진 않을까?그렇다고.. 앞으로 긴 여정이 될 여행 초기부터 이걸 사서 배낭에 넣고 다니자니.. 아무래도 좀 그렇고... 에이, 이 곳에서 몇일 더 머무를 것인데 동생 선물은 좀 더 천천히 생각해 봐도 되겠지!!

 

어쨌든 나는 숙소를 정하고 나서도.. '아.. 아까 Rs.350 숙소로 다시 바꿀까...?' '아니야, 하루에 Rs.50면 한 끼 밥값으로 완전 충분한 돈이라구!' 하는 생각들이 계속 머리 속을 어지럽게 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나는 나를 위한 선물로 저렴한 인센스 세트 하나를 샀다. 숙소가 아무래도 좀 꼽꼽.. 습한 기도 있고 약간 냄새가 나는 것도 같으니, 인센스를 피워 방 안을 향기롭게 하여 정신 건강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인센스를 사가지고 기분 좋게 저녁 무렵 숙소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렇게도 속으로 잊어버리지 말자고 생각하고 있었던.. matchstick 사오는 일을 기어코 잊었다! >_< 결국 프론트에 가서 마음씨 좋고 사람 좋은 주인 아저씨께 성냥을 빌려 향을 피울 수 있었다. 음~ 방 안 가득 향기로운 이 smell~~ ('smell'~ 하니 갑자기 J가 떠오른다. 게스트 하우스 작업실에서 빵이나 케익을 구우면 항상, "oh~ smell~~~" 하면서 행복한 표정으로 부엌에 들어오곤 하던 J였다. ㅎㅎ)

 

흠... 한편 말이지... 나이니 호수는 예쁘고.. Flats 근처 티벳시장도 참 마음에 드는데.. 방값이 비싼게 정말 흠인 이 도시, 나이니딸... 다음으로 가 보고 싶은 산간 도시 Almora(알모라)도 방값이 딱히 싼 것 같진 않은데.... 다음 여정으로 어딜 가야 하나... 고민고민...

 

25 Jul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