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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행 26 | 나이니탈(Nainital) 여행 - 엄청난 크기의 마살라 도사(Masala Dosa) | 카페 커피 데이 | 우체국 | 축구 | 나이니 호수
Olivia올리비아 2021. 12. 7. 15:05
Nainital(나이니탈)에서의 두 번째 아침.
아침에 일어나 Travel & Living 채널을 보는데 도넛 회사 사장이 나왔다. 도넛이나 음식을 만드는 가게를 운영하고 싶기도 하고.. 피아노도 공부하는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다. 미래에 대한 상상을 하니 동반자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된다. 예전 같았으면 혼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텐데.. 확실히 외롭긴 한가보다. 혼자 살 것을 생각하니 막막하고.. 남편과 함께 가정을 꾸리고 내 일도 하면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제 인터넷을 했는데 Q도, T도 연락이 아직 없다. Q랑 함께 하면 뭐든 다 자신감 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의 Sri Lanka(스리랑카) 여행 때처럼 말이다.. 언제쯤 메일을 확인할까?15일에 Delhi(델리) 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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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a Bazar에 갔다. 어느 도시를 가든, 그 도시 사람들의 삶을 알기엔 시장만한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좁은 골목에 늘어선 슈퍼마켓, 약국, 인센스 가게, 채소 시장 등등 이것저것을 구경하다가 끼니 때가 되어 Shiva vegetarian restaurant이란 곳에 들어갔다. 이름과 걸맞게 이 식당의 한 쪽엔 시바 신의 사진 앞에 향을 피워놓고 때가 되면 기도를 드릴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이곳은 다른 여느 인도의 시장골목 식당과는 달리 정말 깨끗하고 깔끔했다.

이런저런 메뉴가 정말 많았지만 masala Dosa(마살라 도사)를 주문했다. 와.. 그런데 크기가 정말 엄청났다!

마살라 도사는 쌀가루를 얇게 부쳐, 마살라를 넣고 조리한 감자를 속에 채운 음식이다. 음식을 주문하면, 불 앞에서 하루종일 전문적으로 도사나 로띠 등만 구워내는 사람이 즉석에서 만들어 주는데, 그 때문에 도사는 참 크리스피 하고 맛있었다.
도사는 굽는 사람을 자세히 관찰하니, 하나의 도사를 구워낸 직후 불판에 그을린 까만 가루들을 젖은 천으로 닦아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천은 하도 까만 재 같은 것들을 닦아내서인지 언뜻 보기엔 걸레와도 같았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장면을 보면 비위가 상해 음식을 못 먹었었을텐데, 나도 참 많이 변했다. 이제 으레 '그럴 수도 있다.'는 내 안의 '관용'이라는 것이 생겼다. 그냥 '인도는 이런 모습도 있구나.' 하는 것을 어느새 나도 모르게 인정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것이 인도에서 생활하고 여행하는 중 배운 가장 큰 수확인 것 같다.)
한편, 도사를 먹으면서 식당을 둘러보니, 정말 어린 소년들이 걸레 같은 행주를 들고 손님들이 먹고 간 테이블을 닦고 있었다. 카운터에 근엄하게 앉아 있는, 딱 보기에는 '나 부자.' 라고 써 있는 할아버지는 자꾸만 소년들에게 무어라 하며 큰소리를 치고 있었다. 순간, 소년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흠... 이것이 카스트라는 것인가... 소년들은 돈을 받고 일을 하는.. 어찌 보면 정당한 노동을 하고 있는 셈일수도 있는데, 나는 왜 이 아이들에게 자꾸만 괜시리 미안해지는 것일까.. 내가 너무 색안경을 끼고 이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내가 너무 오만한 것은 아닐까?아니면.. 아이들이 정당하지 못한 임금을 받으면서 생계를 위해, 어머니.아버지는 돕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일까? 아니면.. 공부해야 할 나이인데 이렇게 식당에서 일하고 있어서...? 어쨌든.. 밥을 먹는 내내 그 아이들을 보면서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아서 난 차마 아이들과 눈조차 마주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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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The mall rd.로 나왔다. 시원하게 넓게 펼쳐진 Naini(나이니) 호수!! 산자락과 구름이 비슷한 높이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이 고원의 도시에 이렇게나 넓은 호수가 펼쳐져 있는 것을 보니, 이곳이 화산 폭발로 생성된 곳이라는 것이 실감이 난다.

호숫가 옆으로는 사람들의 삶이 있다.

패인 홈 하나 없이 깔끔하게 잘 정비되어 있는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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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또 Caffe coffee day를 찾았다. 달달한 것이 당기기도 했고, 조용한 곳에서 편지도 쓰고 싶어서였다. (숙소는 습해서 도무지 들어가기가 싫단 말이야.. -_ -;;)

카페에서 바라다 보이는 호수의 전경.

이 나이니 호수는 나이니탈의 명물로, 시바의 아내인 사띠(나이나(naina)는 산스크리트 어로 '눈'이라는 뜻)의 에메랄드 빛 눈 중 하나라고 알려져 있다고 한다. 저 멀리 보이는 Naina Devi Temple(나이나 데비 사원)은(빨간 건물) 그 눈이 떨어진 곳이라 여겨지는 정확한 지점에 자리한다고 한다.
그나저나 오늘도 물살을 가르고 있는 동물모양의 보트 한대. ㅎㅎ 호수에는 노를 젓거나 페달로 움직이는 보트를 탈 수 있는 '나이니딸 보트 클럽'이라는 곳이 있다.

초코와 라떼가 들어간 커피를 주문했다. 예쁜 라떼 아트에 기분이 좋아진다. :)
그런데 들어오면서 주문을 할 때 보니, 이 매장의 매니저가 여자인 것이 눈에 띄었다. 와.. 이 도시에서는 여성의 경제 진출이 많이 허용되는 모양이지..? 여성 매니저 밑에서 일하는 남성 직원들이라... 물론, 대도시에는 예전부터 이런 예들이 있었겠지만.. 남인도 시골 지역에서만 활동하다 와서 그런지, 아무래도 여성이 운영하는 매장을 보니 생소하면서도 뭔가 진취적인 느낌이랄까... 어쨌든 신선한 기분이 들었다.

카페에서 그림도 그리고, 그림 그린 종이 뒷면을 편지지 삼아 편지도 쓰면서 시간을 꽤 보내느라 커피를 두 잔이나 마셨다. 그런데 카페에서 시간을 꽤 보냈는데도 카페에 들어오는 손님은 2~3명 남짓. 손님이 정말 없었다. 그래서인지 한 남자직원은 연신 대걸레로 바닥을 닦으며 내가 그리는 그림을 힐끗힐끗 쳐다봤고, 손님이 없어 별다른 할 일이 없는 심심해 보이는 한 다른 남자 직원은 내 그림을 봐도 되냐며 다가와 그림들을 구경하더니 연신 "very good~"을 날린다. ㅎㅎ
그런데 두 남자 직원은 뭔가 카스트..? 일종의 서열..?이 달랐던 것일까? 그들의 태도 자체가 확연하게 다른 것이 눈에 띄었다. 대걸레로 바닥을 닦던 직원은 연신 손님 눈도 못 마주치며 바닥만 쳐다보고 다니는 반면, 내게 다가와 그림을 구경했던 남자는 시종일관 아주 자신만만한 태도였다. 단순한 성격 차이로 그런 행동을 보였을 수도 있지만.. 다른 카페 커피 데이 매장에서도 커피를 서빙하는 사람과 매장을 쓸고 닦으며 정돈하는 사람들의.. 뭐랄까.. 그들의 행동 태도라던가, 사람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확실히 뭔가 계급이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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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들을 한국에 부치기 위해 Bara Bazar 쪽 가파른 언덕길에 있는 우체국을 찾았다.

남인도 시골 동네에서 봤던 우체국과는 180도 다른 참 깔끔한 우체국.

총 3통의 편지를 부쳤다. 이런저런 나름 중요한 것들을 넣은 나에게 보내는 편지, 스리랑카에서 출국하기 전에 한국 외갓댁에 부치려고 했지만 끝내 못 부쳤던 외갓댁 편지, Haridwar(하리드와르)에서 샀던 반지 2개를 넣은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
인도에서 한국으로 편지를 보낼 때면, 우체국에서 보통 한 편지당 7~8장의 우표를 주는 것은 기본이었다. 국외로 보내는 편지 업무가 많지 않아서일까?큰 돈 단위의 우표는 없는 모양이다.
한편, 이 도시에 오니 우표 디자인이 다른 곳과는 또 다르다. 각 도시마다 다니면서 우표만 모아봐도 꽤 재밌겠는데!

내 이런 생각을 읽기라도 하듯, 우체국의 한 쪽 벽면엔 다양한 기념 우표 액자가 걸려 있었다.

우체국에서 기분 좋게 편지를 부치고 나오자, 흰 벽의 건물과 대조를 이루는 선명한 컬러의 우체통들이 눈에 들어왔다. 우체통의 저 노란색 V자와 같은 마크는 인도 우체국 마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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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에서 편지를 부치고 다시 시내 중심가 쪽으로 내려오니 The Flats에 수많은 관중들이 모여 있었다.

바로 축구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Darjeeling(다르질링)에서 테니스는 봤어도, 인도에서 축구 보기는 또 처음이네~ (확실히 인도는 상대적으로 기후가 서늘하고 마일드한 산간 지역에서 축구나 테니스 등의 스포츠가 발달되어 있는 것 같다. 해발 고도가 낮은 지역은 너무 더워서 스포츠를 적절하게 제대로 즐기기가 어려울 듯도 하다.)

Flats 바로 옆에는 길을 따라 노점상들이 늘어서 있고, 탁 트인 호수가 펼쳐져 있다.

축구하는 사람들과 구경꾼들.

나도 잠시 관중석에 앉아 축구하는 사람들과 구경꾼들을 구경했다. 이 도시의 사람들은 축구에 관심이 꽤 많은지, 축구를 엄청 열중해서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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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그렇게 축구를 구경하다가 다시 걸었다. Flats을 쭉 둘러서는 음식을 파는 노점상들이 있고, 오른쪽으로 돌면 인형과 모자, 옷 등을 파는 노점상들이 쭉 늘어서 있으며, 그 길은 티벳 시장으로 향하는 길이다.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었던 나이니딸만의 길거리 음식은 달걀과 강황가루? 마살라 가루를 섞은 달걀물을 입힌 삼각형의 식빵 토스트나, 고추, 양파 등 각종 채소를 넣고 즉석에서 끓여주는 Maggi(원래 오리지널 발음은 '마기'이지만 인도에서는 '메기'라고 선전한다.) 라면이었다. Maggi 라면은 원래 Rs.10인데, 길거리 음식점에선 이렇게 끓여서 ㄲRs.25에 팔았다. 인도 인스턴트 라면은 거의 국물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난 라면 끓여주는 모습이 너무나 흥미로워, 노점상의 요리사 청년? 아저씨?를 한참 동안 서서 지켜보곤 했다. 뭐.. 라면 끓이는 법이야 너무나 잘 알고는 있지만..인도 사람들은 라면을 과연 어떻게 끓일까 궁금했던 탓이다. 그런데 뭐... 세계 어디 나라나 라면 끓이는 법은 다 비슷비슷하다. ㅋ 면을 먼저 넣느냐, 스프를 먼저 넣느냐.. 얼마나 면을 젓느냐, 몇 분동안 끓이느냐, 뚜껑을 열고 끓이는지, 닫고 끓이는지.. 그 소소한 것들만 다를 뿐... (이라고 써놓고 보니, 이렇게 되면 상당히 많은 부분이 다른걸..? ㅎㅎ 뭐래..;;)
길거리의 또 다른 간식들로는 군옥수수나 Chai(짜이), 밀크 커피, 불판에서 지글지글 구워내는 Aloo tikki(알루 띠끼 - 일종의 hash brown potatoes.. 감자 패티)가 있었다.

Flats 근처의 공원. 사실 공원이라기보다.. 그냥 이렇게 초록의 식물들로 잘 꾸며 놓았다.

이 길은 Flats와 호수 사이로 난, 티베트 시장으로 향하는 길이다. 양쪽으로 노점상들이 즐비하다.

티벳 시장으로 향하는 길 오른쪽으로 보이는 Flats. 그리고 군옥수수 파는 할아버지. (Shimla(쉼라)라는 도시는 나중에 가긴 했지만.. 어쨌든, 신기하게도 Darjeeling(다르질링)이나 Shimla(쉼라), Nainital(나이니딸) 등 고원 도시에서는 군옥수수를 팔았다. 아마 옥수수가 일정 고도 이상이 되어야 잘 자라나보다.)

이곳이 바로 '나이니탈 보트 클럽' 선착장이다.

나이니를 상징할 정도로 유명한 이 컬러풀한 색상의 보트들이 선착장에 떠 있다. 실제 배 색깔은 노란색이지만 'Vodafone' 광고판과 의자에 깔린 빨간 카펫 덕분에 보트 색상이 더 화려해졌다.

정말 시원하게 탁 트인 나이니 호수. 얼마나 깊을까? 산 위에 이런 넓은 호수가 있다니.. 문득 두려움이 몰려올만큼 호수의 크기는 정말 거대하다.

나는 시장에서 산 고수와 양파 튀김을 몇 개 집어 먹으며 잠시 호숫가에 앉아 쉬었다. 그렇게 쉬고 있는데, 가까운 거리에서 특이한 헤어 스타일을 한.. 한 남자의 기타와 소리 노래가 들려왔다. 음~~ 잠시 눈을 감고 기타 소리를 들으니 내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 같았다. 역시 음악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인간의 깊은 곳 감성을 채워준다. 나는 갑자기 기타를 연주하는 그 남자가 부러워졌다. 저 남자는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연주하고 싶으면 연주할 수 있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일 터..
한편, 선착장 주변으로는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로 약간은 오염된 물 속의 물고기들에게 먹이를 주는 어린 아이들과, 남자의 기타 소리를 배경으로 데이트를 하는 젊은 연인들이 많이 있었다.

그리고 호수 위에서 페달 보트를 타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오리 페달 보트를 탄 저 두 사람. 둘 다 남자였던 것이 왠지 인상적이었던...ㅋ (인도에서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손을 잡거나 어깨동무를 하고 걷는 남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것은 인도 남자들의 정말 진한 우정 표현이다. (물론 정말 게이인 사람들도 더러 있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남자들이 손을 잡고 다니면 이상하게 보지만, 인도에서는 남자들이 손잡고 다니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여자들끼리 손 잡고 다니는 것처럼 아주 일상적인 일이다. 인도 아이들에게 들었는데, 오히려 인도에서는 여자들끼리 손을 잡는 것을 이상하게 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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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호숫가에서 산도 바라보고, 호수도 바라보고, 사람들도 바라보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몸이 피곤하기도 하고 속이 안 좋아 그냥 숙소에 들어가 랩탑의 미드 <NCIS>와 인도 TV를 번갈아 보며 쉬었다.
26 Jul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