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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빛 Naini(나이니) 호수가 있는 Nainital(나이니탈)에서 케이블카도 타고, 승마도 하며 더 머물고는 싶었지만.. 방값도 비싸고, 습한 숙소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냥 이곳에서 한 3시간여 거리에 있는 'Almora(알모라)' 라는 또 다른 산간 도시로 이동하기로 했다.

 

알모라는 <인도 100배 즐기기> 책에서 보고 알게 된 도시인데(정보도 별로 없고 책에 딱 2페이지 나와 있는 곳이다.) 지금은 몬순 시기라 맑은 전망을 볼 수 없더라 하더라도... 여행자들이 많지 않은 도시이고, 산간 지방이라 경치도 좋고, 기후가 서늘해 휴양하기에 좋다는 말에 이끌려서 여행 루트를 짤 때부터 염두에 두었던 곳이다.

 

어제 The mall rd.에 있는 여행 안내소에 가서 물어보니 알모라로 가는 버스가 아침 7시에 있다고 했다. 그래서 어제 저녁에 미리 방값을 치르고, 오늘 새벽 일찍 일어나 짐을 싸서 씩씩하게 배낭을 메고 내 평생 다시는 못 볼지도 모르는 숙소 주인과 인사.. The mall road를 땀 뻘뻘 흘려가며 한 20여분을 걸어서 Tallital(딸리딸)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그냥 사이클 릭샤 탈걸!!) 이른 아침이라 인적이 드문.. 그러나 부지런한 몇몇 상인들이 나와서 가게 문을 오픈하고 있는 The mall을 걷는 내내 아침의 상쾌한 공기가 느껴져서 참 기분이 좋았다. 이 공기를 느끼고 있자니.. 문득 여행자가 아닌, 아침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일터로 출근하는 평범한 도시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스쳤다.

 

버스 정류장엔 버스 한 대가 정류소도 아닌.. 호숫가 언저리에 애매~하게 서 있었는데, 그 버스가 알모라행인지 확신이 안 들었다. 그래서 주변에 서 있던 아저씨들한테 이 버스가 알모라로 가는 것이 맞냐고 물어봤다. 영어를 못하는 아저씨들이 잠시 수근수근 거리더니, 영어를 잘하는 누군가를 불러서 나와 대화를 하게 해주었다. ^^ (여행 때 만날 수 있는 영어를 못하지만 참 순박한.. 정겨운 인도인들의 모습! ^^) 그리하여 알모라 가는 버스라는 것을 확인하고 버스에 올랐다.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은 어디에 가는 것인지, 버스는 거의 만원이었다. 버스에서 요금을 받는 아저씨에게 돈을 내고 버스표를 받은 뒤, 한 창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얼마 되지 않아 버스가 출발했다.

 

버스는 내가 이 도시에 머무는 동안 가보지 않은 길로 방향을 틀어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 점점 산을 내려가는데.. 초록의 자연이 그대로 살아 숨쉬는 차창 밖의 풍경이 정말 멋졌다. 어쩌면 이리도 자연은 맑은 빛을 가지고 있을까.. 초록.. 연두... 노랑... 보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나의 마음을 맑게 씻어주고 시원하게 해주는 자연.

 

 

 

 

한참을 아름다운 경치 속에서 신나게 달리던 버스는 잠깐 어느 한 작은 마을(나중에 알고 보니 Bowali 보왈리)에 섰다. 운전 기사 아저씨는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리고, 사람들은 으레 이 버스가 그렇다는 듯, 너무나 자연스럽게 기지개를 펴며 잠깐 버스 밖으로 나가 휴식을 취한다. 나는 그제서야 이 버스가 잠시 쉬어감을 알게 되었다.

 

나는 오늘 아침을 안 먹고 숙소를 나섰던터라 속이 텅 빈 상태. 이 상태에서 계속 커브가 급한 산길을 내려오다 보니 속이 울렁였다. 속을 좀 채우면 괜찮을까 싶어 버스가 정차한 바로 앞집에 있던 과일가게에서 바나나를 사기로 했다. 그런데 바나나 3개에 Rs.5 남인도 시골 동네에선 1송이에 Rs.1였는데.. Rs.5도 사실 그리 비싼 가격은 아니긴 하지만.. 북쪽으로 올라오니 확실히 바나나의 몸값이 높아졌다.

 

바나나를 사서 먹으니 향긋한 내음에 기분도 좋고 내 위도 든든~!! 다시 버스기사 아저씨가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자 밖에 나가서 Chai(짜이)를 마시며 요기를 하던 사람들도 하나 둘 버스에 올라탄다. 버스는 다시 기분 좋게 출발~!!

 

굽이굽이~ 굽이굽이~ 어떻게 이런 커브가 많은 산에 이런 좋은 포장도로를 만들었는지.. 거대한 자연 앞에 인간의 의지와 노력 또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되는 커브 길을 내려오다가 우리가 탄 버스는 어느 한 붉은 힌두 사원을 기점으로 왼쪽에는 계곡이 흐르고 오른쪽으로는 울창한 산이 있는, 평탄한 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어느 지역에서 비가 많이 왔었는지 저 높은 산에서부터 내려왔을 계곡물은 물살이 거셌고, 색은 황토빛이었다. 확실히 고도가 많이 낮아지니 햇볕이 쨍! 날씨가 맑았다.

 

그런데..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나의 심기를 좀 방해하는 것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내 뒷좌석에 앉은 한 인도인 남자 청소년이 크게 틀어놓은 휴대전화 mp3 음악이었다.  (남동생인 듯한 아이와 한참을 시끄럽게 떠들다가..) 인도를 여행하는 내내 참 신기했던 것이 인도인들과 함께 버스나 지프차를 타고 어딘가로 이동할 때면.. 종종 어떤 인도인들은 자신의 전자기기 속에 들어있는 인도 음악을 꼭 이어폰으로 혼자 듣지 않고 여러 사람들이 다 들으라는 듯이 버스 안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큰 소리로 틀어놓곤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도 여기에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이 음악과 분위기를 버스를 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함께 즐기는 분위기였다. (심지어 어깨를 들썩이기까지...) 시끄럽다고 뭐라고 얘기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분위기인지.. 아니면 인도인들이 워낙 음악을 좋아해서 그런 것인지... 어쨌든 참 신기한 모습이었다. (그러고 보니 스리랑카에서도 그랬다.)

 

그런데 오늘만큼은 청년의 지나치게 큰 노래소리가 너무 귀에 거슬렸다. 바나나를 먹긴 했지만 속이 편치 않아서 그런지, 큰 음악소리를 들으니 속이 더 울렁이고 머리가 아파오는 것 같았다. 그래서 고개를 돌려 청년에게 음악 소리가 너무 크다고.. 볼륨을 줄여달라고 양해를 구했더니, 청년은 아예 음악을 꺼버렸다. 아니.. 음악을 끌 것까지야...;;; 그럼 내가 너무 미안해지잖아!

 

어쨌든 그렇게 음악이 꺼지니 한결 머리 아픈 것이 덜 한 듯 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감상하며 가니, 알모라로 버스를 타고 가는 2시간 30여분의 시간이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벌써 도착했어? 아쉽다.'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알모라로 들어서긴 했는데.. 따로 안내 방송이 없는 로컬 버스.. 사람들은 중간중간 자기 내릴 곳들을 알아서 잘도 내리는데... 내가 탄 버스는 최종 목적지가 알모라가 아니었던 터라, 나는 어디가 정확히 알모라 시내 중심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불안한 마음에 가까이 앉은 한 할아버지에게 이곳이 알모라냐고 물었더니 조금만 더 기다리란다. 흠.. 알모라에는 이미 들어섰고.. 버스는 참 자주도 사람들을 내려주는데.. 버스가 계속 설 때마다 아직 알모라는 아니라고 하니.. 혹시 할아버지가 내 말을 잘 못 알아들은 것이 아닌가도 싶어 좀 불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할아버지는 이 곳이 알모라라며 내게 내리라고 손짓으로 사인을 해주셨다. ^^ 참 친절한 할아버지. ^^ 

 

 

알모라의 버스 정류장은 매우 작고 작았다. Lonley planet에서 본 알모라의 지도 역시 다른 곳보다 작긴 했지만 유명 관광지가 아닌 탓에 그러한 줄로만 알았는데, 알모라는 일차선 도로의.. 급한 절벽에 자리한 정말로 작은 산간 도시였다. 사실 도시라기보다도 마을이라는 느낌.

 

한 도시에 도착하게 되면 제일 먼저 해야할 것은 숙소를 찾는 일. 무거운 배낭을 메고 지도를 보며 숙소를 찾아가는 일은 힘들긴 했지만.. 론리 플래닛에서 본 저렴하다는 Kailas International Hotel을 사람들에게 물어 금방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이때쯤 되자 혼자서도 이렇게 씩씩하게 숙소도 알아서 척척 잘 찾아다니는 내 스스로가 기특하게 느껴졌다. ㅋ)

 

가파른 계단을 올라 호텔로 들어갔다. 정겨운 돌계단.. 화분들.. 정원의 의자.. 이 호텔은 마치 시골집에 온듯한 느낌이 드는 호텔이었다. 그런데 리셉션은 열려 있는데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누구 없냐고 몇 번 불러보니 한 할아버지가 나타났다. 그분은 내게 방을 먼저 보여주기보다 먼저 정원의 의자에 앉아 잠시 나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치 시골에 놀러온 손녀딸 대하듯...

 

내가 저렴한 방을 구한다고 말하자 할아버지는 그제서야 방들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공동욕실을 써야 하는 저렴한 방은 론리 플래닛에 나온 가격보다 약간 가격이 더 있었다. 할아버지는 욕실과 TV, 침대 2개가 딸린 아주 넓직한 방과.. 그와 다른 건물에 있는 작지만 실속 있는 2개의 방을 보여 주셨다. 그런데 역시 작지만 실속 있는 2개의 방이 더 마음에 들어 일단 Rs.150로 흥정을 하고 2개의 방 중 어떤 방을 써야 할지 번갈아 봐가며 심사숙고 하여 방을 결정하는데, 할아버지는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you are very wise girl." 이라면서 허허 웃으셨다.

 

 

 

 

이곳이 바로 내가 묵은 Kailas International Hotel이다. 사실 호텔이라기보다.. 게스트 하우스 느낌의 이 곳은 시골집에 온듯한 정겨운 풍경을 연출한다.

 

그리고 이곳에 도착하자 제일 먼저 느낀 것은 공기가 맑고 상쾌하다는 것! 도시 가운데에 호수가 있어 비가 잦고 습했던 Nainital(나이니딸)과는 대조적으로 알모라의 공기는 정말 쾌적, 상쾌. 해발 1,600m가 넘는 곳이다보니 날도 그리 덥지 않고 빛도 기분 좋게 적당히 따뜻하게 비춰서 기분이 참 좋았다. 역시 나이니딸을 탈출(?)하길 잘했어!!

 

 

 

 

이 곳은 앞으로 내가 머물게 될 방. 하루에 Rs.150. 한 Rs.120면 더 좋았겠지만 친절하신 할아버지에, 시골집 같은 분위기가 정겨워 그냥 Rs.150로 흥정~

 

 

 

 

 

방 안엔 이렇게 침대 2개와 의자 하나, 또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탁자 하나가 있다. 창도 2개나 있고~

 

침대 시트는 약간 더럽긴 하지만, 침낭을 쓸거니까 상관은 없다. 그 습하디 습했던 나이니딸의 침대 시트보다, 다소 먼지가 있더라도 뽀송뽀송한 이곳의 시트가 차라리 낫다. 이 정도면 깨끗한 편!

 

 

할아버지는 이 의자에 앉아 투숙객 registration form을 작성하기 시작하셨다.

 

할아버지는 나이가 93세라고 하셨다. 정말 정정해 보이셨는데 93세나 되셨다니.. 갑자기 내가 10살 때 96세의 나이로 돌아가신 외증조 할머니가 생각나서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할아버지에게 부인에 대해 여쭤보니 부인과 사별한지 꽤 되셨단다. 그러나 이미 통달하신 듯.. 부인이 그립긴 하지만 괜찮다고 하셨다.

 

할아버지는 내가 Korean이라고 하자, 자기 호텔에 몇 해 전에 다녀간 '소라'라는 Korean girl에 대해 이야기 하셨다. 그 친구는 얼굴에 여드름이 많았는데 자신이 마사지를 해 준 이후로 여드름이 싹 가셨고, 얼마 전에는 미국인 남자친구와 함께 이 호텔에 다녀갔었다고. 그러면서 피부 트러블이 있는 나도 몸의 어떤 포인트들을 눌러주고 마사지 해주면 몸이 한결 좋아질거라면서 자신이 마사지를 해주시겠단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남자친구를 사귀라는 것! 좀 낯부끄럽긴 하지만 남자와 관계를 맺으면 호르몬 때문에 얼굴 여드름이 싹 가신다는 말씀을 강조하셨다. 와.. 그런데 진실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믿음(?)이 인도에도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나도 한국에서 사춘기 때 여드름으로 고생하던 시절, 엄마나, 엄마 주변의 지인 분들께서, 또는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아줌마들 입을 통해서 결혼을 하면 호르몬의 영향으로 여드름이 없어진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했었기 때문이다. 이건 동서양 공통인가..? 흠.. 암튼 신기신기~ 

 

 

 

 

방 안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난 그냥 왠지 모를 이 목가적인 분위기가 참 마음에 들었다. 날씨도 좋고, 숙소도 적당히 좋고~ 습했던 나이니딸에서 벗어나 참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공동 화장실이 있는 건물. 할아버지는 저 벽걸이 신상 앞에서 기도를 하시곤 한다.

 

 

 

 

 

기분 좋게 만드는 맑은 하늘. 구름이 참 예뻤다.

 

 

 

 

날이 참 좋아서 샤워를 하면서 그간 나이니딸의 습한 기운에 젖어 있었던 옷가지를 몽땅 다 빨래했다. 빨래를 널고 보니 눈 높이로 보이는 산 꼭대기들과 구름들.

 

 

Lonely planet에 알모라에 대한 정보가 너무 안 나와 있어서 알모라 관광 안내소를 찾았다. 사람들이 이곳을 많이 방문하지 않는 탓인지, 관광 안내소의 직원은 자리에 잘 앉아있지 않는 듯 했다.

 

어떤 분에게 안내소 직원이 지금 없냐고 하니, 그 분이 아마 점심을 먹으러 갔을 거란다. 이따가 다시 찾아와야 되나.. 싶었는데 남자직원이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하며 헐레벌떡 왔다. 그래서 알모라 지도와 주변 추천 관광지에 대해서 물으니.. 알모라 지도는 따로 나온 것이 없고, 관광 정보도 사실 많지 않다면서.. 알모라 시장에 있는 사원이나 알모라에서 차를 타고 가야 하는 근거리 관광지들 정보가 담긴 브로셔를 주었다.

 

 

 

 

브로셔를 감사히 받고는, 아침 겸 점심을 먹으려고 Kailas hotel의 할아버지가 저렴하고 맛있다며 추천해 주신 city heart restaurant을 찾아왔다.

 

내가 시킨 메뉴는 aloo tikki(감자 패티)와 채소가 들어가 있는 veg. burger(Rs.15)와 fresh lemon juice(Rs.15).나는 호텔 할아버지 덕분에 총 Rs.30의 저렴한 가격으로 참 맛있고도 포만감 있는 아침 겸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내가 이 식당을 찾았을 때는 사진에도 보이는 저 두 명의 여자가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신기했다. 여자들끼리 이렇게 식당에 와서 밥 먹는 것은 인도를 여행하는 내내 처음 봤기 때문이었다. 내가 다소 보수적인 시골 지역에만 있어서 그랬을까? 그런데 꼭 시골이 아니라 여느 대도시를 가더라도.. 보통 식당에서는 남자들만 밥을 먹거나.. 여자들은 남편을 대동하고 자기 가족들과 와서 밥을 먹던데.. 여자들끼리만 밥을 먹는 모습을 보니.. 이 도시가 상당히 개방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 배도 채웠으니 알모라가 어떤 동네인지 알아볼 차례이다. 한 도시의 분위기나 사람들의 생활상을 알아보기에 가장 좋은 곳은 역시 시장이다. 그래서 나는 시장에 가는 것을 즐겨하고 좋아한다.

 

Lalal Bazar(랄랄 바자르)에 갔다. 랄랄 바자르 역시 전자기기, 학용품, Saree 사리, 식료품, 과일, 채소 등등 갖가지 것들을 파는 시장이었는데 이 시장의 길은 다른 보통의 시장들과 달리 흙먼지 날리는 바닥이 아닌, 보행자 전용 자갈길로 되어 있는 것이 독특했다.

 

인도 시장의 분위기는 어느 도시의 시장을 가도 다 비슷비슷, 북적북적대지만 각 지역은 그 지역만의 독특한 특산물을 팔게 마련이다. Lonley planet을 보니 알모라의 특산품은 '볼 미타이'(ball mithai : 슈가볼로 코팅된 퍼지)라고 했다.

이렇게 평소에 오기 힘든 곳까지 와서 지역 특산품을 놓칠수야 없지! 나는 볼 미타이를 맛보기 위해 여러 sweet 스윗 상점들을 헤맸지만, 현지인들이 내 발음을 잘 못 알아듣는데다가, 'ball mithai'라고 영어로 써 주어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결국 찾을 수가 없었다.

 

 

시장을 구경하다가 조금 지쳐 Lalal Bazar의 한 좁은 골목에 있는, 지극히 인도의 DHABA(다바. 간이 식당. cheap restaurant)스럽지만 약간의 유럽풍을 가미하여 세련된 느낌을 주는 'Bansal cafe(반살 카페)'라는 곳에 갔다. 이 카페는 손님들이 드나드는 front door와 함께, 카운터 옆으로는 take out이 가능할 듯 보이는 조그만 목재 창문도 있는 멋진 곳이었는데, 그 창문 아래로 espresso(에스프레소)도 가능하다고 씌어 있었던 것이 내 눈길을 사로잡아 이곳에 들어오게 되었다. (인도에서는 'Nescafe 네스카페' 자판기 커피나 '인도식'으로 끓인 길거리표 커피를 파는 것이 대부분이고, 대도시가 아닌 이상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 등 'real coffee'를 파는 곳은 드물었기에 이곳은 더더욱 내 호기심을 자극하는 곳이었다.) 

 

내가 "에스프레소도 가능해요?" 라면서 카페에 들어서자, 약간 피부가 희면서도 서구적 외모를 지닌 카페 주인 아저씨는 "yes."라고 무심코 대답하면서 나를 보더니, 갑자기 놀란 토끼눈으로 나를 엄청 반겨주었다. "have we met before? I think I remember you~!" 라면서....ㅎㅎ;; 이런 반김에 엄청 깜짝!! 상술인지, 진심인지는 모르겠지만 낯이 익다면서 나를 반겨주니 기분이 좋긴 했다. 

 

 

 

나는 점심을 먹었지만 좀 허기가 져서 hot chocolate(Rs.20)과 Potato finger(Rs.30) 를 시켰다. 커피를 마실 생각에 들어갔지만 갑자기 달달한 핫 초콜릿이 당겨서 메뉴 체인지~ㅎㅎ

 

 

 

 

 

 

Potato finger. 처음에 메뉴판을 보고 이게 뭔가 싶었는데, 아저씨의 설명을 듣고 보니 우리가 흔히 패스트 푸드점에서 french fries(프렌치 프라이)라고 부르는 감자 튀김, 감자칩을 potato finger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potato finger라... 원래 서구권에서는 이렇게도 부르는 것인가 싶었지만.. 만약 이 사람들이 스스로 만들어 낸 이름이라면 발상이 참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ㅎㅎ

 

어쨌든 감자 튀김을 먹고는 싶은데.. 속이 안 좋아 향신료 들어간 음식이 안 당기는 나는, 혹시나 감자 튀김에마저 masala(마살라)가 들어가 있으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종업원에게 주문을 하면서 혹시 potato finger에 마살라가 들어가냐고 물으니 대답은 "yes." 아.. 인도 사람들.. 모든 음식에 다 마살라를 넣어 먹는구나..! >_< 어쨌든 종업원은 마살라라는 말에 주춤하는 나를 보더니, 내가 원하면 시간은 조금 더 걸리긴 하겠지만 마살라가 안 들어간 감자칩을 만들어주겠다고 해서 결국 그렇게 해달라고 주문을 했다. 

 

 

 

나는 그리하여 반살 카페에서 달달한 핫 초콜릿과 소금이 듬뿍 뿌려져 짭짤한 감자튀김을 이따금씩 케찹이 찍어 먹으며

관광안내소에서 받은 알모라 주변 지역 볼거리 안내 브로셔를 공부하듯 정독했다. 그런데 난 알모라 주변 관광도 관광이지만서도.. 이왕 알모라까지 왔으니 더 욕심이 났던 것이.. Uttrakhand(웃따라칸드) 북쪽에 있는 'Valley of Flowers(꽃들의 계곡)'과 'Hem Kund(헴 꾼드)' 쪽으로 트레킹을 가는 것이었다. 영국의 등반가 Frank Smythe(프랭크 스마이스)가 1931년 꽃들의 계곡을 방문하고는 "여러 산을 다녀봤지만 이보다 아름다운 골짜기를 본 적 없다." 라고 말했다고 하기도 하고, 부걀(bugyal : 높은 고도에 있는 초원)은 6,000m 산들이 배경을 이뤄 감탄을 자아내는 곳이라고 하며, 300종의 꽃들이 피어나는 이곳은 곧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예정이라고 하니... 게다가 이쪽 부근은 갠지스 강의 수원의 발원지인 Gangotri(강고뜨리)가 있는 곳으로서, 히말라야 4대 성지 중 가장 신성시 되는 곳이라 4월부터 10월까지 힌두교 및 시크교 순례자들의 행렬이 꾸준히 이어지는 곳이라고 하니 이 곳으로의 트레킹과 여행이 더더욱 욕심이 났다.

 

그런데 론리 플래닛을 들여다봐도, 여행안내소에서 받아온 브로셔를 들여다봐도.. 도저히 꽃들의 계곡의 관문인 Joshimath(조시마트)까지 갈 교통편이 마땅치 않았다. 갈 욕심은 크지만, 이 곳까지 가려면 지도에도 없는 마을을 거쳐 가야 하기도 했고.. 만약 중간에 묵을 숙박 시설이나 교통시설이 없다면.. 2kg의 노트북을 포함한 배낭을 메고 여행해야 하는 나로썬.. 조시마트까지 가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여정이 될 터였다. (살짝 두려운 마음도 들고.) 나는 이 아름다운 곳을 너무나 보고 싶지만(특히나 꽃들이.).. 내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자면 솔직히 속도 안 좋고, 체력도 많이 떨어져 있고.. 전반적으로 몸이 안 좋은 상태. 아.. 그렇지만 너무나 가고 싶은걸 어째!! 나는 론리 플래닛과 브로셔를 한참 동안 들여다보며 갈등에 갈등을 거듭했다. 모험을 하면서라도 꽃들의 계곡에 가야 할 것인가, 아님 그냥 꽃들의 계곡을 포기하고 Rishikesh(리쉬께시)를 거쳐 과감하게 북쪽으로 전진할 것이냐. 

 

그런데 반살 카페를 나오려고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다가 벽에 붙은 한 아름다운 풍경 사진이 내 시선을 잡아 끌었다. 음식을 날라다 주었던 종업원에게 이곳이 어디냐고 물으니 바로 '꽃들의 계곡' 이란다! 와!! 역시 이곳은 멋진 곳이구나! >_< 아저씨에게 당장 이곳에 어떻게 가냐고, 알모라에서 갈 수 있는 교통편이 있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아저씨는, 교통편이 있긴 하지만 이 곳에 가는 것은 굉장히 힘들다며 이곳에 뭐하러 가냐고 했다. 그냥 알모라 근처에 있는 아름다운 deer park나 가라고 추천하는 아저씨..

 

아흑! 아저씨의 이야기를 들으면 강고뜨리를 향해 가는 것이 정말 힘들구나 싶으면서도... 벽에 걸린 아름다운 사진을 보면 꽃들이 어서 오라고 나를 반기는 것만 같고... 아... 정말 더더욱 갈등이 생기는구나... 갈 것이냐, 말 것이냐... 알모라에 있는 동안 정말 머리 터지게 고민해 봐야겠다.

 

 

시장에서 쭈욱 직진하여 알모라 마을 입구까지 갔다. 입구 쪽에 가니 우체국도 있고 서점도 있었다. 꽤 현대적인 서점 안에선 꽤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 있었는데, 혹시나 서점에 꽃들의 계곡이나 강고뜨리에 대한 정보가 담긴 책을 구할 수 있을까 하여 들어가봤다.

 

역시나 가이드 북 코너에 가보니 강고뜨리, 히말라야 산맥 쪽 트레킹 관련 책이 많았다. 나는 여러 권의 책들을 골라 꽃들의 계곡 부분을 열심히 읽었다. 책에는 트레킹 소요시간, 트레킹 강도 등 강고뜨리 트레킹에 관한 내용들이 굉장히 자세히 나와 있었다.

 

아..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것일까.. 꽃들의 계곡 트레킹에 대해 알면 알아갈수록..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 체력으로는 트레킹이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트레킹을 하기도 전에.. 조시마트까지 가는 여정 동안 이미 체력은 바닥나고, 몸살이 걸려 있을것만 같았다. 휴.. 며칠 더 고민을 해보긴 하겠지만.. 무리한 일정으로 트레킹을 하느라.. Manali(마날리)나 Leh(레), Srinagar(스리나가르)를 놓치기는 또 싫었다. 그리고 강고뜨리 트레킹을 하고 나면.. 북쪽으로 올라가는 루트를 또 새롭게 짜야 할 것만 같았다. 인도는 워낙 커다란 땅덩어리이므로...

 

가이드 북을 보고 나니 내 생각은 한쪽으로 거의 기울어졌다. 꽃들의 계곡 트레킹은 내 일생 동안 언젠가 또 기회가 있을 것만 같다. 왠지 30살 이전에 말이다. ㅎㅎ 꽃들의 계곡.. 아쉽긴 하지만.. 다음 기회에... 이번 여행에선 그냥 충실히 북쪽으로 전진해야겠다!!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침대에 누우면 머리 맡으로는 이런 풍경이 보인다. 인도 코끼리 신인 Ganesh(가네쉬)의 벽화가 있는 건물은 넓은 방들이 있는 Kailas의 또 다른 건물이다. 

 

나는 론리 플래닛도 공부하고, Q에게서 받은 미드 <NCIS>를 보면서 뒹굴뒹굴, 모처럼 편안한 몸과 마음의 한가한 시간을 보냈다. 

 

29 Jul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