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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늦은 저녁에 Bara Bazaar의 Shiva vegetarian restaurant에서 포장해온 Thukpa(신기하게도 이 도시엔 Momo와 Thukpa 등 티베트 음식이 있는데 그 이유가 뭘까?)와 veg. pulao를 먹고 모처럼 밥을 만족스럽게 잘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배가 부르더니.. 몸살 같이 허리와 골반이 아프고, 열도 좀 나고, 배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고 추웠다. 새벽에 깨서는 구토기가 올라오기도 했다.

 

혼자 여행하고 있는데 이렇게 몸이 아프니 덜컥 겁이 나서 G가 주신 여행 떠나기 전 챙겨 주셨던 제산제와 Darjeeling에서 샀었던 위장 약과 두통약을 얼른 챙겨 먹었다. 그리고는 잠을 계속 잤다.

 

한 10시쯤 일어났다. 비가 많이 왔다. 세수를 하니 정신이 좀 들었다. 어제 저녁 이후로 masala나 각종 spices가 들어간 인도 음식은 절대 먹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먹은 음식의 향신 냄새가 목을 타고 올라오는게 불쾌했다. 역시 바나나가 최고다.

 

비가 많이 오긴 했지만, 약과 바나나를 사러 Bara Bazaar 시장에 갔다. 약국에 가서 내 증상을 이야기 하고 두통약 2알, 위장약 2알을 Rs.5에 샀는데, 그 가게에서 역시 약을 사고 있던 검은 히잡을 두른..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온통 검은색인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무슬림 아줌마가 나 혼자 여행 하냐며, 아픈 나를 걱정해 주었다. 그러면서 아직 아침을 안 먹었으면 자기가 줄 수 있다며 자기 집에 가잖다. 와.. 이렇게 낯선 이방인을 자신의 집으로 선뜻 들여 보살펴 주겠다니... 정말 처음 만난 분인데도 이런 아주머니의 따뜻함에 감동의 물결이 밀려왔다. 사실 어찌 보면 정말 좋은 기회였다. 인도의 Nainital(나이니딸)이라는 도시의 무슬림 가정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 몸이 좋았다면 정말 고맙다며 따라 갔겠지만, 아무래도 음식에 많이 예민해져 있었고, 식욕도 별로 없어서 정말 고맙다고 인사하며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병원을 가르쳐 준다며 따라오라고 했지만, Lonely planet 책에서 보고 병원 위치도 이미 알고 있었던터라.. 아주머니에게 병원 위치 알고 있다고, 괜찮다고,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아주머니는 끝까지 아프면 꼭 병원에 가라며 내게 신신당부를 하고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혼자 여행하고 있는 중에 이렇게 타인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따뜻한 사람을 만나니.. 그게 참 정겹고 정말 고마웠다.

 

(당시에는 순수한 마음에 현지인의 초대가 고맙다는 마음이 컸지만, 2022년 현재 생각해보면, 세상이 갈수록 각종 신종 범죄들이 늘어나고 있어 현지인의 가정 초대는 조금 신중해야 할 문제이다. 순수한 마음으로 여행하던 시절이 그립다.)

 

오늘은 하루 종일 숙소에서 그냥 누워서 쉬었다. 바나나 몇 개, bun 빵 조금, slice 망고 주스만 먹은 날.

 

27 Jul 2010

 

 


 

항상 찬물로만 씻다가 간만에 가람 빠니(hot water) 시켜서(양동이 핫 샤워) 머리 감고 샤워. 어제 쉰 덕인지 몸이 많이 개운해졌다.

 

 

날이 좋아 밖에 나왔다.

 

 

 

 

Naina Devi Temple(나이나 데비 사원).

 

 
 

 

 

 

인도의 향신 음식을 먹을 수가 없고 속은 허하니 빵 같은 든든한 음식이 당겼다. 그래서 caffee coffee day에서 샌드위치, 커피를 먹었다. 

 

원래 이런 토스트 샌드위치 말고 부드러운 빵 샌드위치를 먹고 싶었는데.. 이 매장은 손님이 많이 없는 곳이라 그런지 내가 먹고 싶은 메뉴의 재료가 떨어져서 만들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별 수 없이 토스트 치즈와 옥수수 콘, 시금치가 들어간 토스트 샌드위치를 주문했는데, 카페의 여성 직원이 너무나도 정성스럽게 만들어서 가져다 주어 완전 감동이었다. ^^ 정성스러운 음식을 먹으니 당연히 소화도 잘 되었다.

 

커피는 Grande latte를 시켰는데 컵 사이즈가 우리나라 별다방 tall 크기였다. 이것을 보니 역시 크기에 대한 개념은 상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Lonely planet 책을 공부하듯 봤다. 전망 좋은 곳에 앉아서 호수를 바라보고 있자니 멋진 보트 한대가 지나갔다.

 

시간은 벌써 오후 3시 반. 숙소에 잠깐 와서 바지로 갈아입고 케이블카를 타러 가보기로 했다.

 

 

 

숙소에서 메인 로드로 내려가는 길. 바로 호수가 보인다.

 

케이블카를 타러 갔지만 시간이 늦어서.. 이미 booking finished..ㅠ.ㅠ 케이블카 탑승장 옆 놀이기구들도 벌써 마감을 하는 눈치였다. 하는 수 없이 케이블카를 신나게 타고 내려오는 인도인 가족들을 바라보며 그곳을 내려오는데, 엄마나 아빠가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일까? 10~12세쯤 되어 보이는 어린 소녀가 길거리 노점에서 여러 장난감 등 잡화들을 팔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물건들이 흥미로워 지나가는 길에 구경을 하는데, 우리나라 한글이 찍힌 지우개도 팔고, 비누방울 볼펜에, 인형 열쇠고리 등등 소녀는 정말 딱 놀이동산에서 살만한 여러가지 물품들을 많이 팔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 눈에는 여행하면서 즐기기에 딱 좋은 Rs.10짜리 미니 포커카드가 들어왔는데, 이걸 보면서 정말 심각하게 살까 말까 고민을 하는 사이 문득, Sri Lanka(스리랑카)에서 T, Q, H 언니와 저녁마다 원카드 게임을 하곤 했던 생각이 났다.

 

 

내일은 과연 케이블카를 탈 수 있으려나? 생각을 하며 The Flats 쪽으로 내려왔다.

 

 

 

Flats에는 오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고, 오늘도 축구 경기 중이었다. 오늘은 어린 아이들이 하는 경기였다.

 

 

 

 

경기를 뛰는 아이들과, 경기를 바라보고 있는 벤치는 지키는 아이들.

 

 

 

 

이들의 뒷모습을 보니 왠지 벤치 지키는 이들의 설움(?)이 느껴진달까...^^

 

 

 

 

학교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구경하는 듯, 난간에 걸터 앉아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귀여웠다. ㅎㅎ

 

 

 

 

 

그런데 이 콘크리트 Flats에서 경기하다가 넘어지면.. 무릎 꽤나 아프겠는데....

 

 

 

 

경기하는 아이들 너머로 보이는 Flats의 모퉁이에 있는 사원.

 

 

 

 

이슬람 사원인 듯한데 흰 건물이라 그런지 눈에 제일 잘 띄었다.

 

 

 

호숫가 와서 풍경 구경. 나이니탈은 수시로 구름이 하늘을 가려서 도시 전체가 금방 어두워졌다가도, 다시 구름이 개면 환한 날씨를 드러내곤 한다.

 

 

 

 

호숫가를 빙 둘러서 형성되어 있는 The mall road. The mall에는 각종 호텔과 은행,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나이니탈에서 꼭 타보고 싶은 케이블카. 저 멀리 보이길래 가까이 당겨 찍어 사진으로나마 아쉬움을 달래본다.

 

 

 

 

나이니딸은 에메랄드 빛 Naini(나이니) 호수를 중심으로 형성된 도시인데, 도시 한가운데에 호수가 있고 고원 지역이라 안개와 구름이 가까워서 그런지 비도 잦고 마을은 참 '축축'하다. 그래서 환기 시설이 잘 안 되는 건물은 참 습하고 축축한 느낌이 들고, 빨래도 잘 마르지 않는다. 반면, 해가 '쨍' 하고 비취면 그 축축함이 사라지곤 하는데, 이 때를 맞추어 사람들은 빨래나 이불 등을 밖에 널어 보송보송하게 말린다.

 

 

 

케이블카는 물건너 갔고.. 호숫가 가서 페달 보트를 타고 싶었지만 혼자 타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아 나이니딸 보트 클럽에서 boat를 타기로 했다. 

 

 

 

 

boat 타는 것은 편도 Rs.110에 20분, 왕복은 Rs.160에 40분이었다. Rs.160가 다소 비싸긴 했으나.. 돈 몇푼에 값진 경험을 잃고 싶지 않아서 그냥 타기로 했다.

 

 

 

 

그런데 사실 어제, 오늘 이 호숫가를 산책 하면서 보트를 타라고 흥정하는 사람들을 좀 만났었다. 느끼하게 생긴 한 청년이 흥정을 해와서.. 흥미 없다고 그냥 지나갔었는데.. 하필, 내가 탈 보트를 노 저어 줄 사람이 이 느끼 청년이었다. 청년은 이미 배로 내려가서 보트에 씌워 놓은 비닐을 걷고, 손님이 잘 앉을 수 있도록 카펫을 정리정돈 하고 있는데... 흠.. 어쩐다.. 다른 사람 없나..ㅠ.ㅠ

 

 

 

다른 뱃사공은 없는 눈치라서 어쩔 수 없이 그냥 배를 타기로 했다. (구명 조끼를 입고 탔다.) 근데 보트 운전 청년이 이미 내가 한국 사람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사실 어제밤 자는데 11시 반쯤 누가 똑똑 거려서 그 소리에 잠이 깼는데... 왠지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그냥 모른 척 자려다가 문을 살짝 여니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이 느끼 청년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 청년은 이미 내가 머물고 있는 숙소를 알고 있었고.. 그래서 어제 내 방에 찾아와 문을 두드렸던 것이었다.. 비수기라 한국 여행자가 적었던 탓일까? 어딜 가나 내가 눈에 띄었던 모양이다.

 

 

 

 

배를 타고서 도시의 모습을 바라보니 또 느낌이 색달랐다.

 

이 광활한 호수 한가운데에 떠 있자니 수영 못하는 나는 약간 두려운 생각이 들어 청년에게 호수의 깊이를 물어보니

중심 깊이가 120 feet(약 36m)라고 했다.

 

 

 

 

 

이런 높은 산에 있는 natural lake.. 구름이 나를 감싼다. 잔잔한 호수를 가르는 노 젓는 소리가 참 고즈넉하게 느껴졌고, 회색빛 구름과 대조를 이루는 색 짙은 원색의 보트, 청년의 모습 그 자체의 조화가 참 환상적이고 멋진.. 그림 그 자체였다.

 

 

 

청년은 내가 머물고 있는 숙소에 자기 친구가 있다며(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밤 11시에 자기가 내 방에 가도 되겠냐고 물었다. 그래서 당연히 안 된다고 했다. 결혼했냐, 남자친구가 있냐고도 묻길래 그냥 있다고 했다.

 

중간에 나도 보트 노를 저어보고 싶은 생각에, 청년에게 나도 노를 저어봐도 되겠냐고 묻자 흔쾌히 자리를 바꾸어 주었다. 그런데 분명 청년이 노 젓는 모습은 굉장히 자연스럽고 힘들어 보이지 않았었는데.. 노가 생각보다 무거워 보트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기는 커녕, 그냥 노가 헛돌기만 했다. 청년은 이런 내 모습이 beautiful 하다며 자신의 폰카메라로 연신 사진을 찍었다.

 

문득, 내가 청년을 너무 경계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 청년에게 이런저런 말들을 건넸다. 청년에게 내가 다음으로 갈 도시 Almora(알모라)에 대해서 물었다. 청년은 알모라를 몇 번 다녀왔다면서 좋은 도시라고 했다. 다른 도시들도 가봤냐고 물어보니, 자신은 태어나서 나이니딸과 알모라 외의 다른 도시들은 가본 적이 없다고 했다. 가본 적이 없을 뿐더러 돈이 많이 없어 갈 수 없다고 했다..

 

청년은 이렇게 손님들에게 보트를 태워주는 일을 하면서 다른 어떤 일도 하고 있었는데.. 보트 한바퀴를 돌고 받는 돈은 자세히는 기억이 나진 않지만 정말 얼마 안 되는 돈이었다.  (보트 한바퀴 도는 데 손님들이 내는 비용이 Rs.160인데, 

거의 절반은 나이니딸 보트 클럽에서 가져가고, 청년은 아주 약간의 돈만 받는 듯 했다.)

 

청년은 내게 한국 어디에 사냐고 물었다. 서울에 산다고 하며.. 청년에게 한국에 가고 싶냐고 물으니,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내 나라에 오고 싶지 않다니.. 살짝 서운한 생각이 들어 왜 가고 싶지 않냐고 물으니, 비행기 값이 너무 비싸서 가고 싶지 않단다. 앗...... 순간.. 미안해졌다. 한국에 가고 싶냐는 이런 물음을 한 내 자체가 참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도를 여행하면서 한국에 가고 싶지 않다는 인도인들을 꽤 많이 만났다. 그들 대부분은 돈이 없기 때문에 비싼 비행기 티켓을 못 살 것이므로.. 아예 한국에 가겠다는 불가능한 꿈은 아예 꾸지도 않는 듯 했다.) 앞으로 이런 물음을 할 때에는 정말 조심해야겠다.

 

청년은 자신의 형제들과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돈을 잘 벌어서 가족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던 듯 하다. (글 쓰는 시점이 1년이 지난 시점이라서 잘은 기억이 안 난다.) 청년이 내게 많은 관심을 보여서.. 그게 다소 부담스럽고 민망하여 심리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었는데.. 청년과의 대화를 통해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청년의 모습을 보게 되자, 이 청년이 괜시리 안쓰러우면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보다 정말 나은 사람이네!!!

 

 

보트를 타고 와서 Bara Bazaar에 다시 들렀다. 아직 속이 불안정하여 어제와는 다른 약국에 가서 약을 사려고 잠시 가게에 들어가 앉아 기다렸다. 사람들은 어디가 그렇게 아픈지.. 약국에는 손님들이 꽤 많았다. 낮은 자들을 많이 만나다가, 능숙하게 손님들이 주문하는 약을 찾아 봉투에 넣어주고 계산을 하는 고급 교육을 받았을 영어를 잘하는 약사를 보자 또 다른 세계... 새삼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내 차례가 되어 약사에게 내 증상을 설명했다. 약사는 내 만성 질환에 대한 이야기를 듣자, 병원에 가보는 것이 최선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여행 중이라서 병원에 가서 장기 진료를 받지 못한다고 이야기를 하자 약사는 몇몇 종류의 약을 주었다. 나는 곳에서 우리나라의 겔포스 같은 인도의 물약 제산제를 처음 만났다. 이런게 있었다면 진작에 사먹을 것을...! 약사는 여행을 하다가 속이 또 아프면 이런 종류의 약들을 또 사서 먹으면 된다며 꽤 디테일하게 약 설명을 해주었다. 약사의 설명을 듣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반쯤은 다 나은 것 같았다.

 

 

 

어느새 해가 산 너머로 모습을 감추려고 했다.

 

오늘은 그동안 안 가봤던 시장 골목을 구경했다. 과일가게, 옷가게, 신발가게, 채소 가게 등등.. 서민들의 삶이 물씬 풍기는 이 시장의 분위기가 참 좋았다.

 

 

오늘은 Naina Devi Temple(나이나 데비 사원)과 티베트 시장 사이로 난 쪽문을 통해서 호숫가를 따라 난 길을 산책해 보기로 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오가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호숫가 근처에 군데군데 있는 힌두 사원과 시장을 오가는 것 같았다. 외국인이 많지 않은 이 도시에서 내가 확실히 눈에 띄긴 띄는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를 흘끗흘끗 보며 지나갔다.

 

오른쪽으로는 숲내음 물씬 풍기는 울창한 산을 두고, 왼쪽으로는 깊은 나이니 호수를 두고 음악을 들으며 산책을 하니 산책하는 기분이 정말 최고였다. 길을 걷는 내내 배를 타면서 봤던 호숫가 근처의 힌두 사원을 가까이서 보고, 또 그곳에서 기도하는 사람들을 만나니 사람들의 삶이 직접적으로 와닿는 느낌이었다.

 

호수는 꽤 커서 반바퀴를 도는 데만 해도 시간이 상당히 걸렸다. 이 도시에 도착할 때 왔었던 Tallital 딸리딸 버스 정류장 쪽으로 가자 뭔가 도시 분위기가 음침해졌는데, 그곳에는 다른 도시로 향하는 관광버스나 택시 등과 함께 여행사가 많았다. (외국인을 위한 여행사라는 느낌보다, 현지인들이 이 곳으로 많이 와서 투어를 하는 느낌이었다. The mall rd.에 있는 여행사들에도 택시 투어 상품이 많이 걸려 있었는데,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Corbett (코르벳) 국립공원에서 몇박 몇일 캠핑을 하며 야생 호랑이를 만날 수 있는 상품이 인기 상품인 듯 했다. 그런데 이 상품들은 요금이 상당하다는거~!!)

 

딸리딸 버스 정류장 왼쪽으로는 산을 내려가는 길, 다른 마을로 빠지는 길 등 여러 갈래의 길이 나 있고, 제일 오른쪽 길로는 언덕을 따라 수많은 가게들이 있었다. 사람들이 그 곳을 많이 오가고, 이런저런 음식점들도 보이길래 호기심에 그쪽으로 가 보았더니, 그 언덕길은 채소, 식료품, 전자기기 등을 파는 가게가 늘어서 있는시장이었고, 또 그 사이사이로는 집들이 있는.. 시장과 집이 한데 뒤섞여 있는 곳이었다. 내가 머물고 있는 숙소 쪽에도 현지 사람들의 거주지가 있지만, 이쪽이야말말로 정말 나이니딸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고 느껴지는 곳이어서 나는 얼마간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며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사람들이 시장에 어떻게 오가고 있는지를 구경하였다.

 

언덕을 오르면 오를수록 나는 구름과 점점 더 가까워졌고, 언덕 위에 위치한 집들의 앞마당 너머로는 넓게 펼쳐진 검은 산과 구름이 보였다. 와.. 이렇게 멋진 경치를 보면서 살아가고 있는 나이니딸 사람들이었구나... 순간, 이곳의 풍경이 마치 Darjeeling(다르질링)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과 시장이 공존하는 이곳... 저녁 무렵이라 이곳저곳 백열등을 밝힌 이 곳은.. 마치 우주의 별이 빛나는 듯한.. 문자 그대로 '별'천지 같았다. 왜 이런 곳을 더 빨리 발견하지 못했을까! 내일이면 나이니딸을 떠날 생각인데..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역시 한 도시는 제대로 알기에는.. 단 몇일간의 머무름은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딸리딸을 기점으로 다시 The mall rd.를 걸었다. 날은 어느새 어두워져서 길거리에는 상당히 많은 노점상들이 가게 문을 열고, 이것저것을 굽고 튀기고 있었다. 신발 가게, 목각 제품을 파는 가게 등 기념품 가게도 낮보다 훨씬 더 활기찬 느낌이었다.

 

길을 걷다가 특이한 음식을 만났다. 그 음식은 기름을 많이 넣고 반죽을 했는지 윤이 반짝반짝 나는 밀가루 반죽을 불판에 넓게 편 뒤, 거기에 빨간 소스를 바르고 달걀 하나를 깨뜨려 넣고 접어서 만드는 음식이었다. 보기에 상당히 맛있어 보여서 먹고는 싶었지만.. 요 근래 속이 아프니 masala가 들어간 음식은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서 아쉽게 발길을 돌렸다.

 

 

입맛은 딱히 없는데 기운이 없어서 식욕을 돋울 수 있는 음식을 먹고 싶었다. Lonely planet에서 소개한 맛집에 가봤지만, 음식들에 다 masala가 들어가 있어서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없기도 했고 혼자 먹기에는 양도 과하여 그냥 가게를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안 먹으면 속이 너무 허할 것 같아서 저녁으로 뭘 먹을까 하다가.. Flats 옆에 있는 티벳 시장 입구의 천막 레스토랑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갔다.

 

메뉴판에는 veg. 메뉴가 많았지만 대부분이 향신료를 넣고 조리한 음식이라, 심사숙고 하다가 괜찮겠다 싶어 선택한 것은 veg. Momo.

 

그런데.... 다시는 향신 음식을 안 먹어야지 싶었는데.. 어쩜..... veg. Momo에까지 향신 가루를 넣고 조리한 인도 사람들...ㅠ.ㅠ 결국 몇 입 못 먹고 탄산음료로 입을 헹구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식당을 나와 숙소로 향하는 언덕길을 오르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니... 불 켜진 마을과 호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호수에 잔잔히 비취는 마을의 불빛들... 그리고 별들이 총총히 보이는 까만 하늘.. 와.... 정말 환상 그 자체구나.. 밤의 나이니딸은 정말 아름다운 별천지였다.

 

28 Jul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