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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인도 독립기념일이라 Shimla(심라, 쉼라)에서 무슨 특별한 일이 있을줄 알았는데 별게 없었던 듯하다. 행사를 자세히 보진 않았지만, the Ridge(리지) 광장에 마련된 큰 천막 안의 단상에 높은 사람이 와서 연설을 하고.. 이곳저곳의 단체가 참가하여 춤이나 노래 등 공연을 한 것 같다. 

 

오늘은 날이 날인지라.. 광장을 통과하려면 보안검색대를 통과해야 했다. Christ church 앞부터 Gaiety society hall 정도까지의 길은 군인들의 감시하에 임의로 설치된 금속 탐지기를 통과 하여야만 통행할 수 있었다. 독립기념일날 혹시 일어날지 모를 미연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함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느낌상.. 시민들의 안전이라기보다는 높은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미치자 마음이 괜시리 불편해졌다.

 

어쨌든.. 사실 나도 수많은 인파 속에서 그냥 느긋하게 생각 없이 광장에 앉아 행사를 구경하고 싶었지만, 오전에 호텔 check out도 해야 하고 Manali(마날리)로 갈지, Mandi(만디)로 갈지 고민 후에 버스표도 끊어야 해서.. 그리고 은근 배가 고파.. 내겐 그 행사보다도 아침밥이 더 중요했으므로ㅎㅎ 행사는 그냥 안 봤다.

 

 

the Ridge 광장은 보안 봉쇄 중이었으므로 다른 길로 돌아서 the Mall road에 있는 City Point Bakery에 갔다. 그리고 항상 이 집에서 먹던 veg. burger를 먹었다.

 

버거를 먹는 동안 어디선가로부터 베이커리에 빵을 가지고 온 소년이 열심히 빵을 진열대에 올리고 있었는데.. 그 빵은 핫도그 번 안에 푸른 잎 채소(실란트로인 듯)와 토마토, 고추가 꽂혀져 있는 샌드위치였다. 샌드위치는 노란색 무엇인가로 양념되어 있었는데 masala? 아무튼 Turmeric 계열인 듯 했다. 인도 사람들도 그렇고 스리랑카에서도 그렇고 핫도그 빵에 고추가 꽂혀 있는 것을 보니 참 신기하고 재밌다. 고추가 작게 잘라져 있는 것도 아니고 생 것 그대로 꽂혀 있다니..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 이 사람들은 암튼 spicy 한 것을 좋아한다니까. 우리나라 사람들만큼이나 이 서남 아시아나 동남아시아 사람들도 위장 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아무튼 이 베이커리에서 샌드위치를 직접 만드는 줄 알았는데.. 어디선가 납품을 받는 것인지.. 가난해 보이는 소년이 커다란 종이 박스 안에 놓인 꽤 많은 샌드위치들을 쇼케이스로 옮기고 있는데 샌드위치에서 흘러나온 소스.. 과일에서 흘러나온 즙으로 인해 상자 바닥도 흥건.. 맨 손으로 빵을 옮기는 그 모습이 그리 위생적으로 보이진 않았다.

 

 

그렇게 버거를 맛있게 먹고 버스표를 끊으러 ISBT(시외버스터미널)로 갔다.

 

Mandi(만디)를 거쳐 사실 Rewalsar(레왈사르), 그 아름답다는 Prashar Lake(쁘라사르 호수)를 보고 싶었으나..(Himachal Tourism(히마찰 관광청) 사무소에서 얻은 브로셔에서 보고 멋진 풍경에 반했다.) 1pm에 출발하는 만디행 버스를 타면.. 그럼 심라롭터 6시간 거리인 만디에 저녁 7시에 도착할테고.. 날이 어둑해질 저녁에 호텔을 잡는 것은 아무래도 좀 위험하고 무서워서.. 아쉽지만 Manali(마날리) 가는 9:40pm semi deluxe 버스표를 끊었다. 밤버스를 타면 앉아서 자야해서 좀 불편한 감은 있지만 이동하면서 숙소비도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ㅎㅎㅎ 좀 힘들겠지만 뭐... 처음으로 10시간 버스에 도전! 잘 할 수 있겠지? ^^ 

 

 

버스표 끊고 돌아오는 길에는, 배낭을 꾸리고 버스 시간 알아보느라 깜빡한 교회 예배를 가기로.. 교회 신자는 아니지만 인도 교회의 예배 모습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Christ church(크라이스트 처치)는 벌써 예배가 끝났을 시간이라 st. Michael Catholic(성 미카엘 성당)에 갔다.

 

Sri Lanka(스리랑카)의 Galle에서 봤던.. 네덜란드 식민시절 때 지어진 유명하고 오래된 성당은 그 역사의 깊이와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생각보다 신자가 적은 조촐한 모습이어서 놀랐는데.. 여긴 그래도 성당에 사람들이 꽤 있었다. 신기한 것은 스리랑카 Galle이나 이 곳 Shimla나.. 여자들이 머리에 미사보를 안 쓴다는 것이다. 믿는 분위기도 심각하다기보다.. 쉼라는 좀 자유로운 것 같은 분위기였다. 뭔가.. 절박함이 부족하달까..  (물론 이곳에선 신자들이 앉아서 강론 듣는 것밖에 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분위기라는건 느껴지는 법이니까~ ) 그래도 Galle에서는 신자들 수는 적지만 신자들이 노래도 참 열심히 부르고 하던데.. 

 

계속 신부님이 강론만 하길래 힌디어도 못 알아듣겠고.. 호텔 체크아웃 시간이 가까워져서 그냥 나왔다.

 

 

체크아웃을 하려고 호텔로 향하다가 Christ church 앞에서 어제 저녁, 오늘 아침에 만난 젊은 남자를 또 만났다. 본 기억이 없는데.. 반갑게 대해줘서 고맙다고 느꼈다. 내 이름이 Lyla라 하니 인도 힌디 이름이라며,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스토리의 여주인공 이름이라고.. 이름이 좋단다. 남자는 내게 계속 친구는 있냐, 언제 떠나냐 묻더니 Jakhu temple(자쿠 사원)이 좋다며 가 보란다. 자기 회사에서 인터넷도 된다며 오라는데.. 계속 정확한 위치를 안 가르쳐 준다. Lonely planet에 나와 있다는 말만 했다. 내가 묵고 있는 Woodland hotel에서도 일을 한다면서 호텔에 일이 있는 듯 호텔까지 따라왔다. 아.. 그래서 나를 알고 있었나..?근데 끝까지 따라옴에 약간 경계가 되었다.

 

남자는 호텔까지 함께 걸어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느 나라를 여행 했냐길래 이탈리아, 프랑스, 스위스, 스리랑카... 등 이야기를 했더니, 자긴 네팔밖에 안 가봤지만 유럽 같은 'modern' country를 좋아한단다. 내가 행복한 표정으로 스리랑카 너무나 좋은 나라였다고 하니 그 나라에도 이렇게 hill country가 있냐고 물었다. 당근 있지! Ella(엘라) 같이 너무나 멋진 곳! 

 

 

방에서 배낭을 가지고 나와 호텔 체크아웃을 했다. 내가 체크아웃을 하자 남자는 기다렸다는 듯 또 나와 같이 호텔을 빠져나와 함께 걸었다. 사실.. 호텔 프론트에서 그 남자가 금방 나가려는 액션만 안 취했다면, 이렇게 만난 김에 그곳 쇼파에 앉아 번거롭더라도 배낭에서 노트북을 꺼내 영화 <Black>에 나온 쉼라의 멋진 건물들이 어디냐고 물어보고 싶었는데.. 남자가 금방 나가려는 액션을 취해서 아쉽지만 그냥 함께 나갔다. 사실 질문들이 그렇게 절박하지도 않았고. ㅋ

 

 

 

 

 

사실 며칠 전에 우연히, 활동하던 남인도 NGO의 T에게서 받은 영화 목록 중 뭘 볼까 하다가 인도 영화 Black(블랙, 2005)을 보게 되었다. 처음엔 인도 영화인지도 몰랐고, 아무런 배경 지식도 없이 눈 가는대로 그냥 선택해서 본 것이었는데.. 세상에.. 그 영화가 인도 영화였던데다가 그 영화의 배경이 지금 내가 있는 곳인 심라인 것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세상에!! 내가 낮에 보고 왔던 Christ church.. 총독 관저였던 Indian Institute of Advanced Study(IIAS)가 영화에 그대로 나오잖아! 너무나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심라를 여행하고 있을 때 때마침 심라 배경의 영화를 보게 되다니... 게다가 춤과 노래가 나오는 뮤지컬적인 영화가 아닌 헐리웃 무비 같은 스타일의 영화에도 감동했고, 인도에도 이런 영화가 있구나 싶어서... (당시 난 인도식 뮤지컬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배우들의 연기에도 엄청 감동! 특히 아역 주인공이 어찌나 연기를 잘하던지... 정말로 앞이 안 보이는 아이가 연기를 했나 싶을 정도로 그의 손짓과 몸짓 연기 디테일이 대단했다.

 

 

 

 

 

 

인도 영화 Black(블랙, 2005)에 등장한 Shimla(심라)의 주요 건물들과 풍경들.

 

 

 

아무튼... 남자랑 다시 중심가 광장으로 내려가는 길. 내가 마날리로 가는 밤버스를 탄다는 것을 안 남자는, 버스 타기까지 남은 시간 동안 Jakhu temple(자쿠 템플)에 가보라며.. 내 무거운 배낭도 ISBT의 cloack room까지 가서 맡기기에는 너무 멀다며 자기 회사에 맡기란다. (남자의 회사는 Lonely planet 책에도 나온 Gread escape였다.)

 

처음엔 남자가 내게 그냥 가볍게 이것저것 추천하나보다 했는데 차츰 여기 가봐라, 저기 가봐라 하면서 여행 상품을 팔려는 듯 집착을 보이길래 혼자 가겠다고 남자를 끊고 혼자 걸었다. 내가 마음이 너무 무른가 보다. 여행사 직원이걸 알고도 계속 같이 대화를 나눴다니.. 그냥 끊을걸... 자쿠 템플까지 같이 걸어가자는 것도.. 낯선 이의 친절 정도로 생각했는데.. 결국은 자기 여행사 이용하라는 이야기였던 것이었는데.. 너무 뒤늦게 깨달았다. 여행사 직원의 상업 행위임을....

 

 

아무튼 호기심에 Lonely planet에서 남자의 여행사 위치를 봤지만 어딘지도 잘 모르겠고.. 어차피 기분도 별로 안 좋아, 힘들지만 무거운 큰 배낭을 메고 30분을 걸어 내려가 ISBT cloack room에 짐을 맡겼다.

 

다시 중심가인 the Mall road로 올라오는데 점심 무렵인데도 밥 생각이 안 났다. 짐을 cloack room에 맡기고 몸이 홀가분해지니 마음도 편해졌다.

 

배도 안 고프고 해서 어슬렁 어슬렁 올라오는 길엔 'Taekwondo'를 가르쳐 준다는 체육관의 커다란 광고판을 봤다. 광고판엔 태권도가 건강에 아주 좋은 운동이니 누구나 배울 것을 권장하는 내용이 적혀져 있었다. 어린아이 사진이 같이 있었던 것을 보아하니 어린이 교육을 대상으로 하는 광고 같았다. 와.. 인도에서도 태권도를 가르치는 곳이 있었다니...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이 된 이후로 세계 곳곳에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정말 많이 알려지긴 했나보다. 심지어 이렇게 건강 운동으로 알려져 있다니... 정말 신기했다.

 

그 광고판이 있는 쪽은 가파른 계단이 아래 언덕으로 이어진 낭떠러지 같은 곳이었는데 그 곳에 웬 아저씨들이 많이 서 있었다. (무슨 버스 기사 아저씨들 같은 포스..ㅎ) 가파른 계단을 따라서는 또 다른 마을인 듯 복잡한 골목길들이 얽혀 있었다. 와.. 이 곳에도 사람들이 꽤 많이 다니잖아? 오늘이 쉼라 마지막이니, 지금까지는 안 가봤던 곳을 가봐야겠다! 나는 아저씨들의 시선을 한 눈에 받으며 아저씨들 앞을 지나 계단을 내려갔다.

 

사람들이 발걸음을 많이 하는 한 좁은 골목의 언덕을 따라 쭉 올라갔다. 길의 양 옆엔 식당과 슈퍼마켓, 전자 제품을 파는 가게 등 다양한 가게가 있었다. 가파른 길을 느릿느릿 올라가다 보니 익숙한 풍경이 나타났다. 그곳은 Middle bazaar(시장)였던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걸어 올라오기 시작한 곳은 Lower Bazaar의 끄트머리였고 그 길이 Middle bazaar로 이어지는 것이었다.

 

 

 

Middle bazaar까지 온김에 the Mall road 쪽으로 난 길을 올라 며칠 전 방문했던.. 시장에 있는 이름 모를 사원을 한번 더 방문했다. 그 후에 쭉 the Mall road로 빠져나와 Gorton castle(고튼 성)에 가려고 했는데 배가 고파져서.. 어차피 시간도 많겠다, 시장에서 밥을 먹고 고튼 성에 가기로 하고 다시 Middle bazaar를 따라 sher punjbak restaurant이 있는 Lower bazaar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근데 사람들이 어쩜 그렇게 징그럽게도 많던지... 좁은 시장에 또 남자들이 왜 그렇게 바글대던지.. 오늘이 인도 독립기념일이라 그런지.. 시장의 수많은 사람들은 Christ church 앞 the Ridge 광장에서 독립기념일 기념 행사를 보고 내려온 사람들인듯도 싶었다. 인도 남자들과 몸 부딪치는거 정말 싫은데 시장에 남자들이 한가득... 부딪치지 않으려 몸을 최대한 웅크리고 북적북적한 바자르를 걸으며 수많은 가게들과 식당들을 지나쳤다. 길 좁고 사람 많은 이 시장의 비좁은 식당들은 대부분 길 쪽에 주방시설(오픈 키친이랄까..)을 두고 직접 요리하는 모습과 맛있는 냄새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나도 chowmein도 하고.. 각종 인도 음식을 하는 한 식당에 매혹되어(무엇보다도 chowmein 면요리 만드는 것이 너무나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그냥 들어가 봤는데 Thali(탈리)가 Rs.45 하길래 싸다 싶어 앉았다. 

 

사실 Palak paneer(팔락 파니르(시금치 치즈 커리))나 Mataar paneer(마타르 파니르(콩 들어간 커리))에 밥을 먹고 싶었는데, Chapati(차파티)도 먹고 싶었다. Thali는 이 모든게 다 해결되면서.. 평소 궁금했던 Dal Fry(달 프라이)라는 음식도 먹을 수 있어 주문했다. 그런데.. 내가 상상했던 'fry'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Dal fry는 맛이 간듯한 Channa masala(찬나 맛살라)가 나왔고.. kary도 나온다더니.. 강남콩 들어간 Dal makhan(달 마카니)만 나온 듯.. 

(kary는 curry를 잘못 쓴 것인지 인도에서 가끔 이렇게 표기되어 있는 식당을 봤다. kary가 뭘까? 정말 잘못 쓴걸까? 아니면 이런 표현도 있는 것일까...) 여기에 rice.. chapati가 나왔다. 탈리는 저렴한 가격만큼 썩 만족스럽진 않았다. 강남콩 요리가 그나마 제일 먹을만하여 이거랑 짜파티 1개 반 정도를 먹었다.

 

근데 가게를 보니 중산층이랄까.. 말끔한 차림에 말끔하게 생긴 사람들도 좀 있었지만.. 며칠에 한번씩 씻는 듯한 외모와 차림이 말끔해 보이지 못한 사람들.. 지위가 낮아 보이는 꼬마들도 여럿 있었다. 이 집의 chowmein은 가격이 저렴하고 맛있는지.. 대부분 나 외의 사람들은 식당에 들어오는 족족 chowmein을 주문해서 먹더라. 가게가 비좁아 합석하게 된 내 앞의 두 남자 꼬마 아이들과 그들의 어머니로 보이는 한 아줌마가 chowmein을 시켜서 먹는데.. 챠우멘이 나오자 고추의 매콤한 향도 나는 것이 정말 맛있을 것 같았다. 챠우멘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케찹을 뿌려 먹었다. 케찹은 향과 맛이 너무 강해 본 재료의 맛을 가리는데..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케찹맛으로 면을 먹는 듯.. 근데 신기한건 내 앞에서 챠우멘을 먹던 어린 꼬마 아이들이 고추인지 피망인지를 나이가 어린데도 참 잘 먹었다. 어려서부터 이런걸 먹어버릇 해서일까? 역시.. 사람은 어떤 환경을 타고 나는지가 그 사람의 식습관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만약 이 아이가 햄이나 소시지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지역에서 태어났더라면 고추나 야채를 먹으려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보통 다른 곳에서는 Rs.100, 120 정도 하는 Thali를 이 가게에서 Rs.45라는 완전 저렴한 가격으로 잘 먹긴 했지만.. 음식을 먹는 내내 좀 불청결했던 식당이 금방이라도 그냥 나가고 싶을만큼 엉덩이를 들썩이게 했기에.. 먹고 난 뒤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았다. 

 

비도 오고.. 휴식 겸 해서 편안하고 익숙한 유럽풍 카페인 Cafe coffee day(카페 커피 데이)에 가고 싶었는데.. Cafe coffee day, Barista, Coffee house... 다 사람들 가득이다. 비가 와서 사람들이 더 가게 안으로 몰려들었나보다.

 

어쩔 수 없이 Gorton castle(고튼 성)로 발걸음을 하게 되었다.

 

(to be continued...)

 

15 Aug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