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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행 41-2 | 심라(Shimla) 여행 - 총독 관저(Viceregal Lodge, IIAS) | 식물원(Botanical Garden)
Olivia올리비아 2021. 12. 11. 15:37
Himachal State Museum(히마찰 주립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박물관 근처에 있는 Indian Institute of Advanced Study(IIAS)만 보고 다시 Shimla(심라) 중심가 광장에 있는 Ashiana restaurant에 가서 스파게티를 먹어야겠다 싶었다. 점심을 먹은 후에는 운동 삼아 다시 IIAS까지 와서 근처에 있는 Summer Hill에 가야겠다 싶었는데, 박물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IIAS와 Himalayan Bird Park(히말라야 새 공원)가 있어 여기까지 온김에 그냥 다 보고 중심가로 돌아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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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 오른쪽 길로 빠져 내리막 길을 내려왔다. 비가 온 뒤라서 길이 미끄러워서 한번 쿵- 미끄러졌다. 으....ㅠ.ㅠ 컨버스 신발은 저렴하고 신기에 부담은 없지만 확실히 바닥이 많이 미끄럽고 신발 자체가 무겁다.. (이후 여행에도 이 미끄러운 바닥 때문에 물기 많은 산길에서도 넘어지는 등 몇 번 봉변을 당했다.)
길을 돌아 메인 도로로 내려오는 길에는 어마어마하게 큰 정원을 가지고 있는 집들이 몇 채 있었다. 그 중의 한 집은 Justice 사택이었는데, 집과 커다란 검은 철제 대문이 있는 정문까지를 잇는 길은 차를 타고 가야 될 정도로 길이 길었다. Shimla(심라)에는 이렇게 언덕 구석구석 부유한 집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은근 상류층이 많은 것 같다.
이곳은 Viceregal Lodge & Botanical Gardens(총독 관저 & 식물원) 입구인데, 총독 관저는 현재 IIAS(Indian Institute of Advanced Study)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총독 관저=IIAS인 것.
사실 관저 입구 반대편에 이국적인 새들을 모아 두었다는 Himalayan Bird Park(히말라야 새 공원)가 있었는데 입장료도 Rs.5로 저렴하기도 해서 가볼까도 싶었지만 별로 내키지 않아 그냥 IIAS만 보기로. 그리고 히말라야 새 공원은, 'Scandal point(스캔들 포인트)에서 the Mall(몰)을 따라 서쪽으로 4.5km 거리.'라고 되어 있었다. 아.. 나 벌써 오늘 4.5km도 더 걸은거야!!!
마치 출입자들을 검문할 듯한 입구의 위용에 잠시 압도를 당했지만, 신분 검사 같은 것은 없었다. 왠지 높은 분들의 차들이 통행하는 듯한 이 곳의 입구로 무사히 들어갔다. 내 앞에는 나처럼 이 곳에 관광을 온 듯한 인도인들이 보였다. 한 40대로 보이는 중년의 부부와.. 그들의 어머니인 듯 했는데.. 느릿느릿 걸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혹시 이들도 IIAS로 가나 싶어 길을 잘 몰랐던 난 이들의 뒤를 따라가려고 했는데 그들의 걸음은 자꾸만 뒤쳐졌다.
약간의 경사길을 올라가다 보면 왼편에 이런 멋진 건물들이 보인다. (사진은 가다가 뒤돌아서 찍어본 것.) 건물에 외부에 덧대 놓은 나무 무늬 하며.. 벽돌 지붕.. 정말 유럽 냄새가 물씬 풍기는 건물들이다.
좀 더 언덕을 올라 뒤돌아보며 찍은 사진. 푸르른 자연과 함께 조화를 이루는 이곳. 참 상쾌하고 기분 좋은 곳이었다.
걷다 보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오른쪽으로는 Summer Hill 가는 길, 왼쪽은 총독 관저 & 식물원 & IIAS 가는 길이었는데 사진은 IIAS 쪽으로 올라와서 찍은 사진. 길에서 청소복장인지.. 두건과 앞치마를 두르고 낙엽을 청소하고 있는 한 풍채 좋은 까만 피부의 인도인 아주머니를 만났는데, 그 분께 이 곳이 IIAS 맞냐고 물으니 맞다며 즐거운 목소리로 이 쪽을 가리켜줘서 올라왔다. ^^ (아줌마의 신분 계층은 낮아 보였지만, 이런 곳에서 일을 해서인지 짧은 대화였긴 했지만 생각보다 영어 수준이 있어 놀랐다.) IIAS를 안 보고 바로 Summer Hill로 갈까 하다가 여기까지 온 김에 그냥 보고 가기로 하고 약간의 언덕을 올라 정문을 통과했다.
무슨 성..이랄까? 무슨 독수리 요새..랄까.. 기괴한 듯 고풍스러운 총독 관저 겸 식물원 겸 IIAS에 당도했다.
Lonely planet 설명을 빌리자면.. 총독 관저와 식물원은, '영국 총독의 공식 거주지이던 이곳은 영화 <해리포터>의 호그와트 학교와 런던 타워를 섞어 놓은 것 같다. 벽돌은 전부 노새에 실어 운반했다. 현재 Indian Institute of Advanced Study(IIAS)가 입주했지만 가이드 투어가 가능하다. 내부는 사진 촬영을 금하며 정원만 돌아볼 경우 Rs20.'
그러고 보니 정말 해리포터 학교 같네! ㅎㅎ
건물 주변엔 칙칙한 회색 건물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생생한 식물들이 가득하다.
건물 뒷편은 이런 모습이었다. 왠지 로미오와 줄리엣이 나올법한 중세의 건축물 분위기도 느껴졌다.
건물이 정말 멋졌다. 이 거대한 건물 바로 앞엔 드넓게 펼쳐진 초록의 정원이 있었다. 역시 총독 관저다운 웅장함이다.
사실 IIAS가 뭐하는 곳인지는 모르지만 건물이 멋져 일단 열심히 구경하고 사진을 찍으며 감탄하다가 안에도 들어갈 수 있어 들어가보니 사람들이 가이드 한 사람을 따라 다니면서 가이드 투어 중이었다. 가이드 투어 비용을 낸다고 알고 있었는데 입구에서 따로 돈을 걷지 않아서 일단은 나도 가이드 투어 무리에 합류하여 설명을 들었다. 아.. 근데 가이드가 영어와 힌디어를 섞어서 말을 하니 중간중간 설명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는 부분도 상당 부분 있어 아쉬웠다. 하지만 관람객들 대부분이 영어를 잘 알아듣는 것 보아 관람객들이 인도 상류층들이 아니었을까.. 하고 추측해본다.
저 앞의 문으로 들어오면 이런 로비가 나타난다.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한 사람이 서 있는 저 방은 Mahatma Gandhi 등 여러 유명 인사들이 인터뷰를 하고 회의를 했던 곳이라고 한다. 벽에는 간디와 인도 총리 등의 사진 액자들이 걸려 있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보니 장소가 정말 색다르게 보였다. 간디가 있었던 곳이라니... 간디가 앉았던 자리를 보며 역사의 숨결을 느꼈다.
로비 한편으로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딴이 있다. 무도회장을 연상시키는 레드카펫 계단. 정말 호화스럽다.
입구에서 왼편으로 꺾어 들어가면 보이는 풍경. 저 앞에 보이는 곳이 study 입구인데 천장이 어마어마하게 높다. study 안에는 인도 역사를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들이 많이 보관되어 있단다.
입구에서 오른쪽으로는 크고 작은 방들이 늘어서 있었다. 그 중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는 방들과 대부분의 방은 관람이 금지되어 있어 관람객들이 볼 수 있는 몇 개의 방만 봤다. 이 곳이 총독 관저였던만큼 영국 총독의 가족들이 머물렀다는 방들을 보게 되었다. 사진은 응접실. 커다란 창이 나 있고, 밖엔 드넓게 펼쳐진 초록의 잔디밭이 있어 풍경이 정말 끝내줬다. 이곳에서 차 한 잔 홀짝인다면 그 순간만큼은 세상 근심 다 사라질 듯. ㅎㅎ
영국 공주의 방이다. 지금은 화분으로 막아 놓은 fireplace.
가장 인상 깊었던 것. 직립 피아노!! 오~~ 피아노를 이렇게 만나다니~ 인도에서 피아노 처음 봐~~ 감동ㅠ.ㅠ 영국 상류사회에서 온 총독의 가족들은 상류층의 교양으로 여겨지는 음악... 그중에서도 가장 기본으로 여겨지는 피아노 연주를 포기할 수 없었나보다.
괘종시계.. 그리고 영국의 인도 통치 시절, 인도에 머물렀었던 총독 가족들 사진.
방의 전경. 높은 천장에 달린 노란 불빛의 샹들리에와 나무 가구들이 참 고급스러웠다.
방을 구경하고 나선 2층에도 올라가보고 싶었지만 그냥 나왔다. 방을 나오면 이런 발코니 같은 곳이 있다.
지금은 IIAS지만(무슨 조사국인 듯) 예전엔 총독 관저였다던 이곳을 잘 둘러봤다.
총독 관저를 아직까지 그대로 먼지 하나 없이 잘 보존하며 study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참 인상적이었다. 내가 어렸을 땐 경복궁 쪽에 있던 조선 총독부를 철거한다고 그 철거 장면까지 TV로 중계해주던 기억이 난다. 일재의 잔재를 청산한다고 축제의 분위기까지 휩싸였던 어렴풋한 기억까지도..
아픈 과거지만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인정하는 가운데 현재를 살아가는 인도인들을 보니, 우리나라는 지나간 과거,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를 그냥 다 없애고 허물어버리는 것이 더더욱 안타깝다. 아픈 과거긴 하지만.. 그 과거를 부정하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의 역사.. 존재의 이유를 부정하는 셈이 아닐까 싶어서...
건물에서 나와 바로 앞 식물원 겸 정원을 둘러보는데 안개가 뿌옇게 끼어 참 분위기 있었다. 안개가 끼어 있지만 초록의 식물들은 참 풋풋하다.
정원 쪽에서 바라본 총독 관저 겸 IIAS. 안개에 싸인 건물이 유령 성인 듯 몽환적인 분위기를 뿜어냈다.
왼쪽에 보이는 빨강 천막은 건물이 보수중이라 저렇게 해 놓은 것 같았다. 저 천막 아래 언덕 쪽에는 커피를 파는 커피 하우스와.. 약간 더 걸어가면 과일 주스와 커피 등을 파는 간이 매점이 몇 개 있었다. 간이 매점 아저씨한테 Summer Hill을 이 곳에서 어떻게 가냐고 물으니, 그 길을 따라 쭉 내려가거나 IIAS 뒷길로 가면 Summer Hill이 10~20분 거리라고 웃는 얼굴로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
계속 식물원을 걸었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갖가지 예쁜 나무와 꽃들을 많이 감상했다.
가다 보니 이런 곳도 나타났다. 구역을 나눠 계획에 따라 심어진 식물들.
이름 모를 꽃들이지만 하나하나 다 마음에 담아두고 싶었다.
정원을 한바퀴 돌면서 이상하게 한국에 있는 동생 생각이 났다.
그냥.. 생각 없이 정원을 걷기도 했다. 짙은 안개 속을 혼자 걷고 있다는 것에 약간의 두려움을 느끼며...
다시 나타난 호그와트. ㅎㅎ 이 쪽 근처 벤치엔 연인들이 참 많이 앉아 있었다.
총독 관저의 웅장한 모습.
지나간 역사의 한 흔적이 지금 이 순간까지 이어지고 있는 곳.
중앙에 뭔가가 쓰여져 있었다.
뭐라고 쓰여져 있는지 가까이 당겨서 보니.. Rashtrapati Niwas라고 적혀 있다. 인도어로 총독 관저라는 뜻인가...
쉼라 중심가 광장에 있는 Gaiety Theatre building을 지은 Henry Irwin이라는 사람이 이 건물도 디자인 하고 지은 모양이다.
1880년에 짓기 시작하여 1888년에 완성되었다는 이 총독 관저는 현재, Indian Institute of Advanced Study로 사용되고 있다. (사진 출처 : Widipedia)
안개가 걷히고 햇빛이 비취면 건물은 이렇게 화사한 모습으로 나타났는데, 안개가 재빠른 속도로 다시 건물을 덮곤 했다. (사진 출처 : Widipedia)
총독 관저 정문 왼편에 있는 Souvenir shop이다. 여기에 가 보니 총독 관저가 그려진 엽서, 컵, 티셔츠, 책 등의 기념품들과 약간의 다른 여러 종류의 책들이 전부라.. 생각보다 실망스러웠다.
사진 오른쪽으로는 소방서가 있었던 것이 특이했다.
왼편에 있는 화장실에 갔다가 정문을 빠져나와 IIAS 뒷길로 해서 이 곳에서 걸어서 10~20분 거리라는 Summer Hill에 가보기로 했다.
(to be continued...)
13 Aug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