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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행 40-2 | 심라(Shimla) 여행 - 마을, 대학, 병원 등 심라 사람들의 생활 가까이 들여다보기
Olivia올리비아 2021. 12. 11. 13:59
다시 the Ridge(리지 - 심라 중심가 광장)로 왔다.
광장 한켠에 자리하고 있는 INDRA GANDHI(인디라 간디) 동상. (Indira 라고 알고 있는데, Indra 라고 씌여 있다.) 인도에서도 많은 훌륭한 여성 지도자들이 있지만, 아직도 여성의 지위가 낮은 인도에서 이렇게 여성의 동상이 큰 광장에 세워져 있는 모습을 보니 인도라는 나라가 좀 달리 보였고 이 여성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아무리 인도의 초대 총리인 Jawaharlal Nehru(자와할랄 네루)의 딸이라 해도 말이다.
Shimla의 중심 광장. 이곳이 언덕 도시 쉼라에서 거의 유일한 평지인 the Ridge(리지)이다. 언제나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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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지에서 동쪽으로, 수많은 공예품 가게가 Lakkar Bazaar로 갔다. 이것저것 구경하며 시장을 거니는데, 이 동네에는 목각 제품이 참 많은 것이 특징이었다.
공예품들을 구경하다가 어느새 Lakkar Bazaar가 끝나는 곳까지 걷게 되었는데, 길이 어디론가 계속 이어져 있었고 저 멀리 큰 건물이 보였다.
Indira Ghandi 병원이었다. 이 병원과 대학은 꼭 구경하고 싶었는데 예상치 않게 발견하고 기분이 좋았다.
Lakkar Bazaar가 끝났는데도 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계속 걸어가길래 나도 계속 걸었다. 참 신기하다. 이런 산중에 큰 도시가 있고 산허리를 돌아 잘 포장왼 도로가 끝 없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언제 이렇게 탄탄한 도로를 깔았을까.. 인간이 힘이 참 대단하다.
걷다 보니 인디라 간디 의대에는 여학생, 남학생, 스텝들을 위한 Hostel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기숙사인 모양이다.
처음엔 걷는게 힘들다 생각했는데 걸으면 걸을수록 더 걷고 싶고 힘이 난다. 'Runner's high'처럼 'Walker's high'인 것인가? ㅋ 어쨌든 길을 가는데 내 앞의 남학생들이 자꾸만 내가 걸어가려는 쪽으로 앞서가며 진로를 방해했다.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자꾸만 내 앞을 가로막으니 신경이 예민해졌다. 남자들과 몸을 부딪치는게 싫었기 때문이다. 약간 짜증난 마음으로 앞서 가려는데, 그 무리는 인디라 간디 대학 남학생 Hostel 쪽으로 발걸음을 했다.
그냥 평범하게 보이던 남자들이었는데.. 의사가 될 인물들이라 생각하자 다시 뒤돌아보게 되었다. 그냥 '일반 남자'면 계속 기분 나빴을텐데(사실 그 사람들이 잘못한건 없지만, 계속되는 진로 방해에 기분이 꽁했다..) 의사가 될 인물들이라 생각하니 다시 돌아보게 되는 나... 참 내가 속물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그 아이도.. 만약 명문대를 다니지 않았더라도 좋아했을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2월에 만난 청년 방문팀의 S는 좋은 대학을 다니지 않아도 좋다. 외모도 괜찮고, 잘 웃고, 착하고, 친절하다. 아.. 문득 청년 방문팀의 BR, S 언니, DJ, 전도사님 등... JM도 보고 싶다. 한국에 가면 꼭 청주에 가야지. 문득 또 생각난다. Sri Lanka(스리랑카) Kandy(캔디)의 Pink House 뒷뜰 식탁에 앉아 S, 청년 방문팀 청년들이 보고 싶다 하니 Q가 청주에 놀러오라고 했던 말이... 청주에 가면 Q의 가족도 만날 수 있을까?선생님이라는 Q의 큰누나와 나와 동갑인 Q의 둘째 누나가 궁금하다. Q의 부모님은 혹시 교육자이실까?예의가 바른 Q를 보면 왠지 부모님이 약간 엄하시고 교육 쪽에 종사하실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Anyway.. 길을 걷다가 Indira Gandhi Medical College & Hospital을 발견했다. 사진 속 남자들은 이 학교 학생인 것 같았다. 인도의 젊은 피를 보니 기분이 좋구나! 왠지 같은 대학생으로써 동료애가 느껴진다구! >_< 아무튼 기회만 되면 인도 대학생들과도 교류해보고 싶다. 이들의 생각, 가치관.. 공부에 대한 태도.. 모든 것들이 다 궁금하고, 한국과 인도를 사는 각각의 입장..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 등이 궁금하다.
인디라 간디 의대와 병원을 지나 조금 더 산허리를 도니 Government college가 나왔다. 음악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흥 소리가 나서 보니 학교 앞 광장? 마당?에서 남여 대학생들이 원을 그려 돌면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참 흥미로웠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춤을 추고 싶어졌고 기분이 좋아졌다. 나도 대학 생활을 저렇게 신나게 해야 되는데.. 너무 심각한 대학생활을 한 것 같아 후회가 되고, 내가 너무 즐기기엔 나이가 들어 버리지 않았나.. 나이에 대한 한탄도 하게 된다. 그러나 즐거운 마음이 더 들었다.
사람들이 담장 주르륵 서서 이 학교 춤 잔치를 흥미로운 표정으로 지켜보고 서 있었다. 나도 보고 싶어 담장으로 빼꼼 고개를 내밀었는데 잘 안 보였다. 하지만 어떻게든 보려고 애를 쓰는 내게 옆에 계시던 한 아주머니가 화분 흙쪽을 밝고 올라서라며 손짓을 해서 아주머니와 함께 얼마간 흥겨운 잔치를 즐겁게 바라보았다. ㅎㅎ 아줌마와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그 아주머니의 친절과 미소가 어찌나 정겹고 고맙던지. ^^ 이럴 땐 작은 것에도 감사하게 된다.
당장이라도 나도 아래 내려가서 대학생들과 춤을 함께 추고 싶긴 했지만.. 동네 사람들이 참여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으므로 아쉽지만 그 흥겨움을 뒤로 하고, 론리 플래닛 지도를 보니 조금만 더 가면 Chowk이 있다길래, 또 다른 Chowk(Town square)의 모습이 어떨지 궁금하여 그 곳까지 걸었다.
또 다른 Chowk에 도착하니, 그 곳은 Sanjauli라는 다른 마을 같았다. 참 작은 마을이다. Shimla 중심가보다는 작고 아기자기한 동네 분위기였는데, 그 곳에도 Cafe Coffee Day(카페 커피 데이)에, Adidas 등의 브랜드 샵, 야채가게 등이 알차게 들어서 있어 생활에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이 마을에선 Shimla 시장에선 아직 보지 못했던 sweets, 특히 Jalebi(잘레비)를 많이 팔아서 먹고 싶었는데 kg당 Rs.80라고 했다. 2008년 SHIS 근처 시장에서 정말 맛있게 먹고서 내 생애 최고의 인도 간식이 된 질레비는 1개당 Rs.1였는데 여긴 좀 비싼 듯 했다. Rs.10어치만 달라고 하니 양이 생각보다 많아 Rs.5 어치만 달랬더니 그건 안 된다고 딱 잘라 말해서.. 음식이 많아 남길 바에야 그냥 안 먹는 쪽을 택했다.
론리 플래닛을 보니 이 마을엔 불교 사원이 있다고 했다. 사원이 어디 있을까..
이 마을 역시 가파른 언덕 마을이다. 안개 속 마을이 참 아름답게 보인다.
왼쪽으로는 산 언덕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거의 낭떠러지 같은 언덕(그러나 많은 집들이 다닥다닥 그 언덕에 위치해 있다.)을 바라보며 사원을 찾아봤지만 못 찾고.. 사원을 찾는 와중에 터널이 나타났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사원을 못 보고 지나친 것이다.)
터널을 지나면 Dhalli 마을이 있다고 지도에 표시되어 있길래, 확인차 터널 입구에서 옥수수를 파는 상인에게 "여기가 Dhalli 가는 길 맞아요?" 했더니 맞단다. 근데 그 상인의 발음이 '델리'랑 비슷했다.
오늘 참 많이도 걸었다.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어두운 동굴 같은 터널을 지나 Dhalli 마을 모습을 보니 여긴 Kufri로 가는 길목의 마을인 것 같았다. 이곳에 오니 마을 느낌이라기보다.. rotary 느낌이 났다. 일종의 고속도로랄까.. 국도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마을 하나 없는 도로가 길게 펼쳐지기 바로 전 분위기의 마을이다. 마을 사람들은 이 곳에서 조금 더 걸어들어가 안쪽에 사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계속 걸어온 길과 달리 흙바닥인 이 곳엔 수많은 대형 트럭들이 모래 바람을 날리며 Kufri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핏 감색 옷을 입은 불교 수도승들도 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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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을 지나 다시 Shimla 중심가로 돌아오는 길. 확실히 Dhalli와 달리 이 곳은 아스팔트 바닥이라서 걷기가 편하다.
Dhalli, Sanjauli 마을과 Shimla의 the Ridge에 이르는 긴 길까지는 차나 오토바이가 간간이 다니긴 했지만 부분의 사람들이 걸어다니고 있었다. 오가는 길 자체가 산허리라 숲속을 걷는 느낌이었는데, 공기를 오염시킬 차들이 안 다닌다는 것은 참 반갑고 고마운 일이었다.
운동화를 신은 어떤 할아버지가 내 앞을 걸어가고 있었는데 어느새 안 보였다. 걷는 속도가 상당했다. 할아버지를 따라잡고 싶은 마음에 두 팔을 운동 삼아 세차게 흔들며 걸어보지만 쪼리를 신어서인지 발도 좀 까지고 아픈데다 무리해서 걸으려 해서인지.. 아님 오늘 많이 걸어서인지 문제가 좀 있는 오른쪽 무릎도 아프다. 할아버지는 운동 삼아 그렇게 걷고 계셨던걸까? 아님 워낙 이 곳에서 살다보니 그렇게 빨라지신걸까?
오는 길에 보게 된 대학 건물.
Himachal Pradesh Government Dental College & Hospital. 히마찰 프라데시 정부가 운영하는 치과 대학 겸 병원. 입구에 State Bank of India가 있는 것을 보자 세계 어딜 가나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어 반가웠다. 우리나라 대학들에도 저렇게 학교 입구나 건물 입구에 ATM이 있는데 말이다. 아무튼 이 건물을 오가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보자 문득 한국의 대학 생활이 그리워졌다. 학문은 역시 재밌는 것이여~~
얼마 지나지 않아 커다란 정문의 Indira Gandhi hospital이 나타났다.
(이 병원은 아까 Lakkar bazaar 끝쪽에서 보였던 거대 건물이다.)
겉만 보기 아쉽기도 하고 인도 병원이 궁금하여 인디라 간디 병원 안에 들어가봤다. 아픈 사람들이 있는 곳이니 물론 관광하는 느낌으로 들어가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근데 어쩌다가 인디라 간디라는 여성의 이름을 따서 이렇게 커다란 병원과 학교가 생기게 된 것일까?
병원에 들어가보니 복도 한쪽에 침대가 늘어서 있었고 환자들이 누워 있었다. 침대가 늘어선 반대편엔 병실과 간호사 의무실이 있었는데, 복도에 있는 환자들은 돈이 없어 그런건지 아님 병실이 모자라 거기에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병실의 분위기는 생각보다 꽤 현대적이긴 했지만 우리나라의 70~80년대 드라마에 나오는 병원 같은 분위기였다. 아무튼 환자들을 보니 마음이 심각해졌다.
D 병동으로 가는 길엔 약국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처방전을 들고 약을 사느라 분주했고 그 아래 바닥에는 버려진 종이, 처방전, 쓰레기들과 함께 링겔약들이 터진 상자로 비죽비죽 튀어나와 있었다. 새 것 같았는데.. 왜 관리를 저렇게 할까 싶었다. 어쨌든 그 링겔약을 보니 나도 남인도 NGO에도 활동할 당시 종종 아파서 그 분홍색 캡의 링겔을 맞은 기억이 났다. 인도 주사 바늘은 손을 조금만 움직여도 금방 바늘이 혈관에서 이탈하던데.. 이 병원은 어떤 바늘을 쓸까?
NGO 활동시에는 몸이 너무 아팠는데... 지금도 신물이 올라오고 별로 상태가 안 좋지만 혼자 여행하고 있는데 용케도 안 아픈게 참 감사하다. 혼자이기 때문에 내가 나를 잘 챙기고 잘 추스리고 있기 때문일까? 어쨌든 많이 걷고 있는 내가 참 자랑스러워 나를 토닥였다. ^^
병원을 나오니 수많은 앰블런스 차가 보였다. 확실히 이 라인의 도로에는 차들이 많이 없긴 했지만 병원 근처에 오니 차가 많이 보였다.
앰블런스 차는 이렇게 미니 봉고차였다. 운전하는 사람들이 백미러로 정확한 글씨를 보게 하기 위함인지 AMBULANCE 글자를 거꾸로 써 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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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Lakkar Bazaar로 돌아왔다. 역시 사람 냄새 나는 시장이 참 좋다.
풍경이 참 멋졌다. 안개와 구름 때문에 뿌연 저 편과 달리, 이 편은 다시 쨍 하고 비친 햇살에 나무 등의 자연물과 시장 모습이 참 clear하게 보였다. 이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자연과 하나님에 대한 경외심이 들면서 살아 있는 내가 참 감사한 생각이 들었다.
어제 먹었던 City Point Bakery의 Veg. burger가 너무 먹고 싶었다. 쉼라 중심가로 돌아가면 꼭 여길 가야지 하며 계속 다짐하면서 긴 거리를 걸어왔다.
그렇게 소원대로 City Point Bakery 가기 전.. Lakkar Bazaar의 어떤 한 Bakery가 눈에 띄어 들어가봤다. 굉장히 깔끔하고 깨끗한 이 베이커리에는 Garlic bread(garlic이 속에 있는게 아니라 slice garlic이 빵 표면에 일렬로 양쪽에 붙어 있음), pizza dough, fruit bun 등의 각종 빵들과 예쁜 decoration을 해 놓은 빵들이 있었다. apple pie도 먹음직스러워 보였는데 eggless 란다. The mall road에도 eggless 케익 가게가 있던데.. 남인도 NGO에서 채식 케익을 만들기 위해 노력 했었는데.. 내 생각과 달리 인도는 벌써 이렇게 채식 케익이 대중화 되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eggless cake은 서양처럼 egg replacer를 써서 만드는 것일까? 맛을 한번 보고 비결을 알아봐야겠다.
인도는 채식인들이 살기에 참 좋다. 스리랑카도 그렇고. 모든 메뉴에 veg, non veg. 메뉴가 구분되어 있어 채식 좋아하는 나에게 참 좋다. 우리나라도 이렇게 메뉴가 나뉘어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워낙 사람들이 고기를 많이 먹어서.. 외식을 하려고 하면 채식인들이 먹을 것이 참 없다. 국에도 '쇠고기' 다시다가 들어가는 나라니.. 바깥에 나가면 정말 순수 채식 음식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이 베이커리에는 식빵도 있고.. french bread도 있고.. 유럽식 빵들이 많았는데 내가 지금까지 봐 왔던 서민적인 인도의 빵집에 비하면 가격이 비싼 축에 속했다. 하지만 손님들이 참 많았다. 그런데 그들의 외모를 보아하니 대부분 인도 서민들이라기보단 부자들 같았다.
쇼케이스의 케익들은 가격은 비싸지만 어찌나 고급이고 예쁘던지.. (우리나라에 비하면 정말 싼 편이지만!) 주인 눈치를 보면서 하나하나 다 공부하는 심정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데 주인인지.. 어떤 여자가 사진을 찍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 베이커리가 빵 만드는 사람의 기술력도 좋은 것 같고 빵도, 가게도 굉장히 모던, 세련 되었으나.. 공장에서 찍어내듯 깔끔, 완벽한 빵은 정겨움을 삭감시키듯 여자의 인상도 주인의 인상도 참 차가웠다. 역시 조금 덜 완벽하더라도 삐뚤빼뚤 소박한 빵이 더 정겹고 더 맛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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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Shimla 중심가인 the Ridge 쪽으로 왔다. 리지에서 Lakkar bazaar로 이어지는 길엔 이렇게 길거리 상인들이 많다. 풍선도 팔고.. 티벳 여인들은 두꺼운 실(?)을 이용하여 손님의 이름이 들어간 핸드 메이드 팔찌를 즉석에서 만들어주고.. 구운 옥수수도 팔고.. horse riding 장사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언제나 동네 축제 분위기다.
심라 광장, 리지가 보인다. 쨍 하고 나타난 해가 질 무렵의 해와 푸르른 하늘이 참 아름다웠던...
(to be continued...)
12 Aug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