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소화가 그리 잘 되는 편은 아니지만 요즘 계속 이상하게 먹을 것이 당긴다. 볶음밥, 햄버거, 샌드위치, 누들.. 짜파티.. 커피.. 모든게 다 먹고 싶다.

 

오전엔 비가 오길래 옷 젖는게 싫어 호텔 TV로 내가 좋아하는 Travel & Living 채널도 보고, 랩탑으로 미드 <NCIS>도 보고, 잠도 좀 잤다.

 

그리고 지금은 the Ridge(리지 - 심라 중심가) Ashiana restaurant에 태국 음식이 좀 있다고 해서 왔다. Ashiana와 Goofa restaurant은 Himachal Tourism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인데, Ashiana가 좀 더 비싸고 메뉴도 다양하며 분위기도 근사하다. 반면 Goofa는 Ashiana의 저렴 버전으로 Ashiana 건물 지하에 위치해 있다.

 

 

 

the Ridge에 있는 Ashiana restaurant의 외관이다.

 

 


 

 

 

이건 밤의 모습.

 

 

 

 

어제 갔던 Goofa에서는 tea가 Rs.16 여긴 Rs.18 이다. 같은 tea임에도 Ashiana에서는 2루피가 더 비싸다고 '각설탕'과 '우유'가 추가되어 나와 좀 더 고급스럽다.

 

 

 

 

원형건물에, 전면 유리로 전망이 탁 트인 Ashiana restaurant.

 

 

 

 

주문한 음식이 나올 때까지 바깥 구경. 인도의 자연 풍경, 사람 풍경 등 인도의 모습은 아무리 바라봐도 매번 새롭고 질리지가 않는다. 보면 볼수록 더 알고 싶은 인도.

 

 

 

 

인도를 여행하다 보면 continental food라고 해서 유럽, 중국 등의 대륙 음식을 많이 파는데, Ashiana에서는 다른 곳에서는 잘 볼 수 없는 Thai food도 있었다. 태국에 가 본 적은 없지만 왠지 입에 잘 맞을 것 같아 Thai fried rice를 주문해봤다. (볶음밥을 시키자 케찹이 함께 나오는 것이 인상적. ㅎ)

 

 

 

 

 

태국식 볶음밥엔 파인애플이 들어가 있을 줄 알았는데, 중국식 볶음밥이랑 별 차이가 없었다. 그냥 파에, 당근에, 별다른 spices 없이 조각 감자와 토마토가 다이다. (Shimla도 고산지대라 그런지 파가 있다. Dehradun(데흐라둔)의 Yeti restaurant에서 중국식 볶음밥을 먹을 때에도 파가 있어 반가웠던 기억이.. 인도의 더운 지방에서는 파 재배가 힘들지만, 고원 지대에서는 파 재배가 용이하여 음식에 파가 사용된다. 기후에 따라 달라지는 식생활이 참 흥미롭다!) 근데 좀 맛이 이상했다. 토마토가 약간 시큼해서인지 감자 맛도 좀 시큼했다. complain을 할까 하다가 음식이 상한 느낌보다는 원래 이런 맛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먹었다. 어쨌든 따뜻한 차를 마시며 밥을 먹으니 속이 편안했다.

 

근데 우리 몸은 처음 몇 숟가락의 맛에만 민감하게 반응하며 음식 고유의 맛을 진짜로 느끼고, 그 처음의 몇 숟가락이 지나면 그 다음은 맛을 느낀다기보다 포만감을 위해 먹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난 항상 음식을 먹을 때마다 계속 반복되는 입 속으로 '음식 집어넣기' 동작에, 내가 좀 동물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사실 동물 맞지 뭐..) 맛을 느끼되, 같은 음식을 계속 반복적으로 지겹게 먹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음.. 오늘이 벌써 목요일.. 일요일이 8월 15일 인도 독립 기념일이다. 여행을 하면서 살이 좀 찐 것 같고.. 1달여 동안 나의 변화되었을지도 모르는 외모에 Q를 다시 만나는 것에 약간 자신감이 떨어진다. Q에게서도 답신이 안 왔을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에게 물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Delhi(델리)에서의 독립 기념일 퍼레이드 행사 이야기를 물으니, (아! Priya의 할아버지한테 들었던 것 같다.) 오전 8시에 인디아 게이트에서 퍼레이드를 시작하여 12시에 레드 포트(Red Fort)에 도착한다던데... 여기 심라까지 올라왔는데 퍼레이드 보러 델리 갔다가 다시 올라올 자신이 없다. 아님, 델리 갔다가 McLeod Ganj(맥레오드 간즈)로 바로 갈까?

 

 

밥을 먹으며 식당을 둘러보니 상류층으로 보이는 인도인들이 많았다. 지금까지는 인도의 서민층들만 접했었는데.. 여러 사람이 와서 밥을 먹으면 한 끼 밥값으로 몇백루피가 그냥 나가는 이 레스토랑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으로 여유롭게 식사를 하고 있는 인도인들을 보고 있자니.. 새로운 모습의 인도에 신선하기도 하고 약간의 이질감도 느껴졌다. 쉼라에는 이 곳으로 휴가를 온 인도인들이나 상류층이 많은 것 같다.

 

 

식당의 식탁이긴 하지만 식탁을 책상 삼아 Lonely planet 책을 열심히 봤다. 침침한 호텔 방에서 책 보는 것보다 환하고 좋았다. 난방 장치가 없는 호텔... 좀 추워서 그런지 호텔에 들어가면 오래 앉아 있기 힘들고 자꾸만 침낭 속으로 들어가 눕게 된다. 그러다 보니 할 수 있는 것이 TV를 보는 것이나 랩탑으로 영화나 미드를 보는 일일 수밖에... 좀 더 아늑하고 따뜻하여 그림도 그리고, 책도 읽고, 글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Ashiana에서 밥을 먹으며, 일기를 쓰며, 론리 플래닛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어디선가 음악 소리가 들리더니 2시 무렵 The Ridge 광장에서 군악대와 학생들의 행진이 있었다.

 

 

 

 

팔을 힘차게 흔들며 무릎을 거의 안 구부리고 장난감 병정처럼 딱딱하게 걷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여자 군인, 남자 군인, 교복을 입은 여학생, 남학생 할 것 없이 비가 오는데도 행진하는 모습이 재밌었다. 이 진풍경을 찍고자 급한대로 셔터를 눌렀으나.. 제대로 행진 모습을 찍지 못해 안타까웠다.

 

 

오늘은Memorable Day라고 말하고 싶다. Shimla 근교를 알차게 구경했기 때문!

 

Ashiana restaurant에서 나와 오늘은 비가 오니 기념품 가게들이나 구경하자 싶어 the Ridge에서 서쪽으로 걸어 Himachal Emporium을 갔다.

 

 

 

Ashiana restaurant에서 나오면 바로 옆에 이런 멋진 건물이 있다. 이것은 바로 시청! Lonely planet에는 '귀신이 나올법한 괴기스러운 모습의 시청' 이라고 표현되어 있는데, 고산 지대라서 비가 오거나 안개가 낀 날이 잦은 Shimla(쉼라)이기 때문에 검은 건물이 정말 우중충해 보일법도 하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귀신이 나올법한 집이라기보다는 너무나 아름다운 건물. 초록의 식물이 검은 건물에 생기를 주고 있다.

 

간만에 관광객 티 좀 내려고 기대하고 간 Himachal Emporium엔 별 물건이 없고 식상한 기념품들만 있어 실망스러웠다. 가게는 크고 2층까지 있었지만.. 그냥 다른 곳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가방이나 Saree(사리) 등을 비롯한 인도 옷, 코끼리 등의 목각 인형.. 악세사리, 그냥 천 제품 종류 정도..

 

 

 

Himachal Tourism(히마찰 관광청) 옆 골목 내리막길을 따라 늘어선 Tibetan market이나 가자 하여 다시 the Ridge 쪽으로 왔다. 이 건물은 관광청이 위치한 예쁜 건물.

 

 

 

 

건축 양식에 대해 잘 모르긴 하지만 영국 식밀지 시절 때 만들어진 건물 같다. 건물과 식물의 조화, 그 색감이 예술이다.

 

 

 

 

 

이건 건물 오른쪽 모습. Shimla가 워낙 언덕 도시이다 보니, 언덕에 위치한 건물들은 높은 층수가 1층이 되는 경우가 많다.

 

 

 

 

건물 뒤로 보이는 Shimla의 전경. 자연과 건물의 조화가 지저분해 보인다기보다 아름답다.

 

 

 

 

어떻게 이렇게 언덕을 따라 촘촘히도 집을 지었는지.... 앞으로 쓰러질 듯 하면서도 참 견고하게 위치한 집들이 놀랍다.

 

 

 

히마찰 관광청이 위치한 옆 건물 샛길로 내려가면 그 곳은 Scandal point로 Tibetan market이 있는 곳이다. 시장이라고 해봐야 그냥 좁은 길을 따라 옷, 장난감, 기념품을 파는 천막 가게들이 주욱 늘어서 있는 형태다. 티베탄 시장에 가니 우리네와 비슷한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 것이.. 확실히 다른 분위기였다. 북동부 Darjeeling(다질링)을 여행할 때 네팔리, 티베탄들을 봤었는데.. 이곳에도 티베탄들이 있다는 것이 조금은 의외다. 티베탄들은 어떻게 인도의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일까?정말 궁금하다.

 

한편, 오늘 걸으면서 제일 많이 본 것은 옥수수 굽는 사람들이었다. 상인들은 돌에 불을 피우고 옥수수를 까서 돌 위에 바로 얹은 다음 부채로 불씨를 살려가며 옥수수를 굽는데, 몇 번이나 먹고 싶어 사고 싶었는데 입과 손에 재가 묻는게 싫고 먹을 곳도 마땅치 않아 그냥 안 먹게 되었다. 옥수수를 좋아하지 않긴 하지만 이것도 하나의 경험이니까 다음엔 꼭 먹어봐야지.

 

 

티베탄 시장에서 마음에 드는 기념품이 없어 Tibetan 기념품을 판다는 시장에 가볼까 하여 지도를 보며 Lower Bazaar 쪽으로 열심히 내려갔는데 시장이 안 보였다. 

 

근데 가는 길에 1800년대 후반에 지어진 멋진 호텔을 발견했다. 그냥 지도를 보면서 유명한 곳들, 발길 가는 곳들만 찾아다니다가 티베탄 시장을 가보고자 먼 길을 내려가다가 이런 멋진 곳을 발견하니 동네에서 몇십년을 살았지만 내가 알지 못했던 우리 동네 숨은 명소를 우연찮게 발견한 느낌이랄까.. 그런 느낌이 들었다. 신기한 마음에 한참을 구경했다. 19세기 말의 호텔이 아직까지 있다니... 이 곳에서 묵으면 옛 시대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았고 건물 그 자체를 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이 밀려왔다.

 

지도상으로는 이미 지나친 듯도 한데 길을 가도가도 티베트 시장이 안 보였다. 하는 수 없이 사람들에게 Tibetan market을 물어보니 티베트 시장은 Scandal point에 오직 하나라고 했다. 다시 Lonely planet을 보니 Tibetan Handloom 'market'이 아니라 'shop'이었다.

 

결국 shop을 찾았는데.. 가게가 그냥 간단한 스낵 파는 곳처럼 작았고 이곳 역시 유목민족의 중요한 가축인 털 많이 달린 소가 그려진 티셔츠나 모자 정도만 팔 뿐 이렇다 할만한 눈에 띄는 물건이 없어 다시 the Ridge로 돌아간 뒤, 동쪽 Lakhar Bazaar로 가서 수공예품을 구경하기로 하고 이동했다. (Tibetan Handloom shop 물건들은 다소 비쌌다. 티셔츠라도 살까 하다가.. 반팔이라서 안 샀다. 가게 문에 붙여진 안내를 읽어보니 이 곳은 여행자들에게 헌옷 등 donation을 받아서 티베탄을 돕는 곳이기도 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to be continued...)

 

12 Aug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