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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행 39-6 | 심라(Shimla) 여행 - Goofa Restaurant | 심라 시장(사브지 만디, Subzi Mandi) | 여행을 통한 깨달음과 자아 성찰
Olivia올리비아 2021. 12. 11. 13:19
Glen fall까지, 산을 다녀와서 운동량이 많아서 그랬는지 City point bakery의 맛있는 veg. burger는 하나로는 좀 모자란 느낌이었다. Lower bazaar 쪽에 있는 Sabzi mandi(사브지 만디 - 야채 시장)에 가서 과일이나 사서 들어가야지 했는데, 시장에 가는 도중 Shimla(심라) 중심가인 the Ridge(리지 - 심라에서 거의 유일한 넓은 평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광장)에서 Himachal Pradesh Tourism office를 발견했다. 내부가 나무로 되어 있어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는 관광청 사무실에 들어가 Shimla map 하나를 얻었는데, (친절한 관광청 직원들의 미소로 기분이 좋았음!) 브로셔를 보다보니 아침에 가봐야지 싶었던 비교적 저렴한 레스토랑인 Goofa restaurant이 눈에 띄었다. (Goofa restaurant은 Ashiana restaurant의 저렴 버전 식당으로, Ashiana 지하에 있다.)
그래서 버거 하나로는 부족했던 배를 채우기 위해 오후 3시 반쯤 the Ridge에 있는 Goofa를 찾았는데 식사까지는 아니고 그냥 간단한 음식을 먹으려고 들어간 그 곳에서 메뉴판을 보다보니 내가 좋아하는 만추리안이 보여서 결국 Cauliflower Manturian(컬리 플라워 만추리안) 하나, tea 하나를 시켰다. 그렇게 음식을 주문하긴 했는데.. 주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곧 후회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아까 City point bakery(시티 포인트 베이커리)에서의 veg. burger(채소 버거)와 슬러시를 먹음으로 Rs.40로 끝낼수도 있었던 점심을 Goofa에 와서 추가적으로 Rs.100가 넘는 음식을 먹게 되니.. 굉장히 사치하는 느낌도 들고, 또 너무 많이 먹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당시 인도 환율, 1루피=25원) 하지만 점심을 안 먹으면 분명 또 호텔에서 다이제스티브 쿠키를 왕창 먹을 것 같아, 이왕 시킨 음식 맛있게 먹기로 하고 저녁은 그냥 바나나로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Cauliflower Manturian(컬리플라워 만추리안)은 내가 이태까지 먹었던 만추리안 중 제일 향신료가 안 들어가 있고 간이 약했지만 야채 감촉이 살아있고, 적당한 농도로 컬리플라워 겉을 둘러싸고 있는 튀김옷도 맛있고 건강하다는 느낌이 드는 음식이어서 정말 맛있게 먹었다. tea도 고급스러운 tea pot에, 거름망에, 예쁜 찻잔까지 주는 것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정말정말 기분 좋게 잘 먹었다. 그리고 이 식당이 Ashiana의 저렴한 버전이라고는 해도 유니폼을 입은 종업원들이 워낙 깍듯이 서빙을 하는 데다가 음식 맛도 고급, 음식을 담은 접시들도 고급이라 굉장히 대접받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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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관광청에서 받은 Shimla map(심라 지도)을 보니 'The Glen'까지가 심라 중심가로부터 왕복 9km란다! 난 기껏해야 6~7km겠거니 했는데.. 아침부터 Kali bari temple(칼리 바리 사원) 등 시내 중심을 걸어 다닌 것까지 합하면 오늘 하루 족히 11, 12km는 걸었다. 앞으로 더 걸어 호텔까지 가면 대체 몇 km를 걷는 것이냐! 정말 많이 걷긴 했다. 다리가 좀 피곤하니 마사지를 잘 한다는 호텔 매니저에게 발마사지를 받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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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로 돌아가기 전 Lower Bazaar에 인접한 Sabzi mandi(과일.야채 시장)에 들렀다. 언제 봐도 참 정겨운 인도 시장풍경 :-)
시장에서는 사람들의 정직한 모습들을 볼 수 있어 참 좋다. 사람 냄새 나는 이 분위기가 참 좋다.
Himachal Pradesh(히마찰 프라데시, (좀 더 인도인 발음으로는 히마찰 쁘라데시))는 사과 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사과도 있고.. 배도 있고.. 바나나도 있고... 과일만 봐도 마음이 참 싱그러워진다! :-)
상인들에게 이것저것 과일 이름을 물었다. 처음 보는 과일도 있었고, 익숙한 과일들도 있었다. 사과 산지로 유명하니 사과를 사먹어볼까 했는데.. 사과가 생각보다 비쌌다. 몇몇 가게를 돌아다니며 가격을 비교해 봤지만 너무 비싸서 결국 그냥 바나나를 샀다. (비싸더라도 경험인데.. 사먹어 볼 것을.. 너무 알뜰하게 여행한 것이 조금 후회된다.)
남인도에서 못 봤던 다른 모습으로 생긴 생강과 각종 채소들도 구경했다.
상인들의 모습만 봐도 참 흐뭇하다. 참 열심히 살아가시는 분들 같아서.
시장에서 만난 아이들. 학교에서 집으로 귀가하면서 엄마를 따라 시장에 온 모양인데.. 외국인에게 호기심을 보이는 아이들의 미소가 참 싱그럽다. :-)
이 사진을 보면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절로 올라간다. 참 마음에 드는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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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는 습하고 다소 어두운 지금 묵고 있는 호텔이 싫어 빨리 쉼라를 뜨고만 싶었는데, 기분 좋은 Glen(글렌) 산행과 맛있는 음식들 덕분에 심라에 더 있고 싶어졌다. 솔직히 아까 Glen fall(글렌 폭포)에서 다시 올라오면서는 비가 많이 와서 빨리 시내 중심가에 가고 싶은 마음에, 쉬지도 않고 빗속을 계속 걸었다. 그 탓에 바지, 신발, 양말이 온통 다 젖었었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니 빗줄기가 약해지는 것을 보고서는.. 비가 멎기를 기다렸다가 올라왔더라면 비를 덜 맞았을텐데.. 난 왜 항상 이렇게 성급하고 잘못된 선택을 할까.. 스스로 또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이 또한 삶의 과정이기도 하고... 비를 맞으면 맞은대로 즐기기로 했다.
그리고 Glen에서 다시 돌아올 때 산 속 짙은 안개를 보고 한치 앞이 잘 안 보이는 이 길을 어떻게 걸어갈 수 있을까 살짝 걱정이 되었지만, (위 사진보다 안개가 더 짙었음.) 결국은 걸어가는대로 근시안적이나마 시야가 선명히 트이는 것을 보며 나의 인생 또한 앞 일이 항상 궁금하고 두렵지만 'just go' 하면 점점 내 길이 clear 해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또한 budget hotel의 별로 유쾌하지 않은 침대와 화장실에.. 빨리 한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지만, 지금 이때가 아니면 경험하지 못할 것들에 많은 기대와 희망을 안고.. 때론 실망스럽고 싫기도 하지만 때로는 굉장히 즐겁고 유쾌한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때론 싫은 마음에도 불구하고 budget travel을 계속 고집한 이유는 배우고 경험하기 위한 여행이었지, 그저 즐기기 위한 여행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의 이런 생각, 감정, 느낌을 책으로 내고 싶다. 책을 쓸 수 있을까? 인도에 다시 오면서 책 한권 내겠다는 각오로 왔는데.. blog도 안 하는 지금..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알아줄까?
(여행을 할 당시, 블로그에 여행 이야기를 꾸준히 올리고 싶었지만.. 특히 이미지가 이것저것 너무나 많은 Naver(네이버)는 인도에서 정말 느린 속도로 열려서 블로그를 운영할만한 사정이 못 되었었다. 게다가 인도도 인터넷 카페만 가면 언제나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곳이긴 했지만, 매일매일 넷 카페에 가서 인터넷을 이용한다는 것은 금전적, 시간적 부담이 드는 일이기도 했다. 그리고 인도인들이 언제 어디서나 사용하는... USB를 컴퓨터에 꽂으면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이름 모를 '그것'이 있다는 것은 9월에 McLeod Ganj(맥레오드 간즈)에 있을 무렵에야 알게 된 사실이었다. 인터넷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통신사에 일정량의 정액 요금을 내고.. USB 같은 것을 컴퓨터에 꽂으면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이 가능한.. 내가 몰랐기 때문에 다소 획기적으로 보였던 그 장치는, 인도에 아주 오래 머물 것이 아니라면 본전을 빼기엔 다소 비싼 가격이었기에.. 그냥 메일 확인을 하거나 네이트온 쪽지를 통한 동생과의 소통을 위한 일이 아니라면 넷 카페를 잘 찾지 않았었다. 그래도 공책에라도 꾸준하게 여행 기록을 한 일은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글쓰기를 멈출 수 없다. 글을 안 쓰면 나를 잃어버리는 것 같아서. 내가 나를 잃게 될까 두렵다. 난 나의 부족한 모습들이 너무나 싫기도 하지만, 한편 난 나를 너무 사랑하나보다...
그나저나 엄마, 아빠 생신 편지를 빨리 한국에 보내야 할텐데.. 인터넷 카페 가서 음력 날짜 좀 알아보고, 상담 선생님 K께도 편지를 얼른 마저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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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호텔. 10시가 넘으면 TV에서 Mr. Bean(미스터 빈)을 정기적으로 방영해주는 모양이다. 2007년 가족과 유럽 여행을 할 때 버스로 이동하면서 처음으로 접했던 Mr. Bean을 보며 간만에 웃었다. 2007년에 이미 봤던 에피소드였는데 다시 봐도 정말 웃겼다. 연기자가 표정이 정말 풍부하고 어찌나 연기를 익살스럽게 잘 하던지.
11 Aug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