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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행 41-3 | 심라(Shimla) 여행 - 섬머 힐(Summer Hill) | 히마찰 프라데시 대학(Himachal Pradesh University) | 스파게티 | 간만에 한국 사람과의 소통
Olivia올리비아 2021. 12. 11. 15:52
Indian Institute of Advanced Study(IIAS) 뒷쪽으로 난 길을 따라 Summer Hill에 가는 길. 멀 것이라고 생각했던 서머 힐이 IIAS에서 금방이라 하니 좋았다. 빨리 구경하고 돌아가 스파게티를 먹고 싶다는 생각 때문인지 가는 마음이 조급했다. ㅎ
잘 꾸며진 산책로를 따라 서머 힐에 가는데, 가는 길을 따라 저 아래 언덕 아래에도 똑같은 방향으로 산책로 같은 길이 나 있었다. 그리고 그 길엔 대학교가 있는지, 가방을 멘 젊은 남자. 여자 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서머 힐이 가깝다고는 하는데, 제대로 가고 있는거 맞나? 저 앞에 무슨 건물이 하나 보이는데.. 저긴 또 뭐하는 곳일까? 호텔? 개인 사택? 때마침 머리가 희끗희끗한 인도인 두 분이 뒷짐을 지고 여유롭게 걸어가고 있었다. 서머 힐 가는 길을 물어보니 젠틀한 영어로 아주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 준 인도인 아저씨들. ^^
그렇게 길을 물은 곳에서 얼마간 걷자 잘 깔린 아스팔트 토로가 산 속의 자갈길로 바뀌더니 길이 좁아지면서 내리막길이 나타났다.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Himachal Pradesh University에 도착한 것이었다. 아니.. 근데 서머 힐은 대체 어딨다는거야..
혹시나 대학 안에 가면 Summer hill이 있을까 하여 정문을 통과했다. 수많은 남녀 대학생들이 길을 오가는데.. 이방인인 내가 그 곳에 들어가자니 시선이 집중되는 것이 민망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한 남학생을 붙잡고 서머 힐이 어디냐고 물었다. 그러니 이곳 자체가 서머 힐이란다.. 하.. 무엇인가를 바라볼 수 있는 언덕 같은 것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냥 이 지명 자체를 뜻하는 거였구나!! 실제론 볼 것이 없어 실망스러웠다.. 그럼 Prospect hill이라는 곳은 어디냐고 물어보니 그 남학생은 나를 대학 안으로 안내했지만.. 내 말을 잘 못 알아듣고 무슨 registration 하는 곳을 설명해줬다.. 내가 이 학교 등록하러 온 건줄 알았나...
아무튼 그 남학생과 잠시 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나도 대학생, 그 학생도 대학생이니 반갑기도 했다. 국문과 학생이라던 그 남학생은 선생님이 꿈이라고 했다. 흠.. 그 학생은 외모도 그렇고, 말하는 것도 그렇고, 꿈도 그렇고.. 참 여성스러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남학생은 뭔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눈치였지만.. 수업이 있다면서 가야 한다고 아쉬운 눈빛으로 작별 인사를 했다. 나도 아쉽긴 했다. 간만에 대학생을 만났는데.. 인도의 대학생들은 무슨 생각과 꿈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다시 길을 돌아 나오는데 정문 근처에는 간단한 사모사, 스낵, 커피 등과 함께 meals를 파는 학생 카페테리아도 있었다. 학생들 대상으로 하는 곳이라 그런지 가격이 착하구나! 대학이라는 곳에서 간식 한번 먹어볼까 하다가 배가 안 고파서 그냥 나왔다. 결국 prospect hill이니, potter hill이니.. summer hill이니.. 뭐 그런 곳들은 못 봤다. 아니, 사실 본걸지도.. summer hill 가는 내내 쉼라 중심가와는 또 다른 산과 마을 풍경을 봤기 때문이다.
학교 정문 오른쪽으로 나오자 작은 stall(구멍가게 같은 곳..)들이 있었다. 심라에 오기 전 Kalka(깔까) 역에서 만났던.. 심라에서 다시 보자며 연락처를 알려주었던 Priya가 생각나 큰 맘 먹고 전화를 걸기로 했다. 공중전화도 아니고 가게 안의 유선 전화를 돈을 주고 이용하는 시스템인 이 곳에서.. 한 여학생이 통화 마치기를 기다렸다가 Priya 번호를 눌렀다. 그런데 전화를 안 받았다.
할 수 없이 다시 돌아가는 길. 학교 정문 왼쪽으로 길이 나 있어 그쪽으로 가봤다. 학교 근처라 그런지 그 쪽엔 서점들, xerox 가게들, 문구점들이 쭉 늘어서 있었다. 생각 같아선 원서도 구경해보고 여유를 갖고 싶었으나 오늘 많이 걷기도 했고.. 많이 지쳐 있어서 그냥 중심가로 돌아가기로 했다. 서점가를 따라 이어진 길은 아까 서머 힐로 올 때 내려다봤던 언덕 아래 평행했던 길이었다. 이 곳으로 가면 쉼라 중심가로 이어지는 the Mall road가 나타나겠다는 확신이 들어 걸었다. 쉼라 중심부에서 Vidhan Sabha(비단 사바), Himachal State Museum(히마짤 주립 박물관), IIAS 순으로 밟아올 때는 오는 길이 금방이었는데, 서머 힐에서 쉼라 중심가로 돌아가려니.. 길이 너무나 멀게 느껴졌다. 많이 지쳐 있어서 그랬던 듯... 사실 Summer hill에서 Chandwick fall이 3km라는 표지판을 보자.. 힘들게 이 곳까지 온 김에 폭포도 보고 가면 참 좋겠다 싶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너무 무리일 것 같아 그냥 중심가로 돌아가기로 했던 것이다.
그렇게 돌아가는 길은 참 아름다웠다. 하늘을 찌를 듯 높게 솟아 있는 나무들.. 산책로 같이 잘 닦여진 산허리의 아스팔트 포장도로... (그러나 차는 많이 다니지 않았던..)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자연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위용이 아스팔트를 뒤덮는.. 자연의 기운이 충만했던 그곳. 길을 따라 왼편으로는 숲 속에 철길이 나 있었다. Toy train(토이 트레인) 철길이었던 듯... 산허리를 따라 난 그 길은 참 푸르고 멋졌다.
드디어 IIAS 정문까지 왔다. 평소 문제가 있는 오른발과 오른 무릎이 너무 아프고 피곤했다. 골반도 피곤하고.. 차를 타고 가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오는 길에 IIAS 바로 앞에 있는 Himalayan bird park(히말라야 새 공원)을 들릴까도 했는데.. 멀리서 보니 무슨 닭장.. 커다란 닭장 같은 곳에 여러 새들을 가두어 놓은 듯 했다. 보존할 가치가 있는 새들이고.. 그 새들을 관찰하고 구경하기 위함은 알겠지만 새들이 불쌍하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그냥 안 보고 지나쳤다.
중심가로 돌아가는 길에 내 앞에 지나가는 남자들의 발걸음은 정말 빨랐다. 어제 Sanjauli 쪽을 다녀오다가 만난 운동화를 신고 바람 같은 속도로 걸었던 한 노인처럼 어쩜 그렇게 걸음이 빠르던지.. 도저히 못 따라 잡겠더라. 시내 쪽에만 버스가 다니고.. 일반 도로에선 승용차 약간만이 다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것이 생활화 된 듯 보였던 쉼라. 그래서 사람들 발걸음이 빠른가보다. 그러고 보니 이 도시에선 오토 릭샤나 사이클 릭샤도 못 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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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여를 걸어 드디어 the Ridge(리지-쉼라 중심가) 도착.
Ashiana restaurant에 가서 스파게티를 먹을 생각이었지만, 혹시 다른 레스토랑에 또 다른 파스타가 있을까 싶어.. the Mall road에 있는 유러피안 분위기의.. 약간은 한국의 아웃백 레스토랑 같은 캐주얼한 분위기의 식당에 가봤지만.. 사람이 많고 어수선하기도 했고 마음에 드는 메뉴가 없어 자리를 잡고 앉았다가 그냥 나왔다.
결국 그냥 Ashiana 가서 Spagetti Bolonaise veg.를 주문했다. 근데 Bolonaise 자체가 고기 소스를 뜻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spaghetti Bolonaise 옆에 veg. 와 non veg.로 구분해 놓은 것이 의아했다. veg. Bolonaise는 과연 어떻게 조리되어 나올지 궁금...
접시가 나왔다. 위에 치즈가 얹어져 있고, 안에는 커팅된 long bean, carrot, cauliflower, green pea 등 야채가 아주아주 충분히 들었으며 면은 al dente를 지나 좀 더 익긴 했지만.. 소화가 잘 되는 익기 정도였으며 소스도 충분해서 아주 맛있게 접시를 다 비웠다.
간만에 정말 맛있게 싹싹 비운 접시. 정말 배가 고프다기보다 스파게티가 너무나 먹고 싶었나보다.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 외국 사람인가보다. 가끔은 이렇게 masala.. 향신료가 들어가지 않은 '외국' 음식 맛에 즐거움과 만족감을 느끼니 말이다.
기분 좋은 약간의 포만감. 인도에서 먹은 파스타 중 최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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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을 나와 the Mall road에 있는 인터넷 카페로 갔다. NAVER를 치니 한글이 저절로 읽혔다. 메일을 확인하니 친구 S, Q에게서 메일이 와 있었다.
네이트온 쪽지를 확인해보니 A에게서도 쪽지가 왔다. 인도 여행 꼭 즐겁게 하라며 당부했고.. 한국에 돌아오면 자신에게 꼭 이야기 해달라며.. 보고 싶고 그리우니까 이렇게 종종 연락하잖다. A의 쪽지에 기분이 좋았고 A가 보고 싶었다.
Canada에 working holiday를 간 HR에게서도 쪽지가 와서 답장을 했고.. 동생에게서도 쪽지가 2개나 와 있었다. 동생은 요즘 연애중이란다! surprise!! 강남, 신촌, 홍대 맛집 다니며 영화도 보러 다니고 잘 지내는 모양이다. 잘 지내서 안심이지만 동생이 혹시나 남자랑.. 잘못된 길로 갈까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동생은 현명하니까 스스로 잘 하리라 믿는다. 동생 남자친구는 동생이 힘든 시절에 만난 친구인가보다.
어쨌든 동생은 7월 말에 Nainital(나이니탈)의 우체국에서 보낸 내 편지가 빨리 도착했다며, 집에 돌아오는 길에 우체통에 꽂혀 있던 내 편지가 반가웠단다. 그리고는 집에 오자마자 내 편지를 읽고 예쁜 그림과 연애 이야기에 대 흥분 했단다. 편지 읽으니 내가 보고 싶었단다. 맛있는 음식점 가면 내가 좋아할지 말지 새각하게 된다며 한국에 돌아오면 소개해 준단다. 좋지 않았던 일들로 인해..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지만 그래도 서로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었던 과거 일로 인해 동생이 날 피할 줄 알았는데 내 생각도 많이 하고 보고 싶다고까지 하니 고맙고 기분 좋다고 답장했다. ^^
사실 인터넷 카페에서 한글 쓰기가 안 되는줄 알았는데 제어판 들어가서 이것저것 해보라는 동생의 쪽지에, 제아판 들어가서 이것저것 해보면서 Windows 도움말을 참고하니 Global Microsoft IME가 짠! 하고 떴다. Korean으로 language를 바꾸고 Alt를 누르니 한글 입력이 가능해져서 Q, 동생, Alice, Hidy에게 답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동생에게 답장을 신나게 길게 하는 동안에는 동생이랑 대화하는 느낌이 들어 행복했다.
그냥 재밌었다. 간만에 한국 사람들이랑 연락을 하면서 엄청 집중. 그러나 친구 S에겐 답장을 안 했다. 기대했던 답장 내용은 없고 다른 말들만 있어서.. 은근히 속상하고 섭섭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리랑카에서 우리 기수 자원활동가들과 헤어진 이후로.. 나의 여행이 잘 되길 간절히 기도했다는 말이 참 고마웠다. 친구 S에게도 답장을 보내거나.. 약속했던대로 한국으로 직접 편지를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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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게 인터넷을 하고 나니 단 것이 당겼따. 쿠키나 과자가 먹고 싶어 이곳저곳 기웃거리는데 Lower Bazaar 쪽의 한 가게에서 Fruite cake을 발견했다. 베이커리 안의 여러가지 품목들을 더 살펴보니 Eggless veg. cake도 있는게 아닌가! 정말 우리나라보다 더 채식이 발달한 인도에 놀랐다.
구멍가게에서 파는 가공된 시판 Fruit cake보다 베이커리 빵이 낫겠다 싶어 다른 베이커리 가보니, City Point bakery의 Fruite cake은 Rs.75 다른 곳은 Rs.40였다. Dehradun(데흐라둔)에선 Rs.25 였는데... 물론 크기는 데흐라둔과 달리 크기만 했지만 다소 비싼 Rs.75에.. (이 돈이면 인도 서민 식당에서 하루 3끼도 해결할 수 있는 돈이다.) 어제 봐 두었던 Apple pie를 파는 베이커리에 가서 식빵과 잼을 사 먹는 것이 더 낫겠다 싶었다. 그런데 막상 그 곳에 가보니 Fruit Bun 2개가 Rs.10로 저렴해서 그냥 그 번을 샀다. 빵을 사며 가게를 둘러보니 Flaxseed 식빵이나 멀티그레인 빵, 포카치아 같은 빵도 비싸도 Rs.35 정도로 아주아주 저렴하고 고급스러운 빵집이다. 시판 식빵이 조그만 사이즈가 Rs.17 정도인데 베이커리.. 그것도 이렇게나 깔끔한 곳이 Rs.20~30라니.. 이곳이 더 낫다. 심지어 plain 식빵은 폭이 좀 좁지만 길이가 길고 큰 것이 Rs.15 정도였다. 여기 정말 좋다!
사실 저녁으로 시장에서 고추 튀김도 사먹고, aloo tikki(알루 띠끼-감자 크로켓 같은 튀김)도 먹고 싶었지만 그냥 번이랑 옥수수(! 드디어 샀다.)를 먹기로 했다!
그렇게 먹거리를 사오는 길에 호텔 길목 한 구멍가게에서 망고주스를 사고.. ISD/STD라고 씌어져 있는 공중전화 부스가 있던 그 가게에서 Priya의 휴대폰으로 전화도 했다. (인도에서 전화 걸기는 3종류. 시내 전화(Local call), 시외 전화(STD), 국제 전화(ISD)인데, 이렇게 공중전화 부스에서 전화를 하면.. 전화기에 통화 시간이 기록이 되고.. 주인은 그 통화 시간에 따라 돈을 받는다.) Priya는 심라에서 4일을 있겠다더니 벌써 델리란다. 한 1달 후에 델리 갈 것 같다고, 너희 집에 가도 되냐니 흔쾌히 오라고 했던 프리야. 은근 기대된다~ 전화를 늦게 걸었다고 프리야가 실망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처음에 전화 받았던 Priya 엄마도 그렇고, Priya도 엄청 반가워해줘서 참 고마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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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거의 1시간째.. 이렇게 일기 쓰는 중. 오늘 있었던 모든 일들을 다 적고 있다. 왜 이렇게 하고 싶고.. 남기고 싶은 말이 많은지...
일기를 쓰면서 옥수수를 벌써 거의 다 먹었다. 길거리에서 돌에 직화로 구워주는.. 불에 그을려 까만 재들이 군데군데 붙어 있는.. 옥수수를 이따 먹을 것이라며 포장해 달라고 했더니.. 이런 손님이 지금까지 없었던 모양인지 당황한 눈치였지만 그래도 어디선가 신문지를 구해와 정성스럽게 옥수수 하나를 싸 준 청년..
신문지와 옥수수.. 청년.. 비록 인도에서는 천한 직업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는 청년... 그 청년에게서 산 옥수수 하나.. 왠지 모를 감동에 가슴이 잠시 먹먹해졌다. 옥수수는 생각보다 참 딱딱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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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땡 하면 인도 TV에서 방영해주는 mr. bean(미스터 빈)이 기대되는 밤이다! ♪
13 Aug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