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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행 43-3 | 심라(Shimla) 여행 | 자쿠 사원(Jakhu Temple) 가는 길에 원숭이에게 빼앗긴 안경 | 생명의 은인 인도 친구들
Olivia올리비아 2021. 12. 11. 20:00
심라의 크라이스트 처치(Christ church)를 구경하고 나와 교회 옆쪽으로 난 오르막길을 따라 Ridge 광장을 볼 수 있는 전망대로 향했다. 가파르게 난 커브를 꺾어 올라가려는데 그 길목에 'Test your health fitness walk to Jakhoo Temple' 이란 글씨와 함께, 사원까지 몇 분 안에 도달하면 정상 체력인지, 허약 체력인지가 표시되어 있는 것이 참 재밌었다. 30분 내에 올라가면 ‘Fit'이라던데 은근히 승부욕이 생겼다. 그래서 바로 Jakhu temple(자쿠 사원)에 갈까 하다가.. 거길 다녀오면 7시에 문을 닫는 Gaiety Hall을 못 보겠구나 싶어 다시 the Mall 쪽으로 내려가 게이어티 홀에 입장하려고 했다. 그런데.. guide 시간이 되기까지 한 15분의 시간이 있었다. 내가 게이어티 홀을 보고 싶은 이유는 순전히 피아노 때문이었다. 오랫동안 쳐보지 못했던 피아노.. 근처 Himachal Tourism 사무소에 가서 게이어티에 혹시 피아노가 있냐고 물었다. 공연장이니까 피아노가 있을법도 한데.. 직원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역시 인도에서는 피아노가 귀한 것일까.. 게이어티 홀을 방문하면 날이 곧 어두워져 자쿠 사원을 방문하지 못하게 되므로.. 피아노 없으면 됐다 싶어 다시 자쿠 사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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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으로 향하는 언덕길을 오르는데 자꾸만 승부욕이 올라왔다. 아까 봤던 자쿠 사원까지 30분만에 가면 건강하다는 안내 표지만 때문이었다. 승부욕에 나 자신을 너무 괴롭히지는 않기로 하고 나를 다독였다. 그냥 편하게, 편하게 올라야지. ㅎㅎ 하지만 과연 30분 안에 갈 수 있을까... 굉장히 가파른 언덕길의 연속이라 땀도 나고 숨도 찼고.. 심지어 가방도 무거웠는데 발걸음이 멈춰지지 않았고 쉬고 싶은 마음이 안 들었다. 발걸음을 멈추면 사원으로 향하는 것을 그대로 포기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나 자신 내부의 두려움 때문이었다.
내 페이스를 그렇게 잘 유지하며 가고 있는데, Lonely planet에서 본대로 가는 길엔 정말 원숭이가 굉장히 많았다. 여전히 포장 도로가 깔려 있긴 했지만 산길로 접어들 무렵.. 그곳 근처에서 사는 한 인도인 아주머니가 멀리서, "monkey 어쩌고!!" 라고 했다. 영어가 아니라 못 알아듣고.. 그냥 내 걱정을 해주는 듯한 말에 고마움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계속 올라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원숭이가 나무 위에서인지.. 어디선가 하늘에서 내려온 원숭이가 내 어깨로 점프를 한 뒤, 땅으로 점프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 정말 너무 깜짝 놀라 절로 어깨가 움츠려졌다. 너무 놀랐지만.. 계속 길을 가려는데.. 갑자기 세상을 보는 느낌이 이상했다. 뭐지..? 어지러운 것 같기도 하고.. 뭐지...?
이런!! 원숭이가 내 안경을?!! 얼굴에 손을 대 보니 안경이 없어졌다! 순간 정말 앞이 깜깜했다. 내겐 콘택트 렌즈가 있긴 하지만.. 한 5개월 남은 인도 생활 동안 어떻게 렌즈만 끼고 다니며.. 렌즈용액도 충분치 않아 혹시 Q를 만날 때 쓰려고 아껴뒀는데.. 라는 생각에 주위 바닥을 계속 살폈다. 아.. 정말 너무나 막막했다.
이리저리 살피는데 오래지 않아 한 어린 원숭이가 내 안경을 쥐고 울타리에 매달려 있는 것을 봤다. 원숭이와 눈을 마주쳤다. 느낌에, 먹을 것을 주면 안경을 돌려 주겠다는 눈빛이었다. 잠깐의 눈 마주침을 통해 간절하게 안경을 다시 돌려주길 바랬으나.. 섣부르게 움직이면 도망가서 내 안경을 가진 원숭이를 다시는 못 찾으면 어쩌나 싶어 조심스럽게 그 원숭이를 좀 지나쳐서.. 다시 길을 되돌아가 가까운 곳 가게에 있던 청년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Help me...!! help me.."하며 얼굴이 울상이 되어서 여기로 와 달라고 손짓을 하니 한 3명의 청년이 다가왔다. 나는, "저 원숭이가 내 어깨에 내려앉더니 내 안경을 뺏어갔어요." 라며 안경을 들고 있는 원숭이를 가리켰다. 청년들은 난감한 듯..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아 마음이 더 불안해졌다. 그런데, "Don't worry." 하더니 한 청년이 조심스럽게 원숭이에게 먹을 것인지.. 코코넛인지.. 뭔가를 던졌다. 그랬더니 원숭이가 안경을 땅에 떨어뜨리고 재빠르게 떠나가는 것이 아닌가..!!
아휴.. 자쿠 템플.. 청년들이 도움을 주는 내내.. 예정에 없던 템플에 괜히 발길을 했나 싶어 후회하는 마음 가득이었는데... 청년들의 도움으로 정말 십년 감수.. 생각해보니 아까 인도인 아주머니가 자신의 얼굴에 손짓을 하며 자꾸 내게 뭐라고 하던 것이, "원숭이가 안경 채가니까 가방에 집어 넣어요." 라는 뜻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Lonely planet에서 자쿠 사원 가는 길은 많은 원숭이 때문에 다소 위험하다며 지팡이를 구입하는 것이 좋을거라는 '경고'를 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여기까지 오는 길에 길에서 지팡이 파는 상인들이 많았구나.. 하고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몇 번이나 청년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그 청년 무리와 함께 산 계단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아까 사건 현장에 있던 청년은 3명이었는데 함께 오르는 무리는 어디서 나타났는지.. 더 많았다.
올라가는 길에는 음식인지.. 뭔가를 던진 청년 말고, 그 청년과 함께 있던 Sanji(산지)라는 청년과 계속 대화하게 되었다. 청년들이 다 사건의 현장에 함께 있긴 했지만.. 난 특히 음식을 던진 청년에게 정말 고마워하고 싶었는데.. 그 사람이 누군지 얼굴을 모르겠다.. Sanji의 친구였는지, 아님 다른 현지인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산지도 그 자리에 있었던터라.. 그리고 산지도 자쿠 템플 가는 길이라고 해서 결국은 그들 친구 일행과 대화 하면서 올라가게 된 것이다. 산지와 친구들은 인도 북동부인 Sikkim(시킴)에서 이 곳 인도 북서부 Shimla(심라)까지 여행을 왔단다. 오늘 밤에 Chandigarh(찬디가르)로 버스를 타고 떠난다던데.. 그 친구들의 버스 시간이 나보다 빨랐다. 그들은 자쿠 사원을 다녀온 뒤 저녁을 먹고 버스를 타면 된다고 했다.
사원까지 올라가는 길은 참 가파랐다. 거의 climbing 수준... 그러나 점점 날이 어두워져 칙칙해지는 산 속에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볼 때마다 나무에 달린 수많은 원숭이들이 금방이라도 내게 달려들 듯..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이 산 속에서 청년들과 함께라서 사원 가는 길이 안 무섭고, 심심하지 않고, 든든한 마음마저 들었다.
안경 때문에 너무 놀라서 가는 내내 나는 안경을 안 썼다. 인도에서 원숭이와 접촉하면 AIDS에 걸린다는 친구 S가 했던 말이 떠올라 내 건강이 염려되었다. 산지에게 여러 번 AIDS와 건강 문제에 대해, 이상 없겠냐고 물었는데 괜찮단다. 현지인들도 종종 산 속을 걷다 보면 종종 원숭이의 습격을 당한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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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산 정상쪽에 거대한 사원 입구가 나타났고, 길다란 나무 통로를 지나 자쿠 사원 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나무 통로 쪽에도 원숭이들이 얼마나 많던지... 먹을 것을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노리는 원숭이들 같았다. 그래서인지 그 원숭이들은 상당히 민첩하고도 험악해 보였다.
자쿠 사원.
자쿠 사원을 바라보고 오른편에 있었던 건물. 무슨 사무소 같은 곳인 듯 싶었다.
자쿠 사원 맞은편으로 보이는 풍경. 공원 같이 꾸며져 있어 신자들이 기도하며 산책하기에 좋을 것 같았다.
자쿠 사원 앞에는 신자들이 손과 발 등 몸을 씻고 사원에 들어갈 수 있도록 수돗물이 있었다. 안경을 아무래도 써야 했기에 원숭이에게 빼앗겨 찝찝해진 안경을 물에 씻었다. 그런데 원숭이가 손톱으로 긁은 것인지.. 아님 안경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긁힌 것인지.. 안경 알과 테에 스크레치가 좀 생겨 있었다. 하지만 안경 끼고 보는 것엔 별 다른 문제가 없어 정말 다행이었다. 그렇게 안경도 닦고.. 아무래도 AIDS 공포가 몰려와서 원숭이가 내려앉았던 목 주변도 물로 닦았다.
사원엔 신발도 벗고 양말도 벗고 들어가야 했다. 수돗물 옆엔 신발을 맡기는 장소도 있었는데, 청년들은 익숙한 듯 양말을 벗어 신발 안에 집어넣고 그 신발을 보관소에 맡겼다. 그리고는 수돗물로 발을 닦고 사원에 들어갈 채비를 하였다.
난 신발을 벗고.. 맡기고 하는 것이 귀찮기도 했고.. 무엇보다 원숭이에 당황한 마음을 잠재우려 그냥 쉬고 싶어.. 같이 사원에 들어가자는 듯 날 기다리는 산지에게 휴식을 취하겠다고, 혼자 들어가라고 말했다.
청년들이 들어간 자쿠 템플 입구.
부조가 인상적이다.
들어가진 않았지만 내부는 궁금했다. 사진기로 들여다보니 상당히 화려했던 내부.
기도하는 사람들.
그렇게 난 그냥 사원과 주변만 구경하고 사진을 찍었고.. 산지에게 고마웠다며 신발 보관 건물에 산지에게 포스트잇 메모를 남기고 가려는데, Sanji가 벌써 기도를 끝내고 금방 나와서 또 만났다. (사실 산지가 얼른 사원 한바퀴 돌고 날 다시 보러 헐레벌떡 다시 나왔다는 느낌을 받았다. ㅋ 내게 상당히 좋은 느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느껴졌다.) 고마웠다고 다시 직접 인사할 기회가 생겨서 다행이었다. 산지에게 고맙다며.. 산지의 얼굴을 기억하고 싶다고, 사진 한방 찍어도 되냐고 물으니 괜찮단다.
Sanji.
그렇게 사진 찍고.. 고마웠다고 인사하고 가려는데.. 산지가 아쉬운 듯 시킴 오면 연락하라며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가르쳐 주려 했다. 나도 아쉬운 마음에 Darjeeling(다르질링) 여행시 방문했던 Tibetan Refugee center에서 한 할머니와 찍은 조그만 내 사진(뒤에 메일, 한국전화 적은 것)을 주고 산지의 연락처를 받았다. 그리고는 산지와 헤어졌다.
산지와 헤어져서 오는 길에 본 사원 안의 한 건물. 공사중이었다.
계단을 내려와 다시 자쿠 사원 입구에 다다랐는데, 원숭이 한마리가 내 다리에 달려들었다. 그러나 금방 가길래 무사히 입구 계단 앞까지 잘 내려왔는데.. 아무래도 다시 혼자가 되니 무서웠다. 사원에 들어가려고 사원 앞에서 절을 하는 한 아저씨에게 원숭이가 너무 많아 무섭다고 하소연을 했더니, 아저씨는 나를 안심시키기에 충분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내려가는 길에는 없어요." 라고 했다. ^^
그렇게 대화 나누는데 Snaji가 다시 나타났다. 산지가 그새 친구들과 사원 입구로 내려온 것이었다.
산지가 자쿠 사원의 반대쪽도 또 다른 사원이라며 사진을 찍으라길래.. 원숭이 때문에 무서워서 안되겠다 했더니, 사진 찍는 내내 나를 지켜줬다.ㅎㅎ
그러다 산지 친구들이 우르르 나타났는데.. 산지가 자기 친구들을 찍으란다. 결국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산지 쪽 카메라와 내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는데,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모두들 신나서 다 함께 사진을 찍었다. ^^ 한 번도 본 적 없는.. 산지 친구가 아닌듯한 사람들도 와서 함께 사진을 찍었는데, 내 옆에 선 분홍색 옷을 입은 여자는 심지어 내 팔짱까지 끼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 그런데 사진엔 다소 얼굴 표정들이 어둡게 나왔다는... ㅎㅎ;
이 사진은 산지가 내 카메라로 찍어준 사진이라 산지가 안 나왔다. 산지는 자신의 카메라와 내 카메라로 우리들의 모습을 찍었다.
그래서 산지가 내 옆에 서서 다시 한번 사진을 찍었다. 청년들은 내 나이, 내 또래.. 대학생쯤 되어 보였다.
나는 갑자기 스타가 된 기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사진 찍기를 원해서 정말 고마웠고, 기분 좋게 산지 일행과 산을 내려왔다.
산을 내려오면서 산지와 산지의 친구들은 인도에서 내가 뭘 했는지 물어봤다. social worker, university student라고 하니 시킴에도 NGO가 많다고 했다. 산지가 고맙게도 시킴에 오면 자기 집에서 자도 된단다. 산지가 그렇게 말하니 산지 친구도 질세라 자기 집에도 와서 자라고 했다. ^^ 너무 고맙고 착하고 친절한 청년들.. 낮에는 북적거리는 바자르에서 인도 남자들이 그렇게 싫었는데.. 이 청년들은 정말 사귀고 싶은 좋은 친구들!
근데 과연 산지를 시킴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시간만 허락한다면 인도에 있는 동안 인도 북동부를 다시 방문하여 시킴까지 꼭 가보고 싶었다. 근데 인도 땅이 워낙 넓어서.. 5개월 동안 과연 인도 전역을 다 여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무튼 산지 일행들은 네팔어, 힌디어, 영어.. 3개 국어를 했다. 와.. 능력자들.. 특히 네팔어를 한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느껴지는 것인데.. 확실히 인도 북동부 쪽에 사는 사람들.. 네팔리나 티벳탄들이 마음이 좋은 것 같다. 인도인들은 음흉하고.. 이상하단 말이야. 눈빛도 의혹에 가득 차 있고... 길을 가다가 한 때 인도인들 눈이 까매서 혼자 웃은 적이 있었다. ㅎㅎ^^ 눈이 움푹 들어가 있고.. 눈썹도, 눈두덩이도 까매서.. 멀리서 보면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잘 안 보이는 인도인들.. 그 모습이 무슨 만화 캐릭터인양 귀엽게 느껴져서 문득 웃게 되었었다.
다 내려와서 Christ church 쪽에 다다랐다. 아까 올라올 때 봤던 자쿠 사원까지의 걸어가는 시간.. 'test fitness' 표지판을 확인했다. 우리 모두 사원을 오가는 데 30분밖에 안 걸려서 ‘Fit' 하다며 친구들과 기분 좋게 웃었다. ^^
산지와 산지 친구들에게 정말 만나서 행복했다고.. 마지막 인사를 고하니.. 이 청년들은 다른 인도인들처럼 나와 더 이야기를 하려 한다거나.. 수작..이랄까 작업이랄까.. 아무튼 다른 집착을 안 보이고 쿨하게 뒤돌아서서 자신들의 길을 갔다. 그런데 그 점이 참 마음에 들었다. 역시 인도 북동부 아이들이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을 먹고 오늘 밤버스를 타고 찬디가르에 간댔는데.. 저렴한 로컬 버스를 이용한다는거 봐서 과소비도 안 하고 참 정직하게 열심히 사는 친구들인 것 같아 그들의 뒷모습을 보는 마음이 왠지 모르게 흐뭇해졌다.
원숭이에게 빼앗겼던 내 안경을 다시 찾아준 '생명의 은인들'!! 안경을 못 찾았더라면 앞으로의 인도 여행이 정말 캄캄해질 뻔 했다.
정말 기분 좋은 만남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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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은인들과 헤어져 the Ridge 광장의 Christ church 앞에 앉아 있는데, 또 어떤 젊은 인도인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여행사 직원이나 다른 인도인들과 영양가 없는 대화를 나누기가 싫어서.. 왜 묻냐고 경계하니 내 모습이 beautiful하고 자기 일본 친구랑 닮았단다. ㅎㅎ beautiful 하다는 데에 또 괜히 기분 좋아져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역시나... 계속 Spiti(스삐띠), Kinnaur(낀나우르) 여행을 권하며 집착하길래.. 여행사 직원이냐고 물으니, 그런 종류의 사람이란다. 낀나우르 계곡에는 이미 진작부터 가고 싶었던터라.. 나도 그런 여행지에 가고 싶긴 하지만, 이미 마날리로 가는 버스 티켓을 끊었다며 거절하는데도 money back 하면 된다며 no problem이란다.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한편 Rekong Peo(레꽁 뾔)를 거쳐 Tabo(따보), Kaza(까자)를 돌아서 여행하고 Manali(마날리)로 갈걸 그랬나.. 좀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인도는 넓고 볼 것이 많은데 너무 북쪽에서만 시간을 쓸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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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한 중국 레스토랑에서 중국식 면요리를 먹었다.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의 레스토랑에서 맛 좋은 음식을 먹으니 기분이 좋았지만.. 메뉴를 주문할 때 영어를 잘 못 하는 점원 때문에 메뉴 주문에 애를 좀 먹기도 했다.
가게가 좁아 어린 아이와 거의 갓난 아기가 있는 어떤 가족과 합석을 하게 되었다. 아이를 가진 두 여인이 아이를 돌보는 모성애적인 모습과.. 영어도 참 잘 하고 당당한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고.. 한 여자 아이가 한 접시에 8개나 나오는 Momo(모모-만두)를 혼자서 먹겠다며, 누구에게 뺏길세라 야무지게 먹는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다. 밥을 먹는 내내 그들과 함께 이런저런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심라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참 훈훈하게 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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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ISBT에서 semi-deluxe 버스를 타고 Manali(마날리)로 이동했다. 버스 타기 전, 버스 기사 아저씨가 큰 가방을 버스에 가지고 타지 말고 차 뒤 트렁크에 넣으라길래.. 차 뒤쪽에 있던 남자들에게 내 배낭을 건네줬는데, 트렁크를 닫고 나니 20루피를 내란다. 참 어이가 없어서... 트렁크에 가방을 넣는게 뭐가 돈이 되는 일이라고.. 그래서 가방을 다시 달라 했더니 나중엔 Rs.10만 달란다. 기분 나빠서 가방 달라고 해서..(가방 달라고 하는데도 계속 트렁크 안 열길래.. 말 안 들으면 경찰 부른다고 할 셈이었다.) 결국은 큰 짐을 안고 차에 올랐다. (인도에는 차의 짐칸이나 지붕에 여행자들의 짐을 실어주면서 tip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나중의 일이었다. 그러니 그걸 알기 전에는.. 배낭 하나 트렁크에 넣어주고 20Rs.나 요구하는 것이 참 부당하다고 여겨졌었다.)
다행히 버스 좌석은 꽉 차지 않았고 내 옆엔 아무도 앉지 않아서, 유리창쪽 좌석에 내 배낭을 두고 편히 앉아갈 수 있었다. 참 구불구불한 산길을 돌아가는 밤버스를 타니.. 산간 지역이라 바깥엔 별다른 풍경이 안 보이고 불빛들만 보였다. 그 불빛들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감탄하면서 가고 있는데.. 바깥 풍경이 제대로 보이지 않으니 버스가 언제 커브를 트는지 알 수 없어 나의 세반고리관은 요동을 치고.. 멀미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정말 속이 제대로 안 좋아지기 시작하자 걱정이 되었다. 잠을 자면 낫겠지, 하는 생각에 어떻게든 잠을 자보려 애를 썼지만.. 아무리 semi-deluxe 버스이긴 해도 불편한 잠자리 때문에 잠은 쉽사리 오지 않았다. 앞으로 이렇게 12시간 버스를 타고 마날리까지 어떻게 가나.. 이 여행이 고생스러울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그러다 간신히 잠이 들었고.. 새벽에 중간중간 잠이 깼는데.. 다행히 한 잠 자고 일어나니 한결 나아진 기분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마날리로 가는 그 아름답고 예쁠 길을.. 인도의 아름다운 자연을 밤길이라 못 봐서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밤중에 잠을 자면서 이동을 하니 시간을 버린다는 느낌은 덜하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15 Aug 2010